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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파피루스의 비밀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4
파피루스의 비밀 더보기

문피아
https://blog.munpia.com/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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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축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이상한 건축가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평범한 건축물들 속에서,
그 하찮은 건물이 내게 전달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나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언제나 그 건물에게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잠들어 있던 건물은 그제서야 깨어나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줍니다.

2003년 8월, 저는 터키의 시골, ‘안탈리아’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우연히, 지중해가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아주 오래된, 그로테스크한 교회를 보았습니다.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비잔틴이나 오스만의 건축양식도 아닌,
이 방치된 낡은 교회건물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진을 찍고, 건물의 구조와 규모, 미술사적 건축양식의 특이점들을 기록하고 있을 때,
저는, 갑자기 밀려드는 걷잡을 수 없는 영감과,
그 건물이 나에게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전달하려는 메시지들을 주체할 수 없어,
아무도 없는 교회 바닥에 그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이 그로테스크한 건축물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요.

자, 이제, 수없이 많은 다양한 건축물들이 그동안 내게 전달해왔던
수많은 메시지들을, 저의 상상력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시렵니까?

 
파라오 -제 17화
작성일 : 16-09-16 18:55     조회 : 462     추천 : 0     분량 : 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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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사무실을 나오자 레오파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를 레알타드 거리에 있는 ‘리츠’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미리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체크인 하시고 키는 카운터에서 받으시면 됩니다.

 호텔 내의 시설은 얼마든지 이용하셔도 됩니다.

 계산은 저희가 합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화강암으로 지어진 호텔, ‘리츠 마드리드’는 6층밖에 안되었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5성급 호텔이었다.

 재단에서 잡아 놓은 디럭스 룸은, 핑크빛 카펫이 깔려 있었고, 르네상스 풍의 벽면 장식과

 샨델리아가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난 짐을 정리하고 창 옆의 의자에 앉아 잠시 머리를 뒤로 젖혔다.

 머리가 아팠다.

 

 피오나의 해맑은 얼굴이 분노와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가 죽기 전에 외친 목소리가 들린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개새끼!”

 내 눈은 울고 있었고 내입은 웃고 있었다.

 

 그렇게 앉은 채 몇 시간이 흘렀을까? 내 몸은 지쳐 있었고,

 정신은 피폐해 있었다.

 

 그때 호텔 전화기가 울렸다.

 “누굴까?”

 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나, 제이콥 박사요. 어때, 호텔은 지낼 만한가?”

 난 의문이 들었다. 이 노인네가 왜 전화를 한 것일까?

 “예, 박사님. 덕분에 편히 쉬고 있습니다.”

 “미안하네. 쉬는데. 다름이 아니고, 난 매일 아침 리츠호텔 근처로 아침 산책을 한다네.

 자네도 나와 아침 산책을 즐기지 않겠나?”

 “아. 물론이지요, 박사님.”

 “그래, 내일 아침, 8시에 호텔 건너편 고야 동상 앞에서 만나지.”

 

 노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자산이 5경이 넘는 재단 이사장이 왜 나와 아침 산책을 하려는 걸까?’

 

 열어 놓은 창문 너머로 플라멩고 기타 소리가 들린다.

 마드리드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나는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아침을 커피 한잔으로 때우고, 가벼운 복장으로 호텔을 나왔다.

 

 고대 박물관을 돌아 프라도 미술관을 건너, 스페인의 국민 미술가,

 고야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공원까지 뛰었다.

 이미 제이콥 박사는 고야의 동상 옆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일찍 나오셨군요. 박사님.”

 “노인 은 읽고 있던 신문을 접어 벤치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뛰어왔나 보군, 잠시 앉아 쉬게나.”

 “제게 무슨 할 말씀이 있으십니까?”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노인이 입을 열었다.

 “난, 자네가 탐이 나네. 자네에게서 신뢰와 결기를 볼 수 있어. 난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네.”

 “과분한 평가 이십니다.”

 “아니야, 내 말 잘 새겨듣게.

 난 한국의 성화궁 사업에 무려 2조를 쏟아 부으려 하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 “

 ”무엇이 걸리십니까? “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뢰가 안 간다는 거야.

 차 목사와 최장로. 그리고 터키의 신경식까지도. 그들의 눈빛에서 신뢰를 읽을 수 없네.

 그들이 보고 해오는 보고서와 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에도 차이가 많아.

 

  난 이 사업 속에 내 사람이 필요하네. 지금의 그들은 내 사람이 아니야. 뭔가 냄새가 나.”

 노인은 심각하고 신중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말씀을 제게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만난 지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 저를 신뢰하십니까?

