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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6)
작성일 : 18-12-30 15:47     조회 : 72     추천 : 0     분량 : 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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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까지도 일족의 옛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오고 있는 아난 가(家)의 수장은 그 무엇보다도 가문의 권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가문의 역사를 손님들에게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로 일 잘하는 식솔의 기준을 나누는 그녀는, 자신이 만나는 모든 외부인사들에게 이제껏 아난가가 이룩해온 수많은 업적들에 대해 들려주는 것(그리고 그들에게서 칭송받는 것)을 가장 큰 일상의 즐거움으로 느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문의 옛 우두머리들의 공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직까지도 그녀의 방 한구석엔 전대의 샤를 지냈던 4대, 8대, 22대, 26대 수장들의 초상화와 그들의 현명함과 치적을 기리는 온갖 종류의 공로패들이 가지런하게 진열되어 있을 정도였다.

 

  권세를 추종하는 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녀 역시도 다른 가문의 성쇠(盛衰)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그녀 앞에서 가장 금기시 되는 이야기가 바로 요즈음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는 두 가문, ‘마노’와 ‘누마’와의 비교였다.

 

  본디 옛적부터 불새일족의 근간을 책임져왔던 네 개의 대(大)가문, ‘마노’, ‘아난’, ‘호아’, ‘파로’ 중 지난 몇 백년간 가장 큰 위세를 떨쳐왔던 곳은 다름 아닌 ‘아난’이었다.

 

  가문 전체가 거인 ‘오르르’와 맞서다 소멸해버린 ‘파로’와 후대에 이르러 자연스레 쇠락한 ‘호아’를 제외한 ‘마노’만이 ‘아난’의 시대에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는 정도였는데, 어느 샌가 판도가 급격히 뒤바뀌어버렸던 것이다.

 

  더욱이 본래부터 명망 높은 가문 중 하나인데다 ‘흰족제비’란 걸출한 인물에 의해 세가 늘어난 ‘마노’와는 달리, ‘누마’는 고작해야 이백년도 채 되지 않는 신흥가문에 불과했다. 똘똘한 어린아이 하나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급격히 세를 불려나간다는 게 영 아니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아난 포르였기에 지금 이 순간, 더없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누마’를 위해 불새의 무구가 준비되었고, ‘마노’에겐 다음 대 샤의 자리가 약속되었다. 그녀로선 내심 잿빛늑대란 동물계 최상위급 신이 ‘아난’을 위해 마련되었다고 짐작했을 것이다. 다만 아둔한 후르가 신을 받아들일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해 하는 수 없이 물렸을 것이라고. ‘호아’라곤 하지만 실제론 출신불명의 꼬마 녀석이 설마하니 ‘아난’을 제치고 최상위급 신을 제안 받았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으리라.

 

  티브리는 시뻘겋게 물든 아난 포르의 얼굴에서 여유로이 미소를 띠우고 있는 ‘여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간사한 웃음으로 미루어보건대, 분명 이 같은 상황을 유도했음이 틀림없었다.

 

  ‘악취미군, 저 빌어먹을 자식.’

 

  티브리는 그의 입이 열리기 전에 자리를 뜨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아난 포르는 무척이나 까칠하고 집요한 구석이 있는 사람인지라, 자칫 잘못 대처했다가 그녀의 적의라도 사게 될 경우엔 꽤나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티브리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때였다.

 

  “그 아이의 신은 운명을 타고 올 거예요.”

 

  어디선가 긴장된 분위기와는 전혀 동떨어진 몽롱한 음성이 갑작스레 흘러나왔다.

 

  “엥…… 사타? 그게 무슨?”

 

  입을 열어 궁금증을 표한 건 하르디 뿐이었지만, 다른 이들 역시 두 눈 가득 의문을 품은 건 매한가지였다. 심지어 아난 포르마저도 잠시간 화를 삭인 채 그녀를 쳐다보았다.

