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쇠창살 너머에는 사람이 잠을 자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손으로 쇠창살을 움켜쥐고 그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며 잠자는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다.
그런데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나는 보고 있으면서도 그자가 누구인지 인지할 수 가 없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노인인지, 아이인지
심지어 계속 보고 있으니 사람이 맞는지 조차 확신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닫고 쇠창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우우우웅- 펑!
에너지 체는 쇠창살에 닿자마자 공기 터지는 소리를 내며 소멸했다.
허무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약간의 오기가 생겨났다.
나는 두 손을 붙여 앞을 향하고 기운을 모아 드래x볼의 에x르기파처럼 한 곳에 집중해 에너지를 내뿜었다.
우우웅- 우우웅-
역시나 보호막 같은 것에 막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너 지금 뭐해?"
나는 손으로는 바쁘게 공격하면서 얼굴은 태연하게 세클을 보면서 말했다.
"구조 작업 중..이랄까?"
말 그대로 마주편의 사람을 도와주기위해 쇠창살을 없애려 했을 뿐이다.
그래야 이야기를 하던 뭐든 할 것이 아닌가, 뭐 아무리 생각해도 저 쇠창살은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느낌은 나지 않았기 때문에 힘을 쓴 것이었다.
그런데 세클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용없으니까 그만하지?"
"잠시만 이것만 해보고"
그렇게 말하며 한쪽팔과 등을 뒤로 쭉 빼며 거대한 창을 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창의 모습을 나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렇지 않아도 날뛰고 싶어 들끓던 기운이 나의 의지를 캐치하여 자연스럽게 손위로 날카로운 기운이 씌어진 거대한 창을 만들어냈다.
"가랏!"
피잉-
공기를 가르며 쇠창살을 향해 날아갔다.
우웅-
역시나 투명한 막이 나타나 그 앞을 막아섰다.
막은 출렁이며 충격을 흘려냈다.
"의지력을 덧씌운 건 좋은 생각이지만 소용없다니까"
"그런것 같네."
창은 제역할 을 마치지 못하고 분해되듯 사라졌다.
원래라면 가로막는 것을 전부 분해 시켜 버릴만한 스펙의 창이었지만 결국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스스로 힘을 다해 분해되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는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깔끔하게 포기하고 고개를 돌렸다.
"저 사람은 왜 저기 갇힌거야?날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는 아마 저 사람이겠지?"
"이제부터 설명하려고 했으니까 좀 천천히 기다려…….지금부터 하는 말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듣도록 해. 너 최근에 들어서 기억이나 성격이 달라지거나 변하고 있다고 느낀 적 없어?"
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받은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나도 예전의 너를 알 수 가없어서 정확하게 말할 수 는없지만 일반적으로 뛰어난 오성을 지닌 자들은 대개 냉철한 편인데…….꼭그렇다는건 아니지만 너는 너무 감정적이야,생각없이 움직이고 전형적인 힘만쎈 바보 같달까? 뭐라고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맞지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야, 너의 영혼에서 말이야"
"뭐? 바보?"
파짓!파직!
내 몸에 흐르던 미세한 스파크가 나의 감정에 연동하여 순간적으로 격렬하게 움직였다.
"이것 봐..이렇게 간단한 말에도 자연스럽게 반응이 나오잖아"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매우 이성적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단순한 말에도 이렇게 흥분 하려고 한다는 것이 그것을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아무리 그렇다 고해도 나의 인격이 다르게 변했다 라는 경우의 가능성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네가 착각했을 수 도 있지 않아?"
머리로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마음에 다시금 물어봤다.
"정말 내가 착각했다고 생각해? 그럼 너는 왜 주위사람들에 대해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거지? 걱정도 되지 않는 거야? 너는 항상 눈앞의 상황에만 급급하게 그리고 감정적으로 대해 왔잖아"
"그건 네가 여기서의 시간은 바깥에서 흐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거야 그리고 미호에게 그사이 무슨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
"의도적으로 회피하지마,가족 걱정은 해봤어?"