 그분들은 박사님과 오래된 사람들입니다.”

 “사람을 평가 하는데 시간이 중요 한건 아니야. 느낌이 중요하지.

 난 자네와의 짧은 만남에서 신뢰를 보았어. 그리고 난 나의 감각을 믿네. “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지금까지와 같이 일을 하되, 그들의 행동을 분석해서 나에게 보고해 줘야겠네.”

 “저보고 감시자 역할을 하라는 말씀이군요.”

 그래. 이 사업을 성공 시켜야 하네. 건축이 완공되면 그땐 자네가 이 사업의 주체가 되게 될 거야. 해보겠나? “

 “제 생애에 가장 힘든 결정을 요구하시는군요. 지금 대답 해아 합니까?”

 “오늘 저녁 아홉시 비행기를 탄다고 들었네. 떠나기 전에 연락 주게. 기다리겠네.”

 “만일 제가 No.를 한 다면요?”

 “성화궁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될 거야.”

 

 그는 일어서며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지팡이를 짚으며 멀어져 가는 노인의 모습을, 잠시 동안 바라보며 그대로 앉아 있었다.

 

 난 호텔로 돌아와 다시 창문 옆 의자에 앉았다.

 나는 이스탄불을 떠날 때부터 이 게임에 자신이 없었다.

 상대가 너무 강했다. 그리고 난 너무 약했다.

 

 이스탄불에서 마드리드까지 3시간 반의 비행시간 동안 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난 약하고 적은 강하다. 약한 내가 어떻게 강한 적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피오나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포기할 수 없다는 의무감에, 나는 다시 결기를 다지고 또 다졌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차도살인(借刀殺人)’ 이었다.

 그들을 죽이기 위해 그들의 칼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 방법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적진에 깊이 들어가 적의 칼을 빼앗아야 한다.

 난 적의 칼로 적을 죽일 것이다.

 

 난 그들의 칼을 잡아 신경식의 목에 꽂을 것이다.

 

 호텔로 돌아온 나는 점심을 거른 채 4시간을 앉아 있었다.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제이콥 박사님 부탁합니다. 한국에서 온 Mr. Jung 입니다.”

 잠시 후 노인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래, 결정했나?”

 “예, 하겠습니다. 성화궁을 완성해야 하니까요.”

 “좋아. 공항으로 가기전 사무실에 들르면 비서가 봉투를 하나 줄 거야.

 그 안에 자세한 내용이 들어 있으니 읽어 보게나.

 노파심에 덧붙이겠네.

 난 자네에게 신뢰를 주었네. 자네는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생각해 보게. “

 

 노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난 짐을 정리하고 호텔을 나왔다.

 그리고 L.O.P. 재단 본부로 갔다.

 

 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비서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파란색 봉투 한 개를 내게 주었다.

 봉투는 앙크십자가의 인장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난 비서가 주는 봉투를 받아 상의 안주머니에 넣고 사무실을 나왔다.

 

 바라하스 공항을 이륙한 터키항공의 보잉 747기는 두바이로 날기 시작했다.

 

 일부러 창가의 좌석을 택한 나는, 옆자리의 승객이 의자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자,

 파란색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는 한 개의 ATM 카드와 한 장의 종이가 들어 있었다.

 앙크 문양의 로고가 찍힌 L.O.P. 재단 헤드레터 밑으로 고전적인 알파벳의 글자들이 정갈한 모습으로 인쇄되어 있었다.

 

 본명 : 정 준수

 암호명 : 파라오

 레벨 : 2

 핫라인 : Tel- 34-91-2664 5602, E-mail- lionsofpaul@gmail.com

 --------------------------------------------------------------------------

 -동봉한 카드 안에 미화 15만 불이 입금되어 있습니다.

 잔고가 2만 불 이하가 되면 상기한 핫라인으로 추가 입금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한도는 없습니다.

 이 서류를 읽으셨으면 즉시 폐기하십시오.

 -바울의 사자들-

 

 난 화장실로 가, 종이를 잘게 찢어 변기 안에 넣고 세척밸브를 눌렀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서류는 창공으로 흩어졌다.

 

 4시간 후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나는, 대한항공으로의 환승을

 기다리며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을 열고 아일린에게 메일을 썼다.

 

 “슬퍼하고 있겠지?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마드리드에서 난, 그들의 핵심조직 안에 한발 더 들어설 수 있었어.

 그들 속에, 그들의 모습으로, 그곳에 있었던 이틀 동안 난 피오나와 함께 있었다.

 한시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어.

 이제 준비가 끝났다.

 그리고 실행한다.

 슬픔을 누른 채 지켜봐줘.

