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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파피루스의 비밀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4
파피루스의 비밀 더보기

문피아
https://blog.munpia.com/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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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축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이상한 건축가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평범한 건축물들 속에서,
그 하찮은 건물이 내게 전달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나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언제나 그 건물에게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잠들어 있던 건물은 그제서야 깨어나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줍니다.

2003년 8월, 저는 터키의 시골, ‘안탈리아’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우연히, 지중해가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아주 오래된, 그로테스크한 교회를 보았습니다.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비잔틴이나 오스만의 건축양식도 아닌,
이 방치된 낡은 교회건물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진을 찍고, 건물의 구조와 규모, 미술사적 건축양식의 특이점들을 기록하고 있을 때,
저는, 갑자기 밀려드는 걷잡을 수 없는 영감과,
그 건물이 나에게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전달하려는 메시지들을 주체할 수 없어,
아무도 없는 교회 바닥에 그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이 그로테스크한 건축물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요.

자, 이제, 수없이 많은 다양한 건축물들이 그동안 내게 전달해왔던
수많은 메시지들을, 저의 상상력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시렵니까?

 
바울의 사자들 -제 10화
작성일 : 16-09-11 17:21     조회 : 436     추천 : 0     분량 : 8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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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난 사니의 가족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사니의 와이프 제시카가 정성 들여 차린 음식이었다. 필리피노들에게 손님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풍습 중 하나가,

 식구가 넷이면 식사는 오인분을 준비해 놓는다. 이유는 혹시 올지도 모르는 손님을 위한 것이다.

 

 식사를 하며 사니는 내 전화기를 받아 열고 칩을 바꿔 주었다.

 “글로브 라인이다. 필리핀 전화번호야. 로드도 넉넉히 넣어놨어.”

 난 전화기를 받아 아일린에게 바뀐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이곳 전화번호야. 보고 싶구나.”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는 사니의 가족들과 함께 동네 성당으로 갔다. 그날은 일요일.

 주일 미사에 참석하는 날이다.

 필리피노에게 주일은 중요하며 미사 참석은 태어나면서부터 습관처럼 굳어져 있다.

 

 산호석으로 치장된 성당은 변형된 고딕 양식으로, 천정이 높고,

 창문은 다양한 색상의 채색 유리로 꾸며져 실내는 밝았다.

 미사 시간이 가까워오자 넓고 큰 회중석은 어느새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차 버린다.

 

 미사는, 시작예식, 말씀전례와 성찬전례, 강론과 함께 각자의 자리로 파견하는 마침예식으로 끝을 맺는다.

 미사가 끝나서도 사니 부부는 본당 사무실을 오가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도 이들 부부는 성당 일에 관여하는 직분을 맡고 있는 듯 했다.

 

 일을 마친 사니는 나를 데리고 본당 사무실로가 주임 신부에게

 나를 소개하였다

 “안녕하세요? 케넷입니다.”

 난 필리핀 식으로 신부님의 손을 잡아 내 이마에 대었다.

 신부는 활짝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신부입니다.”

 스테파니 신부는 한국어로 내게 말했다. 한국어가 유창했다.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예, 사제서품을 받고 부산교구에서 10년간 있었습니다.”

 그의 한국어 억양은 목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사니 형제님과 중동에 오래 계셨다고요.”

 예, 사니와 근 오 년 넘게 있었습니다. “

 “그곳은 예수께서 태어나신 땅이지요.”

 사니가 끼어들었다.

 “이 친구는 초기 기독교의 예언서에 관심이 많습니다.”

 스테파니 신부는 내게 예언서보다는 복음서를 많이 읽으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난 스테파니 신부에게 정중히 물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가 어디인지요?”

 사니가 또 끼어든다.

 “얘는 꼭 오래된 교회만 찾아다니는..... 읍!”

 난 한 손으로 사니의 입을 막으며 물었다.

 

 “혹시, 베드로, 바울, 마테, 요한, 그리고 바돌로메나 안드레와 관련이 있을만한 교회가 있습니까?”

