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다.
내가 왜여기에 있는지.
그만큼 바위들 사이의 틈에 끼어서 누워있던 연우는 자신의 처지가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하하 무슨 이런 꼼수를.'
물론 제때 호신강기를 끌어올렸기 때문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밖에서 헬기를 타고 멀리서 날고 있던 선영은 솟아난 수백미터짜리 가시들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무들로 시야가 가려져 엔키두가 베이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갑작스레 튀어나온 거대한 가시들에게 휩싸이는 것만 확인한 것이다.
콰과광-
거대한 조형물 같던 가시들이 박살이 나면서 거대한 소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때 무너지는 잔해들 사이로 시커먼 물체가 튀어나왔다.
털썩-
그 물체는 땅에 빠르게 내려앉았다.
선영은 그 물체를 확인하고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연우가 가볍게 먼지를 털며 선영을 보며 손짓을 보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 새끼는 마지막도 참 화려하게가는구만 미친놈...시작부터 자폭이냐."
몸을 돌려 무너지는 잔해물을 보면서 스스로 느낀 감정을 토해내듯 말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들에게 총애를 내리기 전까진 죽진않을테니 쓸데없는 걱정은 안해도됩니다."
"...!"
분명히 죽었을 터인 미친놈의 소리가 연우의 귀에 들린 것이다.
처음에는 의심했다.
그러나 자신의 예민한 감각이 그러한 의심을 부정했다.
저 녀석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전신의 감각이 생생하게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퍽!
순간적으로 놀라 긴했으나 머리와 다르게 몸은 이미 빠르게 반응하여 그에게 공격을 가했다.
이번엔 그도 가볍게 당해줄 마음이 없던 건지 연우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퍽! 퍽! 퍽!
그래 받아내고있었다.
그러나 방어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반격할 생각도 못했다.
퍽! 퍽! 퍽!
"으으.. 그만해 이 새끼야!"
방어사이로 틈틈이 그를 복날의 개처럼 두드리자 그도 자신을 농락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분노를 분출했다.
쾅!
"그분의 자애를!"
순간적인 분노를 담아 반격했다.
연우는 순간 속으로 오! 하며 침착하게 받아쳤다.
쾅!
"경애를!"
쾅!
"순애를!"
쾅!
"친애를!"
쾅!
"총애를!!!"
콰과광!!!
그는 분노를 매개체로 잠재적 기운마저 폭발시키며 달려들었다.
자신의 안위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도 안한다는 듯.
'툭하면 자폭이냐.'
그러나 상대적으로 연우보다 약한 그였기에 못막을정도는 아니었다.
폭발의 여파로 일어난 먼지를 흩뜨리며 그곳을 벗어났다.
'...죽었을 리가 없겠지?'
속으로 그렇게 판단하며 엔키두의 위치를 파악하려했다.
서걱!
동시에 뒤쪽에서 습격하던 엔키두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털썩!
끈이 떨어진 인형처럼 무너지는 그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상식적으로 저 상태에서 다시 움직인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까도 그런 상식은 한번 자신을 배신했는지라 다시 배신을 당할 마음이 없는 연우였다.
"야 안일어나냐?기다리기 지루한데."
연우는 피를 뿜어내는 시체에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듯 말을 걸었다.
"......"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안죽은거 안다니까?"
"......"
침묵.
돌아오는 건 여전히 침묵뿐이었지만 연우는 엔키두가 죽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아까야 상식의 배신으로 한순간 방심한 상태여서 그냥 지나쳤지만 지금이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퍼져있는 엔키두의 기운을... 어디 한곳에 집중되어있지 않는탓에 그가 있는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적어도 죽지않았다라는석 만큼은 사실로써 받아들였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듯 영상하나가 지나갔다.
"알겠어요. 그럼 부탁할게요. 그리고 방심하지마세요. 저자의 이름은 엔키두 조직 내에서도 불사에 가까운 능력으로 꽤나 유명한 녀석이에요. 성격이 저래서 가까이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헬기로 가면서 말했던 선영의 걱정스런 조언.
그중 '불사에 가까운 능력' 이라는 말이 스처지나가듯 머릿속에 재생됐다.
"이게 그 불사와 관련된 능력인건가."
"잘아시는군요.이것이야말로 그분이 저를 순애하며 친애하며 성애하며 우애하며 총애하며 사랑한다는 증거!..아아 그분께서 저를 사랑! 사랑한다는 증거! 이야말로 더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역시나 멀쩡한 모습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휙!
연우는 쓰러져있는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어느새 시체는 없어져있었다.
기운이 뭉쳐지는 곳에 잠깐 시선이 팔린 사이 어느새 흙속에 스며든 피마저 깔끔하게 사라져있었다.
'대충 알 것도 같군.'
"그래도 확신을 가지려면 한 번 더 확인해볼까?"
퍽!
'...?'
서걱!
"...아무래도 바로 익숙해지지는 않는군."
연우가 그를 베기위해 앞으로 가속했다.
순간이동과도 같은 속도로 엔키두앞까지 다다른 연우는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연우의 의도가 담기지 않은 힘이 그를 더욱 앞으로 밀었는데 그것은 등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엔키두의 공격이었다.
그힘을더해 더 빠르게 정작 본인을 베어버렸지만 연우의 얼굴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차피 그가 죽지않았을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하는 동귀어진수법의 공격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공격일지몰라도 보통의 경우 목숨은 하나뿐이기에 이런 공격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뭐..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는 알겠군."
