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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밀담(3)
작성일 : 17-11-24 17:14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7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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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년 전, 그 날. 백이면 백. 모든 사람들이 그 어린 소년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물론 그 소년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WML의 본선 자리에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일이었다. 설사 소년이 패배하더라도 각 국가에서 소년을 모셔가려고 부단히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크윽!”

 

 “하하하! 꼬마야! 이곳까지 올라오느냐고 고생했다. 하지만 네 여정도 여기까지다. 원래 이 대회에서 상대를 죽이는 것은 금지이지만 나는 말이다. 네놈을 이긴 나보다 관심을 더 받을 네가 살아 움직이는 꼴을 못 보겠거든! 후후후. 뭐, 특별히 이곳까지 온 것을 가상하게 여겨 고통 없이 죽여주마! 어둠 속에 집어 삼켜져라!”

 

 온 몸에 흉터 자국이 있는 근육 돼지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서 숨을 고르고 있는 잿빛 머리의 소년에게 말했고 곧 이어 그들이 있던 공간이 태양빛을 무시하고 시커먼 어둠 속으로 집어삼켜졌다. 심연 속 깊은 어둠… 빛 하나도 빠져나가거나 들어오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듯한 짙은 어둠이었다.

 

 안타까웠다. 저 잔인한 남자, 악귀, 네오스 아카이론이 하필이면 소년의 상대라니. 현재 전 대륙에서 가장 미움을 받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상대이지만 신관 직속 부하, 초신성의 자리에 앉아있을 만큼은 저 자는 강대했기에 어느 누구도 그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돌발 행동에 가만히 전투를 지켜보던 몇몇 초신성들이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를 말리기 위해 달려들려고 했다.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비명 소리가 들리 것은.

 

 “뭐, 뭐야! 네, 네놈은 설마! 아, 안 돼! 살려줘, 제발! 크아아아아악!”

 

 악귀의 단말마 소리가 울려 퍼지자 막 전투장으로 돌입하려던 초신성들이 우뚝 멈춰 섰고 전투를 지켜보던 관중들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잠시 동안 경기장에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저주스러운 심연의 어둠이 걷어지기 시작하고…

 

 “와아아아아아!”

 

 “마, 말도 안 돼…”

 

 믿기 힘든 광경에 광중들은 경기장이 떠내려갈 것만 같은 함성 소리를 질러댔다. 초신성들 대부분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오직 그의 후견인인 ‘그녀’만큼은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옥의 어둠 때문에 불빛이 빼어나가지 않았을 뿐… 악귀, 네오스 아카이론은, 그 저주스러운 남자는 활활 불타올라 죽은 뒤였다. 손 쓸 새도 없었다. 불의 마법사인 내가 볼 때 몸 밖을 태운 것이 아니라 몸 안에서 불을 발생시킨 것이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정교한 마나 제어 실력. 불 속성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어둠 속성을 이긴 적이 없을 정도로 극상성의 상대이다. 그 이유는 어둠 안에서는 불의 마법을 써도 불의 특성들, 빛과 뜨거움이 모두 집어 삼켜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불 속성의 마법사는 단 한 명도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해왔다. 그런 역사를 저 소년이 깬 것이었다. 사람들은 천벌을 받아 마땅할 악귀, 네오스 아카이론을 쓰러뜨린 저 잿빛 머리의 소년을 계속해서 찬양했다.

 

 그러나 소년은 말없이 자신이 죽인 상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증오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 누구도 못 보았지만 그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나는 보고야 말았다.

