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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국의 연인
작가 : Beastic
작품등록일 : 2017.7.11

자작집안에서 태어나 연애 결혼을 꿈꾸며,

향수나 만들며 살아가는 소박한 꿈을 지닌 오필린

하루 아침에 공녀가 되더니

어느 날 꼬맹이랑 약혼을 했다.

근데 이녀석 팩트폭격기에 돌직구만 던지는데, 화가 나서 결투 신청을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꼬맹이가 남자가 되고 돌이 짱돌이 되서 날아 온다.

판타지한 세상에서 스릴 넘치는 인생을 살며 알콩달콩한 사랑을 꿈꾸는 공녀

지루한 세상에서 쉬운 인생을 살며 복수를 꿈꾸는 후작

훗날 제국의 연인으로 불리며 대륙 전역을 떠들썩하게한 남녀의 알콩 살벌한 러브코메디

 
1부 2장 싸가지 없는 꼬맹이와 다혈질 공녀의 결투(8)
작성일 : 17-07-11 16:55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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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오필린과 일레인 사이에는 정적이 돌았다. 페일린은 어느새 배가 부른지 오필린의 가슴에 기댄 채로 잠이 들었다. 오필린은 그런 페일린을 시녀에게 넘겨주었고 시녀는 연회실 옆에 위치한 간이침대에 데려가 페일린을 눕혔다.

 

 “생각이 길어지는 것 같구나.”

 

 “글쎄요, 전혀 고민해 보지 않은 문제여서요.”

 

 “흠, 그렇다면 아카데미에서의 활약은 무엇을 위해서였지?”

 

 “그런 것을 묻는 연유가 무엇이지요?”

 

 “우문이구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다니. 이유라면 이제 곧 예비 며느리가 될 아이의 생각을 듣고 싶은 예비 시아비의 마음이구나.”

 

 오필린과 일레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오필린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중년의 신사가 한 때, 글레인 제국의 권력을 휘어잡은 수전가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의 앞에서는 항상 웃으면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주었던 일레인이 자신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스스로도 이 상황이 놀라웠고 한편으로 즐거웠다.

 

 지금은 정쟁의 한복판에서 한 발 멀리 있지만, 정치와 경제를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것이다. 그것은 3년 전, 그와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의 집에 장사진을 친 수 많은 학자들과 영식, 영애들을 단 한마디로 물린 그의 명언으로 크게 알려져 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답을 줄 것이지만, 시간을 던진다면 비웃음을 줄 것이다.’

 

 오필린은 그의 한 마디를 다시 곱씹어보며 입을 열었다. 일레인은 자신의 아내가 사랑한 영애이자, 자신의 가장 친한 친우의 딸이자, 자신이 글레인 제국에서 손꼽은 기재 중 한 명인 그녀를 겉으로는 차갑게 바라보고 있지만, 속으로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날 앞에 두고도 눈빛이 살아있구나. 이 정도로 성장하다니,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기대 되는구나.’

 

 “예비 시아버님이라니. 아직 약혼도 안 올렸습니다만?”

 

 “정략혼으로서는 더 없이 완벽하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케이넬스는 어립니다.”

 

 “그러나, 이제 막 성인이 된 영애정도의 신장이지. 얼마 못가 너보다 더 클 것이다.”

 

 “후작님!”

 

 “하하하. 네가 말을 돌리려 머리를 굴리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내가 홀랑 넘어갈 줄 알았더냐.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뒷방 늙은이 취급이라니.”

 

 오필린은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백자로 이루어진 주전자를 들어 물 잔에 물을 따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일레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더없이 차가웠다.

 

 “네 소식은 오래 전부터 관심 있게 들었지. 망나니 황태자에게 벗어나기 위해 영애를 패고, 나가기 싫은 사교계를 이유 있는 변명으로 나가지 않게 되고, 아카데미의 활약으로 아카데미의 여왕이 되었지. 아마, 내 예상으로는 네 활약은 앞으로 네 아버지가 재상이 되는데 큰 힘이 되어주며, 필스가드 공작가의 23년 간 비어있던 안주인으로서, 제국의 공녀로써, 모든 영애의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겠지.”

 

 “......”

 

 “하지만, 아느냐? 넌 너무 과했다.”

 

 “그게 무슨?”

 

 일레인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띠운 채 오필린을 바라보았다. 오필린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일레인을 바라보았다. 일레인이 말하는 과했다는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고, 자신이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과했다니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다.