 신부는 예기치 않았던 질문인 듯 망설이더니,

 “예, 산토니뇨 성당이 가장 오래되었다고들 하지만 그들과 관련 있는 오래된 교회라면......

 그래요. 릴로안에 있는 ‘성요한’ 성당이겠군요.”

 “릴로안에 있는 성요한 성당이요?”

 “예. 그렇습니다. 산토니뇨 성당만큼 크지는 않지만 400년 이상된 교회입니다.

 성요한과 성 바울의 조각상이 모셔져 있지요.”

 

 성당을 나온 우리는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난 사니에게 남은 며칠간은 시내에서 가까운 호텔에 묵겠다고 했다.

 사니는 내가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게 불편할 거라고 이해해주었고,

 내 짐을 차에 싣고 시내의 호텔을 잡아 주었다.

 

 방까지 올라온 사니는,

 “그래, 며칠간 세부에서 자유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그럼 쉬어라. 이따 저녁때 심심하면 전화해.”

 

 사니를 보내고 샤워를 마친 나는 잠시 침대에 누웠다.

 

 샤프론 향기가 그립다고 느낄 때 전화기가 울렸다. 아일린이었다.

 “어떻게 보내요? 사니 씨도 잘 계시지요?”

 “응, 호텔에 혼자 누워있어.”

 “다름이 아니고, 오늘 아침 신문에 람세스 교수의 기사가 났어요. 도굴범으로 현장에서 잡혀 구속됐나 봐요. 다행히 파피루스 얘기는 없었어요.”

 “그래? 마르하르가 지켜준 거야.”

 

 난 그녀와의 전화를 끊고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릴로안으로 달렸다.

 

 릴로안은 세부에서 북쪽으로 30킬로쯤 떨어진 작은 도시다.

 40여분을 북쪽으로 달린 택시 운전사는 릴로안 어귀에서 마주 보이는 교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거기가 성요한 성당입니다.”

 운전사가 가리키는 회색 교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뾰족한 교회의 첨탑 위에 앙크가 십자가 대신 세워져 있는 것이다.

 

 “이젠 아주 노골적이군!”

 난, 운전사에게 기다라라고 한 후 택시에서 내려, 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내 목에 걸고 있던 앙크 십자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미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미사가 끝났으니 주님과 함께 돌아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오.”

 집전 신부의 파송 예례로 미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줄지어 교회를 빠져나갔다.

 

 신자들이 빠져나간 텅 빈 교회 안에서 한동안 나의 시선은 교회의 벽과 천정 그리고 바닥까지 훑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믿을 수 없었다.

 내 눈이 가는 곳마다 앙크가 새겨져 있었다.

 아니, 교회 전체가 앙크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정면 벽엔 예수가 매달린 십자가 양옆으로 사도 요한과 베드로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은 가운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 몸은 거대한 중압감에 짓눌려 옴짝달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그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떨리는 손으로 촬영과 기록을 마치고, 본당 사무실을 찾아 이곳 주임신부를 찾았다.

 

 텅 빈 사무실에 나이가 많아 보이는 신부가 미사 예복을 입은 채 혼자 앉아 있었다.

 백발에 깊게 패인 얼굴의 주름으로 보아 나이가 팔십은 넘어 보였다.

 

 난 정중히 앞으로가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만다우에 성당의 스테파니 신부님으로부터 소개받고 찾아왔습니다.”

 신부는 쾡한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예, 이 교회의 내력을 알고 싶습니다. 스테파니 신부님께서는 이교회가 성요한과 관련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왜, 이 교회의 내력에 관심이 있으신 거죠?”

 “아, 예, 저는 건축가입니다. 오래된 교회 건물의 역사와 교회 건축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실례가 안되신다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신부는 눈을 내려 깔은 채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옛날, 스페인 통치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쯤 후에 돈호반이라는 스페인 사람이 이곳에 왔지요.

 그는 부자였고, 사탕수수 밭이던 이곳에 교회를 지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사도 요한의 후손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교회를 성요한의 교회라고 부릅니다.

