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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파피루스의 비밀
작가 :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9.4
파피루스의 비밀 더보기

문피아
https://blog.munpia.com/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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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축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이상한 건축가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평범한 건축물들 속에서,
그 하찮은 건물이 내게 전달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나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언제나 그 건물에게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잠들어 있던 건물은 그제서야 깨어나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줍니다.

2003년 8월, 저는 터키의 시골, ‘안탈리아’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우연히, 지중해가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아주 오래된, 그로테스크한 교회를 보았습니다.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비잔틴이나 오스만의 건축양식도 아닌,
이 방치된 낡은 교회건물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진을 찍고, 건물의 구조와 규모, 미술사적 건축양식의 특이점들을 기록하고 있을 때,
저는, 갑자기 밀려드는 걷잡을 수 없는 영감과,
그 건물이 나에게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전달하려는 메시지들을 주체할 수 없어,
아무도 없는 교회 바닥에 그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이 그로테스크한 건축물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요.

자, 이제, 수없이 많은 다양한 건축물들이 그동안 내게 전달해왔던
수많은 메시지들을, 저의 상상력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시렵니까?

 
그로테스크한 교회 -제 1화
작성일 : 16-09-04 22:41     조회 : 808     추천 : 1     분량 : 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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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8월. 두바이 현장을 마치고 귀국하기에 앞서,

 나는 터키를 여행하고 싶었다.

 

 터키는 아랍문화와 서구 문화가 서로 충돌하며 빚어낸, 비잔틴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니까.

 

 나는 비잔틴 양식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이 아랍문명의 영향을 받아, 어떤 방식으로 오스만 건축양식으로 변화해 가는지를 눈으로 보고 싶었다.

 

 두바이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택했고, 이스탄불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

 예정이었다.

 같은 날 귀국하는 필리핀 전기 엔지니어, ‘사니’는 내 여행에 동행하고 싶어 했다.

 

 나는 모처럼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조금의 자유를 희생하고 동료와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옛날 김포공항을 연상케 하는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차창 밖의 풍경은, 서구와 아랍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랜드 바쟈르 근처의 작은 호텔에 여정을 풀고,

 우리는 시내로 나갔다.

 

 이른 저녁이었지만, 이슬람 문화권답지 않게 거리는 붐비고 사람들은 흥청거리고 있었다.

 촘촘한 건물들 속, 작은 노천식당에 자리를 잡고, 두바이에서 익숙했던 ‘치킨브리야니’로 이스탄불에서의

 첫 식사를 경험했다.

 식사를 마치고 아랍식 커피로 후식을 한 뒤, 우리는 이스탄불의 밤거리를, 붐비는 사람들 속에 섞여 걸으며 이국의 낭만을 만끽했다.

 사진을 찍고, 생소한 가게들을 기웃거리고…….

 

 다음날 아침, 우리는 여행 계획에 따라 성 소피아 성당을 방문했다.

 

 한때 모슬렘의 회교사원으로도 쓰였던 이 거대한 성당은(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형적인 비잔틴 양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정사각형의 펜던티브 위에 올려진 수많은 원형 돔들은, 하나의 무게가 2천 톤이 넘는다.

 세력을 얻은 초기 기독교가 로마의 정치권력과 손을 잡아 이곳에 동로마제국을 건설했고, 그들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교회 건물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건물의 중앙 천정 밑에 예수와 마리아의 황금 모자이크를 새겨 넣었다.

 

 박물관 직원인 안내원들이 수시로 내부를 돌아다니며 방문객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고 있었다.

 안내원들은 나이가 지긋했고, 많은 지식을 갖춘 듯 보였으나 위압적이진 않았다.

 

 사니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고, 난 가까이에 있던 한 안내원에게 말을 걸었다.

 “이스탄불은 처음인데, 비잔틴 건축의 웅장함이 느껴지는군요.

 혹시 터키엔 성 소피아 사원보다 더 오래된 교회도 있나요?”

 

 안내원은 의외의 질문을 받은 듯 잠시 망설이다,

 “동양인 이신 것 같은데, 건축양식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이스탄불에는 비잔틴 이전의 교회는 찾기 어렵고요,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좀 멀기는 하지만 제 고향인 ‘안탈리아’에 가보세요.”

 “안탈리아요?”

 “예, 저는 안탈리아 출신입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레미아 교회‘가 있어요.

 비잔틴 이전, 초기 기독교 시대의 건물이라고 들었어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교회입니다.

 혹시 교회 건축에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들러 보세요. 실망할 수도 있으니 판단은 알아서 하시고요. “

 

 나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예, 한번 가보고 싶네요.”

 “안탈리아에 가시면, 제 누이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거기 머무시는 것도 괜찮으실 겁니다.

 제가 전화번호를 드리지요.”

