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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5)
작성일 : 18-12-29 18:02     조회 : 80     추천 : 0     분량 : 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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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그 아이가 있었지. 호아 탈루, 북쪽에서 온 아이.”

 

  “호아 탈루? 그 호아 영감이 데려가 키운다는?”

 

  순간 호기심으로 가득 찬 수장들의 시선이 삽시간에 티브리에게로 집중되었다. 10년 전 북쪽에서 내려온 버림받은 자들의 아이는 휘토에 비견될 만큼 좋은 이야깃거리였던 것이다.

 

  “예…… 맞습니다. 탈루도 올해 영신제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북쪽의 아이가 아닌가? 어째서 불새일족이 그 아이의 영신을…….”

 

  “그것에 대해선 이미 10년 전 샤께서 명백히 공언해두신 바가 있습니다. 탈루는 불새일족의 아이입니다.”

 

  티브리의 단호한 음성에 아난 포르의 얼굴이 벼락 맞은 메추리마냥 구겨졌지만 티브리는 그녀의 심술궂은 표정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무안을 줄 생각까지는 아니었으나, 한 가문의 수장이라는 자가 아직까지도 저러한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녀로선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여전히 호아 영감과 단 둘이 살고 있나?”

 

  “최근엔 학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합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신제 준비기간이기도 하고, ‘으뜸타난’께서도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겠다고 말씀하셔서요.”

 

  “아니, 또!?”

 

  짤막한 탄성을 내지른 뒤, 하르디는 이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정말로 잠시도 쉬지 않고 싸돌아다니는구먼. 그럼 대체 요괴나 적이 나타났을 땐 누구더러 상대를 하라는 거야? 도무지 직책에 대한 책임감이 없단 말이지. 더군다나 10년을 함께한 꼬맹이가 신을 받는다는데 얼굴하나 내밀지 않는다는 것도 참…… 탈루란 아이도 그간 고생 꽤나 했겠구먼. 그래, 이번엔 또 어디로 간다던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바위산에 볼 일이 좀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니, 그 멍텅구리가 현인들을 찾아갔다고?

 

  하르디는 진심으로 우습다는 듯 배를 잡고 껄껄댔다.

 

  “장담컨대 머리바위 문지기의 수수께끼도 풀어내지 못할걸?”

 

  “호아 무루는 ‘세상의 세 가지’에 능해요. 어릴 적에 곧잘 그 놀이를 하며 놀았거든요. 내가 한 번을 이길 때 무루는 세 번을 이겼지요. 하르디는 한 번도 이기질 못했지만.”

 

  갑작스레 끼어든 네마르 사타에게 하르디가 버럭 성질을 냈다.

 

  “아니! 그건 네가 녀석의 괴상망측한 답변을 네 멋대로 인정하고 넘겨주었기 때문이라고! 너는 그녀석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어물쩍거리던 것까지 죄다 답으로 처리해버렸잖아!”

 

  “그건 그때 내 질문이 짝사랑에 빠진 사람의 특징 세 가지를 말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는 망설이는 표정과 눈치 보기, 그리고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지요.”

 

  네마르 사타의 대답에 할 말을 잃고 씩씩거리던 하르디의 등 너머로, 누군가의 나긋한 음성이 들려왔다. ‘흰족제비’였다.

 

  “하르디, 진정하시지요. 불새일족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하신 ‘삼난’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궁금하긴 하나, 지금은 시기가 적절치 않군요.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흰족제비’의 지적에 당황한 하르디가 두어 차례 헛기침을 했다. 그러곤 실수를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내 폐를 끼칠 뻔 했네 그래. 새로운 시대라…… 그거 좋군! 그래, 티브리. 그 아이는 어떨 것 같나?”

 

  “……예?”

 

  “새로운 시대를 책임질 우리의 어린 불새 말이야! 탈루 그 아이를 마음에 들어 할 신이 있겠느냔 말이지. 오랫동안 교육시켜왔으니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갈 것 아닌가?”

 

  티브리는 하르디의 물음에 곧장 답하지 못했다. 그가 뜻밖의 질문을 해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른 이에겐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그것이 학당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이들의 신을 예상해보라는 건 학당관리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로, 심지어 묻는 이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접대용 신의 목록이 짜여있을 정도였다.

 

  티브리가 멈칫거렸던 이유는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을 파고든 하나의 깨달음 때문이었다.

 

  “탈루의 신……?”

 

  놀랍게도 자신은 탈루와 함께한 수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아이가 어떤 신을 받게 될지에 대해 궁금해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어째서 여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기이한 일이었다.

 

  “글쎄요…… 솔직히 말해 떠오르는 신이 없네요.”

