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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3. 직감(1)
작성일 : 19-10-04 13:30     조회 : 49     추천 : 0     분량 : 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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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색 택시 한 대가 킹스가든 경찰서 앞에 서자, 목발을 짚고 절룩거리는 중년의 사내가 내렸다. 걸을 때 마다 허벅지의 상처가 욱씬거리는지 남자의 콧수염이 걸음걸이마다 씰룩였다.

  그 남자, 패터슨 경감의 눈에는 택시 말고 경찰서 앞에 세워진 또 한 대의 차가 눈에 들어왔다. 유려한 곡선의 아름다움과 함께 신전을 연상시키는 웅장함을 가진, 어딜봐도 굉장히 고습스러운 차량이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것을 보는 경감의 시선은 무언가 불쾌한 것을 보는 눈이었다. 그의 시선이 향해있는건 엄밀히 말해 차 그자체보단, 앞에 번호판 대신 달려있는 문장쪽이었다. 엉겅퀴잎이 새겨진 방패와 투구의 문장. 경감의 기억속엔 저 문장을 가진 자들과 얽혀서 좋았던 적이 없었다.

 

  "쯧! 반갑지 않은 손님이 왔나보군!"

 

  경감은 다시 끙끙대며 절룩거리는 걸음을 바삐 옮겼다.

  정문 안쪽의 바로 옆엔 순직한 이들의 명찰을 달아놓은 게시판이 있었다. 경감은 말없이 제일 아래에 위치한 캐퍼 순경의 이름을 지켜봤다. 그리곤 주머니에 꽃아둔 꽃 한송이를 손에 들었다.

  몸을 숙이는게 힘들어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힘겹게 몸을 숙인 그는 게시판 아래 바닥에다 꽃을 내려놓았다. 이미 그 자리는 많은 이들이 두고 간 꽃으로 가득했다.

  경감은 다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일어설때도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건 어쩔수 없었다. 호흡을 한 번 가다듬은 경감은, 중절모를 벗어 가슴에다 가져다 대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모든게 내 불찰이다, 캐퍼."

 

  경감은 다시 머리에 중절모를 눌러쓰고 뒤돌아섰다. 목발을 짚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때, 서장실에서 검은 정장 차림의 세사람이 나오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을 보자 경감의 수염이 꿈틀거렸다.

  경감의 시선은 그 세사람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은 경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그의 시선따위야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경감의 옆을 지나 경찰서 밖으로 곧장 나가버렸다.

 

 "하여간 재수없는 놈들이야."

 

  탐탁치 않은 눈으로 그들이 경찰서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경감의 입에선,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가 탐탁치 않은건 경감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가자 마자 무거웠던 경찰서 안의 공기가, 조금이지만 느슨해졌다.

 

 "패터슨! 왔으면 나좀보게."

 

  서장실 문이 다시 한번 열리며 경감을 호출했다. 경감은 한숨을 한 번 쉬곤, 다시 절룩거리는 걸음을 옮겼다.

 

 "폴먼 서장님, 저 놈들은 또 왜 온겁니까?"

 "왜냐고? 지금 자네 입에서 그말이 나오는건가?"

 

  서장은 패터슨 눈앞에 여러장의 종이 뭉치를 책상위로 던져놓았다. 경감은 목발에 몸을 기대어, 서장이 넘긴 종이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것들은 모두 여러 사람들의 필체로 보이는 편지들이었다. 그리고 편지의 내용은 대부분 공통된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했다.

 

 [에드먼드 모젤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

 

  아직 읽지 않은 편지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굳이 다 읽어 볼 필요는 없었다. 경감은 기가찬다는 듯 코웃음쳤다.

 

 "대체 이것들은 전부 뭡니까?"

 "뭐기는. 에드먼드 모젤이 30년 형 받는걸론 모자란다 생각하는 열성적인 신자들의 항의편지지!"

