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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파피루스의 비밀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4
파피루스의 비밀 더보기

문피아
https://blog.munpia.com/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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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축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이상한 건축가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평범한 건축물들 속에서,
그 하찮은 건물이 내게 전달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나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언제나 그 건물에게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잠들어 있던 건물은 그제서야 깨어나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줍니다.

2003년 8월, 저는 터키의 시골, ‘안탈리아’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우연히, 지중해가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아주 오래된, 그로테스크한 교회를 보았습니다.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비잔틴이나 오스만의 건축양식도 아닌,
이 방치된 낡은 교회건물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진을 찍고, 건물의 구조와 규모, 미술사적 건축양식의 특이점들을 기록하고 있을 때,
저는, 갑자기 밀려드는 걷잡을 수 없는 영감과,
그 건물이 나에게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전달하려는 메시지들을 주체할 수 없어,
아무도 없는 교회 바닥에 그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이 그로테스크한 건축물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요.

자, 이제, 수없이 많은 다양한 건축물들이 그동안 내게 전달해왔던
수많은 메시지들을, 저의 상상력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시렵니까?

 
마르하르와의 만남 –제 6화
작성일 : 16-09-05 22:15     조회 : 522     추천 : 1     분량 : 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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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일이 끝났지만 안탈리아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람세스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틀 후 이곳, 안탈리아로 왔다.

 그리고 그의 메일을 받았다.

 

 “아직 이곳에 계시다면 만나 뵙기를 원합니다.

 제 핸드폰 번호입니다.

 (90) 0242-947 5545, Ramsses.

 당당하신 분이니 전화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

 

 아일린의 말대로 그는 집요한 사람이었다.

 

 난, 주저 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두 번째 신호가 울렸을 때 저음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람세스입니다. Mr. Jung 이신가요?”

 그는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 제가 ‘정’ 입니다. 교수님께서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도 교수님이 궁금하고요.”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괜찮으시면 아스페도스 볼리바드에 있는 ‘라타냐 팜 호텔’ 로비에서 뵐까요?”

 

 “그렇게 하지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아일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난 언제나 아일린과의 통화는 문자를 이용한다.

 음성통화는 전화를 끊는 순간 허공에서 없어지지만,

 그녀와의 문자는 언제나 내 전화기 안에 보관되어 다시 열어 불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녀의 회신이 돌아올 때까지의 작은 기다림이 좋았다.

 

 “드디어 람세스 교수가 이곳에 왔어. 라타냐 팜 호텔, 로비에서 2시 약속이야. 나 혼자 만날 거야. 갔다 와서 얘기해 줄게.”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쓸데없는 말,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그녀는 어느새 엄마 같은 충고를 곧 잘 던지곤 했다. 난 그런 그녀의 충고도 듣기 좋았다.

 

 난 10분 일찍 호텔에 도착했다.

 베이지색 이태리 보티치노 대리석이 깔린 로비는 붐비지 않았고, 난 로마네스크 양식의 바텐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키가 훤칠한 중년 남자가 내가 앉은 소파 앞에 섰다. 그는 금발에 둥근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체크무늬 남방 위에 베이지색 슈트를 걸치고 있었다.

 

 “Mr. Jung 이신가요?”

 그는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난 일어서며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예, 람세스 교수님이시지요? 앉으시지요.”

 

 드디어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며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대학원생이라고 하셔서 20대 초중반의 청년 정도로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나이가 있으시군요.”

 

 “하, 하. 네, 제가 첫 번째 메일에서 교수님께 거짓말을 했지요. 불쾌하셨다면 용서하시지요.”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렇게 했겠지요.

 세상에 없는 비밀을 알고 계셨으니까요.”

 

 “본론으로 들어가시지요. 먼저, 그 문서의 내용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쉰 람세스 교수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그의 회색 눈동자를 치켜올렸다.