 

  티브리가 자기 자신을 기이하게 여겼던 것만큼이나 다른 이들도 그런 것처럼 보였다. 하르디의 주름진 두 눈이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수년간 아이의 교육을 책임진 학당관리자가 떠오르는 신이 없다니? 아이의 운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질이나 성향에 대해선 어느 정도 파악이 됐을 것 아닌가. 아니 그리고, 그 애는 바라는 신도 없단 말이야?”

 

  탈루의 기질을 생각하자 티브리는 문득 웃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새벽나절 프타가 했던 말이 갑작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

 

 

  “으뜸신녀님! 이난나가 탈루의 신에 대해 은근슬쩍 떠들어대는 거 혹시 들으셨어요? 제 딴엔 머리 좀 굴렸다는 듯 남쪽의 바람신이니, 중앙숲의 너도밤나무 신이니 하고 있지만 죄다 허튼소리에 불과하죠. 탈루가 받을 신이야 저기 저 게으른 잠꾸러기 신 말고 누가 또 있겠어요?”

 

 

  그 말대로 탈루의 차분하고도 고요한 성정은 저기 저 북쪽 오솔길 너머에 있는 ‘엊저녁에 잠든 신’을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그토록 깊고도 잔잔한 호수를 닮은 아이. 수없이 많은 풀꽃들과 산새들, 동물들이 저 고요한 호숫가 주위에서 노니는 걸 보면, 탈루 역시도 수많은 신들의 호감을 살 공산이 컸다. 어쩌면 그의 의지로 신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리라.

 

  하지만 그녀가 기억하기로 탈루는 자신이 받게 될 신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자신이 어떠한 신을 받게 될지 전전긍긍해 하지 않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 아이는 그저 자신의 운명이 점 지어줄 신을 기다릴 뿐이었다.

 

  탈루가 바라는 신은 어쩌면 ‘운명’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 아이는 그저 자신과 운명을 함께할 신을 기다릴 뿐이라고 했지요. 딱히 바라는 신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티브리의 말에 하르디가 혀를 끌끌 찼다. 그는 저 춥고 혹독하기 짝이 없는 북쪽에서 온 아이가 자기만의 강력한 신을 바라는 게 아니라 가장 전통적인 일족의 방식을 따르겠다고 말한 사실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허참, 모범생이로구먼!”

 

  그때였다.

 

  “그저 치기어린 아이의 공상일 뿐일지도 모르지요.”

 

  티브리는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 나온 ‘여우’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굳이 탈루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도 저자였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이들은 운명이란 말에 금세 매혹되곤 하지요.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만들어주니까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운명이란 거대한 흐름의 주인공이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휘토와 같은 아이들 말이지요. 백년에 한 번, 아니 천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는 천재들. 그렇지 않습니까, 티브리?”

 

  티브리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으나 ‘여우’ 역시도 그녀의 대답을 기다린 것 같지는 않았다.

 

  “신들이 타고 오는 것을 우리는 운명, 기질, 그리고 의지라고 배워왔지요. 물론 그것은 사실입니다만……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신들의 관심은 개인의 ‘기질’에 한정되기 마련이라는 걸. 지금이야 ‘흰족제비’님의 주물(呪物)덕에 조금이나마 ‘의지’의 역할이 커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절대다수는 ‘기질’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언뜻 듣기로 탈루란 아이는 꽤나 얌전한 편이라고 하더군요. 맞나요?”

 

  “……그런데요?”

 

  “으뜸신녀께선 그 애의 기질이 잿빛늑대나 흑표범의 신, 혹은 그 이상의 신을 매혹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응? 잿빛늑대라고?”

 

  이것이었구나. 티브리는 그제야 ‘여우’가 굳이 나서서 탈루의 얘기를 꺼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티브리의 얼굴이 서서히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뭐야, 그럼 그 꼬맹이가 잿빛늑대를 거부했다는 거야? 아니 그리고, 흑표범은 또 뭐야? 내게 말하지 않은 게 있었나?”

 

  “아직 모르고 계셨나보군요, 하르디. 당신이 구해오신 잿빛늑대의 무구와 호아 무루께서 보관하고 계시던 흑표범의 무구, 그 두 가지가 저 북쪽의 아이를 위해 준비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퇴짜를 맞긴 했습니다만…….”

 

  티브리는 그가 어떻게 이 모든 사실을 이토록 상세히 알고 있는지 궁금했으나 당장은 그것을 밝히는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태연히 웃음 짓고 있는 ‘여우’의 뒤로, 한 쌍의 눈동자가 불같이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아난 포르의 것이었다.

 

  “뭣이! 우리 가문에겐 한 마디 말도 없더니 어찌 출신도 불분명한 그 녀석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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