 

  “혹…… 점쟁이신녀들의 귀띔이라도 들으신 겁니까?”

 

  티브리의 물음에 네마르 사타는 해맑은 웃음을 내비쳤다.

 

  “아뇨? 그냥 감이에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

 

  “허참.”

 

  여기저기서 허탈한 한숨소리와 함께 실소들이 새어나왔다. 그중엔 맥 빠진 아난 포르의 것도 있었다. 네마르 사타 덕에 요행히 그녀 또한 진정이 된 듯싶었다. ‘여우’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그즈음 갑작스레 하늘을 울리는 굉음이 진동했다. 제단 쪽 방향이었다.

 

  “샤가 춤을 멈췄어! 때가 됐나보군…….”

 

  “태양도 모습을 감췄어요.”

 

  어느새 하늘은 어둑어둑해져 있었고, 누마 메토의 거대한 불새가 몰려드는 구름들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세상이 검게 물들고 있었다.

 

  둥, 둥, 둥, 둥…….

 

  가락신녀들의 북이 다시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티브리는 서둘러 가문의 수장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에게 가야할 시간이었다.

 

  “격려 잘해주라고!”

 

  “티브리, 아이들을 부탁하네.”

 

  “그들의 의지가 신들의 감동을 자아낼 수 있기를!”

 

  가문의 수장들은 이후로도 몇 마디를 더 던졌지만 모두 대상 잃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을 뿐이다. 갑작스레 티브리의 발아래에 ‘뿅’ 하고 나타난 자그마한 너구리 한 마리가 순식간에 그녀를 산등성이 아래로 집어던져버렸던 것이다.

 

  “이야, 역시 잽싸다니까! 저 뛰어난 인재가 어째서 학당관리자 따윌…… 에이…….”

 

  하르디의 탄식은 그즈음 불어온 바람소리에 묻혀 함께 날아가 버렸다.

 

  “이제는 그저 기다리는 일뿐…….”

 

  검게 물든 구름이 점이 되어 사라져가는 으뜸신녀의 뒤로 낮게 내려앉고 있었다.

 

 

 

  ***

 

 

 

  “북소리야. 이제 곧 시작하려나봐.”

 

  소란스러운 바깥과는 달리, 마을 외곽에 설치된 한 막사 안엔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탈루의 말에 후르의 몸이 움찔거렸다.

 

  “어떡하지…… 심장이 터질 것 같아.”

 

  후르의 얼굴은 새파랗다 못해 검어 보일 지경이었다.

 

  “징징거릴 시간에 심호흡이라도 해. 이제 더는 진정할 수 있는 시간도 없다고.”

 

  이난나 역시 평소보다 배는 더 예민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후르보다도 그만큼이나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짜증이 난 듯 보였다.

 

  그때 프타의 소매 속에서 갑작스레 개구리 울음소리가 났다.

 

  “개굴. 개굴.”

 

  소매 속의 개구리를 꺼내 몇 초간 바라보던 프타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가 자기는 숲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대. 여기 있기가 버거운가봐.”

 

  ‘보’는 프타의 소매 속에 들어있는 청개구리의 이름이었다.

 

  “잘됐네. 그 개굴거리는 소리 듣기 거슬렸는데.”

 

  프타는 이난나의 투덜거림에도 아랑곳 않은 채, 자신의 자그마한 친구와 격조 높은 작별의 예를 나눴다. 보가 두 발로 일어선 채 허리 굽혀 인사하면, 프타가 고개를 숙여 받아주는 식이었다.

 

  “보가 그러는데, 지금 주변이 심상치가 않대. 숲 전체가 벌벌 떨고 있다고.”

 

  “그깟 개구리가 뭘 안다고 그래?”

 

  “보는 엄청나게 똑똑해. 그리고 우리보다도 더 오래 살았어.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어느 종족이든 폭삭 늙은 할아범의 말은 웬만해선 들을 만한 가치가 있대.”