 

 이틀 후, 이스탄불 경찰에 가명으로 피오나의 실종 신고를 내.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슬픔이 견디기 힘들 땐 아부스 언덕에 올라 지중해를 쳐다봐.

 그곳에 내가 서 있을 거야.

 

 보고 싶구나.

 

 -Kenneth-"

 

 난 인천 공항을 빠져 나오며 최일권 장로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그래, 결과는 어떻게 됐나?”

 “곧 예산집행이 시작 될 겁니다.”

 “성공했다는 말이군! 좋아, 아주 좋아. 해냈군! 지금 어딘가?”

 “공항입니다. 바로 대광교회로 가, 차목사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내가 미리 전화해 놓지.”

 전화통화에서 그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평일 예배가 없는 날이라 그런지 교회는 썰렁했다.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자 차목사는 반갑게 일어나서 나를 맞았다.

 “여어! 정집사, 일이 잘되었다며? 방금 최장로에게서 전화를 받았네.”

 “예, 잘 되었습니다. 며칠 후 재단의 최종 인스펙션팀이 한국으로 올 겁니다.

 형식적인 프로세스지요. 그리고 바로 예산집행이 시작 될 겁니다.”

 “좋군. 일을 잘 처리해 주었어. 자네가 큰일을 한 거야.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인스펙션 준비를 철저히 해주게나.”

 

 난 당회장실을 나와 선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야. 지금 도착했다. 어디니?”

 “와! 오빠 오기만 기다렸어. 간일은 잘 됐어?”

 “그래, 지금 어디냐? 잠시 밖에서 보자.”

 

 난 건축팀 사무실에 트렁크를 놓고 교회를 나왔다.

 택시를 내려 한남동 레오나 카페에 들어서니, 선화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니?”

 “글쎄, 공정 보고는 1프로 오른 걸로 올라오는데 잘 모르겠어.

 그나저나 L.O.P. 재단 이사장은 어떻게 생겼어? “

 “응, 그냥 평범한 시골 촌로같이 생겼더라.”

 “그래? 난 대단하게 생긴 사람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며칠 전 최장로님이 나보고 은행에 가서 통장을 정리해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어.

 혹시나 해서 내가 복사해 놨어. 이거야. “

 

 난 그녀가 내놓는 복사지를 유심히 살폈다.

 이스탄불의 데니즈 뱅크와 외환은행의 계좌로 작지 않은 금액이

 오고 간 내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큰일을 했구나. 중요한 정보들이야.”

 선화는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선화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와 이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교회 일로 유럽에 다녀왔다며?”

 “예, 일을 마치고 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들어가 쉬어라.”

 

 난 일어서려다 말고 다시 앉아 이모님께 말했다.

 “그리고 이모님, 전 내일 교회 가까운 곳에 작은 오피스텔을 하나 얻어

 옮기려고 해요. 이왕 시작한 일인데 열심히 해야지요.

 아무래도 교회 가까운 곳에 있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내 잔소리가 듣기 싫어 나가려는 건 아니겠지?”

 “아이, 이모님도.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교회일 열심히 하려는 거예요.”

 “알았다. 그렇게 하려무나.

 그건 그렇고, 너도 이제 장가갈 나이가 지났는데, 어디 감춰 논 색시라도 있는 거냐? “

 “아이, 없어요. 아직 결혼 같은 거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야 쓰나. 내가 교회에서 봐 논 색시가 하나 있다. 맞선이나 한번 봐라.”

 “예? 맞선이요?”

 “그래, 그 나이에 혼자 있는 것도 남보기 안 좋다.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피곤할 텐데 들어가 쉬어라.”

 “휴우......”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려는데 선화가 귓속말로 말했다.

 “오빠 이제 장가가게 생겼네?”

 난 아랫입술을 깨물며 불만을 표했다.

 

 난 서강대로 근방에 작은 오피스텔 하나를 월세로 계약하고 그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에어컨, 침대 캐비닛등 기본 시설이 갖추어진 오피스텔은 당분간 혼자 기거하며

 작전을 구상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용산에 나가 스캐너가 달린 프린터와 도청용 소형 녹음기, 볼펜 모양의 디지털 카메라도 구입했다.

 

 오피스텔에서 이제부터 실행에 들어갈 작전을 구상하고,

 그동안 쌓인 모든 자료들을 정리하고······.

 노트북 안의 정리된 자료들을 인쇄하여 파일을 만들어 나갔다.

 인쇄된 파일이 A4 용지지로 5백장이 넘었다.

 그리고 파피루스와 관련된 자료와 L.O.P. 재단의 자료들을 분리했다.

