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내가 알고 있던 기의 발현 형태와 다른데 이거. 괜찮은 거야?"
나는 제이슨에게 몸을 맡겼을 때 갈비뼈처럼 반달모양의 기가 내주위를 감쌌던 기억이 있어 의문을 표출했다.
"너에게 붙어사는 노인을 말하는것 같은데 기의 발현 형태는 비슷한듯하면서도 각각의 영혼마다 다르니까 너의 기의 발현이 달라도 이상할건 없어, 덧붙이자면 보편적으로 기의 발현은 날개형태가 많아 그리고 경지가 높아지면 날개가 커지거나 늘어나거나 하는거지,그나저나 재 많이 화난 거 같은데?"
세클의 말이 아니더라도 몸을 들썩이며 숨이 거칠어진 비터문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화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지가 화나봤자 어쩌겠어?"
그러나 자신감이 충만하다 못해 넘치는 지금의 나에겐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래? 저래보여도 너의 최상의 상태일 때 보다 강한 녀석인데"
나는 세클의 말에 비터문의 기운을 다시 주의 깊게 살펴봤지만 아무리 봐도 나보다 강하단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음.... 아무리 봐도 현경의 끝자락? 그 정도 인것 같은데."
"확실히 지금은 극한의 끝자락이긴하지,아 극한은 현경이랑 같은 소리야, 화경은 극경,현경은 극한, 생사경은 초월,그너머로 입신등 더있지만 필요 없겠지 참고로 저 녀석도 초월지경 이야, 지금은 이해가 안되도 싸우다보면 내말의 뜻을 알거야."
세클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충혈된 눈으로 달려드는 비터문이었다.
비터문의 언월도는 그 커다란 크기를 무시하고 현란하게 움직였다.
눈이 어지러울 만큼 변화무쌍한 공격이었다.
"쿵!쿵~!쿵!쿵!"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면 폭풍 같은 참격을 막고 있는 내모습은 매우 위태로워 보였을 것이다.
일단 기본적인 사이즈부터 다르지 않던가,ufc에서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가 마주보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것보다 심한차이인데 견적나오잖아?물론 이것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을보고 비유한 것이다.
실제로 공격을 막고 있는 나는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그 근거로 나는 단한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가 변해가는것이 느껴졌다.
'뭔가...이상한데?'
공격을 막으면서 비터 문을 살펴보니 좀 전의 흥분은 마치 연기였다는 듯 매우 차분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묘한 느낌에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아니 하려고 했다는 표현이 정확일까, 내가 반격을 하려는 순간 비터문에 뒤로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 무기 내힘이 통하지 않는군 시간도 얼마 없으니 장난은 그만두지, 돌아와라 [탐]!!"
그러자 비터문의 거대한 몸에서 눈부신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 갑작스러운 빛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시야를 잃어버린 그 잠깐의 순간 저 멀리 하늘에서 한줄기의 빛이 날아와 비터문이 뿜어내는 빛에 스며들었다.
환하게 빛나던 광채는 서서히 사그라졌다.
내가 눈을 떳을때 거의 5미터에 다다랐던 비터문의 신체는 대략 2미터까지 줄어있었다.
그리고 비터문의 손에 들려있던 괴기스러운 언월도도 어디론가 사라져있었다.
'만화같은데선 변신할 때 무방비상태에 있는 순간을 놓치던데 나는 그런 멍청한 주인공이 될 수 는 없지.'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고 공격을 가했다.
내가 휘두른 검에선 강기로 이루어진 용들이 튀어나와 비터문을 향해 거대한 입을 벌리며 날아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는 멈추지 않고 검무를 췄다.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강기의 용들이 생겨나 비터문을 향해 날아가 공격했다.
나는 강기안에 내포된 기운을 느끼며 형편없이 날아가 버릴 비터문의 모습을 떠올렸다.
"콰앙! 쾅!콰쾅!"
'저런.말도 안 되는!!'
그러나 생각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흉포하게 날아가던 강기의 용들이 비터문의 가벼운 손짓에 허무하게 튕겨져 나가는 것이었다.
"쾅! 콰쾅!"
비터문에게 맞은 부위가 움푹 들어간 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모습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 녀석은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가볍게 털었다.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잠들어있던 경각심을 일깨웠다.
마음 한구석에 나도 모르게 생겼던 상대를 경시하던 마음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후훗 지금까진 진심이 아니었다는 건가?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내 진심을 보여주지, 그 웃음 언제까지 가는지 보자.'