 

 “문과 수석에 무과 5등이라, 그것도 여인의 몸으로. 정말 대단하다. 내가 다시 살아나서 해보라고 해도 힘들 것이다. 나도 그리 생각하는데,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숱한 영애들은 물론이고 영식들도 너에게 시기와 질투를 넘어서서 경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 의도는 성공이에요.”

 

 “그런가? 혹, 내가 생각하는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

 

 “아니요, 핵심을 정확히 보셨습니다. 인맥이니, 성취니 하는 것들은 곁가지에 불구 하니까요.”

 

 “그러니, 말하지 않았느냐. 과했다고.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독약이 되는 법. 넌 그 경외심을 심어주면 안될 이들에게 심어 주었다.”

 

 오필린은 일레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계획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는 완벽했으며, 지금까지 생각대로의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일레인의 말과 표정은 분명 자신이 잘못 가고 있는 부분이 있으며, 그것을 꼬집고 있었다.

 

 “글레인 제국에서 여인이 가주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될 수 없는 것도 아니지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글쎄요. 전 단지 아버지를 도우며, 제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려 합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명실상부 최고 권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인, 공작가를 넌 누구에게 줄 생각이지?”

 

 “그건......”

 

 “레이든은 결혼할 생각은 없고, 그의 무남독녀는 감히 제국 최고의 기재라고 칭해지고 있지. 그런 그녀는 공작의 지위에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레이든은 입양의 생각도 없다. 그럼 붕 뜬 공작가는 어디로 흘러갈까?”

 

 오필린은 일레인의 말을 경청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일레인은 두 손을 탁자에 올리며, 깍지를 껴 턱을 기댔다.

 

 “나처럼 한 발 빼고 있는 사람도 한 번 쯤은 생각할 만 한 사안인데, 황궁에서 레이든과 정쟁을 펼치는 신구 귀족들이 생각 안했을 리가 없지. 그리고 그들은 너의 활약을 보면서, 공작의 후계는 너라고 생각 했을 거다.”

 

 “그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닙니까? 여인의 몸으로 공작에 오르기에는 글레인 제국은 그리 녹록치 않아요.”

 

 “그렇게 말한다면, 멀었구나. 지금은 밑그림을 그릴 정도가 되었으니 그도 대단하지만, 영애를 넘어 모든 여인의 위에 군림하길 원한다면 이제 사람을 배워라. 사람의 속을 안다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레인이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다는 어투로 말하자. 오필린은 속으로는 크게 놀랐지만, 최대한 감추기 위해, 일레인의 눈을 피해 물 잔을 바라보았다.

 

 “걱정마라. 네 아비가 나한테 내 능력을 말해 준 것도 아니고, 그저 신기한 능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던 너를 보며 예상한 것뿐이니. 그리고 그 예상도 나밖에 모른다.”

 

 “......그럼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하하하, 그럼 재미없지 않느냐? 자, 이제 과했다는 의미를 알겠느냐?”

 

 “저의 활약이 신구 귀족에게 위협이 되었다는 건가요?”

 

 “흠,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위협이 되는 것이다. 레이든의 피를 이은 네가 공작이 된다면, 자신들과 굉장히 높은 확률로 척을 질 것이고, 적어도 도움을 주지 않을 거라 본거지.”

 

 “제가 그들을 위협할 정도로 라고요?”

 

 “그들은 욕심이 많지, 그리고 욕심이 많은 녀석들은 겁이 많다. 자신의 것을 빼앗길까, 언제 자신의 성역이 위협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며 온갖 더러운 짓을 서슴지 않지.”

 

 일레인은 물을 한잔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위협일지라도 훗날 큰 위협이 될 너를 치는 동시에 레이든에게서 공작의 지위를 뺏기 위한 기발한 생각을 해냈지.”

 

 오필린은 자신의 가문의 상황을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들이 공작의 지위를 뺏어낼 방법이 자신의 머리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명예 공작이라지만, 공작가를 책임질 자가 나타난다면 필스가드 공작가는 정식 공작가로 그 맥을 유지할 수 있지. 공작가라는 이름은 레이든이 아닌 필스가드의 것이다.”

 

 “필스가드의 것이지만, 지금 필스가드가는 저와 아버지. 설마?!”

 

 오필린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한 남자가 생각났다.

