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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1. 불새일족의 아이들(4)
작성일 : 18-12-26 19:29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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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쪽의 이난나와 휘토는 아까 이미 인사를 나누었고. 이제 다 모인건가? 그래 그럼…… 모두들 반갑구나. 나는 ‘밤새우는 물까치’ 다모 갈마리라고 한단다. 부족하게나마 일족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지.”

 

  샤가 천천히 예를 갖추며 이름을 밝히자 당황한 아이들이 헐레벌떡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와 이름을 교환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란다. 세상 위 모든 것들은 불림으로써 그 존재를 증명 받기 때문이지.”

 

  우아한 자세로 고개를 들어 올린 샤는 이윽고, 예의 온화한 미소를 띠운 채 아이들을 차례차례 둘러보았다.

 

  “어디보자…… 그래, 다들 메 수련은 잘 되가니?”

 

  갑작스런 샤의 물음은 아이들에게 의아함만을 심어줄 뿐이었다. 아이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곤 샤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이제 열흘정도 남은 셈이로구나. 그렇지? 그래서 하는 말이란다. 너희가 혹 필요하다면 말이야…… 글쎄, 내가 도움을 좀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샤! 이는 여태껏 전례가 없던…….”

 

  샤는 왼손을 들어 놀란 얼굴로 달려드는 으뜸신녀를 제지했다.

 

  “티브리, 나는 그대의 말에 동의하긴 하지만 저기 저 귀여운 개구쟁이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선대의 어른들께서 확립하신 우리의 교육방식은 물론 훌륭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지만, 예외적 경우에 한해선 꽤나 시간낭비일수가 있죠. 대상이 보통의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천재이거나, 기존의 방식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아둔할 때 말입니다(이때 후르의 몸이 잠깐 움찔했다). 혹은 획일적인 방식으로는 전혀 그 개성을 살리지 못할 정도로 유별난 아이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요. 어떤가요, 티브리. 나는 이 아이들의 경우가 그에 해당된다고 보는데…… 으뜸신녀의 생각은?”

 

  “그…… 그렇긴 하지만.”

 

  “또한 뒷방의 늙은이가 몇 마디 하는 걸 가지고 편애니 특혜니 하는 사람들도 없을 겁니다. 굳이 문제 삼으려는 사람만 없다면 말이죠.”

 

  자애롭게 미소 짓는 샤에게 으뜸신녀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탈루는 의기소침한 으뜸신녀를 보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제껏 그녀가 다른 사람의 기에 눌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당의 최고 권력자를 순식간에 조용히 시킨 늙은 여인이 이번엔 그 번쩍거리는 눈을 아이들에게로 돌렸다.

 

  “혹시…… 신을 받는 일에 대해 내게 따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사람 있니?”

 

  샤의 의미심장한 미소 속엔 ‘이를테면, 강대한 신을 부르는 법 같은 것 말이다’ 하는 말이 감춰져있는 것만 같았다.

 

  “저…….”

 

  어물쩍거리는 아이들 사이로, 가장 먼저 용기 있게 말을 꺼낸 이는 다름 아닌 후르였다. 주저하며 말을 시작하는 그의 눈동자 속엔 기이한 열망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메를…… 아니, 메가 잘 느껴지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그러나 후르의 질문에 가장 먼저 반응한 이는 그의 기대를 채워줄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샤의 뒤편에 서있던 으뜸신녀의 코웃음은 뒤이어 나온 후르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죄다 삼켜버릴 정도로 크고 날카로웠다.

 

  “샤를 모셔놓고 세 살배기 애들이나 할 질문을 던지는 꼴이라니…….”

 

  탈루는 후르의 용기를 대놓고 비웃는 듯한 으뜸신녀의 행동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 심정엔 이해가 갔다. 후르의 질문은 매번 그가 으뜸신녀나 그의 친구들에게 습관삼아 했던 질문과 완전히 똑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르는 눈앞의 늙은 여인만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아직 메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은 아이가 하나 있다는 소리는 들었었지. 아이야, 내가 네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뿐이란다.”

 

  샤의 온화한 미소가 후르의 떨리는 두 눈동자에 닿았다.

 

  “나는 네게 운명을 결정짓는 힘을 부여하지도, 이끌어내지도 못한단다. 그것은 창조신만이 행할 수 있는 권능이지.”

 

  “아…….”

 

  순간 후르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물론 그 역시 대단한 기대를 품고 물은 건 아니었겠으나, 그럼에도 샤의 꾸밈없는 말은 그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다.

 

  “저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지만…… 분명 그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고…….”

 

  후르의 떨리는 목소리는 그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주인의 감정을 끊임없이 확산시켰다. 불안과 좌절, 그리고 체념의 기운은 그에게 조롱의 기색을 내비쳤던 으뜸신녀의 감정까지도 안타까움으로 물들일 정도로 거셌다.

 

  그때였다.

 

  “걱정되니?”

 

  “……네?”

 

  “너의 메가 이대로 그냥 잠잠히 머물다 영영 사라질까봐 걱정이 되는 게야?”

 

  불안에 떠는 한 어린아이의 두려움을 잔인하게도 끄집어낸 늙은 여인의 눈은 깊이도 가라앉아 있었다.

 

  “저는 단지…….”