"무엇이 말하는 것인지요?"
"네 불사의 능력의 정체 말이야."
멈칫!
"호오? 한번 들어나볼까요?"
달려들던 엔키두는 연우의 말에 급하게 몸을 멈춰 세웠다.
그 모습에 연우는 입 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몸을 빙그르 돌며 손짓하며 대답했다.
"눈치 채는 게 약간 늦긴 했지만 이일대전체에 퍼진 너의 기운을 보면 답이 딱 나오지 않나?"
저벅 저벅
뜸을 들이고 천천히 걸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확신을 가지려면 아직 한가지다 확인을 해봐야 될 것 같단 말이야. 바로 여기!"
연우는 어느 한곳에 멈추더니 엔키두를향해 다시 몸을 돌려 얼굴을 마주했다.
씨익!
연우는 엔키두를 향해 미소를 한번 날려준뒤 그대로 땅으로 검을 내려찍었다.
푸욱!
검은 막는 것이 없다는 것처럼 저항 없이 땅깊숙히 박혔다.
이 이유모를 행동에 엔키두는 알수없다는듯 알쏭당쏭한표정으로 연우를 바라보았다.
연우는 궁금한 것이 풀린 듯 가볍게 칼을 빼냈다.
"솔직히 조금 전까지 긴가민가 한게있었어,너라는 개체를 죽이는 것이 의미없다는건 경험했으니 바로 인정하는 수밖에는 없었지 그렇다면 너를 죽이려면 어찌해 될까?"
대답을 바라고 것은 아닌 듯 숨을 고르고 바로 이어서 말을 이었다.
"대기 중의 기운을 보면 답이나오지,본체가 아닌 몸뚱이 얼마가 죽든 너에겐 소용없다는 이야기라는 건데...그렇다면 여기서 내가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퍼진 기운들 중 드문드문 뭉쳐있는게 네목숨과 연관되는 핵이냐는 건데."
엔키두의 표정을 보더니 연우는 절래 절래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상관이없는것 같군."
슬슬 늘어지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약간 톤을 높이며 말했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라는 겁니까?"
"그래그래 거의 다 끝나가니까 잠시만 기다리라고."
연우는 그런 그를 놀리는 듯 한 말투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화답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은 너에게 뚜렷한 약점이 없다는 거야."
"그것참 감사하군요. 그럼 저를 죽이시는 것은 포기하시는 겁니까?"
"포기?누구맘대로?"
"방금 방법이 없다고 인정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럼 죽을 때까지 저항하시다 가시겠습니까?"
"방법이 없다곤 안했어 약점이 없다는거지,약점이 없으면 남은 방법은 정공법 뿐이라는 거데 이 지역 통째로 같이 날려버리면 된다는 간단한 이야기라는 거다."
시종일관 유유자적하던 자세를 유지하던 연우는 엔키두를 바라보며 감정을 서서히 죽이기 시작했다.
무심한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제부터는 진심으로 간다."
그때 엔키두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연우의 몸에서 마치 아지렁이같은것이 피어나기시작한것이다.
순간적으로 자세히보기위해 눈을 반사적으로 찡그린 엔키두는 연우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화악!
그리고 그 순간 환한 빛과 함께 그대로 엔키두는 공중 분해되어 산산이 부서졌다.
사라진 연우는 엔키두의 인지를 벗어난 속도로 그의 앞까지 도달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뻗어진 검에서 기가 폭발하듯 분사되었다.
콰과광!
엔키두의 뒤쪽으로 수백 미터에 달아는 지역이 초토화되었다.
"잠.."
아랑곳하지 않고 튀어나온 엔키두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곳으로 검기를 던지는 연우였다.
콰과광!
"이.."
콰쾅!쾅!콰과광!콰콰콰쾅!
연우는 차근차근 청소하듯 엔키두의 기운이 퍼져있는 지역자체를 소거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발버둥 치던 엔키두는 점차 조여 오는 압도적 기운에 무거운 압박감에 시달렸다.
'이런 미친!!!'
중간부터는 달려드는것이아니라 벗어나 기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연우의 공격에 그러기조차 쉽지 않았다.
사방으로 거의 수km에 달하는 지역, 즉 엔키두의 기운 중 대략 90%이상을 소거하자 남아있던 기운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의 본체가 드러난 것이다.
순식간에 너무 막대한 충격을 받아서일까 엔키두는 경직된 채로 음직이지 못했다.
"마지막이군...잘 가라."
연우는 잘됬다는듯 자비 없이 그를 죽이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연우의 공격이 엔키두에게 닿기전 무언가 그를 막는 듯 빠르게 달려가던 연우는 갑자기 몸을 멈춰 세웠다.
퍼버버벅!
빠르게 달리는 기차가 갑자기 속도가 0이될수 없듯 연우도 갑자기 멈추기 위해 달리던 운동에너지를 땅으로 흘려보냈다.
즉 달리던 다리를 그대로 땅에 찍어 억지로 멈춘 것이었다.
"젠장!"
순간의 경직이 풀리고 공격이 멈추자 그동안 도망가고 싶어도 연우의 방해 때문에 도망갈 수 없었던 엔키두는 망설임없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우는 멍하니 사라지는 엔키두의 등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