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을 알리는 안내멘트에 눈을 떴다.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고,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선회하며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항을 나온 리무진 버스는 반포대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버스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난, 충격적인 건축물과 마주쳤다.
옆의 남자에게 물었다.
“저건 뭐하는 건물인가요?”
남자는 날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
“오랜만에 한국에 오시나 봐요. 저건 교회예요.”
“예? 저게, 교회 맞아요?”
재차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두바이에서 본 사막 위의 스키장을 연상케 했다.
그저 멍하니,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랬다. 내 눈에 그것은 현대 자본주의가 낳아놓은 한 마리 괴물이었다.
‘저 안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저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저 안의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저곳의 화장실에 앉아서 똥이나 제대로 눌 수 있을까?’
“하, 하, 하······.”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오 년간 내가 비워 놓았던 이 자리에서, 자본주의가 바꿔놓은 현실과
마주했을 때, 난 그저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었다.
‘이건 아닌데······.’
이모님은 날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니 이게 얼마 만이냐?
이제 일흔을 넘기신 이모님은 오 년 전 떤날 때보다 많이여위어계셨다.
“예, 오 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난 이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안부부터 물었다.
“키가 더 큰 거 같은데?”
“아이, 이모님도, 키가 크다니요, 나이가 몇인데 키가 커요.”
“아무튼, 건강하니 다행이다. 다, 주님께서 보살펴 주신 덕분이지.”
“교회에 다니세요?”
“그래, 작년부터 여의도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
창빈 에미가 하도 성화길래 얼떨결에 따라 나갔지. 이 나이에 교회 집사가 됐단다.”
원래 이모님은 불교 신자셨다.
“선화는 어디 갔나요?”
“응, 걔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됐는지 밖으로만 싸돌아다녀. 쯧, 쯧......”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문소리가 들리고 선화가 들어왔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껴안으며 말했다.
“오빠, 이게 얼마 만이니?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그래, 자식, 몰라보겠구나.”
천의 고아였던 선화는 어려서 이모님이 다니던 절의 주지 스님이
데려다 키우던 애였다. 그녀가 11살 때 스님이 돌아가시자,
오갈 데 없던 그녀를 이모님이 데려다 키웠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 스물두 살이 된 것이다.
이모님께서 일어서시며 말씀하셨다.
“선화야, 준비해라. 수요예배 가야지. 너도 같이 가자.”
평일인데도 예배가 있나 보다.
“예, 그러지요.”
난 마지못해 이모님을 따라나섰다.
교회는 웅장한 두바이의 이슬람 모스크를 닮았다.
주일이 아닌데도 이천 석이 넘는 자리가 신도들로 꽉 차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선화가 내 팔을 잡으며 따라오라고 했다.
“이모님께서 오빠 데리고 사무실로 가서 등록시키래.”
“등록은 무슨, 난 카톨릭인데.”
“그냥 등록만 해. 이모님 성격 알잖아?”
난 마지못해 선화를 따라 교회 사무실로 가 등록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이름과 주소, 연락처, 직장과 월수입······.
‘신도 등록하는데 월수입도 적어야 하나?’
어거지로 등록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자,
대규모 관현악단과 합창단의 찬송가가 울려 퍼지며 예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TV에서 보았던 차범석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오늘의 말씀은 신명기 14장, 28절에서 29절······.”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목사의 설교는 십일조와 건축헌금에 관한 내용이었다.
목사는 3천 년 전 유대인들의 고대 율법에 나오는 전설들을 가지고 와
신도들에게 수입의 일 할을, 신의 이름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이 땅에 주님의 이름으로 지어지는 세계 최대의 하나님의 궁전,
‘성화궁’을 위해 통성으로 기도합시다.”
목사는 피를 토하고 있었고, 그가 말을 마치자,
그곳에 모인 2천여 신도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의 소리로 통성기도를 시작한다.
동자가 없는 하얀 눈에서 눈물을 비 오듯 쏟으며 짐승의 소리로 울부짖는다.
난, 그 엄청난 소리의 파장이 건물의 구조를 진동시키고 있는
공간 속에서 귀를 막으며 참아야 했다.
그날 저녁, 난 선화를 데리고 나와 시내구경을 나섰다.
오랜만에 거리의 음식들을 맛보며 시내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우리는 작은 카페에 마주앉아 맥주를 마셨다.
“너, 남자친구는 있니?”
“응, 만나는 사람이 있어. 출판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인데
사람이 착하고 따뜻한 거 같아.”
“그래, 그거 반가운 얘기구나. 넌 외롭게 자랐어. 네겐 따뜻한 남자가 필요해.
