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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마왕
작성일 : 17-12-08 00:04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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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헉! 지, 지금! 지금 오고…”

 

 “뭐라고?! 지, 지금?!”

 

 판게아 대륙의 중부 지역, 즉 거대한 사막인 사하라의 거의 정중앙 부근에 위치한 세계 5대 권력 기구 중 하나인 헌터 킬러의 본부.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곳의 본부답게 이곳에 있는 대원들의 실력은 대부분 각 국가에서 탐내는 자원들일 정도로 엄청났다. 그러나 그 대원들 모두 하나같이 급한 똥이라도 마려운 것처럼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그, 그래! 오늘은 어떠신데?!”

 

 “…”

 

 “뭐해! 빨리 말해봐! 오, 오늘은 아무리 못해도 한 마리는 낚으셨겠지? 그렇지? 내 말 맞지?”

 

 정찰을 다녀온 대원에게 다른 대원들이 모여 허겁지겁 대답을 재촉했지만 그는 좌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대원들의 표정은 창백하게 굳어졌다. 비참한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던 정찰 대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오늘도 단 한 마리도 못 낚으셔서… 결국은 번갯불로 오아시스를 날려버리는 바람에… 아무래도 오늘도…”

 

 “으아악!!!”

 

 “젠장! 이 정도면 정말 그냥 하늘이 낚시 하지 말라는 거 아니야?! 하도 못 낚으셔서 정말 물 반, 고기 반으로 만들었는데도 단 한 마리도 낚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대원들이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몇몇은 아예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 정말… 왜 위대한 신, 아몬과 위대한 여신, 루미너스께서는 그에게 엄청난 마법 재능을 주었으면서 정작 물고기 하나 못 낚게 만들었단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것은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크흠!”

 

 “아, 오셨다! 얼른 일어나!”

 

 그때 문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좌절해 있던 헌터 킬러의 대원들은 허겁지겁 일어나 그 자리에서 정렬했다. 정말 말 그대로 번갯불처럼 빠르고 민첩한 속도였다. 곧이어 헌터 킬러의 총 사령관이 뒷짐을 지으며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크흠! 크흐흠!”

 

 “…”

 

 건장한 체격을 가졌으며 신장이 2m 가까이 되어 보이는 노란머리의 40대 후반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 봐도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도열해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오아시스 또 하나 날려버렸다. 내일까지 다시 다 파놓고 물 채워놔. 그리고 물고기 다시 주문하고.”

 

 “…”

 

 너무나도 어이없는 상황에 헌터 킬러 대원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남자가 날려버린 인공 오아시스만 1000개는 족히 될 것이다. 낚이지도 않고 그냥 번개에 지져져 죽어 버린 물고기만 10만 마리는 넘을 것이다. 본부의 대원들은 차라리 진짜 지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비교적 어려운 A급 범죄자들을 잡으려는 큰 뜻을 품고 본부에 겨우 들어왔는데 하는 일의 대부분이 토목 공사였으니 말 다한 것이었다.

 

 “…지금 너희 감히 나에게 반항하는 거야? 그런 거야? 대답 안 하지?”

 

 “예, 총사님.”

 

 “다시.”

 

 “예, 총사님!”

 

 “다시!”

 

 “예, 총사님!!!”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아니 비단 여기 있는 대원들뿐만 아니라 성스러운 다섯 신관들과 황제 급의 전투 실력을 가진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이 사람에게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거만한 저승사자조차 이 남자 앞에서는 얌전해졌으니 말 다한 것이었다. 왜냐고?

