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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 유죄(2)
작성일 : 19-09-01 21:24     조회 : 95     추천 : 0     분량 : 5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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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송차의 뒷좌석에 앉아있던 에드먼드는, 조용히 바깥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자신의 앞쪽, 운전석에서 숨을 죽이고, 떨리는 손으로 리볼버를 쥐고 있는 젊은 경관에게도 시선을 옮겼다.

  밖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냐에 따라서, 그자의 행동이 그에게 매우 중요했다. 만에 하나 저 홀로 용맹한 여성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면, 경관의 행동이 득이 되지 않을 게 뻔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세상엔 추기경 살해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고서, 30년이란 징역을 사는 것도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분류가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저 정체 모를 검은 안개. 분명 에테르를 이용한 무언가임이 확실했다. 그것을 고려하면 이 상황이 교회와 엮여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과연 무엇이 최선의 선택일까? 에드먼드 머릿속에선 재빠르게 손익의 계산이 이루어졌다.

 

 "거기 경관, 이름은?"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그의 두 눈은, 에드먼드와 차창 밖 어느 쪽에 시선을 둬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길 잃은 강아지처럼 우왕좌왕 했다. 에드먼드는 확신했다.

  저자는 아마 분명히 운전을 할 줄 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경관이 됐을, 그런 부류였다. 무엇보다 앳된 얼굴과 현 상황에 대한 그의 반응. 어지간한 신참 경관인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경관?"

 "캐퍼. 폴 캐퍼 순경입니다."

 

  에드먼드의 차분하고도 당당한 모습에, 순경은 자신도 모르게 경례를 할뻔했다. 그의 목 언저리까지 올라갔던 손을 보고, 에드먼드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침 차 안에는 명령을 받는 게 익숙한 부류와 명령을 하는 게 익숙한 부류. 이렇게 상반되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적절한 패닉. 에드먼드는 지금이, 자신의 의도대로 일을 풀어나갈 유일한 기회임을 직감했다.

 

 "좋아, 캐퍼 순경. 자네의 임무는 뭐지?"

 

  순경은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자신의 손에 든 리볼버를 꼭 쥐고 마른침을 삼켰다. 에드먼드의 한숨과 가로젓는 고갯짓에, 순경은 무언가 변명이라도 하려는 듯, 떨리는 입술을 어떻게 든 멈춰 세워 보려 했다.

 

 "나를 항구로 호송해서, 오컴 교도소로 인계하는 것. 맞지?"

 

  순경은 대답 대신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엔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는, 그 리볼버에 든 6발의 총알이 6번의 기회로 쳐도 힘들 거라 생각하는데. 과연 그 리볼버와 운전대 중 자네가 손에 쥐어야 하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눈앞의 불확실한 위험보다, 교도소 안에서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게 안전하다 판단했다. 무엇보다, 애초에 지금의 사태는 그가 계속 생각해온, 자신의 계획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피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그의 최선이었다.

  에드먼드는 대답을 재촉하듯, 굳이 운전대 쪽을 수갑을 찬 손으로 가리켰다. 한참을 고민하며 흔들리던, 순경의 눈빛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십시오...! 저도 한 사람의 경찰입니다."

 "뭐?"

 

  에드먼드는 그의 역할을 확실히 상기시켜줄 요양으로 한 말이었지만, 젊은 순경의 괜한 자존심만 건드린 결과였다. 에드먼드 한 마디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순경의 공포를 누르고, 그가 하지 못했던 행동을 실행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말았다.

  순경은 에드먼드가 제지할 틈도 없이, 운전석 문을 열었다. 그대로 몸을 낮추며 호송차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에드먼드는 수갑묶인 두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요즘 생각대로 흘러가는 일이 없네."

 

  순경은 차에 몸을 바짝 붙이고, 조금씩 뒤쪽으로 이동했다. 비록 용기를 냈어도, 리볼버를 든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조심히 들키지 않게 고개를 내밀어 여자가 서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아직 그에 대해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순경은 떨리는 손을 붙잡고, 천천히 그녀를 향해 총구를 향했다. 마른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그가 받았던 훈련대로 심호흡을 크게 한번 내쉬고, 숨을 참았다. 총구 끝은 여전히 빠른 심장 박동과 함께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순경의 손 떨림이 멈췄다. 호송차에 기댄 그의 몸이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힘없이 무너지는 몸이 향하고 있던 방향엔, 어느새 왼손의 총구를 향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서 있었다.

