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몸에 상처라니 무기도 마음대로 바뀌는 것 같고, 위험하군.. 게다가 소량이지만 내기운이 저놈에게 흡수된 것도 마음에 걸리는군.'
"으음... 생각 보다 더 능력이 안통하네,그녀를 막던 힘도 회수해서 시간이 없는데...역시 안 되겠다. 오랜만에 보는 먹음직스러운 놈 이지만 아깝군."
혼자서 먹음직스럽네 마네 하는 비터문에게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아! 그리고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난 비터문이 아니야 그 괴물은 이미 먹어치운지 오래다. 물론 아직 기운을 다흡수 하지 못해서 이모양이지만,잘들어라 내 이름은 '탐월'이다."
그 녀석은 그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하?!무슨..허..어이없는.. 세클!"
내가 소리치자 옆에서 차분하게 대답하는 세클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게 말 안 해도 들리니까 조용히좀 말해."
"지금 상황좀 설명해줄래?"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세클에게 따지듯이 물어봤다.
"나도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야, 이 재현능력이 과거의 세계에 네가 끼어든 거 같은 거라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나도 모르거든 그런데 이 상황은 어차피 저 녀석이 목적이 아니니깐 상관없어 지금 오는 녀석이 목적이었지 그런고로 난이만~"
그러고선 또다시 모습을 감췄다.
반투명한 상태로 있어도 되는데 모습을 감춘 것을 보니 분명 나를 상대하기 귀찮은 것이 틀림없겠지.
"어이 세클~!세클~!"
세클을 계속 부르려던 나의 시도는 금세 무산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보는 곳의 하늘이 점점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인공적으로 밤으로 바뀌는 듯한 느낌이었다.
멀리서부터 밀려오던 어둠은 어느새 나를 지나쳐 뒤쪽하늘 까지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어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멀리서 다가오는 엄청난 존재감에 피부가 저릿저릿해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존재감은 멀리서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좌절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둠이 처음 밀려오던 하늘에 조그마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점은 점점 커지며 사람의 윤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거무죽죽하고 펑퍼짐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몸매는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예쁘네.'
그것이 다였다.
지상에 강림한 여신의 미모처럼 아름다웠지만 미호의 얼굴에 익숙해진 나는 그 아찔한 마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고고했다.
동시에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죽여 버리겠어. 어디로 도망간거야!보이는 즉시 갈가리 찢어 죽여버리겟어!"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말해,탐월 그 개자식은 어디로 갓지?말하면 고통 없이 죽여주지"
"......"
침묵이 감돌자 분노가 담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입을 열지 않겠다면 그대로 죽어라, 어둠에 물든 달이여 눈앞의 모든 것을 잠식할지니 개화하라 [이클립스]"
그녀의 존재에 밀려 뒤늦게 눈에 들어온 손에들려있던 거대한 낫이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뿜어진 기운은 밤하늘로 올라가 한곳에 뭉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어둠속에서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으며 구의형태를 띄고 있었다.
마치 밤하늘에 뜬 보름달 같았다.
밝은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품은 것이 다를 뿐.
마침내 낫에서 나온 마지막 기운이 전부 뭉쳤다.
쿠우웅-!
동시에 엄청난 압력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파직!
내가 디디고 있던 땅이 짓누르는 압력을 견지디못하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리 어두워도 꿰뚫어 버리던 나의 눈은 방해전파라도 받은 tv마냥 앞을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둠이라... 제1식 화룡'
와륵
나는 어둠을 몰아내려 불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불의 기운이 뿜어내는 빛이 어둠을 몰아내며 자리를 넓혀갔다.
빛은 어둠을 순식간에 몰아냈다.
그래 단 1~2미터만 말이다.
지독한 어둠은 나의 불꽃이 내뿜는 빛마저 집어삼켜 시야는 불과 반경 1~2미터밖에 확보되지 않았다.
그 너머는 아직 시커먼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보이는 것만을 차단하는 거라면 상관이 없었지만 어둠은 기운이나 기척마저 느껴지지 않도록 막아버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홍련의 불꽃]'
넘실거리던 붉은색의 기운이 점점 더 가열되며 노란색 에서 흰색으로 흰색에서 푸른색으로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불기둥'
푸른색으로 변한 불의 기운은 순식간에 부피를 부풀려 화연기둥을 만들어 냈다.
화염기둥은 마치 하늘을 뚫을 것처럼 위로 솟구쳤다.
보이지 않을 만큼 엄청난 고도에 다다랐을 때 나는 웃으며 말했다.
"터져라"
담담하게 나온 한마디, 그러나 일어난 상황은 담담하지 않았다.
콰아아앙~~!!!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폭음과 함께 어마어마하던 불기둥이 무너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불기둥에서 쪼개져나온 셀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거대한 불덩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불덩이 이라 표현했지만 하나하나가 집채만 한 크기로 쉽게 무시할 만한크기는 절대로 아니었다.
사방으로 퍼진 불덩이 덕분인기 어둠의 기운이 약간 옅어진 건지 잃어버렸던 감각중 일부가 돌아왔다.
허공에서 오만하게 서있는 그녀의 기운을 느낌과 동시에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홍화염룡'
우우우웅-
검신이 미약한 진동을 일으켰다.
화르륵-
미약한 진동을 시발점으로 검신에서 불꽃이 일어나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강력한 기운이 응축된 불꽃은 용의 모습으로 변하여 그녀를 덮쳤다.
서걱-
어느새 그녀의 낫은 휘둘러져 있었다.
마치 과정이 생략된 듯 휘두르는 모습은 보지 못할 만큼 빠른 움직임이었다.
입을 벌리며 그녀를 위협하던 화룡이 입에서 부터 몸통을 지나 꼬리까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두줄기로 갈라진 화룡이 그녀의 위, 아래를 지나칠 때였다.
쿠우웅-
갈라진 화룡이 터지며 그녀를 휘감아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늘곳곳에서 떨어지던 집채만 한 불덩이들도 마치 중력에 이끌리듯 그녀를 뒤덮은 화염에 힘을 보탰다.
주위를 넘실거리는 화염은 막을 만들어 그녀를 가두어 버렸다.
그 모습은 작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듯 보였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군.'
콰아앙!
그러나 내가 터트리기 전에 뭉쳐진 기운이 멋대로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그 폭발 속에서 내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는 멀쩡하게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전투모드 [일루시에이터]"
그런데 그녀의 모습이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펑퍼짐했던 검은색원피스는 맞춤제작한듯 체형에 맞는 타이트한 옷으로 바뀌어 있었고 머리에는 마녀들이 쓸법한 커다란 모자가 씌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낫의 가운데에 떡하니 박혀있는 눈동자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녀를 불태울 것만 같았던 화염들은 허공이 스며들듯 사그라졌다.
다시금 세상은 어둠에 잠겼다.
그러나 어둠의 장막이 펼쳐지기 직전 나는 확실히 봤다.
한쪽 입 꼬리만 올라간 그녀의 비웃음을, 그 의미 까지도 확실히 들린 듯 했다.
'이게 다야?'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