그나저나 이모님께서 교회에 나가신 지는 얼마나 됐니?“
“한 이년 됐어. 얼마나 열심이신지 일주일에 서너 번씩 교회에 가자고 하셔.
안 따라갈 수도 없고, 허구한 날 교회 사람들이 집에 몰려와 두세 시간씩
기도 다, 뭐다, 아무튼 죽겠어.”
선화는 마지못해 이모님을 따라 교회에 다니지만 마땅찮은 모양이었다.
“그렇게라도 마음 붙이실 데가 있으니 됐다.
근데, 그 목사가 말하는 ‘성화궁’이 뭐니?”
“아, 그거? 올 초에 시작한 교회 사업이야. 규모가 어마어마해.
여섯 개의 대형교회가 함께 시작하는 사업인데,
경기도 용인에 140만 평의 부지를 사 놓았어.
거기에 교회와 기도원, 기숙사를 짓는대.
방문객을 위한 호텔도 짓고 300개의 병상을 갖춘 병원도 짓는다고 했어.
사업자금이 2조 원이 넘는다나 봐. 3년 계획인데 벌써 입주 신청을 받고 있어.
신도들이 재산을 정리해서 교회에 기부하면 입주 자격이 주어져.
그들은 그곳에 살며 매일 기도하며 여생을 보내게 되는 거야.
물론 먹고 자는, 모든 게 무료로 주어진대.
신청자 중에 젊은 사람들도 꽤 있나 봐.”
난 그녀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혹시, 장기기증 운동 같은 얘기는 없었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 거기 들어가려면 사후 장기 기증서에 서명해야 한데.
이모님도 성화 궁이 지어지면 재산 정리해서 거기로 들어가실 계획인가 봐.”
“그렇구나!”
“근데 오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냐, 그냥 얼떨결에 생각이 들어 물어 본 거야.”
그날, 난 한국에서의 첫 밤을 이모님 댁에서 묵었다.
아침을 먹고 난 두바이 현장의 본사가 있는 충무로 남성 빌딩을 찾았다.
현장 소장으로 있었던 김정훈 이사는 사무실에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어제서야 돌아왔습니다.”
“그래, 앉게나. 귀국이 좀 늦었네?”
“예, 오는 길에 터키에 들렀었습니다.”
“그러잖아도 전화하려던 참이야.”
“무슨 일 있나요?”
“응, 사우디, 제다 현장에 문제가 좀 있어. 내가 가 봐야 할 것 같아.
교각 밑의 미디언 배리어(도로의 중간 분리대)가 문제야.
두 개의 철판 몰드로 샘플을 찍었는데 3번이나 빠꾸 맞았어.
P.C.'(조립식 콘크리트)의 철판 몰드가 이형 곡선이라 제품을 붙여 놨을 때 이가 안 맞아.“
“이가 안 맞다니요?”
“A몰드에서 나온 콘크리트 제품과 B몰드에서 나온 제품을 붙여 놓으면
곡선 부분이 다르다는 얘기야. 아직 이형 곡선을 접는 벤딩 기술이 없어.
설계 변경을 요구했지만, 감독 회사가 거부했지. 무조건 맞추라는 거야.”
“몰드가 총 몇 개나 필요합니까?”
“올해 안에 8천 개를 찍어내야 하니까, 최소 150개가 필요해.”
그는 p.c.(조립식 콘크리트) 설계도를 내게 보여주며 사정을 얘기했다.
난 두바이에서 P.C.설계사로 5년을 김 이사와 일했다.
난 한참 동안 도면을 드려다 보고 말했다.
“저는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일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힌트를 하나 드리지요.”
“자네만 한 P. C. 전문가를 찾기는 어려운데, 문제로군.
그래, 그 힌트란 게 뭔가?”
난 종이에 그림을 그려 가며 설명을 했다.
“예, 몰드를 철판이 아니고 F.R.P.로 만드는 겁니다.
일단 도면대로 목형을 하나 만들고요, 그 목형 위에 F.R.P.를 부어
150개의 F.R.P.몰드를 찍어냅니다.
하나의 목형에서 찍어낸 몰드니 당연히 모양이 똑같을 수밖에 없지요.
재료비는 좀 더 들겠지만 벤딩을 하지 않아도 되니 몰드 원가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군. 역시 자네는 이 분야에 전문가야.“
김이사는 내가 준 아이디어에 만족했다. 난 이때다. 싶어 그에게 말했다.
“이제 제가 문제를 해결해 드렸으니 한 가지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어, 그래. 말해 봐. 내 힘으로 되는 거라면 들어 줘야지.”
“두바이 현장에서 저와 함께 있었던 필리핀 전기 엔지니어 아시지요?”
“응, 사니 말인가?”
