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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8)
작성일 : 18-12-31 18:45     조회 : 86     추천 : 0     분량 : 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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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이런…… 졸지 말거라, 프타! 영신이 코앞인데 태평하게 잠이라니…… 당장은 졸음이 쏟아지더라도, 또 메의 요동이 너희를 괴롭게 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단다. 계속해서 그 긴장상태를 유지해야만 해. 안 그러면 신들께서 너희를 주의 깊게 보지 않으신단 말이다…… 아니, 이 녀석아! 내가 졸지 말랬지!”

 

  마치 영원 속에 갇히기라도 한 듯,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아참, 으뜸신녀님! 졸지 좀 말구요! 언제쯤 끝날 것 같은지 바깥의 가락신녀께 좀 물어봐달란 말이에요! 으뜸신녀님!!”

 

  반나절이 지나고,

 

  “으뜸신녀님…… 배고파요.”

 

  “밥 좀 줘! 밥 좀 달라고요, 티브리! 왜 밥도 안주는 거예요!?”

 

  “말했잖니, 너희의 몸과 메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둬야 한다고…… 굶주림이 네 정신을 칼같이 벼려줄 거다. 휘토를 보고 좀 배우렴. 여태껏 아무런 불평도 없잖니?”

 

  “쟤는 단지 잠들었을 뿐이에요! 아까 코고는 소리를 제가 똑똑히 들었다니까요!?”

 

  하루가 지났다.

 

  그렇게 모두가 기다림에 지쳐갈 즈음이었다.

 

  “으뜸신녀님! 티브리 으뜸신녀님!”

 

  누군가의 애타는 음성이 막사 안을 뒤흔들었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락신녀의 것이었다.

 

  “이난나의 영신이 끝났습니다! 밖으로 나와 주세요!”

 

  “아, 잠시만 기다려요!”

 

  티브리는 탈루더러 프타를 단단히 붙잡아두라 명하곤,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나갔다. 실은 그녀 역시도 프타 못지않게 기다림에 지쳐있었던 것이다.

 

  “올빼미에요! 정말로 그 밤눈 밝은 올빼미 신이라고요!”

 

  가락신녀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쉿! 제발 좀 조용히…… 아이들 듣겠어요.”

 

  티브리의 말에 놀란 가락신녀가 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혹여나 영향을 받을까 싶어 아직 의식을 치루지 않은 아이들에겐 영신이 끝난 아이의 소식을 전하지 않는 것이 일족의 원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막사 안쪽에서부터 흥분해 마지않은 프타의 목소리가 짱짱하게 들려왔던 것이다.

 

  “올빼미래! 거 봐! 내 말이 맞지!?”

 

  때마침 영신의 완료를 알리는 샤의 고성도 들려왔다.

 

  “마노 이난나의 짝이 되어주신 운명의 여신의 두 번째 자매, ‘밤눈 밝은 올빼미’신께 일족들이여 경배를!

 

  “와!”

 

  “와!”

 

  둥. 둥. 둥. 둥…….

 

  티브리는 샤의 제무(祭舞)가 다시금 시작된 걸 확인하곤 서둘러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당장 다음 차례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프타, 이리오렴.”

 

  티브리의 평소와 다른 진지하면서도 다정한 말투에 프타도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앞에 섰다.

 

  “샤께서 춤을 멈추시면 곧장 너를 부르실 거다. 영신이 끝난 뒤에 드리는 춤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단다. 내 생각엔 아마 곧…… 아무튼 잠시 뒤엔 네 차례가 오겠구나. 잘 할 수 있겠니? 떨리진 않고?”

 

  “전 괜찮아요. 사실은 살짝 두근거리기는 해요. 아까 전에 보가 저를 만나러 굉장한 신이 온 것 같다고 말해줬거든요. 잘생겼을까요?”

 

  프타의 쾌활한 어투에 티브리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걸렸다.

 

  “글쎄다…… 신들의 얼굴을 직접 본 이는 아마도 없을 거야. 우린 그저 메를 통해 그들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니까. 기껏해야 가끔씩 목소리를 듣는 정도이지. 혹 장난기 많은 신이 작정하고 현세(現世)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에이, 아쉽다! 그래도 괜찮아요. 분명 잘생기고 멋진 분일 테니까.”

 

  티브리는 잠시간 프타의 초롱거리는 한 쌍의 초록색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무언가 깊은 감상에 빠진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네게 조금 더 다정히 대해줄 수 있었을 텐데…… 이것 참…….”

 

  티브리의 눈시울이 막 붉어질락 말락 할 즈음이었다.