 "이거야 원... 이런걸 보내봤자 우리가 뭔 권한이 있다고."

 "그래. 권한이야 없지. 하지만 이 편지들을 봐도, 자네는 아무 생각이 안드는 건가?"

 

  경감은 편지들을 도로 책상위에 놓으며 콧수염을 쓸었다. 에드먼드의 사건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단건, 그가 풋내기 형사였더라도 금방 알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하게 에드먼드 모젤에 대한 신변을 위협하는 것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그를 놓치고 만것이다.

  일반적인 범죄자야 그렇게해서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실책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에드먼드 모젤의 경우엔 달랐다. 그는 귀족이고 만에하나 저들의 손에 에드먼드의 신변에 이상이라고 생긴다면, 그 원인을 제공한 경찰쪽은 상당한 각오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물론 에드먼드의 신변이 안전하더라도 그를 다시 잡을때까진, 저 사형을 외치는 자들에게 계속 시달릴것도 불 보듯 뻔했다. 어쨌거나 빨리 그를 되찾지 않는다면 여러모로 큰일이었다.

 

 "이거 참! 확실히 여러모로 골치 아프겠군요."

 "골치만 아프겠나! 이번 일이 잘못되면 자네나 나나 옷벗는것 만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 내 말 알아들었나!"

 "그러니 제가 다시한번 책임지고 에드먼드 모젤이 제대로 죗값을 치를 수 있게..."

 "책임? 안그래도 보고서는 아주 자알 읽었네! 경찰 여럿이 여자 하나 상대로 농락당한 꼴을 말이지! 심지어 상대의 협상에 응해서 에드먼드 모젤을 넘겨주기까지 하고!"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경감은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아무리 상대에게 무력화된 상황이긴 했어도, 원칙대로라면 육탄전을 벌여서라도 그녀를 막았어야 했었다. 하지만 경감은 그러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상대가 그런식으로 제압이 가능한 인물이 아니란걸 알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경감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에드먼드를 납치해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했지만, 그는 라나의 이름을 꺼내는 것을 주저하는 듯 보였다.

 

 "어차피 됐네! 에드먼드 모젤의 건에 대해선 우리는 손떼게 됐으니 그리 알아!"

 "네? 어째서 말입니까!"

 "뭘 당연한걸 묻고 그러나! 이번 사건은 내각실에서 자체적인 수사팀을 꾸리기로 했네! 아까 왔다간 자들을 봤으니 알겠지만, 이건 베크햄 공작이 직접 내린 명령이야! 우리에겐 거부권은 없어! 그러니 자넨 에드먼드 모젤에 대해선 아무 생각말고 자네 일이나 걱정해!"

 

  경감은 전혀 납득할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런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어차피 그도 명령에 따라 움직일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서장은 혀를 차며 고개숙인 경감에게 또 한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그것은 경감의 이번 실책에 대한 징계처분서였다. 역시나 아무 징계도 없이 넘어갈리가 없었다. 솔직히 이번일로 해임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징계처분서를 받아든 경감은 찬찬히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그러다 징계 내용에서 멈춘 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래도 이만한 일로 감봉에 근신처분 만으로 끝나는걸 다행이라 생각하게. 그래도 자네가 그동안 공헌한게 있으니 상부에서도 특별히 봐준고라고! 물론 에드먼드 모젤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기 전 까지지만."

 

  한달간 근신과 2개월 감봉. 그가 받은 처분은 그게 다였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봤을 때, 이 정도의 경징계로 끝난건 굉장히 의외였다.

 

 "그러면 이대로 마냥 손놓고만 있으란 소립니까? 에드먼드 모젤이 무사하길 기도나 하라는 겁니까?"

 "나한테 그리 말해봤자 이미 우리에게 수사권이 없어! 자네는 쓸데없는 생각말고 집에서 머리나 식히고 있게! 어차피 그 다리로 어디 돌아다니기도 힘들테고."