 

 우리는 박물관을 나와 근처의 블루 모스크를 둘러보고 숙소로 왔다.

 

 그날 밤, 난 사니에게 넌지시 말했다.

 “내일은 터키의 시골에 가보고 싶어. 이스탄불엔 더 볼 게 없는 것 같아.”

 사니는 의외라는 듯 귀를 세운다.

 “박물관 직원이 말하던데, 이스탄불 남쪽에 ‘안탈리아‘라는 작은 도시가 있대. “

 

 난 오전에 박물관 직원에게서 들은 얘기를 덧붙여 함께 갈 것을 제안했다.

 원래 호기심이 많은 사니는 선뜻 내 의견에 동의해 주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는 지중해의 작은 도시 ‘안탈리아’를 찾았다.

 

 ‘안탈리아’는 이스탄불에서 남쪽으로 1,000킬로쯤 떨어진 지중해변의 작은 휴양도시다.

 

 가르쳐준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찾아간 게스트하우스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고,

 전형적인 지중해풍으로 지어진 2층 건물이었다.

 오션블루의 갤러리 창문과 흰색 벽의 대비가 검푸른 지중해와 조화를 이룬다.

 

 이 우아한 게스트하우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인 여자가 나와, 우리의 가방을 들어주고, 카운터 앞 소파에 자리를 권했다.

 

 게스트하우스의 로비는 마호가니로 만든 카운터와 테이블, 유럽풍의 소파, 페르시아풍의 카펫이 깔려 있었고,

 회갈색의 벽돌 벽면엔 가족들의 사진과, 건물 주변의 풍경들이 갈색 프레임 액자 속에 걸려 있었다.

 

 “이스탄불의 오라버니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혹시 동양인 손님들이 오시면 2층에 있는, 당신께서 쓰시던 방을 드리라고요.”

 “아, 감사합니다.”

 “또, 손님들께서 벨릭의 교회를 방문하시길 원하니 제 딸아이 아일린을 시켜 안내해 드리라고 말씀하셨지요.”

 “정말 친절하신 분이군요. 예,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가보고 싶습니다.”

 “우리 집에 동양인 손님은 두 분이 처음이에요.

 주로 앙카라로 가시는 손님들이 묵어가지요. “

 

 가방을 들어주며, 우리를 2층 복도의 마지막 방으로 안내하며 주인 여자가 말을 이었다.

 

 방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면으로 나 있는 발코니 창이다.

 체크무늬 커튼 사이로 멀리 지중해의 푸르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두 개의 트윈베드가 마호가니 원목 테이블을 사이로 놓여 있었다.

 그 테이블 위엔 코란과 카톨릭 성경이 함께 놓여 있고,

 벽면엔 메카의 방향을 표시하는 화살표가 붙어 있었다.

 

 “아침 8시에 식사를 올려보네 드리지요. 아침 식사는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어요. 식사가 끝나시면,

 제 딸, 아일린이 두 분을 그 교회로 안내해 드릴 겁니다. “

 

 주인 여자가 나가고, 난 샤워를 마친 후 발코니에 있는 하얀 철제 의자에 앉아, 해변의 저녁 풍경을 감상하며

 오랜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앞으로 들이닥칠 운명을 감지하지 못한 채…….

 

  다음날 아침 나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사니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자 머리에 터키식 두건을 쓴 아가씨가 우리의 아침 식사를 담은 쟁반을 들고,

 수줍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아침 식사 가져왔어요. 제 이름은 ‘아일린’이고요, 식사 끝나시면 내려오세요.

 제가 두 분을 벨릭에 있는 교회로 모실 겁니다.”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은 아일린은 방을 나서며 고개를 돌려 힐끗, 한 번 더 쳐다보곤,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야, 일어나 아침 먹자.”

 그때까지 자고 있던 사니를 깨웠고,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배낭에 카메라와 노트를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일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아일린이 운전하는 빨간색 폭스바겐 비틀을 타고 안탈리아에서 20킬로쯤 떨어진 벨릭까지 달렸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세다르 숲을 따라 난 오르막길을 오르니 흰색의 콘크리트 단층 건물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그 건물 뒤로 회갈색 벽돌로 지은 낡은 교회가 보였다.

 

 “여기 앞의 작은 건물은 나중에 지은 건물이고요, 지금은 가끔, 정교회 사제들이 세미나를 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저 뒤에 보이는 건물이 제레미아 교회입니다.

 지금은 폐쇄되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요. “

 이일린의 안내멘트가 시작됐다. 주위는 적막했다.

 

 “이곳엔 사람이 안사나 보군. “

 “가끔씩 관리인이 와서 주변을 정리하고 가요.”