 1605년에 세워졌으니 400년이 넘은 교회입니다.”

 

 신부는 쇠를 긁는듯한 쉰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아아, 예. 그렇군요.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교회 첨탑에 세워진 십자가나 실내에 새겨진 수많은 십자가들의 모양이 일반 교회의 십자가와는 다르던데,

 혹시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신부는 다시 눈을 들어 나를 쳐다봤다.

 동공이 없는듯한 회색 눈동자가 내 몸을 훑었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그건 십자가가 아닙니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를 의미합니다. 예수 사후의 새로 열리는 세상이지요.”

 

 그랬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엔, 고대 이집트의 앙크는 세상을 여는 열쇠라고 되어있었다.

 “새로운 세상이란 어떤 세상입니까?”

  "그건 교회지요. 교회 공동체요. 예수사후 이전엔 교회라는 게 없었어요.

  예수가 죽고 그의 사도들에 의해 교회가 지어지기 시작했지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겁니다. “

 

 내 목을 쳐다보던 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안광을 뿜었다.

 

 “그 목걸이 어디서 얻었지요?”

 난 갑작스러운 질문에 머뭇거리며,

 “터키 안탈리아에서 산겁니다. 왜요?”

 

 “흑요석이 박힌 앙크 십자가로군!”

 그는 갑자기 일어나더니 손을 뻗어 내 목걸이를 낚아채려 했다.

 

 난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막으며,

 “뭐하시는 겁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일어나며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어어......”

 그의 시체 같은 손에서 완력이 느껴졌다. 늙고 앙상한 손에서 괴력이 뿜어져 나온다.

 

 “목걸이를 내놔!”

 쉰 목소리가 적막을 갈랐다.

 

 난 사력을 다해 내 어깨를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양손으로 그를 밀었다.

 그는 뒷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그곳을 뛰쳐나왔다.

 뒤에서 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바울의 사자들이 너를 찾아갈 거야!”

 난 교회를 뛰어나와 기다리던 택시에 몸을 실었다.

 “빨리 가요. 빨리!”

 택시는 전속력으로 교회를 빠져나와 하이웨이를 달렸다.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떨고 있던 다리에 힘이 빠지며, 내 몸은 스르르 침대 위로 무너졌다.

 

 잠시 후 몸을 일으켜 앉았다.

 무거워진 손을 들어, 목에 걸린 앙크 십자가를 풀고 그것을 드려다 봤다.

 

 “이게 뭐길래 그 신부가 사력을 다해 뺏으려고 했을까?

 또, 그 신부는 누구일까? 수많은 앙크로 뒤덮여있던 그 교회는 뭔가? “

 끝도 없는 의문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난 일어나서 지도 위에 네 번째 동그라미를 그렸다.

 피곤이 몰려왔다.

 난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핸드폰의 진동이 잠든 나를 깨운다. 문자가 와 있었다.

 “바울의 사자가 곧, 너에게 간다. 순순히 목걸이를 내주기 바란다.

 그것은 네게 단순한 악세사리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물건이야.

 부디 사건을 키우지 않기를 바란다.

 -------L.O.P.-------“

 

 내 눈은, 들고 있던 핸드폰이 절전 모드로 액정을 닫을 때까지

 그 메시지에 고정되어 있어야했다.

 

 “바울의 사자, 바울의 사자....... 마지막 이니셜, LOP. 롭? 뭘까? Lions Of Paul......”

 눈을 감았다.

 이제 난 빠른 속도로 사건 속으로 빨려 들고 있었다.

 

 파피루스와 함께 일어났던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내 눈앞에 흘러 지나간다.

 그리고 그 가운데 앙크가 있다.

 앙크에 박혀있는 검은색 흑요석이 블랙홀이 되어 내 몸을 빨아드린다.

 내 몸은 이미 사상의 지평선을 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난 시내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사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오랜만의 한국음식이었다.

 

 사니가 물었다.

 “너 오늘 릴로안에 갔었니?”

