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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동경하던 영웅은 영웅이 아니었다.
평화는 더 큰 혼란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었다.
각성자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기어나오는 전쟁의 망령들.
그 앞에, 각성자 소녀 홍세연이 서 있었다.

 
조우 3
작성일 : 17-12-27 00:11     조회 : 30     추천 : 1     분량 : 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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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담청 2반이 작전도중 언노운의 기습을 받아 전멸해버린 사건이후 일주일이 흘렀다.

  작전 자체는 비밀이었지만 이정도로 큰 인적 손실을 완전히 숨기는 것은 불가능한지라, 결국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당연하게도 한국 특수능력전 전담청은 가루가 되도록 얻어맞고 있었다.

  나는 전담청 휴게실에 설치된 TV를 통해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비상체제로 들어간 전담청은 전 대원을 수용할 수 있는 병영을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평상시에는 일부 대원들, 혹은 반장들에 한해서 사용하던 건물이었으나 유사시를 위해서 큰 규모로 지어놓은 병영이 전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초였다.

  당시에는 예산낭비라고 비판받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나 어쨌든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은 이럴 때 빛을 발했다.

  뉴스에서는 언제나와 같은 전담청 비판여론이 나오고 있었다. 어딘가의 전문가들, 무슨무슨 애국회들, 그리고 경찰, 군의 인사들의 비난을 담은 인터뷰가 잇따랐다.

  물론, 가족을 잃은 자들, 공포를 느낀 시민들이 전담청을 비판하는 건 당연하지만.......

  “.......전담청을 해체해야 합니다!!”

  “.......이미 3년 만에 기득권 엘리트층이 되었어요! 처음부터 대통령만 지키는 친위대........”

  “지금의 혼란은 전담청의 무능.......”

  이상할 정도로, 언론의 화살은 전담청만을 향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우리가 테러를 벌인줄 알겠네.”

  내 앞에 있는 진민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 말에 대답인지, 그저 혼잣말인지 애매하게 느껴질 대답을 했다.

  “욕을 먹을 거라고는 생각했어. 하지만 정작 언노운에는 관심도 없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로 몰랐다. 그날 이후 언노운에 대한 정보를 발표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모든 관심이 전담청에 집중되고 있었다.

  물론 SNS나 몇몇 네티즌들은 대한 관심을 제법 갖는 것 같긴 하지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싸우는 것도 우리고, 죽는 것도 우린데 왜.......”

  분한 듯 중얼거리는 진민, 나는 그저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우리는 싸우고 죽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젠장.......”

  “.......”

  짧은 대화, 그리고 침묵. 전담청의 휴식시간이면, 오늘처럼 이따금 아카데미 시절부터 함께 어울리던 동기들과 휴게실에 모여 있곤 했다.

  아니, 지금은 동기‘들’이 아니었다.

  언제나 나와 진민 사이에서 넉살좋게 떠들던 한명은, 이제 없었으니까.

  “철연이는....... 현충원에 묻혔다고?”

  그를 떠올린 나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민에게 물었다.

  “그래.......”

  “......”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원래 내가 말을 그리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억지로 대화를 나눈다면 결국 하나의 주제로 귀결될 테니까.

  2반의 몰살, 그리고 우리들의 친구, 철연의 전사.

  “역시........다른 대원들도 분위기가 좋지 않네.”

  실제로 그랬다. 대부분의 전담청 대원들의 분위기는 긴장, 분노, 슬픔, 이 세 가지로 압축해서 말할 수 있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다소 겁먹었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원도 있었다. 그리고 알고 지내던 다른 반의 동료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슬퍼하는 기색이 역력한 자들도 있었다. 지금 이 휴게실에 있는 다른 전담청 대원들은 그 탓에 그리 밝은 표정을 짓는 이는 없었다.

  “언노운......”

  항상 바보 같은 웃음으로 바보 같은 말을 해대던 철연. 그러나 내겐 몇 안되는 친구이며, 동기였다. 지금 15반을 제외하면, 진민과 함께 나와 가까운 누군가라고 할 수 있겠지.

  친구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오는 것은 스스로의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장례식, 오지 그랬어?”

  “미안....... 좀 힘들어서.......”

  장례식은 내게 정말 힘들다. 그것이 가까운 누군가의 것일수록 더.

  “.......그래 그렇겠지.......”

  그렇기에 도저히 그 장례식에 갈 수 없었다.

  “후.......언노운이라고 했나? 이 개자식들....... 도대체 원하는게 뭐길래 이딴 짓을.......”

  “뭐건 간에, 없애야할 자들인 건 더 확실해졌지.”

  우습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가까운 누군가를 그들에게 잃고 나서야 비로소 반드시 처단해야 할 자들이 되었으니까. 결국 나는 친구를 잃기 전까지 이 사태를 남의 일, 혹은 그저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전담청의 대원임에도, 오빠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맹세했으면서 결국 나라는 인간은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무심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나 보다.

  “철연이네 어머님은?”

  아카데미 시절 몇 번 뵌 적이 있다. 철연의 그 넉살좋은 웃음은 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고 종종 생각하곤 했다.

  “아직 충격이 다 안가신 모양이야. 난 장례식장에서도 못 뵜어. 듣기로는 입원하셨다고 하더라.”

  “......”

  그럴 것이다. 남들이 전담청의 역할에 대해 뭐라고 하던, 모든 누군가는 누군가에겐 그저 가족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역할을 다하고 죽었건 개죽음을 당했건 그들에겐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 그저 그 뿐일 것이다.