 

  “으뜸신녀님. 다음 아이를 데려오라는 샤의 부름입니다.”

 

  가락신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티브리는 그제야 마음을 다잡은 듯, 프타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고 말했다.

 

  “프타, 이제 가락신녀를 따라 가거라. 샤께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실 거다. 행운을 빈다.”

 

  “다녀올게요, 으뜸신녀님. 탈루, 그리고 휘토도. 얼른 끝내서 빨리 밥 먹게 해줄게!”

 

  그렇게 프타가 훌쩍 떠나버리고 나자, 곧이어 을씨년스러운 적막감이 바람처럼 밀려들었다. 막사 안이 마치 사막처럼 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티브리는 프타가 사라져간 방향을 보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구나. 저 개구쟁이 녀석…… 제대로 된 신을 맞이할 수 있을지 참…….”

 

  그러나 탈루는 프타야말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프타는 몇몇 특수한 신들에 한해서, 그러니까 개구리 신과 같은 경우에 한해서, 저 휘토보다도 먼저 그들의 목소리를 엿들었을 정도로 대단히 특출한 재능을 가진 아이였기 때문이다.

 

  만약 으뜸신녀가 자신과 후르만이 아는 프타의 비밀 몇 가지를 알았더라면, 저토록 걱정 어린 눈 대신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프타를 배웅했을 것이다.

 

  “매사에 진지하지 못하고 장난스러우니 원…… 부디 영신에 있어서만큼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할 텐데.”

 

  탈루는 이 말 역시도 조금은 어긋나 있다고 지적해주고 싶었다. 프타가 장난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진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프타는 그 모든 장난에 있어 진지했다.

 

  잠시 뒤, 이제는 익숙한 샤의 고성이 귓전을 울려왔다.

 

  “네마르 프타! 세상의 모든 신들께 고하노니, 우리 어린 불새의 운명과 기질, 그리고 의지를 그대들의 드넓은 우주 속에서 시험케 하소서!”

 

  프타를 향한 군중들의 환호는 빠르게 잦아들었다. 제단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영신에 돌입한 것 같았다.

 

  많은 이들이 프타의 신을 개구리나 원숭이, 그리고 여우의 삼파전(三巴戰)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 탈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뭇 개구리들이 프타를 잘 따르고 프타 역시 개구리들을 좋아하긴 하나, 그것은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프타의 기질은 개구리들의 특성과는 하등의 관련도 없었다. 프타가 자신의 의지로 개구리 신을 희망한다면 모를까, 기질 자체가 그에 적합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또한 여우나 원숭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다수의 ‘네마르’들이 여우 신을 받곤 했기에 자연스레 거론되었을 뿐이지, 실제로 프타는 꾀돌이 여우의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연지사 원숭이들 특유의 교활함도 없다.

 

  탈루가 생각건대, 프타의 기질은 앞서의 세 동물들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 말할 순 없겠으나 분명 프타에겐 다른 누구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있었다.

 

  그리고 보다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예상해 마지않는 신을 프타가 받을 리 없다는 것이다.

 

  탈루가 프타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여태 한쪽 구석에서 정좌한 채 가만 눈을 감고 있던 이의 몸이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꼬박 하루를 명상에 잠겨있던 아이가 처음으로 꺼낸 한 마디는, 그곳에 있던 다른 두 사람을 꽤나 당황케 하는 것이었다.

 

  “프타의 신이…… 도착했나보네요. 이제 제 차례인가요?”

 

  갑작스런 휘토의 말에 놀란 티브리는 이윽고, 그의 코고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 프타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었다.

 

  “……휘토. 프타는 제단에 오른 지 아직 10분도 채 지나질 않았단다. 메에 온 신경을 다 쏟느라 피곤했던 모양이구나. 조금만 더 참으려무나. 프타의 영신이 끝나고 나면…….”

 

  그때 저 멀리서 기이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유인지 환호인지 모를 그것은 분명 흥분에 찬 군중들의 고함소리였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티브리가 막사 바깥의 가락신녀를 호출했으나 대답이 없었다. 가락신녀 역시 모종의 이유로 자리를 비운 듯싶었다.

 

  당황한 티브리의 시선이 휘토에게로 향했다.

 

  “휘토 혹시…….”

 

  그러나 그의 태연한 표정에서 어떠한 것도 읽어내지 못하자, 곧 무언가를 생각하려는 듯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리고들 있거라.”

 

  그러고 순식간에 막사를 빠져나간 으뜸신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탈루의 곁으로 휘토가 천천히 다가왔다. 오랫동안 앉아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린 듯 다소 절뚝거리는 걸음이었다.

 

  “이제 너 하나만 남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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