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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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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1 15:06     조회 : 11     추천 : 0     분량 : 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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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약간의 돈을 가지고 각자 필요한 걸 사러 가고, 숙소는 금세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숙소를 몰래 지켜보던 베키는 눈을 깜빡거렸다.

 기절했던 여자가 깨어났고, 침울했던 숙소가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베키는 짧은 다리를 흔들거리면서 침대에 푹 누웠다.

 

 “그 여자애가 블러드 로즈일까? 몰래 본 걸 알면 로드가 화내겠지…….”

 

 그렇지만 로드의 도움이 되고 싶은 걸. 그렇게 중얼거리며 베키는 눈을 꾹 감았다.

 베키의 능력은 오래 쓰면 쓸수록 시력을 잃게 되는 능력이었다.

 그래서 칼립은 베키의 능력을 오래 쓰지 않고, 단시간에 가끔 쓰는 편이었다.

 근데 칼립의 명령 없이 독단적으로 이렇게 오래 썼으니 당연히 혼나겠지.

 혼나는 건 싫으니까 방금 본 건 로드에겐 비밀로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베키는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가 잠들고도 남았을 만큼 야심한 시각. 칼립은 의자에 앉아 책상을 톡톡 치며 생각에 잠겼다.

 

 “그 뱀파이어 로드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어.”

 

 자신과 싸울 준비가 이미 됐다는 건가. 이 자리를 되찾겠다 나타난 거겠지.

 뱀파이어 귀족들은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가 나타났다는 소문만으로도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 뱀파이어 로드의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 귀족들은 라티안스 쪽에 붙겠지.

 평범한 뱀파이어들은 이미 라티안스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는 정당성을 부여받은,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였으니까.

 

 “내가 겨우 일궈놓은 것을 이렇게 쉽게 뺏길 순 없지.”

 

 자신을 지지하는 뱀파이어를 모아야 했다. 테크나 베키 같은 뱀파이어를 더…….

 귀족 중에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만들어야 했다.

 이제부터 시작할 것은 정치적인 싸움이었다. 물론 암살에 대한 준비도 해야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이 자리를 지킨다. 이 자리를 어떻게 차지했는데.

 일단은 테크의 회복이 먼저였다. 칼립은 사람을 부르는 종을 치고 들어오는 하인을 바라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가장 유능한 의사를 데려와. 테크의 회복에만 집중하도록 명령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테크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면 나에게 데려오도록.”

 

 “네.”

 

 하인이 나가고 칼립은 창밖을 바라보며 검은색 눈동자를 빛냈다.

 내어주지 않는다. 이 자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밤의 어두움에 가려 사라졌고, 이윽고 날이 밝았다.

 어제의 쇼핑으로 지쳐버린 뱀파이어들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거실은 조용했다.

 혼자 일찍 일어난 지유는 오랜만에 느끼는 조용함을 만끽하며 다른 이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주전자가 달각거리며 물이 끓자 지유는 불을 끄고 컵을 꺼내 커피를 탔다.

 거실에는 은은한 커피 향이 맴돌았고, 그 향에 깬 건지 리키나가 계단을 내려왔다.

 

 “일어나셨어요?”

 

 “일찍 일어났네, 지유 양.”

 

 “어째서인진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일찍 눈이 떠지더라고요.”

 

 “미안하지만 나도 커피 한 잔 부탁드려도 괜찮을까?”

 

 “얼마든지요.”

 

 지유는 주전자로 걸어가 다른 컵 하나를 꺼내 그 컵에다 커피를 타 리키나에게 건넸다.

 리키나는 컵을 받아들고 가볍게 고맙다고 말하곤, 한 모금 커피를 마셨다.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거실이 적적하게만 느껴져서 지유는 컵만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이상하게 조용하네요.”

 

 “그러게요. 다들 지치신 걸까요?”

 

 “하긴, 어제 쇼핑은 꽤 시끌벅적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지유 양은 가지 않은 거야?”

 

 “전 딱히 필요한 게 없었는걸요. 근데 다들 뭐 사신 거예요?”

 

 “어제 나는 칼을 사느라 여러 군데 돌아다녔지. 그런데 이 마을에는 그리 좋은 칼이 없더라고.”

 

 “그래요? 다들 그런 식으로 돌아다니느라 여전히 주무시는 걸까요?”

 

 “아무래도 그럴걸? 여긴 그리 좋은 물건을 파는 마을이 아니라서 먼 곳까지 다녀오고 그랬을 거야.”

