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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파피루스의 비밀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4
파피루스의 비밀 더보기

문피아
https://blog.munpia.com/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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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축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이상한 건축가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평범한 건축물들 속에서,
그 하찮은 건물이 내게 전달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나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언제나 그 건물에게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잠들어 있던 건물은 그제서야 깨어나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줍니다.

2003년 8월, 저는 터키의 시골, ‘안탈리아’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우연히, 지중해가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아주 오래된, 그로테스크한 교회를 보았습니다.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비잔틴이나 오스만의 건축양식도 아닌,
이 방치된 낡은 교회건물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진을 찍고, 건물의 구조와 규모, 미술사적 건축양식의 특이점들을 기록하고 있을 때,
저는, 갑자기 밀려드는 걷잡을 수 없는 영감과,
그 건물이 나에게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전달하려는 메시지들을 주체할 수 없어,
아무도 없는 교회 바닥에 그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이 그로테스크한 건축물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요.

자, 이제, 수없이 많은 다양한 건축물들이 그동안 내게 전달해왔던
수많은 메시지들을, 저의 상상력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시렵니까?

 
반전 -제 5화
작성일 : 16-09-05 15:36     조회 : 511     추천 : 0     분량 : 7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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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세스 교수의 메일을 읽은 나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드는

 불안감에 어찌할 바를 몰라 방안을 서성거렸다.

 

 ‘사진의 출처가 알레포가 아니란 걸 어떻게 알았을까?’

 확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파피루스가 내 손안에 있을 것이란 추측마저도 서슴없이 뱉어내고 있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원하는 건 어디까지 일까?’

 그리고 난, 9장의 파피루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그것을 응시했다. 바닥에 펼쳐진 파피루스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난, 람세스 교수가 보낸 메일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아일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기다리던 메일이 왔어.”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내게 물었다.

 “그가 이 문서에 대해 의심하지 않던가요? “

 뜻밖의 질문에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왜 그가 의심할 거라고 생각했지?”

 “처음 그의 메일을 받았을 때부터 불길했어요. 그는 오랫동안 이곳, 안탈리아에 있었던 사람이에요. 교환교수로 제가 다니던 대학에서 2년간 강의를 했지요. 또한 그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집요한 사람이기도 해요.”

 

 “그에 대해 잘 아나?”

 “한 번은 그가 학생들에게 팜필리아 유적지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지요. 그리고 그것을 발표하는 날이었어요. 학생이 리포트를 발표하면 교수가 질문하는 형식이었지요.

 한 학생의 발표가 끝나자 람세스 교수가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팜필리아 유적지엔 언제 갔었지?”

 “그때가 몇 시였지?”

 “누구와 같이 갔었나?, 아니면 혼자였나? “

 계속되는 그의 질문에 그 학생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지요.

 

 람세스 교수는 마지막으로,

 “넌 팜필리아 유적지에 가지 않았어. 누군가의 것을 베낀 거야.”

 

 그는 범죄자의 자백을 받아낸 검사처럼 의기양양했고, 학생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심한 모욕감에 고개를 숙여야 했지요.

 이 문서가 ‘제레미아’와 연관된 것이라면 그는 의심할 수 있어요.

 그는 이곳 안탈리아에 있었고, 제레미아 교회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겠지요. 제가 람세스 교수를 추천한 게 실수였어요. “

 

 그녀는 나보다 사태 분별능력이 뛰어났다.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포기할 수 없잖아?

 

 부딪혀가며 풀어가야지. 일단, 내용부터 살펴보자고. “

 그녀는 주의 깊게, 차분히 람세스 교수의 메일을 읽어 내려갔다.

 

 “안드레아 신부님 말씀대로 이단의 문서로군요.”

 ”이단의 기준이 뭐지? “

 

 그건, 그녀와 나의 첫 번째 논쟁의 시작이었고,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긴, 이 사건에 있어서 나의 출발은 ‘이단’이라는 단어로 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제레미아는 예수를 죽인 게 그의 많은 사도들 중 여섯 명이었다고 했어요. 정경과 불일치하지요.”

