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린은 노란색 단발에 자신의 키보다 작은 영애를 내려다보았다. 심지어,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마저 은은한 노란색을 띄고 있어, 그 모습은 마치.
“병아리?”
“뭐라고요?!”
오필린은 헛기침을 하고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코크스크류의 얼굴은 붉다 못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죄송하군요. 영애, 제가 초면에 실례했군요. 필스가드 공작가의 장녀 오필린 필스가드입니다. 아린의 영광이 비춰지기를.”
오필린이 양손의 치마를 살짝 잡아 올리면서 공손히 인사를 전하자, 코크스크류는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침착한 오필린의 모습에 얼떨떨했지만, 뒤에 서있던 리나의 웃음을 참는 모습을 보곤 정신을 차렸다.
“아린의 영광이 깃들기를, 처음 뵙겠습니다. 공녀님. 펀치 백작가의 장녀인 코크스크류 펀치입니다.”
코크스크류도 치마를 잡으며 맞 인사를 하자. 오필린은 언제 웃었냐는 듯이 얼굴을 굳혔다.
“그러게 말입니다. 영애. 전 영애를 본 적이 없는데 영애는 저에 대해 잘 아시더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코크스크류 영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오필린이 보이지 않게 미소 지었다. 공녀라고해도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소녀이며, 자신이 항상 눌러 앉듯이 있던 사교계에 발 한번 안들인 여자였다.
“그 말을 제가 해야 하나요? 영애들도 듣지 못했나요?”
“그..그게...”
오필린은 어시스트와 그 뒤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영애들을 보면서 물었다. 영애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한 걸음 물러섰다. 공녀라고 해도 필스가드는 갑자기 튀어나온 공작 가문으로 그 힘은 명망 높은 후작가 보다도 낮다.
거기다가 사교계는 가문의 힘보다 개인의 능력이 더 도드라지는 장소. 사교계를 제 집 드나들 듯 다니는 코크스크류가 데뷔탕도 치르지 않은 오필린 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지나가던 개도 알법한 일이다. 더욱이 현재 사교계 내에서 암암리에 매장 당하는 공녀에게 줄을 댈 것인가, 아니면 사교계의 분위기에 따라 코크스크류의 편을 들것인가를 두고 저울질 한 결과, 영애들은 조용히 빠지는 쪽을 선택했다.
“공녀님, 대체 무슨 말을 듣고 그러시는 겁니까?”
‘네 까 짓게 뭘 할 수 있겠어. 지금의 사교계는 내 편이야. 오늘의 이 일로 널 입후보에서 떨어뜨려 주지.’
“나오지도 않은 말을 갖고, 저에게 누명이라도 씌우실 생각이십니까?”
오필린은 자신의 앞에서 억울한 듯 눈가를 찍어 내리며 어깨를 떠는 코크스크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뒤로 돌아 리나에게 눈짓 하며 물었다.
“리나, 너도 못 들었어?”
“무슨 이야기?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리나는 오필린을 보면서, 얄궂게 미소 지었다. 오필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앞에서 울먹이는 코크스크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제 귀에는 분명 침실에서 남자를 뒹굴 거리는 저급한 자작가의 영애가 영광스러운 글레인 제국의 공녀라니 라며 분개하던 어떤 모자란 년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아닌가요?”
“그런 망측한 말을 어떤 영애가 하나요?!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이 주변의 영애들에게 물어보세요.”
오필린의 모자란 년 이라는 발언에 흠칫 했던 코크스크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주변의 영애들을 향해 손을 벌리며 말했다. 영애들은 현재 공녀의 가장 친한 친우라고 알려진 리나 웨일스도 한 발 물러서자, 자신들의 선택에 만족하며, 제각각 부채로 입을 가리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 자리에서는 떠나지 않았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연극은 당분간 사교계의 가장 큰 주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것에 반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죠?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들은 것 같아서요. 주변 사람들은 입을 열지 않고, 당사자로 보이는 사람은 말 한 적이 없다 하는데 말이죠.”
“공녀님. 처음 보는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다면 알려주세요. 이런 누명이 씐 채로 모욕을 받는 건 가문의 수치입니다.”
코크스크류는 오필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피식 피식 흘러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연기를 이어나갔다.
‘네가 잘 못 들었다고 인정한다면 사교계에서 들어도 못 들은 척 할 수밖에 없는 호구가 될 것이고, 네가 끝까지 우긴다면 사람들은 진실 보다는 너의 행태에 손가락질을 하겠지. 너는 그런 존재니까. 공녀님’
“부디, 저희 펀치 가문을 모욕하지 말아주십시오. 공녀님!”
오필린은 무릎을 꿇은 코크스크류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그녀만 들릴 정도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후, 고마워 정말. 너 같은 미친년을 살롱에 들어가기 전에 만나서 다행이야. 뮤즈 후작 부인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심지어 필스가드라는 이름에 똥칠을 하려는 년을 내 손으로 신나게 팰 수 있잖아?”
“......?!”
코크스크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벌리자 오필린은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입 다물어. 턱 돌아간다?”
