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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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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0 13:31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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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지트는 라티안스의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며 브리지트는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적은 없는 듯했다. 확인을 마친 브리지트가 라티안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지트가 여관건물로 들어서자 그 뒤를 따라 라티안스가 들어왔다

 라티안스는 들어오자마자 여관주인으로 보이는 뱀파이어에게 다가갔다.

 

 “샤티, 여기 있지?”

 

 “죄송하지만 그런 분의 이름은 처음 듣는군요. 숙박하러 오신 게 아니면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샤티를 만나러 왔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약조하지.”

 

 “방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이름 처음 듣는다니까요?”

 

 주인장은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더 말을 섞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아무래도 우리를 칼립이 보낸 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오해를 풀자기엔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샤티를 만나 우리를 도와달라고 이야기 해야 했다.

 라티안스가 다시 한번 샤티를 불러달라고 말하려고 입을 열 때, 계단에서 부스스한 머리를 한 붉은 머리의 사내가 내려왔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샤티…!!”

 

 “응…? 뭐야, 주인장. 왜 그렇게 날 째려봐?”

 

 샤티는 상황파악을 못 했는지 하품을 쩍 하며 배를 긁었다.

 그 모습이 전형적인 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티안스는 그런 샤티의 모습을 보다 얼굴을 가리던 로브를 벗었다.

 

 “그대가 샤티인가?”

 

 “그 검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은 설마…….”

 

 “내 이름은 라티안스. 뱀파이어 로드다.”

 

 라티안스의 말에 여관 주인도 샤티도 얼른 고개를 숙였다.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가 태어났다는 소문을 들었긴 했지만, 진짜일 줄은 몰랐다.

 샤티는 어째서 뱀파이어 로드가 자신을 찾아왔는지 영문을 몰라 그저 바닥만 내려다봤다.

 

 “고개를 들게. 내가 찾아온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라티안스 님,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럼 샤티, 그대의 방으로 안내해줄 수 있나?”

 

 샤티는 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따라오라는 듯 계단을 올라갔다.

 샤티가 위로 올라가자 다른 사람들도 샤티를 따라 올라갔다.

 샤티의 방으로 들어가자 며칠을 이곳에서 지냈는지 방 안이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있고 더러웠다.

 도대체 어디에 앉으면 좋을지조차 모를 정도로 더러운 방 안에 베일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 죄송합니다. 누가 저를 찾아올 거란 생각을 안 해서 치우질 않았다 보니….”

 

 “찾아오는 뱀파이어가 없어도 좀 치우세요.”

 

 “하하……. 그래서, 여러분이 저를 찾아온 이유는 뭡니까?”

 

 “그대의 힘을 빌려주길 원해.”

 

 라티안스의 직설적인 말에 샤티는 허허롭게 웃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순식간에 변한 샤티의 표정에 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샤티는 앞머리를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싫습니다.”

 

 “…어째서지?”

 

 “전 칼립이 저를 죽일까 봐 도망친 놈입니다. 근데 칼립과 맞서 싸우라니요.”

 

 “그대는 도망치기 전까지 칼립에게 반대했다고 들었어.”

 

 “…그것도 옛말입니다. 지금의 저는 죽는 게 무섭습니다.”

 

 샤티는 라티안스의 붉은 눈을 피해 다른 곳을 바라봤다.

 그런 샤티를 보며 라티안스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떠나야 하나. 이런 식으로 모두가 거절하면…. 그땐 어떡하지?

 이 세 명으로 성을 되찾을 순 없었다. 라티안스는 절박한 심정으로 샤티의 손을 붙잡았다.

 

 “부탁할게.”

 

 “로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저는 로드를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역시 내가 믿음직스럽지 않은 건가?”

 

 “…….”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라기엔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아무런 힘도 가지지 않은 로드라서 그런 건가?”

 

 “그건…….”

 

 “그대가 생각하는 게 맞아. 어쩌면 돕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대가 옳은 걸 수도 있지.”

 

 “…….”

 

 “난 아무것도 없어. 가진 군대도 가진 힘도 칼립보다 약하지.”

 

 “…….”

 

 “그래도, 그런 나를 도와줄 순 없겠나? 그대가 나의 힘이 되어줄 순 없겠는가?”

 

 라티안스의 말에 샤티는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뱀파이어 세계는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뱀파이어 세계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재건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망가진 뱀파이어 세계에서 뱀파이어가 살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뱀파이어도, 뱀파이어 세계도 멸망하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연히 이 분을 도와드리는 게 맞는 일인데…….’