 

 “마, 말도 안 돼… 서, 설마… 그, 그래서 악귀가 그렇게 놀란 것인가.”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어째서 잿빛 소년이 악귀, 네오스 아카이론을 쓰러뜨릴 수 있었는지. 어째서 괴물과 같은 마나 제어를 보여주었는지. 소름이 쫙 돋았다.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보고야 말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소년의 눈동자 색깔이 바뀌었던 것을. 소년은 다급하게 감추었지만. 멍청한 신관 직속 부하들은 이 상황과 격앙된 관중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전투장에 뛰어들려는 것을 제지하는 것에 바빠 보지 못했지만 나는 똑똑히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안 된다. 아직 저 소년은 어리다. 지금 당장은 세상 무서울 것이 없겠지. 또한 굉장히 자만할 것이다. 순식간에 정상 가까이 올라가고야 말았으니까. 그러니 지금 손을 내밀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소년이 싫어하는 것은 세계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도 적인 것이다. 그러니 기다린다. 소년이 현실을 받아들일 날을.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저 소년을 손에 넣는 순간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으니까.

 

 어리석은 관중들은 그것도 모르고 소년을 향해, ‘악마’를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멍청한 것들! 후후후후후후! 늑대가 물러가자 호랑이가 온 것도 모르고.

 

 %%%%%

 

 여느 때와 다름이 없이 세이라 공주는 독서를, 시크릿은 잠을 자고 있었다. 정말 밤에 무엇을 하는지 잠을 저렇게 많이 자는 지 도저히 그녀로써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지난번 잤던 것처럼 새삼 모르게 마치 죽은 것처럼 자고 있었다.

 

 “잠 잘 자는 사람을 뽑는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대상 받겠네, 이 인간은.”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녀와 저승사자가 단 둘이 지내면서 세이라 공주는 저승사자의 패턴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 그는 공주와 함께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죽은 듯이 잔다.

 

 만지거나 접근하지만 않으면 안전한 동물처럼 가만히 지켜보거나 하면 딱히 공격하지 않는다. 이건 자고 있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매우 위험한 동물이기에 섣불리 다가가거나 말을 걸면 물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당당히 맞선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다. 단 너무 심하게 맞서면 안 되고 어디까지나 적당한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장담은 할 수 없다.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공주님 식사 시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으으으으으!”

 

 문 밖에서 시녀가 노크를 하며 조심스럽게 물었고 저승사자는 바로 기지개를 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남자의 또 하나의 패턴. 잠을 푹 자더라도 식사를 할 시간이 되면 귀신 같이 일어난다. 마치 배꼽시계라도 설치한 것처럼.

 

 “크, 크흠! 들어오세요.”

 

 저승사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눈가를 비비는 사이 잽싸게 표정을 수습한 세이라 공주가 말했고 곧 시녀 몇 명이 접시 몇 개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와인을 넣고 끓어낸 스프와 해산물이 가득한 파스타. 그리고 샐러드와 절묘하게 육즙을 가둔 스테이크. 중간 중간 목을 축여줄 와인까지.

 

 근신 중이었기에 접시의 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녀의 배를 채우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단 모두 1인분이었다.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황족과의 겸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래 저승사자의 식사는 따로 식당에서 해야 하지만 그는 그것을 거부했다. 대신 그는 매일 샌드위치 따위를 직접 싸와 점심을 대충 때우고 있었다.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공주님, 맛있는 식사 되십시오.”

 

 “예, 수고하셨어요.”

 

 식기를 다 내려놓은 시녀들이 서둘러 그녀의 방을 나갔다. 저승사자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은 전 대륙에 퍼졌기에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이 원래는 정상이었다. 만약 세이라 공주가 저승사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황제가 안다면 졸도할 것이 분명할 정도로 그녀의 행동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럼 저 식사 할게요.”

 

 “예, 예. 맛있게 드시지요, 공주님.”

 

 저승사자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를 문 쪽으로 옮긴 뒤 그곳에 앉았다. 딱히 겸상을 해도 황제가 처벌할 수 있지는 않지만 그것 때문에 이 망할 가출 공주와 또 다시 언쟁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발로 대충 근처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가방을 끌어당긴 뒤 그 안에서 도시락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몇 개의 샌드위치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그는 짜증이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과거 배고픔에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부터 시작해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씹어 삼켰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는 3끼 식사는 꼬박꼬박 잘 챙겨 먹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 3끼 중 한 끼를 이 망할 공주의 경호일 때문에 이렇게 대충 때우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한편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이라 공주가 말했다.