케네스의 수도 최고의 상업 지구에 위치한, ‘영애들의 쉼터’라 불리는 오팔 살롱 앞에서 글레인 제국 역사상 유례없는 공녀의 영애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말 그대로 코크스크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쥐어 팬 오필린은 살롱 앞이 시끄러워져 나온 뮤즈 후작 부인의 제제로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코크스쿠류는 혼절을 했고, 뮤즈 후작 부인은 이 일을 양가문에게 알려 사건의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겠다고 선언했다.
며칠 후, 수많은 영애 앞에서 비록 2살 차이가 나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영애에게 폭력을 휘둘러 혼절 시킨 오필린 공녀는 영애들 사이에서 ‘암사자’ 라는 별칭과 함께 ‘필스가드의 공녀는 심성이 드세며 잔혹하기 이를 때가 없다’ 라는 소문이 발 빠르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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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린, 난 너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아.”
“후, 뭐가?”
뮤즈 후작 부인 덕분에 나중에 찾아온 제국 기사단에 의한 연행은 제지 되었지만, 후작 부인의 잔소리와 예절교육으로 이미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마차를 향해 걸으면서,
오필린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낸 뒤 드레스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리나는 방금 전에 자신이 목격한 복날에 개 패듯 사람을 패던 오필린을 떠올리고는 몸을 떨었다. 그리곤 자신의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듯 태연하게 걸어오는 테일러를 보고는 한 숨을 지었다.
“사람을 그렇게 잘 팰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거기다가 네 시녀는 눈도 꿈쩍 안 하더라.”
“우리 집안이 그냥 집안이야? 검 하나로 자작에서 공작까지 오른 집안인데. 아버지가 가문에 있는 기사단을 훈육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야. 나중에 남편이 바람 피면 써 먹으라고 알려 주신 건데. 배워 놓길 잘했네.”
“공작님도 대단하시네.”
오필린은 마차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리나를 돌아보았다. 리나는 오필린의 눈을 마주치고는 갑자기 낮의 일이 생각나서 흠칫했다.
“왜? 왜?”
“흐음. 그러고 보니 리나, 너 내가 들었냐고 물어 봤을 때 뭐라고 했더라?”
“아, 그거야. 네가 생각한 게 있을 테니. 구경꾼의 입장으로 지켜보려 한거지~. 그리고 넌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고 히히. 내가 살아온 인생 중에서 오늘 봤던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이었어.”
“구라치네.”
오필린이 픽하고 웃으며, 걸음을 빨리하자. 리나는 오필린의 팔짱을 꼈다. 오필린은 필스가드의 피를 이어받은 것 때문인지, 어린 나이에도 또래들 보다 신장이 컸다. 덕분에 리나가 오필린의 팔짱을 껴도 동갑내기 친구가 끼는 듯 했다.
“그리고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런 거지.”
“됐어. 아무래도 소문이 벌써 케니스 거리에 쫙 퍼진 모양이다. 너희 가문 마차가 저기에 있는 거 보니.”
오필린은 마차 대기소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필린의 손끝이 향한 곳에는 흰 고래 문양이 새겨진 마차가 대기해 있었다.
“에휴, 우리 백작님께서 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시다. 그럼 다음에 보자. 오필린.”
리나는 오필린의 어깨를 한 번 친뒤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오필린도 마주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리나가 오필린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뒤에 서있던 테일러를 보며,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럼 갈까? 유모?”
“시녀입니다. 공녀님.”
테일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름다운 영애를 향해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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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장을 차려입은 노신사와 안경을 썼지만 매서운 눈매를 숨길 수 없는 숙녀가 리나의 앞에 앉아 있었다. 리나는 한 숨을 쉬면서, 지끈거리는 눈가를 잡았다. 그리곤 이내 입술을 어그러뜨리며 미소 지었다.
“얘 돌보는 게 이리 힘들 줄이야. 공녀면 뭐해. 14살이나 돼서 지 위치도 모르고 날 뛰는데.”
“많이 힘드셨습니까. 아가씨?”
“그걸 말이라고. 하찮은 백조도 지 살길을 찾아서 끊임없이 다리를 휘젓는데, 오필린 그 계집은 집에만 쳐 박혀있더니 하루아침에 공녀가 되고, 이제 정략결혼이 하기 싫다고 귀족 영애를 개잡듯 패는 꼴이라니.”
노신사는 타는 목에 침을 삼키며, 자세를 바로 했다. 눈앞의 숙녀는 수 천 가지의 가면을 가진 탐욕덩어리였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부셔버리는 것이 바로 자신이 모시는 분의 딸이었다. 적당히 능력이 있으나 그 욕심이 크니, 주군의 명에 따라서 자신과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어디서 온지 알 수 없는 여인이 붙었다.
“그래서 가신 일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안경을 쓴 여인은 리나의 기분은 상관없는지 거리낌 없이 물었다. 리나는 그녀를 쏘아 보고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유리아, 넌 좀 더 모시는 분의 기분을 맞춰야한다는 걸 생각해.”