 “정경의 기준이 뭐라고 생각해? 그것이 교회 안에 있으면 정경이고, 교회 묘지 안에 있으면 외경, 즉 이단이란 말인가?”

 

 “기독교는 공동체 안에 존재해요. 인간도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 존재하지요. 공동체가 인정하는 것이 정경이에요.”

 

 그녀는 날 선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녀의 신앙과,

 그녀가 줄 곳 성장해 왔던 카톨릭이라는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이, 이 하찮은 파피루스 조각들로 인해 허물어져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맞아.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공동체 속에서 죽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로부터의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하지만, 아일린! 내 생각은 좀 달라.

 내가 신앙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알게 되는 순간,

 난 그 안에서 금기였던 질문들을 나의 신에게 주저 없이 던진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왜 내게 오셨나요? 당신은 어떻게 생겼나요? 당신이 저를 사랑한 다구요? 그데 왜, 정정 당당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거죠?

 왜, 저의 질문에 직접 답하지 못하는 겁니까?

 제가 알면 안 되는, 무슨 비밀이라도 있으십니까?

 제게 알려줄 순 없나요?”

 

 하지만 공동체는 내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항상 거부해왔지.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대답만으로 회피해 온 거야.

 내가 원하는 건 그런 답변이 아니었어.

 간단하다구. 네가 어릴 적 “아빠.” 하고 부르면,

 “왜? 아일린.” 하고 너의 아빠가 대답했듯이,

 난 그런 단순한 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던 거지. 그래서 난 이 파피루스를 통해, 공동체가 주지 않으려 하는 답변에 한발 다가가고 있는 거야. “

 “그것은 죄악으로 다가서는 한걸음 일수도 있어요.”

 

 “우리는 이미 한발 내디딘 거야. 그래서 공동체로부터 다가올 처벌을 두려워하는 거지. 난,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어.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내게 감추려 했던 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내겠어.

 아일린, 그래서 난, 네가 필요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람세스의 메일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기서 제레미아가 얘기하고 있는, 그들의 어머니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아니에요. 성모 마리아는 막달라에서 온 여자가 아닌 나사렛 사람이지요.”

 

 그녀는 나와 함께 당당히 공동체의 죄악에 다가서고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겠지.”

 

 “정경에 의하면, 예수의 사도는 열두 명이지요. 그러나 제레미아는 그보다 훨씬 많다고 했어요.

 못 보던 이름들이 나와요.

 제레미아도 그중 한 명이지요.”

 

 “교회는 바울도 사도로 인정해. 제멋대로 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거야.”

 

 “제레미아는 사도들 중 예수를 죽인 여섯 명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어요.”

 

 “제레미아에겐 그 여섯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았어. 그에게 중요한 건, 그들이 신의 이름으로 궁전을 세운다는 거야. 신의 이름으로 궁전을 세운다는 것이 부와 권력의 시작이라고 본거지. 인간이 부와 권력을

 갖게 되는 순간, 타락과 멸망으로 간다고 본거야.”

 “교회의 타락이 곳 아마겟돈 이겠군요.”

 “맞아. 무수히 많은 교회가 이 시대에 존재해. 그리고 그들은 궁전을 짓고 있지.”

 

 “제레미아의 유언이 맞았어요.”

 “그래. 그는 별처럼 많은 이 시대의 교회의 모습을 본 거야. 공동체가 건물을 짓기 시작하는 순간, 공동체는 부와 권력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지.

 그리고 제레미아는 그것을 경고한 거고.”

 

 “사탄의 표식은 여인 안에 있다고 했어요.

 여인이 곧, 우리가 찾아낸 ‘앙크’였군요.”

 

 “맞아 앙크는 여자를 뜻하지. 또한 막달라 마리아를 뜻하기도 해.”

 

 “그럼, 마르하르는 왜 자살을 했을까요?”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야.

 하지만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지.

 

 마르하르는 제레미아가 죽었을 때, 그의 유언이 적힌 이 파피루스를 발견하지 못했어. 제레미아는 여섯 명의 사탄 중에 한 명이 그를 찾아올 것이란 걸 알았고, 비밀이 적힌 이 문서가 사탄에게 발각되는걸. 원치 않았어.

 그래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추었겠지.