 “그래, 어떻게 알았어?”

 “오후에 스테파니 신부님께서 전화를 하셨어. 네 번호를 물으시더군.

 릴로안 성요한 교회 신부님이 네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고 하셨대.

 그래서 가르쳐 드렸다.”

 “흠, 그랬었구나.”

 “무슨 일 있었냐?”

 “일은, 무슨...... 릴로안에 가서 교회 사진을 찍었어. 거기 신부님도 만나고.”

 난 이 일에 사니를 끌어드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끝내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정담을 나눴다.

 

 나는 사니의 차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간격을 유지하며 한 대의 검은색 혼다 오토바이가 따라붙고 있었다.

 난 의식하지 못했다.

 

 호텔방으로 올라온 나는 노트북을 열고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구글을 열어 검색창에 ‘Lions of Paul’을 치고 엔터키를 누르자, 수없이 많은 사이트와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난 하나씩 사이트를 열어가며 검색해 들어갔다.

 

 “그들이 오기 전에 알아내야 하는데.”

 네 시간이 넘도록 내 눈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고, 오른손의 마우스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114만 개가 넘는 검색 결과들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정리해나갔다.

 

 1. 구약성서의 인물, ‘다니엘’.

 2. 사자 우리 안의 '다니엘'.

 3. 화가 루벤스.

 4. 바울의 사도행전.

 5, 6, 7, 8......

 104. L.O.P. Foundation. : 유대인의 초 교파적 기독교 재정지원 단체.

 1597년 스페인에서 사도 요한의 후손인 ‘돈호반’에 의해 처음 결성됨.

 유대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범 기독교 교회 재정 지원단체로, 본부- 스페인 마드리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미국-뉴욕과 시카고, 터키 이스탄불,

 일본 도쿄, 한국 서울...... 등, 전 세계 84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음.

 

 더 이상의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웹상에, 이렇게 거대한 조직의 자료가 이렇게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단체야!”

 

 난 자료를 정리하고 아일린에게 메일을 썼다.

 

 “아일린에게-

 지도 위에 네 번째 동그라미를 그렸다.

 파피루스엔 생각지도 못했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얽혀있어.

 이제 그것들을 하나씩 풀어가야겠지.

 

 부탁이 있어. 시간을 내서 이스탄불로 가. 그리고,

 ‘L.O.P. 재단이란 걸 알아봐 줘. 범기독교 재정지원 단체야.

 혹, 안드레아 신부님이 아실지도 모르지.

 그곳을 찾게 되면, 그 재단의 성격, 역사, 목적 등을 가능한 상세히 조사해서 알려줘.

 그럼 다시 연락할게.

 -세부에서, Kenneth.-

 

 메일을 보내고, 난 곰곰히 생각했다.

 “바울의 사자가 곧 올 거라고 했어. 내 앙크 십자가를 가지러.

 가만히 앉아서 내줄 수는 없겠지.“

 

 다음날 아침, 난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세부 시내의 콜론 지역으로 갔다.

 

 이 지역은, 400년 전 세부가 도시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시발점이었던 곳으로,

 수많은 가게들과 노점상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상권은 화교들이 쥐고 있었고 이 땅의 주인인 필리피노들은 잡다한 생활용품 등을

 거리에 내다 팔거나 시계수리, 신발이나 가방 수선 같은 허접한 일들을 해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난 귀금속이나 장신구들을 수리해 주는 가게를 찾았다.

 

 열심히 줄칼로 반지를 다듬고 있던 주인 앞으로 다가가 앙크 십자가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 줄 수 있겠소?”

 

 주인은 십자가를 들여다보더니 서랍 안에서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그리고 안에 담긴 각양각색의 장식용 돌 중에서 검은색 오석 하나를 핀셋으로 집어

 앙크 십자가의 가운데 박혀있는 흑요석 위에 대어보았다.

 내가 보기에도 적당히 들어맞는 것 같았다.

 

 “팔백 페소에 해 드리지요. 두 시간 후에 오세요.”