 

 샤티는 바닥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들어 라티안스를 바라봤다.

 힘이 없고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를 따르는 것엔 확실히 부담이 있었다.

 지금 같이 있는 뱀파이어 셋은 태어날 때부터 충성을 맹세한 듯 보였으나, 자신은 그것도 아니었다.

 

 ’잠깐, 세 명?’

 

 샤티는 자연스럽게 라티안스 옆에서 여전히 로브를 쓰고 고개를 숙인 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뱀파이어라기엔 기운이 약하고…. 인간이라기엔 뭔가 기묘한 힘이 느껴졌다.

 샤티가 지유를 빤히 바라보자 라티안스의 팔이 지유를 가렸다.

 

 “그대가 봐야 할 곳은 여기야, 샤티.”

 

 “저자는 누굽니까.”

 

 “그대가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는다면 알려줄 수 없어.”

 

 “……그렇군요.”

 

 “여전히 우리에게 힘을 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인가?”

 

 샤티는 라티안스의 말에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찌 됐건 여기서 그를 따르겠다고 결심한다면 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우리에겐 그렇게 많은 시간이 없어.”

 

 “내일, 내일 점심까지만이라도 시간을 주시면 그때 대답을 하겠습니다.”

 

 “…알겠네. 내일 점심, 다시 오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어. 다들 가자.”

 

 라티안스가 일어나 방에서 나가자 모두 방에서 나갔다.

 북적북적했던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샤티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뱉었다.

 여기서 힘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말하면 라티안스는 다른 뱀파이어를 찾아가겠지.

 그리고 자신은 안위를 유지하며 뱀파이어 세계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하루하루 라티안스가 이기길 바라고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신의 힘을 빌려주겠다고 한다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대신에 뱀파이어 세계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셸리의 기사로 있었을 때의 자신의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괜찮은 걸까.”

 

 라티안스는 지지하는 세력도 없었고 그를 지켜줄 군대도 없었다.

 그에게 붙으면 그야말로 목숨은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죽는 건 똑같을지도 몰랐다.

 

 ‘차라리 죽는 거면 세계에 기여하고 죽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가도 지금 라티안스의 상황을 보면 다시 부정적이게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일 라티안스가 찾아옴과 동시에 칼립의 군대도 찾아올 수 있지 않은가.

 그러면 시작하고 말고의 의미도 없이 바로 죽는 것이었다.

 샤티는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생각의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라티안스는 클리프와 방에 앉아서 물끄러미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드.”

 

 “왜.”

 

 “샤티가 과연 저희에게 힘을 보태줄까요?”

 

 “글쎄…. 확실하진 않아. 나 같아도 지금의 나를 따르는 건 거북할 것 같군.”

 

 “무슨 소리입니까. 로드께선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시잖아요!”

 

 “내가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란 건 사실이지만 지금 내 상황을 봐.”

 

 “…….”

 

 “따르는 자는 기껏해야 3명, 일행 중에는 지켜야만 하는 인간이 있고 난 블러드 로즈가 없으면 인간의 피조차도 마시지 못하지.”

 

 “로드…….”

 

 “그런 나를 덥썩 따르겠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라티안스의 자조적인 말에 클리프는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라티안스는 오늘 처음에서야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뱀파이어 로드지만 로드가 아닌 자. 칼립에게 대항하기 위한 군대도 없는 자.

 그것이 지금 자신의 위치였다.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샤티가 거절해도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라티안스의 말에 클리프는 입안이 썼으나 대부분이 사실이었다.

 우리 역시 이렇게 가다간 성을 되찾기는커녕 오히려 몰살당할 것이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뱀파이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언제나 시작이 제일 어려운 법이었다.

 한 명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칼립의 성으로 쳐들어가는 일은 시작도 못 하고 끝날 것이다.

 그러니 제발 샤티가 로드를 불쌍하게 여겨서 그 손을 잡아주길 바랄 뿐이었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로드. 어서 주무세요.”

 

 “그래…. 얼른 자야 체력을 비축해서 다른 뱀파이어에게도 갈 수 있지. 클리프 너도 자도록 해.”

 

 “하지만 보초는…….”

 

 “괜찮아. 누가 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그럼 알겠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수많은 생각과 고민이 담긴 밤이 지나 해가 뜨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서 라티안스는 눈을 떴다.

 아침. 이제 몇 시간 후면 샤티의 결정을 들어야 한다. 그의 대답이 어느 쪽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라티안스는 설사 거절의 말을 들어도 절대 꺾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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