 

 마지막으로 이스탄불에서 저녁을 먹으며 찍었던 아일린과 피오나의 사진을 인쇄하여

 벽에 붙이고 흑요석이 박힌 앙크 십자가를 그 위에 걸었다.

 

 저녁 일곱 시가 되어 교회 건축팀 사무실에 팀원 5명이 모두 모였다.

 공정 관리를 맡은 김요한에게서 현장상황을 보고 받았고,

 기술관리의 심철호에게 구조 체의 익스펜션 조인트를 확인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10시가 다되어 최장로가 사무실문을 열며 들어섰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자네 얼굴 보려고 들렸네.

 오늘 이스탄불 강림교회의 신경식 목사가 전화를 했어.

 월요일 오후 네 시 반에 그가 마드리드에서 보낸 인스펙션 팀을 데리고

 한국에 온다. 이틀간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갈 거야. 준비 확실히 해놓게.

 이게 마지막 절차야. “

 그의 목소리는, 거대한 자금이 들어오는 마지막 절차에 대한 불안과 기대로 한층 격앙되어 있었다.

 “예, 최선을 다해 일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튿날 선화를 데리고 성화궁 현장을 방문했다.

 사무실에서 소장으로부터 현장보고를 받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난 소장에게,

 “화요일에 중요한 자체 인스펙션이 있습니다. 현장정리 깔끔하게 해놓으시고요,

 인부들 복장도 신경 써 주십시오.”

 

 월요일 오후 6시.

 난 인스펙션팀이 교회로 도착하기 전 당회장 실로 올라가 차범석 목사를 만났다.

 

 “도착 했나요?”

 “응, 지금 교회로 오고 있는 중이네. 준비는 차질 없겠지?”

 “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이거, 현장상황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자료입니다.

 읽어보시면 그들과의 대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차목사는 돋보기를 꺼내 쓰고, 내가 준 자료를 들여다봤다.

 안경 속 그의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

 난 소형 녹음기의 녹음버튼을 눌러 소파의 틈새에 끼워 넣었다.

 이 작고 훌륭한 성능의 녹음기는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24시간동안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자료를 읽은 차목사가 고개를 들었다.

 “고맙네. 사무실로 내려가 대기하고 있게나.

 그들이 도착하면 내가 연락을 줄 것이니 자네도 올라와 회의에 참석해야하네.”

 “예, 그럼 내려가 기다리겠습니다.”

 

 일곱 시가 넘어 당회장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

 “올라오시랍니다.”

 

 난 준비해 논 보고 자료를 들고 6층의 당회장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엔 이미 이스탄불의 신경식 목사와 마드리드에서 온 두 명의 스페인 사람들이

 차목사와 최일권 장로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안녕하셨습니까, 신 목사님.”

 “어이, 정집사님. 마드리드에서 일을 잘 처리했다고, 차목사님 칭찬이 대단 하십니다.”

 “부끄럽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회의가 진행됐다.

 

 그들은 준비해온 질문서에 따라 질문을 했고, 난 하나씩 막힘없이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회의가 끝날 무렵, 차목사가 말했다.

 “내일 오전에 이분들을 모시고 성화궁 현장에 다녀와야겠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오전에 호텔로 찾아뵙겠습니다.”

 

 차목사가 말을 이었다.

 “됐네, 자네는 먼저 여기 마드리드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호텔로 안내해 드리게.

 난 신 목사님과 할 얘기가 있네. 최장로님도 나가 보시고요.”

 

 “예, 그럼......”

 

 난 건장한 체구의 두 남자와 당회장실을 나왔다.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그중 한 남자가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파라오’이십니까?”

 “예, 제가 파라오입니다.”

 “저는 레벨3 인 ‘데몬’입니다.

 지난달 9월 14일, 이스탄불에서 이곳으로 모르는 계좌를 통해 적지 않은 돈이 오고 간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파악되는 대로 본부에 보고하시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감지하고 있습니다. 확증이 잡히는 대로 보고할 겁니다.”

 “증거가 잡히면 이스탄불로 다시 가셔야 할 겁니다. “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도 침착했으며, 잘 깎아놓은 석고 같은 얼굴은 표정이 없었다.

 굳게 닫힌 얇은 입술은 할 말만 골라서 뱉어낸다.

 

 두 남자를 리치칼튼 호텔에 내려주고 오피스텔로 왔다.

 

 난 파일을 열어 며칠 전 선화가 건네준 은행 거래내역 사본을 열었다.

 2003년 9월 14일의 거래내역을 찾아보았다.

 역시 있었다.

 그날 한국의 외환은행에서 이스탄불의 데니즈 뱅크로 미화 8만 불이 이체 되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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