 “그래요. 잘 좀 부탁합니다.”

 주인은 어느새 스테인리스 조각을 찾아 그위에, 내가 준 앙크 십자가를

 올려놓고 본을 뜨고 있었다.

 

 난 콜론의 거리를 걸으며 시간을 때워야 했다. 거리의 노점상들을 구경하면서.

 적도의 태양이 이글거리며 도로를 달구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덮이며

  열대 스콜이 장대비를 아스팔트에 내리꽂기 시작했다.

 

 도로는 순식간에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고, 사람들은 서둘러 건물 밑으로 비를 피했다.

 그것도 잠시, 오분도 안되어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걷히며 열대의 태양이 젖은 도로를 말리기 시작했다.

 난 서둘러 목걸이를 맡긴 장신구 수리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가 도착했을 때, 주인은 이미 수건에 광약을 묻혀 다된 십자가를 닦으며 마무리가 한창이었다.

 “감쪽같군!. 고마워요. 여기, 800 페소 하고 나머지 200페소를 더 드릴 테니 십자가 뒷면에 글자를 하나 새겨 주세요.”

 

 “그러지요, 무슨 글자를 새길까요?”

 “흠...... ‘A.O.J.’라고 새겨 주세요.”

 

 난 잠시 후 그가 건네주는 짝퉁 앙크 십자가를 목줄에 바꿔달아 목에 걸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여행사에 들려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모래, 새벽 02시 30분 세부 출발, 06시 35분 인천 도착.

 

 난, 호텔 앞에서 택시를 내려 회전문을 열고 로비로 들어섰다.

 멀찌감치서 검은색 혼다 오토바이에 앉아, 택시에서 내려 호텔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검은 남자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방으로 올라온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아일린으로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

 

 “오전에 안드레아 신부님을 만났어요.

 당신이 말씀하신 ‘L.O.P. 재단’에 대해 물었지요. 신부님은 알고 계셨어요.

 

 원래, 교파를 초월한 범 기독교 재정 지원을 목표로 설립된 ‘L.O.P. 재단’은,

 1961년 쿠바 사태 이후, 바티칸과 대립각을 세우며 지금은 로만 가톨릭보다는

 제가 속한 동방 정교회나 개신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요.

 전 세계의 유대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그 자본력이 바티칸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이스탄불에 세워진 한국 개신교회가 있는데,

 이 교회의 건축자금 중 60%가 ‘L.O.P. 재단’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해요.

 들리는 소문으로는 유태인 비밀 조직인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와도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있어요.

 

 내일 시간을 내서 이스탄불에 다녀오려고 해요.

 작년에 세워진 한국 개신교회에 가보면 혹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그때, 정보가 모여지는 대로 메일 드릴게요.

 -아일린-"

 

 조금씩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다.

 

 “똑, 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방문으로 다가가 물었다.

 “누구십니까?

 “호텔 관리인입니다. 라인에 문제가 있어서, 내선전화를 점검해야 합니다.”

 방문을 열었다.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연장통을 들고 서있었다.

 “죄송합니다. 잠시면 됩니다.”

 

 문을 열어주고 돌아서는 순간,

 “퉁!”

 나는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앞의 사물들이 서서히 하얗게 변해가며 모습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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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섯명의 사탄들 -제 9화 2016 / 9 / 11 382 1 5159   
8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 8화 2016 / 9 / 8 382 1 7127   
7 안타키아 -제 7화 2016 / 9 / 6 415 1 5336   
6 마르하르와의 만남 –제 6화 2016 / 9 / 5 478 1 5035   
5 반전 -제 5화 2016 / 9 / 5 513 0 7060   
4 비밀을 풀다 -제 4화 2016 / 9 / 5 409 0 6164   
3 파피루스 -제 3화 2016 / 9 / 4 389 1 6864   
2 아일린 - 제 2화 2016 / 9 / 4 399 0 5539   
1 그로테스크한 교회 -제 1화 (1) 2016 / 9 / 4 773 1 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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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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