 

 그러나 언젠가는 그의 제자인 마르하르가 발견할 것이란 걸 믿었던 거야. 그리고 마르하르는 그의 스승인 제레미아가 죽자 그를 안장했지.

 그리고 죽은 제레미아의 말대로 사탄이 찾아왔어.

 그게 예수 사후에 1차 선교여행을 왔던 사도 바울과

 요한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이 예수의 사도라 칭하는 그들의 말을 믿고,

 그곳에 교회를 세운 거야.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스승인 제레미아의 유언서를 찾아낸 거지. 그는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을 거야.

 

 그리고 가롯 유다처럼 목을 맨 거지. “

 

 아일린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게 우리가 찾았던 비밀인가요?”

 

 “그래. 달라진 건 별로 없어. 단지 하나가 덧붙여졌다면, 교회를 세우지 말라는 거지.

 궁전을 짓는 순간부터 교회 공동체는 부와 권력을 얻게 돼. 그렇게 교회는 성장해왔고, 지금도 교회는 자본주의라는 괴물의 롤모델을 따르며 몸집을 키우고 있어. “

 

 “예수와 자본주의?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군요.”

 

 “맞아. 자본주의 안에서, 성장하는 하나님의 교회란

 있을 수 없어. 그런 게 있다면 그건 사탄의 교회지,

 예수의 교회가 아니야.”

 

 그녀의 깊고 푸른 눈이 발코니창 너머의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신앙과 종교의 정체성이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 걸 느끼며…….

 

 한동안 발코니창 너머로 지중해를 바라보던 아일린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람세스 교수에게 답장을 써야겠지요?”

 

 “흠……. 그래. 물론 써야지. 난 그를 피하고 싶지 않아.

 그와 당당히 마주 할 거야.”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전 곁에서 당신을 지켜볼 거예요. 그리고 일이 수습되고 나면 전 다시 성당에서 고백성사를 드리고 있겠지요. 그때쯤에는 당신도 떠나고 없을 거예요. “

 

 난 아무 말 없이 람세스 교수에게 답장을 썼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존경하는 람세스 교수님께.

 먼저, 제가 찾으려던 신앙적 비밀에 해답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전 애초부터 그 물건의 고고학적 가치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혹시 그 문서의 내용에서, 제가 찾으려는 신앙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 교수님께 사진을 보냈지요.

 그리고 이제 교수님의 해석을 통해 저의 비밀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제가 교수님께 첫 번째 메일에서 약속했던 사례를 드리려고 합니다.

 

 그 문서의 출처를 알려드리지요. 그것은 터키 안탈리아의 작고 오래된 교회에 있습니다.

 저는 저의 방식으로 그 문서를 찾았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게 그 문서의 고고학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기에

 사진만 찍고 그곳에 남겨두었지요.

 지금도 그 문서는 그 교회에 있습니다.

 

 자, 이제 제가 그 문서의 위치를 가르쳐드렸으니 약속했던 사례는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 문서를 찾는 것은, 제가 그랬듯이 교수님의 의지에 달렸겠지요. 전 이제부터 교수님의 보물찾기를 이곳에서 지켜볼 것입니다.

 

 전 이미 저의 비밀을 찾았고, 지금부터는 교수님께서 당신의 비밀을 찾으실 차례입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Mr. Jung.

 

 메일을 보내며 이일린과 나는 손뼉을 마주치며 웃었다.

 

 그리고 그날 밤, 아일린의 빨간색 폭스바겐은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여전히, 이 그로테스크한 교회는 달빛을 받으며 우리가 오기를, 도도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교회 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이제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

 

 난 곧장 단상 후면의 마리아와 예수의 벽면 부조 앞으로 걸어갔다. 아일린이 내 뒤를 따랐다.

 난 그 벽면 부조 앞에서 우뚝 섰다.

 

 처음 우리가 이 교회를 방문했을 때 제일 먼저 보았던 이 벽면 부조. 예수와 마리아의 모습.

 그러나 예수 옆의 여인은 일반적인 성모 마리아와는 사뭇 달랐었지. 어딘지 선정적인 이 여인의 모습은 막달라 마리아였다.