 

 "제기랄! 캐퍼!"

 "결국 한 명이 희생됐네. 괜히 시간 끌면 희생자만 더 늘 뿐이야, 경감."

 

  여자는 왼손의 피스톨이 향한 방향을, 싸늘한 시선과 함께 경감과 무장경관들 쪽으로 다시 돌렸다.

  경감은 피를 너무 흘렸는지, 점점 창백해져 가는 안색과 함께 많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는 직감했다. 검은 안개에 가린 여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신원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캐퍼 순경을 처리하는 정확하고 빠른 그 몸놀림이,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걸 말해줬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런 것이 가능할 인물의 명단이, 딱 하나,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 기억에 경감의 창백한 안색이 더욱 납빛이 되었다.

 

 "그러니까, 얼른 투항하고 에드먼드 모젤을 이쪽으로 넘겨. 항구 쪽 경비대가 와봤자, 늘어야 할 시체만 더 늘 뿐이야."

 

  경감은 몇 초간 더 고민을 하나 싶었지만, 결국 체념과 함께 결정을 내려버렸다. 경감은 조용히 고갯짓으로 지시를 내렸지만, 경관들에겐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 한들 상관의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다들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던 기관단총을 일제히 바닥에 내려놓고, 양손을 머리 뒤로 한 채 투항 의사를 밝혔다.

  경감의 명령을 받은 한 경관이 손은 머리 뒤로 그대로 둔 채, 호송차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한 손을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차 문 너머로 심기 불편한 에드먼드의 얼굴이 보였다.

 

 "에드몬드 모젤. 당신을 저쪽에 넘겨야겠습니다."

 

  경관은 그리 말하고선, 에드먼드의 손의 수갑을 풀었다. 자유가 아닌 자유의 몸이 된 에드먼드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수갑이 죄고 있던 자릴 매만졌다. 그리고 다리에서 피를 흘리는 경감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타고 있던 호송차 뒤쪽에 쓰러져있는 젊은 순경의 모습에도 시선이 갔다.

  얼굴이 찌푸려지는 건 참지 못했지만, 그나마 욕설이 치밀어 오르는 건 참았다. 본의 아니게 자신이 그의 죽음을 부추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자, 죄책감과 함께,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를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인정해야 했다. 현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일은 없다.

  에드먼드는 작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시 차분해진 얼굴로 경감 쪽을 바라보았다. 경감의 얼굴엔 그의 표정과 정반대로, 여러 가지의 감정이 뒤섞여있었다.

 

 "캐퍼 순경의 일은 유감이군."

 "에드몬드 모젤! 이대로 당신 생각대로 일이 흘러갈 거라 생각지 마쇼! 내가 반드시 당신네 집안과 저들과의 관계를 낱낱이 밝히고 말 테니!"

 

  경감의 얼굴은 출혈에 창백해졌음에도, 끓어오르는 분노로 얼굴이 일시적으로 붉어졌다. 에드먼드는 그의 말이 오해라고 정정해주고 싶었지만, 솔직히 이제는 자신을 변명하는 데 지쳐 있었다.

  일순간 에드먼드의 차갑게 식었던 눈빛에 작은 불꽃이 번뜩였다. 불현듯이 경감이 한 말이 돌려 기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패터슨 경감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데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생각에 미치자, 입가에 보이지 않는 미소가 스며들었다.

 

 "그래서 내가 저들과 한패이기 때문에 추기경을 살해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매우 그럴듯한 동기로군 그래. 훌륭한 명 추리신걸, 경감."

 

  에드먼드는 추기경 사건에 대한 에드먼드의 동기에 호기심을 보였었다. 그것을 단순한 흥미에서 중요한 단서로 여기게 만든다면, 오히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데 필요한 증거에, 그가 접근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 이후는 문제이겠지만, 당장은 생각할 부분이 아니었다.