 

 “그래요, 역시 신앙적 관점에서 그 문서를 보시는군요. 저는 이집트인이고 회교도입니다.

 

 그 문서는 초기 기독교 문서중 하나이지요.

 비슷한 내용의 각종 예언서나 복음서들이 이집트에 무수히 존재합니다. 저에게 그 파피루스가 담고 있는 종교적 의미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어요.

 어차피 그 문서가 세상에 알려진다 해도, 바티칸이나 기타 다른 종파의 기독교 세력들이 그것을 묻으려 할 것이고, 그 문서가 전달하려는 종교적 의미는, 이단이란 이름으로 쓰레기통에 던져질 것입니다.”

 

 그는 신중히 내가 던진 질문에 접근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면 제 질문에 충분한 답변이 된 것 같군요.”

 

 이어 람세스 교수가 질문의 차례를 받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그 물건의 위치를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난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내 눈은 그의 회색 눈동자를 뚜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교수님, 저는 신앙인으로서 그 문서가 담고 있는 ‘비밀’이란 단어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그 문서가 이단이던 아니던, 그것은 제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제게 있어 그 문서가 전달하려는 내용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문서를 찾았지요.

 

 그리고 전 그 문서의 비밀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해석에 따르면,

 제레미아는 메기나의 시대가 올 때까지 그 문서가 사탄의 손에 넘어가 폐기되는걸 원치 않았습니다.

 만일 제가 제 손으로 그 비밀을 공개한다면,

 2천 년 전에 죽은 제레미아나, 자살한 그의 제자

 마르하르를 다시 한 번 더 죽이는 결과가 되겠지요.

 

 그들은 죽음으로 그 문서를 사탄의 손에서 지키려 했습니다. 그래서 전, 그 비밀이, 그들이 기다리던 사람이 올 때까지 그 장소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곳을 지나다 슬쩍 훔쳐본 나그네에 지나자 않지요.

 

 람세스 교수님께선 고고학에 대한 진지한 욕망과 의지를 가지셨듯이, 저에게도 저의 신앙에 대한 욕망과 의지가 있습니다. 부디 학자로서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이제부턴 교수님의 방식으로 교수님의 비밀을 찾으셔야 합니다.”

 

 난 그의 앞에서 당당하고 단호했다.

 

 “간단히 말해 알려줄 수 없다는 말이군.”

 그는 어느새 반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분노하고 있었다.

 

 “이보게 친구, 난 이집트 사막에서도 보물을 찾았어.

 당신이 말해주지 않는다고 내가 그것을 못 찾을 것 같나?

 그 작은 교회에서의 보물찾기는 내게 식은 죽 먹기야.”

 

 난 다시 한 번 덧붙였다.

 그렇게 하시죠. 그 보물은 그 교회 안에 있습니다. “

 그는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다 다시 앉았다.

 “그 물건의 고고학적 가치가 얼마쯤 되리라 생각하나?”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터키 돈으로 10만 리라 정도야. 마지막으로 딜을 하지. 내가 자네에게 12만 리라를 주면 그 위치를 알려줄 수 있겠나?”

 

 뜻밖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난 단호히 말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요.

 전 애초부터 그 물건의 상품적 가치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전, 저의 신앙적 자존심을 돈을 받고 팔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심한 모욕감이 느껴지는군요.”

 

 람세스 교수는 잠시 내 눈을 쳐다봤다.

 그의 입술은 굳게 닫쳐져 있었고 동공이 없는 그의 회색 눈동자가 차가운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말없이 일어나 가버렸다.

 

 난 잠시 자리에 앉은 채, 내가 그에게 했던 마지막 말을 되새겨 보았다.

 그리고 난 엷은 미소를 지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카운터에 앉아있던 이일린은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어 올려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

 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스쳐 계단을 오르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무언의 사인을 그녀에게 보냈다.

 

 그날 밤 우리는 팔짱을 낀 채 구 시가지의 하드리아누스 게이트 앞을 걷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기분 좋게 한방 먹였지.”