 

 왜냐하면 이 남자가 바로 신관 직속 부하, 초신성 중 최강, 즉 하이 랭커 1위인 ‘마왕’, 제라드 주피터였기 때문이었다. 진짜 30여년 전 난데없이 세상에 나타나 당시 하이 랭커 1위를 박살내고 지금까지 하이 랭커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30년 전이면 임파이니 황제가 막 즉위했을 때이니 엄청난 것이었다. 무려 30년이었고 심지어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신관 직속 부하와 일반 하이 랭커의 실력 격차는 엄청나지만 신관 직속 부하들 사이의 격차가 이렇게 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라드 등장 전까지 하이 랭커 1위의 순위는 자주 바뀌었다. 그러나 마왕의 등장 이후 하이 랭커 2,3,4,5위는 계속 바뀔지언정 1위의 자리는 30년이 넘게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아. 젠장. 왜 차분히 낚시 중인데 신관은 부르고 지랄이야, 빌어먹을. 오늘은 낚을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강력한 남자였기에 마왕, 제라드 주피터는 신관 앞에서가 아니라면 대놓고 신관을 욕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던 말든 상관없었다. 그 정도로 이 남자는 신관들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였다. 진짜로 나머지 신관 직속 부하들과 마왕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모두들 망설임 없이 마왕을 고를 정도였다.

 

 ‘혹여나 그럴 리가 없지.’

 

 마왕의 말을 들은 헌터 킬러 대원들이 하나 같이 텔레파시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강한 남자, 마법의 재능을 정말 온 몸으로 받은 마왕이었지만 낚시의 재능은 절망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3살짜리 아이가 더 잘 낚을 것이다. 애초에 제라드의 낚시 바늘은 물고기가 물 생각도 하지 않으니까…

 

 “빌어먹을! 내일은 기필코 한 마리는 낚는다! 반드시!”

 

 마왕은 신경질을 내며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고 그제야 도열해 있던 헌터 킬러 대원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감히 저 남자를 화나게 했다가는 자신들도 지금 오아시스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물고기 때와 같이 될 수도 있었기에 바짝 긴장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긴장이 풀리자 하나 같이 힘이 풀린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불쌍하게도 이들이 쉴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 이제 다들 연장 챙기자. 젠장. 오늘도 밤까지 오아시스나 파야겠네.”

 

 “그것 뿐 만인 줄 알아! 그 많은 물고기는 어떻게 하냐. 어제 것도 할당량 다 못 먹어서 집에 돌아갔다가 마누라한테 등짝 얻어맞았다고! 평생 생선만 먹이다가 죽게 만들 생각이냐고! 빌어먹을 물고기 새끼들!”

 

 “몰래 화단에 파묻었다가 우리 신관님한테 뒤지게 혼났잖아. 근데… 사실 혼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

 

 “마, 맞아! 천연 비료잖아! 오히려 신관님은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니까! 자! 그럼 신관님의 화단에 파묻는 것으로 결정하고! 움직이자.”

 

 “흑흑! 내가 땅 파고 물고기 묻으려고 여기 들어온 것이 아닌데…”

 

 헌터 킬러 대원들은 하나 같이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연장을 챙기기 위해 창고로 향했다. 한편 불의 신관, 애쉬 카오스 라오스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방 안에서 서류 뭉치들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종이의 한 장, 한 장 마다 G급 비밀이라고 적혀있었다. 정말 신관 직속 부하들조차 신관의 동의 없이는 볼 수 없는 1급 중의 1급 비밀이었다. 오늘 불의 신관은 이 극비를 찾아오는 신관 직속 부하들에게 공개할 생각이었다. 그래봤자 찾아올 녀석은 자신의 직속 부하인 마왕 녀석 밖에 없지만.

 

 “신관님. 들어갑니다!”

 

 제라드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애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 빌어먹을 자신의 직속 부하 녀석을 바라보았다.

 

 “야, 이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새끼야. 네놈은 인류 최대의 발명인 노크를 모르냐?”

 

 “하하하. 왜 그러십니까, 우리 사이에. 30년이나 함께 동고동락한 사이 아닙니까, 신관님.”

 

 어느새 근처 소파에 앉은 제라드가 건방지게 책상 위에 발을 올리며 말했다. 불의 신관은 기가 막혔지만 저 녀석은 진짜로 이 세상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녀석이었기 때문에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괜찮은 녀석…이었나? 아니, 저 빌어먹을 새끼는 처음부터 저런 새끼였지.

