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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1. 불새일족의 아이들(5)
작성일 : 18-12-26 19:36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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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샤. 간절히 바란다면 어떤 신이라도 받을 수가 있는 건가요? 그러니까…… 우리 일족이 주로 섬기는 신들이 아니더라도?”

 

  그 반짝거리는 눈빛과는 달리, 약간의 주저함이 섞여있는 이난나의 말투에 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정령신이나 주물신에 대해 묻고 싶은 게로구나, 이난나.”

 

  “샤! 절대로 안 됩니다!”

 

  묘한 웃음을 흘리는 샤에게 호통을 친 건 이번에도 역시나 티브리 으뜸신녀였다. 그녀는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비장한 기세로 샤에게 을렀다.

 

  “아이들에게 저편의 신들에 대해 말하는 건 일족의 금기와도 같은……”

 

  “티브리…… 으뜸신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앞서 말했던 게 다 뭐가 되겠어요.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신을 염원할 수 있습니다. 그게 설령 동쪽의 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에요. 시대는 변하고 있어요. 현재의 아이들은 우리와 같지 않죠. 어른들 몰래 남쪽 정령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중앙숲의 나무 신들에 대해 토론해요. 그들의 강대함이 우리 아이들의 선망을 가져가버렸기 때문이겠죠.”

 

  “하…… 하지만!”

 

  “이미 동쪽의 일족들 중 일부는 남쪽과 중앙숲, 서북쪽의 일족들과 교류를 맺기 시작했어요. 당장 옆 마을의 거북이일족만 봐도 그렇죠. 그들이 남쪽의 일족들과 교류를 맺기 시작한 게 벌써 2년이 넘어가지 않았나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장 오래된 신을 섬기는 그들조차도 시대의 변화를 인정했어요. 이젠 우리도 우리의 옛 신들만을 고집하는 게 일족의 부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거예요.”

 

  샤는 단호한 음성으로 말을 끝맺은 뒤, 금방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이난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에 대해 궁금한 게 있는 게야? 내가 아는 한에서라면 뭐든 말해주도록 하마.”

 

  그러나 이난나는 괜찮다며 조심스레 발을 뺐다. 뒤쪽에 있던 으뜸신녀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뇨, 저는 단지…… 그냥 조금 궁금했을 뿐이에요.”

 

  “전혀 부담가질 필요 없단다. 너희 같은 아이들이 옛 것의 가치만을 강요받아야 하는 세상이라면 언제 썩어 문드러져도 이상할 게 없지. 솔직한 심정으론…… 이제는 한 명쯤 남쪽의 정령을 받는 이가 나오는 것도 썩 나쁘지만은 않을 거야, 안 그러니?”

 

  샤의 눈길이 향한 곳은 이난나 쪽이었으나 그녀를 따라 웃은 건 프타였다. 프타는 샤의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 무렵 그전까진 전혀 미동조차 없던 누군가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마치 불이 타오르는 것 마냥 새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미소년이었다.

 

  “한 번에 여러 신을 받을 수도 있는 건가요?”

 

  샤는 목소리의 주인을 보곤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휘토, 어째서 그것이 궁금한지 물어봐도 되겠니?”

 

  샤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휘토가 택한 것은 침묵이었다. 그러나 그의 무엄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샤의 얼굴엔 흥미로움만이 가득했다.

 

  “도깨비들은 대개 복수(複數)의 신을 받지. 그러나 도깨비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오직 하나의 신만을 받는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물론…… 너와 같은 질문을 한 이가 비단 너 하나만은 아니었단다. 그 옛날, 한낱 한시에 태어난 세 명의 천재들이 지금의 너와 똑같은 물음을 품었었지. 그리고 그들은 감히 그것을 시도했고, 심지어는 성공하기까지 했단다. 그들이 바로 서북쪽에다 자신의 일족을 세운 사람들이지.”

 

  “영원을 희구하는 돌, 불태우는 버드나무가지, 운명을 쏘아내는 활…….”

 

  이난나의 중얼거림에 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위산의 현인들마저도 따라갈 길 없는 지혜를 가졌다며 찬양해 마지않는 전설상의 세쌍둥이지. 그들이 어떠한 방법을 동원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서북쪽 일족의 샤들도 아마 정확히는 모르고 있을게야. 어쨌거나 휘토, 네 호기심에 대해 내가 들려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로구나. 물론…… 너도 짐작은 했겠지만 말이다.”

 

  샤의 말에 휘토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곧장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휘토를 끝으로 더 이상 아이들의 질문이 이어지지 않자, 샤는 곧 본인이 처음부터 알려주려 했던(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껴졌던) ‘자신의 의지로 강대한 신을 부르는 방법’에 대해 장황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으뜸신녀에 의해 거의 강제로 끌려 나가다시피 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는데, 이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나. 자신이 바라는 신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둘. 혹여나 다른 신들이 관심을 보이더라도 절대 귀 기울이지 말 것.