 “어떻게요?”

 “그가 나에게 12만 리라를 제시했어.

 “허! 12만 리라요? 그래서요?”

 “야! 너나 먹고 떨어져라! 이렇게 말이야.”

 “에이, 설마......”

 “하, 하……. 농담이고, 난 마르하르가 목숨을 버리며 지키려 했던 비밀을 돈을 받고 팔 수 없다고 했어.”

 “그가 뭐라던가요?”

 “자존심이 상했던지 화를 내며 일어서더군. 그리고 파피루스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게 말했지.”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세네마시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광장은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광장엔 몇몇 노점상들도 있었는데, 그중 한 노점상은 터키식 수제 악세사리를 팔고 있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는 깡마른 터키 남자가 팔고 있는 악세사리들을 구경했다.

 

 손으로 만들어진, 터키식 문양이 가득 새겨진 악세사리들은 이국적인 디자인에, 이것을 만든 남자의 정성이 담겨 있는 듯했다. 남자는 우리가 물건을 고르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얼굴을 숙인 체 외면하고 있었다.

 

 좌판에 흗트러져 있는 악세사리들을 살피던 나는 깜짝 놀랐다. 수많은 악세사리들 중에서 한 개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앙크 모양의 은빛 십자가 목걸이였다.

 

 그것을 집어 들자 아일린이 말했다.

 “앙크예요!”

 “맞아. 여기도 있었네!”

 “이건 얼마입니까?”

 가격을 묻자 그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깡마른 남자가 얼굴을 들었다.

 난 그의 얼굴을 본 순간 호흡이 멎는 듯했다.

 그는 짙은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내가 마르하르의 묘지를 처음 방문하던 날 밤, 꿈속에서 보았던 터키 남자의 얼굴이 분명했다.

 

 눈물을 흘리며 감은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보던 그 남자. 그리고 그가 나에게 건네었던 앙크 모양의 십자가가 지금 내손에 있는 것이다.

 

 난 15리라를 주고 그 목걸이를 샀다. 돈을 지불하자 남자는 말없이 돈을 받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목걸이를 손에 쥔 채 광장을 빠져나올 때 아일린이 말했다.

 “악세사리를 좋아하시는군요. 근데 참 이상하지요? 우리가 가는 곳마다 앙크 문양이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글쎄……. 하기야 앙크는 현대에도 장신구 디자인에 많이 사용돼. 여자를 상징하지. 금성을 뜻하기도 하고,

 생명의 열쇠라는 별명도 갖고 있어.”

 

 난 목걸이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구 시가지를 돌아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아일린은 내 입술에 작별 키스를 하며 말했다.

 

 “오늘 데이트 근사했어요.”

 난 웃음으로 그녀를 보내고 방으로 올라왔다.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의 램프만 켜고 옷을 입은 채 침대 누었다.

 난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앙크 목걸이를 꺼내 살펴보았다. 목걸이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었고 십자가 가운데에 큼직한 검은색 오석이 박혀있었다.

 

 십자가를 뒤로 돌렸을 때, 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작은 글씨로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M”

 “마-르-하-르...... 야!”

 

 십자가 뒷면에 새겨진 이니셜 “M’이 정말 마르하르를 뜻하는 걸까?

 

 하지만 분명히 이 목걸이를 팔던 그 남자의 얼굴은,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울고 있는 남자의 얼굴 이었어.

 

 그 교회를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예정되어 있었던 것 같잖아?

 아직 뭐가 또 남아있단 말인가? 마르하르는 아직도 내게 무엇을 더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난 앙크 목걸이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마르하르에게 독백을 던졌다.

 

 “그래, 내가 너를 처음 방문했을 때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넌 이천 년 동안 제레미아의 비밀을 지키고 있었지. 이젠 내 차례야.

 내가 그의 비밀을 지켜줄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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