 

 “피레스 필스가드. 너의 작은 아버지이자 레이든의 이복동생. 23년 전, 필스가드의 전 자작과 자작비를 죽이고, 필스가드를 멸문까지 몰아넣은 화재를 직접 지시했다는 죄로 ‘데우스 감옥’에 영원히 갇히는 벌을 받은 그가 며칠 전 비밀리에 이뤄진 원로 회의에서 석방 되었다. 아마, 며칠 뒤 면,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들이 쏟아 질 것이다.”

 

 “그게 무슨......”

 

 “피레스의 모략에 있어서는 나보다 대단했지. 당시 레이든과 내가 힘을 합해서 겨우 잡아들일 수 있었다. 피레스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천재였다. 전 자작과 황궁은 평화의 시대에 살아가는데 피레스는 필요가 없었지. 하지만, 글레인 전쟁이 시작되고, 황궁은 그를 찾았다. 그리고 그는 이름을 숨긴 채, 수많은 명장들의 이름으로 올라간 전쟁의 모든 작전을 짜 승리로 이끌었지.”

 

 “그런 말은 처음 들어요.”

 

 “당연하다. 극비리에 움직이고 있었고, 당시 레이든도 이것을 알고 분노했지만. 제국의 상황이 자신의 감정을 일일이 따질 정도로 여유롭지 못했지. 그가 영원히 감옥에 갇히는 것으로 레이든은 참고 있었다. 거기에 그의 작전을 빌린 ‘명장’이라 불리는 겁쟁이들도 그가 밖으로 나와 자신의 일을 폭로할까봐. 그의 감시는 더욱 강해졌지. 그렇기에 레이든은 이 사안을 침묵으로 넘겼다”

 

 “그런데 어떻게 그가 나온다는 거죠?”

 

 “그를 가두는 것보다 풀어주는 것이 더욱 이득이니까. 신구 귀족들은 텅 비어버린 공작가에 피레스를 밀어 넣을 것이고, 레이든과 너를 노리며 필스가드 안쪽부터 서서히 무너뜨릴 것이다. 성공하면 더없이 좋고, 실패한다 해도 가문의 싸움으로 틈이 생긴 레이든을 언제든 공격할 수 있으니 좋지.”

 

 “신구 귀족들이 저지른 비리, 속여 온 명장의 이름을 폭로당할 각오로 이런 짓을 저지른다고요? 이런 멍청한 일을?”

 

 “그만큼 욕망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지. 단지 길 위의 작은 돌멩이를 치우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의 기사단을 시킬 만큼 무모하며, 무능하지.”

 

 “아버지는 이 일을 알고 있습니까?”

 

 일레인이 입을 열어 대답하려 했지만, 그 대답은 뒤에서 들려 왔다.

 

 “당연히 알고 있다.”

 

 레이든은 손에든 쟁반을 들고 다가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군. 일레인.”

 

 레이든은 일레인을 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오필린은 그런 아버지의 말에 자극을 받아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도 이제 성인이에요. 그리고 곧 공작가의 안주인으로써 그 역할을 다해야 하고요. 저도,”

 

 “안다. 너도 이제 성인이지. 이렇게 이쁘게 잘 자라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아카데미의 여왕이라 부르며 제국민들이 너를 칭송하지, 그런 네가 난 너무나도 기특하다.

 

 오필린이 말을 이어나가려 하자, 레이든은 그녀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그녀는 주먹을 쥐고, 레이든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저도 이제 알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제 능력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겠지.”

 

 “그렇다면!”

 

 “하지만, 넌 내 딸이다. 세상 어떤 아비가 딸을 위험 속에 밀어 넣고 싶겠느냐. 투정은 거기까지만 부려라 오필린. 공작가의 안주인의 역할과 사교계의 정점에 서겠다는 너의 의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 아비가 두 눈을 뜬 채, 딸을 잃는 멍청한 아비로 남게 하지 말아다오.”

 

 “......”

 

 오필린은 고개를 숙였다. 레이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깨달았고, 그런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힘을 믿고 날 뛰는 것이 부끄러웠다. 욕망을 알아도 진정한 뒷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다. 일레인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미소지었다.

 

 “어떠냐, 오필린 너와 같은 또래들만 상대하다가 진짜 여우들의 일면을 본 것이.”

 

 “일레인, 너 정말...”

 

 레이든은 일레인의 말에 이제 목소리까지 낮추며 으르렁거렸다.