“예, 그 친구가 요즈음 일이 없나 봐요. 사우디 가실 때 사니를 데리고 가 주십시오.”
“알았어. 그렇게 하지.”
이렇게 해서 사니의 일자리가 결정되었다.
난 김 이사의 사무실을 나오며 그동안 못 보았던 내 친구, 동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누구야? 준수 아니야? 언제 돌아왔어?”
“그래, 어제 돌아왔다. 퇴근 시간 다 된 것 같아 전화했어. 얼굴 한번 보자.”
박동근. 이 친구는 나와 고등학교 동창이고, 전공은 달랐지만 같은 대학을 다녔다.
신방 과를 졸업한 그는 신문사 수습기자로 사회의 첫발을 디뎠다.
대학 시절부터 진보성향이 강했던 그는, 기자로서 재벌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사를 썼고
데스크의 미움을 사 쫓겨나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진보 성향의 작은 신문사에 기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며 5년 만에 마주 앉았다.
다니는 직장은 견딜 만하냐?“
“뭐, 그냥······. 월급은 적어도 쓰고 싶은 기사를 마음껏 쓸 수 있으니 스트레스는 없다.”
동근은 다시 물었다.
“그래 언제 또 나가니? 이번엔 어디야?”
“당분간은 한국에 있으려고 해. 너처럼 글이나 쓰면서 좀, 쉬어야겠다.”
“글을 써? 무슨 글을 쓰는데?”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고, 그냥 황당한 추리 소설을 하나 써 볼까 해.”
“하, 하······. 그래, 그거 좋지. 쉬면서 소설을 쓴다? 내겐 참 꿈같은 얘기구나. 부럽다.”
그날 저녁 우리는 그렇게 회포를 풀었다.
소주 두 병을 둘이서 비우고 이모님 집으로 돌아왔다.
이모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고, 선화가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오빠, 술 마셨구나. 저녁은?”
“응, 동근이 만나 소주 한잔 했어. 들어가 쉬어라.”
방으로 들어와 노트북을 열었다.
아일린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보고 싶은 분에게,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간 기분이 어떠세요?
고향은 엄마 품 같지요.
늘 그곳에 있고,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 고향인 거 같아요.
이스탄불 강림교회 여직원인 피오나와는 많이 친해졌어요.
마치 오래 사귄 친구 같아요. 피오나는 우리 일에 적극적이고, 신뢰가 가는 여자예요.
제가 당신 얘기를 했더니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준 정보예요.
강림교회의 장기 기증운동은 이라크와 시리아 쪽에서 넘어오는 난민들이
주 대상인거 같아요.
그녀가 빼내온 명단에 의하면, 기증받은 장기는 앙카라의 ‘강림원’이라는
병원에서 제삼자에게 이식되고, 병원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요.
그렇게 모인 돈은 L.O.P.재단의 마드리드 본사로 넘어가고,
다시 거대한 자금이 이스탄불 강림교회의 신경식 목사 계좌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신 목사는 그것을 한국의 ‘성화재단’이란 계좌로 보내는 거예요.
신경식 목사와 강림교회 그리고 강림원의 계좌 내역을 사진 파일로 첨부했어요.
여기까지예요. 또, 메일 드릴게요.
-아일린-“
이제 이 거대한 조직의 움직임과 자금의 흐름이 윤곽을 잡아 나간다.
이렇게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속살이 드러나는 것을, 사람들은 왜,
그들의 말을 신뢰하는 걸까?
증거를 찾아야 해. 그리고 성화궁을 막아야 해.
적어도 이 땅에 괴물이 자리를 잡는 걸 보고 있을 수많은 없어.
무언가 막연한 사명감에, 가슴속 저, 밑바닥부터 의지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리고 난, 사니에게 메일을 썼다.
“안녕하신가 친구!
오늘 성산건설 김이사를 만났어.
그에게 네 이야기를 했어. 다음 달에 사우디 제다 현장에 간대.
그때 너한테 연락을 할 거다. 그리고 넌 사우디 현장으로 가게 될 거야.
그리고 네게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
지난번 성요한 교회에서 빼내온 자료에 의하면,
L.O.P.재단으로 오고 간 은행계좌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메트로뱅크, 301-114-1678이고,
다른 하나는 BDO뱅크, 1164-7010-814야.
예금주는 벤자민 신부다.
두 개의 은행으로 가, 이 계좌의 지난 거래 내역을 입수 해야 해.
어렵겠지만 필리핀이니 가능하리라 본다.
그리고 몸조심하는 거 있지 말고.
-Kenneth-
난 메일의 Send 버튼을 누르고 잠시 눈을 감았다.
자료가 싸여 가고 있었다.