 

 그렇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유는 마시기 편한 온도로 내려간 커피를 한 번에 삼켰다.

 조금 달콤하고 쌉쌀한 맛을 느끼며 지유는 빈 컵을 씻어 다시 올려뒀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니 할 일도 없어서 지유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리키나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봐?”

 

 “아뇨, 머리카락 색이 참 예쁘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가……. 딱히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는데.”

 

 리키나는 자신의 하늘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그 모습에 지유도 작게 웃었다. 평화로운 아침 시간을 만끽하고 있을 때, 샤티가 허겁지겁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이 걸려 우당탕! 하는 소리가 나며 넘어지는 모습에 지유는 기겁을 했다.

 

 “샤티 씨!”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군.”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예요?”

 

 “모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일어나자마자 내려왔는데 둘밖에 없는 거야?”

 

 “다들 아직 주무시고 계셔서…….”

 

 “일어나!! 비상!! 비상!!!”

 

 커다란 샤티의 목소리가 숙소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비상이란 말에 부스스한 모습을 한 뱀파이어들이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모두 내려오자 샤티가 인원을 확인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거렸다.

 

 “모두 짐을 챙기세요, 나갑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누구에게 감시당하고 있어.”

 

 “그게 사실인가?”

 

 “어제부터 누군가 계속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기분 탓이 아닌 것 같습니다.”

 

 “따돌릴 수는 있는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칼립 쪽의 뱀파이어의 능력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긴 들켰으니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샤티의 말에 라티안스는 인상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에 숙소를 얻으려면 꽤 고생을 해야 했다.

 병사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으면서도 들키지 않을 곳을 찾는 것은 수고스러운 일이었다.

 그걸 지금 하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다. 마구잡이로 숙소를 움직이면 결국 들키게 된다.

 

 “일단 지금은 모르는 척해. 그리고 샤티, 너는 나가서 우리 전부가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숙소를 비밀리에 찾도록.”

 

 “네.”

 

 “당분간은 되도록 비밀 통로를 통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도록. 그리고 모두 평소처럼 행동해.”

 

 “알겠습니다.”

 

 “지금 이 상황도 보고 있을까, 샤티?”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시선이 느껴지지 않아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러면 다른 숙소를 구할 며칠간은 조심해서 행동하도록. 언제나 우리가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움직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금은 안 보고 있다고 하니, 이 순간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언제 속닥속닥 이야기 했냐는 듯 모두 흩어졌다.

 샤티는 자연스럽게 식사 준비를 했고, 브리지트는 식탁 위에 접시를 올려뒀다.

 순식간에 일상으로 돌아간 그들을 보며 지유는 조용히 감탄했다.

 그리고 라티안스는 클리프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했고, 클리프는 라티안스의 뒤를 쫓아갔다.

 밖으로 나간 두 명은 주변을 살펴보고 뒷골목 쪽으로 들어갔다.

 

 “칼립이 블러드 로즈의 정체를 눈치챘을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위험한 건 사실입니다.”

 

 “눈치챘을 가능성도 생각해둬야겠군. 당분간은 지유의 곁에서 떠나지 마.”

 

 “알겠습니다.”

 

 “들어갈 때도 자연스럽게.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클리프와 라티안스는 마치 즐거운 이야기라도 한 듯 하하 웃으면서 숙소로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주위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직은 누가 이곳까지 찾아오진 않은 모양이었다.

 안심하긴 아직 일렀다. 라티안스는 지유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라티안스의 시선에 지유의 볼은 점점 붉게 변했다.

 

 “저……. 라티안스 씨, 저를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그냥 보고 싶어서.”

 

 낯간지럽기 짝이 없는 말을 하면서도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라티안스를 보며 지유는 볼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런 둘을 보며 다들 놀려주고 싶은 것을 꾹 참는지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긴장으로 가득해도 이상할 것 없는 하루임에도 이상하게 그들은 편안했다.

 로드의 말대로 자연스럽게, 평소와 다름없게 지내면 되는 일이다.

 위험하긴 하지만 그들에게 틈을 내주는 것도 나름의 전략이었다.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너희들이 먼저 선공을 해라.

 그렇다면 우리는 되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그만 보세요, 부끄러워요…….”

 

 “그대가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지유의 말을 따라 순순히 눈을 감는 라티안스를 본 뱀파이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지유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빨갛게 변했다.

 라티안스도 다시 눈을 뜨고 지유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 기묘하고 이상한 장면을 본 베키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부러웠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형체도 없이 망가트리고 싶었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가졌다기엔 흉포한 질투이자 파괴 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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