  셋.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염원할 것.

 

  샤는 수련장을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의지만으로 원하는 신을 부르는 것은 지나친 기대에 가깝긴 하단다. 부여된 운명이 거대하다거나, 가진 기질이 워낙에 특이한 경우엔 대개 태어날 때부터 신이 정해져있기 마련이거든.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언제까지나 내 조언을 머릿속에 새기고 있는 게 좋을 게다. 그럼…….”

 

  샤가 나간 뒤, 모두들 후다닥 모여 샤의 깜짝 방문에 대해 얘기하려 할 때였다. 샤를 따라 나서던 티브리 으뜸신녀가 조용히 탈루를 불렀다.

 

  “탈루, 잠깐 나 좀 따라와 보겠니?”

 

  으뜸신녀를 따라 나선 탈루는 수련장 바깥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인물을 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샤?”

 

  샤는 탈루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으뜸신녀에게 고맙단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탈루를 한 차례 돌아본 뒤, 다시금 수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기다리고 있어 놀란 모양이로구나.”

 

  샤는 어리둥절해 하는 탈루를 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샤께서 저를 보자고 하신 거예요?”

 

  “그렇단다.”

 

  “어…… 왜죠?”

 

  탈루의 꾸밈없는 질문에 샤가 조용히 웃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란다. 그저…… 네게 개인적으로 몇 가지 조언을 더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탈루는 휘토에 이은 샤의 두 번째 개별면담이 어째서 이난나가 아닌 자신의 차지가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째서요? 저는 메를 그리 잘 다루지도 못하고 또 저보다는 이난나가 더…….”

 

  “신을 받는 일에 있어 다른 이와의 비교는 무의미하지. 그 아이는 물론 혼자서도 잘 해낼 거란다. 너는 어떠니? 너는 잘 해낼 자신이 있니?”

 

  탈루는 어째서 신을 받는 일에 개인적인 자신감이 요구되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궁금했던 건, 어째서 자신이 샤의 특별대우대상 목록에 올랐냐는 것이었다.

 

  “혹시…… 제가 북쪽 출신이라는 것 때문이라면…….”

 

  탈루의 질문에 샤가 처음으로 온화한 미소의 일부를 지워냈다. 그녀는 자책하려는 듯 오른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탁하고 쳤다.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내가 미리 알아차려야 했었는데…… 미안하구나. 자신이 경계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가식적인 친절을 보여주려 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한 거니? 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단다. 너는 우리 일족의 아이야. ‘호아’는 그 옛날 ‘사람 잡아먹는 대요괴’ 불낙치의 목을 물어뜯은 자랑스러운 흑표범의 이름이지. 그 이름을 쓰고 있는 한 너는 우리의 자식이란다.”

 

  “……그런가요.”

 

  하지만 탈루는 그래서 더욱 의아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이 아니라면 굳이 일족의 우두머리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한 아이를 위해 귀한 시간을 소모할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네 출신만이 너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아니란다. 티브리 으뜸신녀께서 너의 메에 대해 말해주었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잠든 신’ 주변의 풀꽃들이 너를 호위해준다고?”

 

  사실 ‘호위’라는 표현은 실제완 조금 거리가 있는 말이었다. 풀꽃들은 그저 탈루의 주위를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그것들이 막을 수 있는 것이라야 그 향을 싫어하는 파리나 말벌 정도가 다일 것이다.

 

  “아뇨. 사실 그런 게 아니…….”

 

  그러나 탈루의 대답은 들은 척도 않은 채, 샤는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신을 받지도 않은 아이의 메가 이처럼 주위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굉장히 드문 경우란다. 강대한 신을 부를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따로 원하는 신이 있니?”

 

  “따로…… 원하는 신이요?”

 

  탈루는 말로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샤의 은근한 기대와는 달리, 탈루에겐 그녀를 만족시킬만한 어떠한 욕망도 없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탈루의 태평한 성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탈루는 이전까지 진행되어온 일족의 획일적인 교육방식을 다년간 받아온 학생이었고, 그 교육에선 신을 받는 일을 전적으로 개인의 운명에 달린 일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원하는 신을 불러내려는 방식은 기껏해야 ‘비뚤어진 욕망을 지닌 하찮은 존재의 쓸데없는 시도’ 정도로 치부되고 있었기에, 샤의 은근한 물음은 오히려 일족의 ‘정상적인’ 교육방침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탈루는 이 ‘정상적이지 않은’ 샤의 권유에서 심상찮은 위화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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