나는 무릎을 약간 구부린 채 검끝에 기운을 압축했다.
순식간이었다.
나의 검이 비터문에게 찔러 들어가는 것은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콰아아아앙!"
뒤늦게 내가 디디고 있었던 지표면이 붕괴되는 소리가 들렸다.
내딛는 힘을 버티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았어?'
나름의 진심이 들어간 공격이 생각보다 쉽게 막힌 것이었다.
검끝이 새하얀 빛을 두른 녀석의 두 손에 잡혀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 일격으로 끝내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아무런 피해 없이 막혀버릴 줄은 나도 몰랐다.
그런데 다시 녀석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녀석 확실히 내 아래가 아니야.'
분명히 아까는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힘을 숨기다니 비겁하군."
"비겁? 힘없는 정파의 위선자들 같은 소리를 하는군, 그렇게 따지면 네녀석도 힘을 숨겼으니 피장파장 아닌가 그렇다면 네놈은 무식한 놈이군."
"무..무식?!"
저따위 뱀대가리 한테 무식이라는 소리를 듣다니! 하지만 이런 걸로 화 낼 때가 아니지 이야기가 옆으로 샐 수 있으니 어차피 이 모든 것의 본래 목적은 수련, 그리고 나는 아직 최대의 힘을 쓴 것도 아니었다.
내 힘의 원천은 내가'자연기'라고 명칭을 지은,기연으로 생긴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한에 가까운 기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무지막지한 몸뚱이와 말도 안 되는 기운으로 장기전으로 몰아붙인다면 비슷한 경지뿐만 아니라 약간 높은 경지의 존재라 할지라도 이길 수 있었다.
물론 저번 라이제르에게 밀렸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기운의 활용이 미숙했기 때문이었다.
"무식이라.. 그래 무식한게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지."
"무식한걸 자랑하는 건가? 너무 무서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크크큭..크하하."
'저 새끼가……!'
소설책들을 보면 주인공이나 도 닦는 노승들이나 이상하리 만큼 적의 도발에 쉽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며 욕하던 나였다.
그런데 저런 허접한 삼류도발에도 속으로 울컥하는 내모습이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신차리자,이러는건 나답지 않아.'
"왜 말이 없지? 무식이 뭔지 보여준다는 놈 어디로 사라졌나?"
'대꾸할 필요가 없다. 집중하자 집중!구룡천강검 제1식 [화룡]'
나를 중심으로 일렁이던 기운들이 붉게 물들며 주위의 온도를 강제로 끌어 올렸다.
"제1식 화룡 오의 사염."
붉게 물들었던 기운이 급변하며 검은 불꽃으로 변하며 온몸을 휘감았다.
내가 서있던곳의 주변은 이미 화염지옥으로 변해있었다.
초고온의 검은 불꽃에 나무 뿐만 아니라 땅과 바위마저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죽음의 기운이 서린 검은 불꽃조차 은은한 빛의 기운에 막혀 비터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게 다인가?"
은은한 빛으로 후광을 두른 비터문은 자신의 기운으로 뽑아낸 듯 빛으로 이루어진 검을 든채 말했다.
동시에 나는 상대방에게 공격할 기회를 빼앗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먼저 검을 휘둘렀다.
먼저 움직였음에도 녀석의 검과 마주친 것은 중간지점이었다.
'속도에서 약간 밀린다는 건가? 아니면 내 움직임이 읽힌 건가?'
녀석과의 싸움은 거의 비등하게 흘러갔다.
나는 비록 피해는 주지 못했지만 검을 계속 마주하면서도 검은 불꽃으로 녀석을 압박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녀석을 압박하던 검은 불꽃이 기이하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본래 지닌 기운을 다 소모하면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지금은 명백히 다른 현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압박하던 불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끊임없이 생성되는 검은 불꽃으로 메꿔졌다.
나는 싸우면서 검은 불꽃이 사라지는 것에 집중했다.
'지금!'
또다시 기운이 충만한 검은 불꽃이 사그라졌다.
그리고 흩어진 기운이 녀석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뭐..뭐야 이건?'
지이익!
"어이 어이 지금 다른데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정말 약간이지만 집중력이 줄어들었을 때의 틈을 녀석은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왔다.
녀석의 무기는 어느새 창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창끝이 잠깐이었지만 나의 기운을 뚫고 들어와 나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었다.
방심의 대가로 얕지만 상처를 입은 것이다.
경이적인 재생력으로 언제그랬냐는듯 상처는 금세 아물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