이제 모인 자료들을 어떻게 꿰어 맞춰야 하나······.
목에 걸려 있던 앙크 십자가의 흑요석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시면서 이모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도 이제 교회에 등록했으니 교회일 좀 해보지 않겠니?”
“예? 교회 일이라니요? “
“응 어제저녁에 당회장 목사님께서 전화하셨다.
네가 건축사라는 걸 등록 서류에서 보시고, 널 좀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구나. “
“왜 저를 만나고 싶어 하신데요?”
“알다시피 성화궁 건축이 시작됐으니 교회에도 건축 일을 아는 사람이
필요한가 보더라. 아침 먹고 나하고 교회에 가 봐야겠다. “
난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잠시 후 자세를 고쳐 앉으며,
“예, 그러지요. 저도 어제 교회에 다녀온 후로 교회 일에 참여해 보고 싶었어요.”
성화는 의외라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난 성화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이 교회의 당회장인 차범석 목사는, 여비서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
이모님과 나를 반갑게 맞았다.
목사의 집무실은 교회의 6층 꼭대기에 있었는데,
60여 평의 사무실이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아이고 목사님, 제 조카 아이예요. 중동에서 일 마치고 어제 돌아온걸
제가 끌고 나왔지요.”
이모님께서는 쓸만한 신도 하나를 데리고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
아, 그래요? 중동 어디에 있었지요?“
“예, 이집트와 두바이에서, 설계 감리 일을 주로 했습니다.”
“그것참 반가운 얘기군요. 그래 건축사라고 들었는데.”
“예, 송구스럽습니다.”
“음, 본론으로 들어가지. 만나자고 한 것은,
우리 교회가 주축이 돼서 작년에 시작한 성화궁 건축 사업 때문이야.
작년 말까지 설계가 끝났고 올 초에 건축 공사가 시작되었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 자체 감리 팀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일을 맞고 있는 최일권 장로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아직 팀도 꾸리지 못했어.
최 장로 요청 있었고, 팀을 운영할 만한 사람을 찾던 중 자네를 지목하게 된 거지.
어때? 일을 맡아 보겠나?“
“예, 목사님. 맡겨 주시면 힘 닫는 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됐네. 오늘부터 집사 직분을 줄 테니 Q.C(품질관리)팀을 만들어 보시게.
자금은 얼마든지 지원 할 테니, 너덧 명 정도로 시작해봐.
비서가 신도들 중 건축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줄 거야.
그중에서 같이 일할 사람들을 추려보고, 아래층 사무실 하나를 비워 놨으니,
필요한 집기를 말해주면 비서가 준비해 줄 것이네.
교회의 명운이 걸린 사업이야. 최선을 다해주게.“
목사는 대기업 회장과 같은 풍채를 풍기며 권위와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었다.
목사와의 면담을 마치고, 비서가 안내해주는 아래층 사무실로 내려갔다.
40여 평이 넘는 공간은 너덧 명이 일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난 목사의 여비서에게 업무에 필요한 집기와 도구들을 적어주고
그녀가 건네주는 신도들의 명단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모님께서는 대견해 하시며,
“우리 준수가 하루 만에 집사가 됐네. 중책을 맡았으니 열심히 해서 실력을 보여줘야지.”
“예, 이모님. 잘 하겠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웠다.
먼저, 교회에서 받은 신도들 명단에서, 그들의 이력을 기준으로 3명을 추렸다.
그리고 한 명, 송선화의 이름을 추가했다.
‘이제 싫든 좋든 괴물의 집 안으로 들어온 거야. 먼저 그들에게 신뢰를 쌓아야 해.
그래야 그들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
난 외출 준비를 하는 선화를 불렀다.
“선화야, 나 좀 보자.“
그녀가 방으로 들어오고, 난 선화에게 내 생각을 얘기했다.
“오빠가 왜 교회 일을 맡았다고 생각해?”
“그야, 오빠 맘이지. 하지만 좀 이상했어.”
“난 말이야, 한국에 오기 전 터키에서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어.
교회와 관련된 고문서야. 그리고 그 비밀을 알게 된 거야.”
난 선화에게 파피루스와 관련되어 내게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상대를 설득시켜 그의 동의를 구하는 방법은 먼저 자신이 솔직해 져야 한다.
난 그걸 알고 있었고 그녀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날 신뢰했고, 나의 일에 동참하길 원했다.
“성화궁 안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나도 궁금해지네.
“그래, 오빠와 교회일 한번 해보지 않을래?
“와! 오빠 정말 끝내준다!. 좋아. 호랑이를 잡으러 오빠와 함께 호랑이 굴로 들어 가는 거야.”
그녀는 한 손을 들어 내 손뼉을 마주쳤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