  에드먼드의 도발이 제대로 걸렸는지, 경감의 두 눈에선 강한 분노와 결의가 느껴졌다.

 

 "내가 꼭, 그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면상이 무너지는 꼴을 보고 말 거요."

 "그럼 수고하길, 경감."

 

  에드먼드는 가볍게 경감을 향해 묵례를 남기고, 여자가 서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여전히 경관들을 향해 피스톨을 겨누고 서 있었다. 다가오는 에드먼드를 보면서도, 경관들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캐퍼 순경을 쏠 때도 그렇고, 지금의 모습을 보아도 분명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 분명했다. 아무리 자유혁명군이라고 자칭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민간 사이에 생겨난 조직에 불과했다. 남자라 하더라도 그런 사람은 드물었다. 하물며 여자라고 한다면 더욱이. 그 때문에 에드먼드 역시, 눈앞의 여성이 누군지 유추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라나 스콧. 십여 년 전 대륙에서의 대전에서 활약했던, 브리카 왕국 최초의 여성 특수 부대원. 당시에 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이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에드먼드는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한때 국가를 위해 싸웠던 그녀가, 지금은 국가에 반하는 조직에 들어가 있단 사실은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9년 전 그녀에게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당신이 에드몬드 모젤? 당신도 알겠지만 사진 같은 건 하나도 돌지 않아서 말이야. 추기경 살해범인데도 말이지."

 

  라나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지만, 어딘가 가시가 돋친 한마디였다. 지금의 귀족과 교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 체제에 불만을 가진 자유혁명군 다웠다. 하지만 또 그녀의 말이 불합리한 현실의 단편이기도 했다. 에드먼드가 추기경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고 유죄판결을 받게 된 지금까지, 귀족의 권위 보호라는 명목으로, 조그마한 사진조차 신문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자유혁명군의 일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어째서 나를?"

 "뭐, 얘기는 가면서 천천히 하자고."

 

  라나는 고갯짓으로 뒤쪽의 골목을 가리켰다. 에드먼드는 제발 저 골목이 자신의 무덤은 아니길 빌며, 라나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으로 향하는 중간중간 스치는 그녀의 시선이 뭔가 모를 섬뜩함이 느껴졌다.

  에드먼드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경관들에 대한 경계를 낮추지 않을뿐더러, 그 경계 대상에 자신까지 집어넣고 있는 치밀함. 덕분에 그녀가 그 라나 스콧이라는 짐작은, 더욱더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 검은 안개는 그녀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경관들을 모두 살해하고 자신을 빼내 왔을 거라 확신했다.

  두 사람의 모습이 골목 속으로 사라지자, 경관들을 감싸던 검은 안개도 사라졌다. 그제야 황급히 두 사람을 쫓으려는 몇몇 경관을, 경감이 제지했다.

 

 "됐다. 죄인 호송은 실패다. 우선은 현장 수습부터 하자고."

 

  어차피 쫓아봤자 헛수고일 거라고, 경감이 낮게 중얼거렸지만 들은 사람은 없었다.

  경감의 응급처치도 끝나가고, 죽은 캐퍼 순경의 시신 수습도 끝나갈 때쯤. 총성을 듣고서 출동해온 항구 경비대의 차량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경감은 부하의 부착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30년간 도시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다리를 혹사한 덕에, 요즘 무릎이 종종 시큰거릴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거기다 허벅지에 총알구멍까지 나다니. 경감은 절로 에구구 하고 앓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몸을 일으킨 경감은 주변을 둘러보며, 괜스레 수염을 벅벅 긁었다. 주변은 동료의 죽음과 적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굴욕과 패배감에 휩싸인, 무거운 공기만 가득했다.

 

 "쯧! 이제 내 평생 승진은 물 건너 갔구먼!"

 

  어차피 승진보다 은퇴가 먼저일 나이였다. 비록 이제 몇 년 남지 않을 그의 경관 생활이, 여러 의미로 순탄치 않을 것이, 굳이 형사의 직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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