“제가 모시는 분은 웨일...”
짝
리나의 손이 유리아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계속해봐.”
리나의 시선이 빠르게 차가워지자, 노신사는 나서서 말리기 위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오레인. 넌 가만있어. 마차 안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그 나이가 될 때까지 교육받지 못 했나봐?”
오레인은 아랫입술을 짓씹으면 앉았다. 유리아는 날아간 안경을 다시 주워 쓰고는 리나를 바라보았다.
“하! 이것 봐라. 아버지 가랑이 사이를 기더니 이제 내 머리 위에 선줄 아나보네?”
“그래서 가신 일은.”
“이!......”
“아가씨! 백작 부인께서 집에서 기다리십니다. 마차가 백작 가에 당도하기 전까지, 오늘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아가씨께서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과 공녀를 황태자비 후보에서 떨어뜨렸다는 기쁜 희소식을 정리해 올려야지 않겠습니까?”
리나의 손이 다시 한 번 올라감과 동시에 오레인은 소리치듯 빠르게 말했다. 리나는 들었던 손을 내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오레인을 째려보았다.
“어머니가? 왜? 남부에 내려가신다지 않았어?”
“남부로 가고 있는 도중 폭우가 쏟아져 산길이 산사태로 막혀 일정이 연기 되었다고 합니다.”
“쳇, 시스티 그 망할 년만 팔자 폈군. 하필이면, 남부에 ‘적활대’가 나타나다니. 그년도 독해, 그런 무법지대에 의료 활동이라니.”
“시스티 영애는 어렸을 적부터 약초에 능하다는 건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이 시국에 그곳으로 향하다니 보통 배짱이 아닌 듯 합니다.
“그년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으니깐, 차라리 거기서 죽어주면 편이 편할 텐데. 후, 그래서 어머니가 계시다고.”
“네.”
“오늘도 편히 자긴 글렀군.”
오레인과 유리아는 리나가 이야기하는 공녀와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들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기 시작했다.
“공녀는 완전히 후보에서 떨어질 것입니다. 공녀가 과거부터 직선적이고 감정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영애 폭행이라니 이 치부는 영원히 공녀를 따라 다닐 것이고, 어느 순간에는 레이든 공작을 공격할 카드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유리아는 냉정한 어투로 공녀를 평가했다.
“당연하지. 살짝 의중이나 떠보려고 만났는데,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줄이야. 나이를 먹고 위치가 바뀌어도 야망조차 없는 멍청한 년은 어디 안가네.”
리나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멈춰진 것을 확인한 뒤 마차에서 내리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 그리고 어차피 당분간은 그 년 만날 일은 없으니까. 향수는 버려. 그딴 싸구려 같은 향수나 만들려고 7년을 낭비하다니 말도 안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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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린은 마차 밖으로 보이는 석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돌아가던 리나의 모습을 생각하곤,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했다.
“풉.”
“뭐가 그리 재미있으십니까?”
마주 앉아 있던 테일러는 자상한 미소를 띄운 채, 오필린을 바라보았다. 오필린은 팔짱을 끼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리나 그 여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알기 쉬운 여자구나 해서.”
“흠, 그 영애가 그렇게 알기 쉽다는 건 공녀님만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래도 낮에 영애를 때리 실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이 테일러 아가씨를 모신 이후로 수명이 십년은 줄어든 듯합니다.”
오필린은 테일러를 보며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유모였던 테일러는 자신을 끔찍이 아꼈다. 그 당시 유산으로 아픔을 겪던 테일러도 자신을 딸처럼 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신이 ‘이것이 사람이고 저것이 동물이다’라는 걸 깨닫는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자신이 테일러를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테일러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테일러를 멀리 하진 못한 것은 자신의 ‘능력'이 테일러의 진심을 알려 줬기 때문이다.
[오필린 아가씨를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모시고 싶어. 멀어지고 싶지 않아.]
그것은 한 인간의 가장 크고 순수 했던 욕망이었으며, 오필린이 처음으로 마주한 자신의 능력이었다.
‘테일러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방금 날 모시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아가씨... 그게 무슨?’
‘아니야. 내가 잘 못 들었나봐’
‘아가씨, 어디 편찮으신 건가요?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오필린은 그 날 테일러에게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공유했다.
“테일러, 내 시녀가 된걸 후회 하지 않아? 테일러 정도의 실력이면 시녀장도 가능 할 텐데.”
마차 안에서 오필린의 드레스에 찢어진 부분이 더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 하던 테일러는 고개를 들어, 오필린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아시잖아요?”
[내가 모시고 싶은 건 공녀님이지, 필스가드 공작가가 아니야.]
오필린은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감았다. 이내 고개를 젓고, 테일러를 바라보았다.
“참 바보 같은 유모네.”
“참 아름다운 공녀님이시네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얼굴 위로 노을 빛이 스쳐 지나갔다. 리나는 황태자비가 되길 원했고, 자신은 리나의 탐욕어린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 능력덕분에 골치 아픈 일은 피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그녀 자신도 짐작되지 않았다.
제국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자신이 겪을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