 “젠장 저놈의 방송 듣기 싫어 죽겠네. ‘전담청의 존재가치’가 뭐 어쨌다고? 미친.......”

  진민이 TV쪽을 돌아보며 이를 갈며 말했다.

  “........”

  그때, 그 침통한 분위기를 단번에 박살내는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CBC네? 저것들은 신경쓰지마. 저러는 게 처음은 아니거든. 철저하게 반 김상우인 놈들이라 이번 정권에선 내내 저랬지. 어차피 우리가 국민의 소중한 한표 한표에 목매는 직업군도 아니니 우리는 우리 일만 하면 되는 거야.”

  “히이익!!!”

  진민이 새된 비명을 지르고, 그 목소리에 어느덧 익숙해진 나는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반장님??”

  이렇게 갑자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길고 쓸데없는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적어도 한사람 밖에 없지.

  “또 엿듣고 계셨나요?”

  장소가 조금 달랐다면 범죄가 될 수도 있는데 말야.

  “엿듣는거 아냐. 그냥 들린 거야.”

  “하아.......”

  그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우유와 샌드위치를 반쯤 먹어치운 흔적이 있는 테이블이 있었고, 당연하게도 김연이 있었다.

  다른 전 대원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전투복 차림이었으나, 우유와 빵가루를 시커먼 전투복 가슴부분에 조금 흘려놓은 그 모습은 긴장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식사하시나요?”

  “그렇지, 회의가 끝나고 나니 반장 놈들은 전부 식당으로 내려가더군. 분위기상 식사는 다 함께 할 것 같았는데, 그럼 식사시간이 회의의 연장이 될 것 같아서 싫었거든. 그렇다고 놈들 먹고 있는데 혼자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 모양새가 안 좋잖아.”

  “지금도 충분히 모양새가 안 좋으신데요. 게다가 엿듣기라니. 또 주의분산마법이라도 쓰신 건가요?”

  “혼자 있고 싶었거든. 그런데 너희가 들어와서 내 옆에 앉더라고. 일부러 들으려고 한건 아니다? 본의 아니게 대원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어서 나도 난감했다고.”

  “......”

  도대체 그 정도로 고도의 마법을 평상시에 막 쓰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새삼스럽지만, 이 인간은 확실하게 문제가 있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뭐해?”

  “아, 아니, 아닙니...... 아니야. 하하.......”

  문득 앞에 앉은 진민을 보니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어색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몇몇 대원들, 반장들은 김연을 눈에 띄게 무서워하곤 했다.

  사실 입만 다물고 분위기 잡으면 꽤 고고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인간인지라, 어느 쪽이건 친근하게 다가갈만한 이미지는 절대 아니었다.

  “흠....... 아무튼 슬슬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구만. 자 오늘도 즐거운 훈련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 늦지 말도록 해. 난 아직 식사가 안 끝나서, 이것만 먹고 금방가지.”

  “네.......”

  “솔선수범해서 먼저 가 계시겠다는 생각은 안보이네요.”

  “원래 윗사람은 조금 늦는 게 한국식 미덕이지. 학교수업에서도 학생들이 기다리지 교수가 기다리진 않잖아?”

  “......”

  궤변.......은 아닌가?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말인 건 변함없다. 물론 나는 슬슬 익숙해졌으니 별 감흥은 없지만.

  “그 사람 경멸하는 얼굴을 요즘 자주 보는데. 일부 괴랄한 성벽을 가진 사람이라면 꽤 끌릴지 몰라도, 난 아니거든. 슬슬 상처받는다고.”

  내 알바 아니야. 어린애한테 그딴 말을 하고 다니지 마.

  “죄송합니다. 근데 그거 성희롱 아닌가요?”

  “그런 얼굴로 뒤에 한마디를 덧붙이면 전혀 죄송하지 않아 보인단 건 알고 있나?”

  “......”

  “뭐 됐어, 아무튼 가봐, 날 방해하지 말고. 아, 그리고.”

  “??”

  “자세한 건 알려줄 수 없지만. 조만간 바빠질 수도 있다.”

  그렇게 내뱉고 샌드위치를 마저 먹는 김연. 덩치는 커다란 남자가 샌드위치 조각을 깨작이는 것을 보니 우습기도 했지만, 그건 편견이기도 하겠지. 덩치 큰 남자라고 해도 샌드위치 먹지 말란 법은 없으니.

  “그럼 일어나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식,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소리는 안 질러도 돼. 시끄러.”

  “죄, 죄송합니다.”

  “응그래이따보자수고해라”

  빠르게 내뱉고 다시 샌드위치에 열중하는 김연. 그런 그를 뒤로하고 휴게실을 나왔다.

  “푸하....... 죽는 줄 알았네. 저 양반은 진짜 적응 안 된다니까.”

  “이상한 사람인건 알고 있잖아.”

  “그런데 넌 대단하네.”

  “뭐가?”

  “난 김연 반장님 보면 후들거려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던데 말야. 넌 거의 대드는 수준이잖아.”

  “.......”

  대들지는 않았.......나?

  “친한 거 아니냐?”

  “뭐라는 거야.”

  “음, 혹시 너 김연 반장님을?”

  “헛소리 지껄일 거면 훈련 생각이나 하는 게 어때?”

  입을 오바로크 치기 전에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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