 

 곧 비가 내릴 듯, 하늘은 어느새 검은 구름에 뒤덮여 있었고, 우리는 앞의 회색 건물을 돌아 교회로 갔다.

 

 회갈색의 교회는 오랫동안 방치된 듯 훼손되어 있었고, 벽돌로 지어진 이 작은 건물은 흡사

 이집트의 주거 건축양식을 닮은 듯했다.

 건물 오른쪽에 있는 교회 묘지가 이 그로테스크한 교회와 함께 음산한 기운을 뱉어내고 있었다.

 

 아일린이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이 교회를 ‘제레미아 교회’라고 불러요. 이천 년 전쯤, ‘제레미야’라는 이스라엘 사람이

 한 여인과 터키로 와서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았데요.

 여인이 죽자 제레미야는 그 여인을 저기 보이는 묘지에 안장했고, 몇 년이 지난 후 그 남자는 죽은 여인의 유골을 항아리에 담아, 다시 이스라엘로 가져가 그녀의 고향에 묻었어요.

 그리고 그는 다시 돌아와 이곳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며 살았지요.

 그가 죽자 첫 번째 사제였던 마르하르가 이곳에 제레미야의 집을 허물고 이 교회를 지었다고 해요. “

 

 아일린의 안내멘트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까 이 교회는 마르하르가 지은 건물이로군.

 “네, 맞아요. 마르하르는 이 교회의 사제였으며, 건축가였고 제레미야로부터 첫 번째로 세례를 받은 사람이었어요.”

 

 아일린은 이천 년이나 된 이 건물에 얽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마르하르는 이 건물을 짓고 제레미야처럼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었지요.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저기 보이는 이층 창문에 목을 매어 자살했어요.

 

 그는 죽기 전 자신이 죽은 후 들어갈 석관을 미리 만들고, 건물 지하실의 교회 묘역에 자신의 묘지를 준비해 놓았어요. 그가 왜 죽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하지만 사림들은 그의 유언대로 그의 시신을 교회 지하실에, 그가 미리 준비해 놓은 묘지에 안장했다고 해요. “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을까?”

 “네, 원하시면 들어가 보세요.”

 

 우리는 이 음산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구는 엉성하게 봉쇄되어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문을 열 수 있었다.

 

 초기 바실리카 양식으로 보이는 실내는, 좌우 측면의 대리석 스크린 열주 사이에, 길게 배열되어 있었고,

 설교를 위한 단상 후면엔, 한 여인의 모습과 예수의 얼굴이 양각되어 있었다.

 특이한 건 마리아로 보이는 이 여인의 모습이 흔히 봤던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는 것이다.

 긴 머리카락과 오똑한 콧날, 깊고 큰 눈과 가슴이 깊게 패인 옷…….

 

 어딘지 선정적이랄까?

 

 단상 뒤, 이어진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사람들이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했던 식당 공간,

 사제들의 집무실로 쓰였을 몇 개의 방들이 위치해 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목재 문이 있었는데,

 그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다.

 

 나는 아일린에게 물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

 “아, 네, 거기가 바로 지하 묘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에요. 관리인이 막아놓아 내려갈 수 없어요.”

 

 초기 교회 건축에 있어, 사제들의 묘역은 중요한 교회 건축양식의 하나다.

 대부분의 19세기 이전의 카톨릭 교회에서 보듯, 교회 공간 안에 성직자들의 묘지를 포함시켰다.

 

 우리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건물의 평면을 스케치했다. 가져온 미터테잎(건축용 줄자)으로 실측을 하고,

 특이점을 기록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우리 셋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그로테스크한 교회를 배경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일린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세요?”

 “뭐같이 보여? 한번 맞춰봐.”

 “흠, 역사학자? 아니면 건축가?”

 “하하, 맞아. 건축가지. 마르하르 같은.”

 “아하, 그러셨군요. 그럼, 사니 선생님은요?”

 “사니는 전기 엔지니어야. 집에 전기 고장 난 거 있으면 사니에게 부탁해. 그럼 사니가 고쳐줄 거야.”

 뒤에서 듣고 있던 사니는 어이가 없다는 듯 거만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을 때 로비에서 아일린이 말했다.

 “제 핸드폰 번호예요.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전화 주세요.”

 그녀는 카운터에 비치되어 있던 노란 메모지에 자신의 번호를 적어 내게 주었다.

 “그래. 이따 안 바쁘면 저녁이나 같이하지. 오늘 정말 고마웠어. 감사의 표시로 저녁을 사고 싶어. “

 “정말요? 물론이에요. 전화 주세요.”

 

 아일린은 뜻밖의 제안에 만족하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교회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던 중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그 계단. 그 밑엔 무엇이 있을까? 왜 막아놓았을까?’

 

 그리고 끝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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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냥이 17-08-23 21:47
 
문제는 호기심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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