 

  서장은 혀를 차며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내저었다. 경감은 여전히 납득할수 없단 표정이었지만, 그가 납득하지 않는다고 윗선에서 생각을 바꿔줄리가 만무했다. 어쩌면 경징계로 그친것도, 우리가 이만큼이나 자비를 베풀었으니 군말하지 말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사실 법무부도 아닌 내각실에서 이렇게 사법과 관련된 권한을 행사하는 게, 따지고 보면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놈의 귀족이라는 이름이 엮이기만 하면, 내각실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게 현실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경감이 베크햄 공작가의 문장만 봐도 치를 떠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이들이 관여한 사건치고 그 결말에 납득이 가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어차피 자네의 실책이 아니더라도, 자네들을 무력화시킬 때 사용했다는 그 검은 안개 때문에 우리 관할을 넘어버렸어. 위에서는 그게 외국에서 들여온 에테르 장치일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네. 만에하나 이 사건에 외국세력이 관련되어져 있다면, 어차피 우리손을 떠난 일인건 마찬가지야."

 "제 생각엔 에테르 장치라기엔 좀 더 복잡한걸로 보였습니다만. 그런식으로 생각 하면 교회랑도..."

 "어쨌거나!"

 

  서장은 곧바로 경감의 말을 끊어버렸다.

 

 "자네가 햇병아리던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휴가도 안가고 일해왔잖나! 물론 랭커튼 밖으로 나가는건 안되겠지만, 이 기회에 휴가간다 생각하고 자네도 좀 쉬라고. 더 이상 그 혈기넘치던 나이가 아니라고."

 "그건 그렇죠. 그렇게 말씀하지 않아도 요새 제 나이는 통감하고 있습니다."

 

  경감은 아려오는 상처부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형사로 살아오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본일이야 수없이 많았다. 젊을 땐 아파도 오기로 움직였다. 하지만 나이먹은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부상이 없었어도 움직일때마다 아픈곳이 한두군데 있기도 했다.

 

 "그래도 어차피 몇 년뒤면 쉬기 싫어도 쉴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 움직일수 있을 때 움직이고 싶다구요."

 "하여간 고집하곤! 어쨌거나 정식으로 수사하는건 물건너갔으니 그렇게 알아!"

 "넵. 명심합죠."

 

  경감은 가볍게 경례를 붙였다. 서장은 미간의 주름이 그의 나이만큼 잡혔을 것 같은 얼굴로, 나가보라는 듯 손짓했다.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수사를 하지 못할뿐이다. 경감은 서장의 말에대해 그렇게 받아들였다. 어차피 근신처분을 받은 그였기에 정식으로 할 수사도 없다. 한동안 남는 것은 시간이고, 그 시간을 무얼 하며 지내란 말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그 동안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할 뿐이었다.

 

 "잊지말게 패터슨. 자네가 저 문을 지나가고 한달동안은 자네가 뭘 하든 내 소관이 아니고, 난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을걸세."

 

  서장은 경감에게 손가락질하며 재차 강조했다. 경감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하는 말이었지만, 경감또한 서장을 잘 알고 있었다. 애초부터 서장도 자신을 말릴 생각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30년 형사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에드먼드의 사건을 이대로 놔둔다면, 그 결말은 자신이 결코 납득할수 없는 방향으로 끝마칠것이란 것을. 무엇보다 수사권 박탈에 대해서 경찰을 관여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그의 직감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는 직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직감은 어디까지나 방향성을 잡는 동기일 뿐이다. 경감은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선, 보다 과거의 사건부터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나 스콧..."

 

  경감은 조용히 라나의 이름을 되뇌었다. 분명 에드먼드를 데려간것으로 보이는 자유혁명군의 여성은 라나 스콧이었다. 자신이 10여년 전 담당했던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필립 스콧 중사의 아내. 그녀가 이 사건에 관여되어 있는건 분명 우연은 아닐거라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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