 

 “후작님의 말씀대로 아직 먼 것 같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넌 나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넌 부족한 게 아니라 모르는 것뿐이다. 사교계에는 이 여우들보다 더 영악한 여우들이 눈을 붉히고 있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라. 정치도 외교도 전쟁도 결국 사람의 일이다.”

 

 “네.”

 

 오필린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자. 일레인은 손뼉을 한 번 쳤다.

 

 “자, 이제 이 약혼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마. 오필린. 이 정도는 괜찮겠지? 레이든?”

 

 일레인은 레이든을 바라보았다. 레이든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피레스가 풀려나면, 신구 귀족들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지만 제국을 위해 승리의 작전을 짠 숨은 영웅이라고 광고할 것이다. 피레스가 폭로하기 전에 자신의 입들로 말하려는 것이지. 물론, 어디까지나 도움 받았다는 말로 무마 할 테지만.”

 

 레이든이 잠시 말을 멈추자, 일레인이 그의 말을 이어 말했다.

 

 “그리고, 신구 귀족들이 거짓말을 했다느니 피레스의 말을 듣겠다느니 하는 모든 화살들을 돌리기 위해 한 가지 큰 이벤트를 준비했지.”

 

 “이벤트라니요?”

 

 “피레스의 결혼. 피레스가 공작의 작위에 오르면 그 후계를 잇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기 위해선 여자가 필요하지. 그리고 그 총대를 맨 사람은 신구 귀족의 돈줄을 담당하는 웨일스 후작가.”

 

 “설마?!”

 

 “리나 웨일스. 그녀가 공작비를 노린다. 오필린.”

 

 “그렇기 때문에 이 약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신구 귀족은 이 결정으로 전면적으로 피레스를 밀어 주기로 마음먹었다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너 또한 후작이상의 혼처를 가져야 힘이 되며, 또 비상시에 널 보호할 수 있다.”

 

 “그래, 때문에 이 아비가 서둘렀던 것이다. 내 하나뿐인 공주님을 최악의 경우라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오필린은 자신의 상황을 보지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헛웃음을 지으며, 아버지와 일레인의 뜻을 이해했다. 신구 귀족 파벌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오직 돈의 힘으로 백작가에 후작가로 오른 웨일스 후작가라면, 이 결정은 타당했다. 그녀는 상대가 어린 아이라느니 그런 것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모략만 따진다면 일레인보다 한 수 위라는 피레스와 웨일스 후작과의 결합 그리고 그들이 공작가로 향한다. 오필린은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약혼 하겠어요.”

 

 ***********

 

 “아아, 비가 오려고 하나. 삭신이 쑤시는군.”

 

 길게 늘어진 검붉은 머리카락과 이제 막 30대를 지난 듯한 외모,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칠흑 같은 길을 따라 걸어 나와서 밤바람이 차가운 숲속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의 앞에 로브를 머리부터 두른 사내가 나타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자유의 몸이군요.”

 

 “수고라? 하하, 마치 내가 저안에서 뭘 하고 뭘 겪었는지 다 안다는 얼굴이군.”

 

 “네, 그분은 모든 걸 지켜보시고 모든 걸 들으십니다. 그 분이 알려주셨는데 모를 리가 없죠.”

 

 “그래. 그래. 너희들의 신이자. 지 잘난 맛에 사는 해괴한 녀석 말이군.”

 

 로프를 두른 사내의 안광이 빛나며, 살기를 흘렸다. 피레스는 헛웃음을 지으며, 그 사내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그의 몸에서는 악취와 그 보다 더 지독한 광기가 흘렀다.

 

 “누구 앞에서 눈을 빛내는 것이냐?”

 

 “당신이 그분의 유희거리가 아니었다면, 방금 전, 그 말로 죽었을 것입니다.”

 

 스산한 밤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두 사람의 사이의 긴장감은 절정에 치달았다.

 

 “하하하!”

 

 피레스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사내의 어깨를 두드렸다.

 

 “장난이네. 하하하! 나에게 복수의 기회를 준 그 신이라는 작자를 내가 감히 모욕하겠나?”

 

 “......”

 

 “하하...하... 그래서 전언이 있으니 온 거겠지?”

 

 사내는 피레스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내 마음대로 하라. 난 그저 지켜보겠다.”

 

 사내는 그 말을 끝으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잠시 사내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던, 피레스는 달빛만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X까. 하하하!”

 

 피레스는 호탕하게 웃은 뒤 숲길을 따라 걸었다. 이윽고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럼 어디 그 아름답다는 우리 조카 얼굴 좀 보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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