확실히 나는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 그냥 단순히 집을 목표로 돌아가려고 단순히 움직였을 뿐, 만나고 나서야 자세히 생각을 했다는 것이 이상했다는 것을 눈치 채지도 못했었다.
"그건.. 아버지하고 이미 이야기하고 가족이 무사하다고 들어서 그런 거라고"
"그럼 친구는?"
"……."
"인정하고 있으면서 회피하지 마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생각이 많아지지 않아? 그리고 나는 직접적으로 영혼의 이질감을 느끼고 말한거였어,네가 더 이상 변하는 것을 늦추려고 말이야"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단순히 갇혀있는 누군가라고 생각했던 아까와는 달리 다른 생각과 마음으로 보니 보는 관전도 달라진 것 같았다.
나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시킨 것이라면
"저건 내가 억누르고 있는 또 다른 인격 같은 건가?"
"아니..비슷하다면 비슷하겠지만 저건…….그래! 너의 전생의 '업'이야"
"업?"
"그래 ,전생에서의 일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야 네가 저것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부터는 저건 네게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어 그러니까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그렇다고 신경이 안쓰일리 없..."
한순간이었다.
마치 최면에서 풀리는 것처럼, 동전의 한 면이 뒤집혀 다른쪽면이 드러나는 것처럼 한순간에 나의 정신은 뒤바꼈다.
아니..돌아왔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
철창너머의 존재가 더 이상 내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을 그리고 더 깊숙이 알고 싶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내야 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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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때 제이슨에게 몸의 제어권을 넘긴 것도 이상했어.'
연우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제이슨이 자신의 몸을 뺏는다고 마음을 먹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원래의 연우라면 그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절대로 자신의 몸을 넘기지 않고 그 상황을 해결 하려고 했을 것이다.
비록 깔끔한 방법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인 이상,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 이상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우 본인도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해서 자신의 몸을 넘기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
'나를 그렇게 만들고 그 사실을 인지조차하지못하게 한'그것'이 그만큼 위험 했다는 소리겠지…….그런데 역시 쉽게 알아낼 수는 없는건가?그래도 제이슨을 알아채서 혹시나 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점점 길어지려는 찰나였다.
"무슨 생각해?"
상념에 빠지려던 그때 옆에서 미호의 소리가 그것을 방해했다.
"별로...딱히 아무생각도 안했는데?"
그러나 미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연우를 지켜봤다.
'뭔가 눈치챘나?설마…….'
시간이 지나면 성격의 변화를 이상하다고 여길지도 몰랐다.
실제로 원래대로 돌아간 거지만 이미 변했던 후에 만난 미호라면 이상하게 여기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너어~~~"
미호는 빨리 모든 것을 말하라는 듯이 쳐다보며 말을 끌었다.
"뭐가?"
그러나 미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방금 들은 정신체라는건 저번에 '그거'"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제이슨에 대해 미호에게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린 연우였다.
딱히 숨긴 것은 아니었지만 말한다고 좋을 것도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는데 이렇게 들키게 된 것이었다.
"응, 어쩌다보니 나한테 묶여서 같이 지내고 있어"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된 거지?'
물론 모두에게 비밀로 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말할만한 사실은 아니었다.
그런데 연우는 어느 순간부터 미호가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보낸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미 맺어진 인연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할 이유도 없지만'
보일 듯 말듯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였다.
바스락-바스락-
조금 떨어진 풀에서 조그마한 물체가 튀어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그 물체는 두개의 기다란 귀가 달려 있었고 새빨간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
붉은 두 눈으로 연우일행을 응시하며 깡총 뛰어올랐다.
그 생명체 바로 위에는 어떤 글자가 쓰여서 있었다.
[블러드 래빗]
그렇다, 그 물체는 토끼였다.
"토끼? 저런걸 잡아서 훈련이 되긴되나?"
연우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혼잣말이 들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미호 였다.
"그러게 나도 동감, 이렇게 귀엽기만 한데"
미호는 그렇게 말하며 토끼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