 

  “흥, 너나 많이 듣던지.”

 

  그러고 이난나가 고개를 탁 돌려버리자, 곧이어 막사 안엔 숨 막히는 침묵이 찾아들었다.

 

  평소 ‘잠든 신’의 고요에 파묻혀 살다시피 하는 탈루로서도 지금의 이상스런 침묵은 좀처럼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마치 공기가 길길이 날뛰는 느낌이었다.

 

  탈루는 자신의 메가 ‘긴장’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단순히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이따금씩 사물의 경계가 뒤틀려 보일 정도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심지어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정좌하고 있던 휘토조차도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얘, 얘들아…… 나 지금…….”

 

  대단히 심상찮은 위기를 함축하고 있는 듯한 후르의 말은, 그러나 그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때마침 누군가의 발걸음이 막사 앞에서 딱 멈췄던 것이다. 후르의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거칠어졌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다들 기분은 좀 어떠니?”

 

  막사를 비집고 들어온 이는 모두에게 굉장히 익숙한 인물이었다.

 

  “으…… 으뜸신녀님?”

 

  티브리는 매해 학당관리자의 임기 중 가장 보람찬 순간이 다시금 돌아왔다는 걸 실감했다. 그늘져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자신을 보곤 순식간에 환희로 뒤덮였던 것이다. 심지어 앙숙인 프타조차도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모습이었다.

 

  “으뜸신녀님의 처진 뱃살이 귀여워 보일 정도야!”

 

  “아직까지 입이 살아있는 걸 보니 꽤나 버틸만한가 보구나, 프타?”

 

  제아무리 대범한 아이라도 영신을 앞두고선 울음을 참기가 힘든 법이다. 이는 신과의 대면을 앞둔 아이의 메가 쉴 새 없이 요동치기 때문인데, 실제로 오줌을 지리거나 정신을 잃는 경우도 허다했다. 후르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아직까지 자신이 본 액체의 전부라는 건, 실은 굉장히 특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저 아이 덕분이겠지…….’

 

  티브리는 그나마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메의 요동을 진정시켜준 존재를 바라보았다.

 

  탈루.

 

  자신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 저 진한 회색 눈동자의 아이는 분명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신비한 존재였다.

 

  “모두들 잘 듣거라. 이제 곧 가락신녀가 한 사람씩 데리러 올 거다. 그녀를 따라 제단 위로 올라가면 샤께서 기다리고 계신단다. 샤께서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실 거야. 절대 주위를 돌아보지 말거라. 가족들을 찾거나 하지도 말고, 혹여나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더라도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말거라. 신을 만날 때엔 온전히 너희들 자신에게만 집중해야 하니까. 알겠지, 후르?”

 

  “네? 네…….”

 

  “프타는?”

 

  “사람 말고 개구리는 봐도 괜찮나요?”

 

  “……무슨 소리니?”

 

  “제단에 올라가자마자 보에게 인사를 해주기로 했거든요. 제 개구리 친구 말이에요. 서로 눈을 마주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인사가 아니에요.”

 

  순간 티브리는 놀라울 정도의 자제력을 발휘했다. 언성이 조금도 높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인사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하지만 약속했는걸요?”

 

  “신을 받은 뒤에 해도 상관없을 거다. 어쨌든 제단 위에서 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프타는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쭉 내밀긴 했지만 딱히 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티브리의 꽉 다물어진 양어금니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후르, 떨지 말거라. 긴장할 것 없다. 오늘은 너희들을 위한 날이야. 너희가 주인공인 축제란다. 다 잘 될 거야. 그렇지, 떨지 말고…….”

 

  그때 막사 바깥에서 들려온 누군가의 달음박질 소리가 티브리의 말을 중단시켰다. 막사 앞에서 걸음을 멈춘 이는 잠시간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나지막한 목소리로 티브리를 불렀다.

 

  “으뜸신녀님, 첫 번째 아이를 데려오라는 샤의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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