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건축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이상한 건축가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평범한 건축물들 속에서,
그 하찮은 건물이 내게 전달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나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언제나 그 건물에게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잠들어 있던 건물은 그제서야 깨어나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줍니다.
2003년 8월, 저는 터키의 시골, ‘안탈리아’ 지역을 여행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우연히, 지중해가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아주 오래된, 그로테스크한 교회를 보았습니다.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비잔틴이나 오스만의 건축양식도 아닌,
이 방치된 낡은 교회건물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진을 찍고, 건물의 구조와 규모, 미술사적 건축양식의 특이점들을 기록하고 있을 때,
저는, 갑자기 밀려드는 걷잡을 수 없는 영감과,
그 건물이 나에게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전달하려는 메시지들을 주체할 수 없어,
아무도 없는 교회 바닥에 그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이 그로테스크한 건축물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요.
자, 이제, 수없이 많은 다양한 건축물들이 그동안 내게 전달해왔던
수많은 메시지들을, 저의 상상력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