 

 “어차피 네놈 말고는 오늘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으니 바로 시작하지.”

 

 애쉬가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서류 뭉치를 들고 와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마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 진짜 아무도 안 와요? 거참, 다들 너무하네.”

 

 “네놈이 제일 너무하다, 이 빌어먹을 놈아! 재능이 없으면 좀 하지를 마! 네놈이 날려먹은 오아시스만 몇 개냐, 도대체! 네놈 때문에 진짜 생선이라면 이제 신물이 난다! 처리를 못하니까 건방진 녀석들이 감히 내 화단에 파묻고 있잖아!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있다고!”

 

 불의 신관이 고함을 쳤다. 하지만 제라드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허허 웃을 뿐이었다. 그 미소에 애쉬는 더욱 화가 났지만 나이는 괜히 먹은 것이 아닌 지 몇 번의 심호흡으로 가까스로 화를 참아내었다.

 

 “젠장. 착한 내가 참아야지. 네놈 덕분에 내 몸에 사리가 쌓인다.”

 

 “하하하. 그건 그렇고 왜 다들 오지 않는다고 해요? 소집령 그거 쉽게 걸리는 게 아닌데.”

 

 제라드의 말처럼 웬만하면 소집령은 자주 걸리는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쨌든 다른 신관들의 직속 부하들을 모으게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었고 이는 간섭에 속했다. 물론 신관들은 이해하지만. 그러나 소집령은 이름만 명령이지 신관 직속 부하의 특성상 직속 상관인 신관의 명령만 받기에 사실상 쓸모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단 성녀 녀석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 없다고 거절했고 염랑은 소식조차 파악할 수 없어. 북쪽에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어디서 뒤져버린 거 아닌지 몰라.”

 

 “에이, 설마. 염랑은 그래도 하이 랭커 2위라고요. 정말 여걸이라니까요.”

 

 애쉬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후손이기는 하지만 말은 더럽게 듣지 않는, 말 그대로 마이 웨이의 삶을 사는 녀석이 바로 염랑이었다. 실력이 없었더라면 바로 내쳤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염랑이 주워온 그 망할 녀석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저승사자 ‘새끼’는…”

 

 “호오? 그 꼬맹이는 뭐라고 말하면서 감히 거절을 한 것입니까? 듣자하니 제가 데리고 있는 렉스를 보내셨다면서요.”

 

 쾅!

 분노를 참지 못한 불의 신관이 이성을 잃고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책상이 잠시 동안 덜덜 떨릴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제라드 역시 자신의 직속상관이 화를 내는 것을 오랜만에 보았기에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애쉬는 이를 바드득 갈며 말했다.

 

 “뭐가 어쩌고 어째! 귀찮게 거기를 왜가? 자신을 모셔 가려면 동급의 초신성을 보내라고? 그러면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 게다가 뭐?! 치매에 걸리지 않고서야 무슨 이런 녀석을 보내?! 라오스 머큐리가 발린 것이 무슨 대수라 자기 같이 귀한 몸이 망할 더운 곳에 가야 하냐고?! 병신 같이 꽃꽂이?!”

 

 “푸흡!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신의 상관이 한 말을 전부 들은 제라드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꼽을 잡고 폭소했다. 애쉬는 그런 마왕을 노려보았지만 마왕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웃던 마왕이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하하하하! 미치겠네. 정말 어떻게 그 녀석은 항상 한결 같을 수가 있지? 그래서 나는 그 녀석이 마음에 들어.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하! 정말 미치겠네.”

 

 “시끄러워! 쳐 웃지 마! 빌어먹을!”

 

 그러나 애쉬의 바람과는 달리 마왕은 계속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다시 웃음을 그친 마왕이 말했다.

 

 “후후후. 그 꼬맹이 녀석! 뒤져버린 악귀 녀석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크하하하하!”

 

 “이게 지금 웃을 일이냐, 제라드 주피터!”