 

 벽면 부조는, 양각된 작은 대리석 조각들이 합쳐져 전체의 작품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여인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대리석 조각 한 개를 떼어냈다.

 

 아일린은 아무 말 없이 내가 하는 일을, 곁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난, 떼어낸 대리석 조각이 붙어있던 벽면에 크로우바를 이용해 파피루스가 들어갈 만한 구멍을 냈다.

 그리고 가져간 마르하르의 비밀이 담긴 파피루스를

 그 구멍 안에 밀어 넣었다.

 구멍을 메우고, 떼어냈던 대리석 조각을 다시 붙였다. 감쪽같았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던 아일린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하필 여기지요?”

 

 “제레미아가 그의 유서에서 말했지.

 비밀은 여자 안에 있다고.”

 

 아일린이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휴, 이제 끝났네요.”

 

 “아니야.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았어.”

 

 아일린은 그게 뭐냐고 다그치지 않았다. 그

 저, 묵묵히 내 곁에서, 내가 하는 이 마지막 정리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교회를 나와 처음 파피루스를 찾았던 제레미아 무덤 근처의 바윗돌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그 무거운 바윗돌을 다시 밀어내고, 땅을 파,

 파피루스가 담겨 있었던 석함의 뚜껑을 열었다.

 난, 그녀 모르게 준비해간 종이 한 장을 배낭에서 꺼내 아일린에게 보여 주었다.

 그 종이 위엔, 내가 람세스 교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풉.”

 

 메시지를 본 그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비어있는 석함 안에 내가 람세스 교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넣고 뚜껑을 덮었다.

 

 “자, 이제 끝난 거야.”

 

 거둬낸 흙을 다시 덮고, 밀어냈던 바윗돌을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한 후, 우리는 교회를 빠져나와 세다르 숲으로 난 오솔길을 걸어, 기다리고 있던 빨간색 폭스바겐에 올랐다.

 다시 안탈리아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하던 아일린이 말했다.

 “석함 속의 메시지를 읽는 람세스 교수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다음날, 난 람세스 교수의 세 번째 메일을 받았다.

 

 “사례는 잘 받았습니다. 귀하께서는 생각보다 영특하시더군요. 귀하의 메일을 읽고, 저는 귀하께서 그 파피루스를 갖고 계실 거라는 저의 판단이 오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물건이 귀하께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물건이 안탈리아의 교회에 있다는

 귀하의 말을 신뢰합니다.

 

 이틀 후 안탈리아로 가겠습니다.

 그곳에 계시다면 직접 뵙고 싶군요.

 학자로서 드리는 말씀인데,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안탈리아에 도착하는 날 메일을 다시 보내겠습니다. “

 

 -카이로에서 람세스-

 

 어느새 그의 답장은 전보다 한결 부드럽고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그가 행동을 개시한 거야”

 

 아일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6시에 지난번 카페 앞으로 나와. 저녁 먹지 말고.”

 

 우리는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제대로 구운 ‘할리봇’과 양고기로 만든 부드러운 페르졸라, 그리고 에페스 맥주 두병.

 푸짐한 터키식 저녁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안탈리아의 포르타칼(오렌지) 해변을 걸었다.

 그녀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들고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걸었다.

 

 “람세스 교수가 이곳에 온데.”

 “메일이 왔군요. 그러리라 짐작했어요. 집요한 사람이니까.”

 “그는 날 직접 만나고 싶어 해.”

 “만나실 건가요?”

 “응, 만나볼까 해. 못 만날 이유도 없잖아? 우리의 비밀을 풀어준 사람이기도 하고.”

 “그가 파피루스를 찾아낼까요?"

 “모르지. 그건 그의 의지에 달렸겠지. 그에게 그 파피루스의 고고학적 가치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있어. 그는 파피루스가 담고 있는 종교적 의미엔 별 관심이 없어. 하지만 그는 그것을 소유하려고 할 거고, 그러려면 그도 우리가 했던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파피루스를 찾으려 할 거야.”

 “두렵지 않으세요?”

 

 난 말없이 그녀의 갈색 머리를 당겨 내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서 향긋한 샤프론 냄새를 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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