 

  “메가 뭐지?”

 

  “……네?”

 

  “메가 뭐냐고 물었단다. 아이야, 메란 무엇이냐?”

 

  “메는…….”

 

  메의 정의를 까먹었기에 망설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탈루는 샤의 고요히 빛나는 눈동자가 후르의 말문을 빼앗아버린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 크고 검은 두 개의 구슬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움츠려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주어진 운명을 수행하기 위해 창조신으로부터 양도받은 신비로운 힘…… 신과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그들을 세상에 내려서게 하는 힘이요…….”

 

  “그래,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네게 내재되어 있는 힘이란다. 어디로 가지도, 사라지지도 않지. 너의 메는 그저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설마 운명의 주인께서 실수를 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아, 아니에요! 그렇지만…….”

 

  “혹시 다른 아이들 때문이니? 너만 혼자 늦는 것 같아서?”

 

  후르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자 샤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의 획일적인 교육방식이 이렇게 또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고 말았구나. 선대의 어른들께서 굳이 신을 받드는 시기를 따로 책정했던 이유는…….”

 

  그때였다.

 

  “신!”

 

  대뜸 샤의 말을 끊고 나선 이는 그전까지 구석에 박혀 저만의 생각에 골몰해있던 프타였다.

 

  “지금 당장 신을 부르는 거예요! 그럼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죠! 이토록 간단한 걸 왜 이렇게 늦게 떠올렸을까?”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프타를 보며 샤가 낄낄대며 웃었다.

 

  “맞아, 네 말이 맞다. 그처럼 단순하고도 명쾌한 방법은 없겠지. 어차피 메가 발현된 이상 신을 만날 자격은 충분한 것이니까. 하지만 말이다…… 프타, 그리고 후르. 잘 듣거라.”

 

  샤는 작게 헛기침을 한 후, 따스한 눈빛으로 둘을 돌아보았다.

 

  “모두의 메는 각자의 운명이 정해준 때에 발현되기 마련이란다. 모두가 다 다르지. 저기 있는 휘토만 하더라도 태어나는 순간 이미 메의 파동이 일었었단다.”

 

  샤의 손짓에 모두의 눈길이 휘토에게로 쏠렸다. 그러나 그는 모두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기존의 무표정을 유지했다.

 

  “어떤 이는 다섯에, 어떤 이는 열, 또 어떤 이는 열다섯에 메의 움직임이 시작되기도 한단다. 물론 그 이후에는 좀처럼 발현되지 않지만…… 실은 단 한 번의 경우만을 제외하곤 모두 열다섯 이전에 시작되었지…….”

 

  탈루는 그 순간 자신을 스쳐간 샤의 교묘한 시선을 느꼈다. 시선이 머물렀던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으나 탈루는 분명히 확신할 수 있었다. 호기심과 의혹, 경계의 눈빛은 그에게 있어 몸서리칠 정도로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그 시선에 대한 의아함을 미처 내비치기 전, 샤의 말이 곧장 이어졌다.

 

  “어쨌거나 메가 좀 늦게 발현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소리란다. 그럼 이때 이러한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어째서 굳이 영신제(迎神祭)의 대상에 나이제한을 둔 것일까? 메의 움직임이 시작된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휘토와 같은 아이들은 근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는데도 말이야. 글쎄, 어째서일까?”

 

  샤의 물음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다만 조용히 눈을 빛내며 샤의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답을 말하기 전에 간단한 질문을 하나 하도록 하마. 신이 우리에게 오실 때 타고 오는 게 무엇인지 대답해줄 수 있겠니? 프타?”

 

  “그야 간단하죠! 우리의 운명과 기질, 그리고 의지!”

 

  “고맙구나. 그래, 맞다. 운명, 기질, 의지. 이 세 가지가 바로 신들이 우리를 선택하는 기준이지. 우리의 운명은 신을 부르고, 기질은 신을 매혹시키지. 그리고 의지는 신을 감동시킨단다.”

 

  프타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나는 커다란 눈으로 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가 세 살배기 애들도 알만한 얘기를 갑작스레 늘어놓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놀랍지 않니? 우리의 의지가 신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게? 운명과 기질, 이 두 가지 요소는 선천적인 것이지.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깃들어 있는 것이란다. 그러나 의지는 달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신을 바랄 수 있단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운명과 신들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의미하는 것이지!”

 

  샤는 저 홀로 흥분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영신제에 나이제한이 있는 이유란다. 일족의 선대 어른들께서는 신을 맞이하기에 앞서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셨지. 주어진 운명이나 기질과는 달리, 의지란 것은 쉽게 여물어지지 않는 것이란다. 개인의 바람이 충분히 성숙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게야. 두 살배기 어린애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야 어미의 젖과 개구리 정도가 다일 테니 말이다.”

 

  샤의 마지막 말에 무언가 불만을 느낀 듯 프타의 입이 한순간 삐쭉 튀어나왔으나 별다른 반론은 이어지지 않았다. 개구리의 권위에 관한 얘기로 샤의 시간을 잡아먹었다간 옆에 있던 으뜸신녀에게 하루 종일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프타 대신 입을 연 건 비상하게 초롱거리는 눈으로 샤를 응시하고 있던 또 다른 여자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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