 

 “그럼 어떡합니까. 너무나도 웃긴데. 나는 정말 그 꼬맹이가 마음에 든단 말이야. 귀여운 녀석. 정말 저는 그 녀석을 볼 때마다…”

 

 잠시 말을 멈춘 제라드는 탁자 위에 놓인 컵에 물을 따른 뒤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무래도 하도 웃은 대다가 원래 이 건물이 지어진 곳이 사막이다 보니 목이 마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물 한 컵을 전부 마왕이 씨익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울며불며 저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큭큭큭. 그때처럼! 벌써 2년 전인가요? 후후후후! 고작 ‘약해빠진’ 악귀 녀석을 이긴 것 가지고 멋도 모르고 까불기에 철저히 짓밟아 놓았죠. 그래서 그 녀석 제 앞에서는 그래도 얌전하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하!”

 

 “…”

 

 제라드의 말에 애쉬는 침묵으로 긍정했다. 정말 2년 전, 마왕과 저승사자가 붙었을 때 애쉬는 진심으로 저승사자가 저러다 죽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걱정했었다. 그 정도로 두 사람의 실력 격차는 엄청났고 그것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말 듣지 않는 녀석에는 몽둥이가 제격이라니까요. 후후후후!”

 

 “그러는 네 녀석에게도 몽둥이찜질을 하고 싶은 것이 지금 내 심정이다! 좋은 말로 할 때 낚시 좀 접어라! 제발! 재능이 없으면 좀 포기해! 이 저주 받은 손을 가진 녀석아!”

 

 “하하하하하하!”

 

 그러나 제라드는 그저 웃을 뿐이었고 애쉬는 ‘시발, 내가 참자.’ 라고 중얼거리며 화를 삭였다. 곧 다시 진정이 된 애쉬가 말했다.

 

 “젠장. 너하고 이딴 이야기하면 화가 끓어오르니까 그냥 일 이야기를 하고 빨리 좀 끝내자. 제발 오늘은 그냥 퇴근해라! 불쌍한 녀석들에게 또 오아시스 파라고 지시하지 말고. 불쌍하지도 않냐?”

 

 “하도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일부러 일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이거야 말로 창조 경제죠.”

 

 “지랄하네, 썩을 녀석.”

 

 애쉬가 욕지거리를 내뱉은 뒤 그에게 서류 뭉치 일부를 건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필사본이었다. 신관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볼 수 없는 자료이기에 자신이 직접 필사한 것이었고 이번 열람이 끝나면 바로 폐기할 생각이었다. 서류의 상단을 본 제라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그가 짓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뭐야, 이거? G급 비밀? 이걸 오늘 저희에게 공개하려고 했다고요?”

 

 “그래. 사태의 심각성이 워낙 컸기에 다른 신관들의 동의도 받은 상태다. 온 녀석이 내 직속 부하인 네 녀석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야. 그러니 오늘 공개하고 더 이상 공개 못한다. 다른 녀석에게 떠벌릴 수도 없는 자료니까 제발 술 취해서 떠들고 다니지 마라, 제발!”

 

 애쉬의 말에 제라드는 평소처럼 까불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봬도 할 때는 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 만큼 이 자료는 중요한 자료였다.

 

 “G급 자료? 그럼 저도 보죠.”

 

 “엥?!”

 

 제라드와 애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이 자료에 집중하느냐고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상대가 기척을 줄인 이유도 있지만. 어느새 살짝 열린 문에 몸을 기대고 있는 금발의 여성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상대의 모습을 확인한 애쉬와 제라드는 또 한 번 경악했다.

 

 “이거… 정말로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군. 가장 올 확률이 적었던 네가 오다니.”

 

 “후후후후! 확실히 그렇군요. 용안 한 번 보기 힘드신 염랑, 스피카 카오스 라오스가 친히 이런 누추한 곳에? 후후후후!”

 

 제라드와 애쉬의 말을 들은 금발의 여성, 하이 랭커 2위이자 번개의 신관의 직속 부하인 염랑, 스피카 카오스 라오스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저도 볼 수 있을까요? 그 G급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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