 

 “식당에 가서 식사하고 오셔도 되요. 왜 그렇게 대충 때우시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욱한 저승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따질 뻔했지만 그녀와 말다툼을 하면 그 날은 밤에 잠을 잘 때까지 기분이 더러웠기에 화를 꾹꾹 참아내며 말했다.

 

 “믿지 못해서 그런다.”

 

 “하아. 식사 시간에는 도망가지 않아요.”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식사 모두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매일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급적이면 식사를 남기는 일은 없었다.

 

 음식의 칼로리가 높은 편이기에 그러면 살이 쪄야하는데 그녀는 이상하게도 살이 잘 찌지 않았고 설사 찌더라도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에만 살이 찌고 있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그 말을 듣고도 고개를 저었고 그녀는 살짝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도망치지 않는다니까요. 왜 사람 말을 그렇게 못 믿어요.”

 

 “원래 내가 사람 믿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리고 내가 못 믿는 사람은 공주님 당신이 아니야. 공주에게는 내가 이 황궁 안에 있는데도 도망칠 만한 배짱이 없거든.”

 

 맞는 말이었지만 묘하게 화가 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즐거운 식사 시간에 화를 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일단은 참고 그의 말을 계속 경청했다. 시크릿은 샌드위치를 한 입 더 베어 물은 뒤 다시 말했다.

 

 “황궁 사람들을 믿지 못 한다는 말이다. 내 요리에 독을 탈 수도 있는데 내가 왜 그런 위험한 모험을 해야만 하지?”

 

 “정말로 피곤하게 사시는 군요, 당신이라는 사람은.”

 

 “신경 끄시지. 공주님의 따뜻한 세계와 내가 살아온 세계는 전혀 다른 곳이니까.”

 

 저승사자가 살짝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고 세이라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방금 그 목소리에는 증오가 가득 느껴졌다. 세이라는 그를 잠자코 바라보다가 샐러드를 입에 가져갔다. 저승사자도 다시 말없이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근데요. 그러면 평상시에 식사는 어떻게 하시는데요?”

 

 “직접 해먹는다만.”

 

 저승사자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고 세이라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왠지 뭐랄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기특하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왜요? 귀찮지 않아요?”

 

 “하아. 방금 말하지 않았나. 사람들 안 믿는다고. 뭔가를 탔을지 알 수도 없는 요리를 입에 가져가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귀찮더라도 직접 해먹는 것이 더 낫지. 채소와 생고기에 독을 타면 금방 티가 나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어 한 입 먹었다. 저승사자 역시 다시 샌드위치를 꼭꼭 씹어 먹는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세계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받은 세이라는 왠지 그에게 동정심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가 무척 싫었지만.

 

 다시 두 사람 사이에 말이 없어지고 식기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우물우물 씹는 소리만이 방 안을 감돌았다. 그녀는 식사를 거의 끝마치고 있었고 저승사자의 손에도 마지막 샌드위치만이 남아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저, 저기요!”

 

 “또 왜. 근데 우리 서로 없는 사람 치기로 되어있지 않나? 왜 자꾸 말을 걸어.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 몰라?”

 

 시크릿이 목소리에 살짝 짜증이 걸려 있었다. 그의 퉁명스러운 모습에 그녀 역시 욱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그것을 꾹 참아내었다. 아무래도 그릇의 크기가 저승사자보다 가출 공주님이 더 큰 것이리라. 그녀는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저기 아까 말씀하신 대로라면 그 샌드위치도 직접 만드신 거예요?”

 

 “그렇다만. 또 무슨 시비를 거시려고? 공주님이 먹기에 너무 저급한 음식이라서 그러나?”

 

 ‘정말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한 뒤 말했다.

 

 “딱히 저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정말로 저는 그 음식 처음 보거든요. 그래서 먹어봐도 되나요?”

 

 “하! 있는 놈들이 더 한다더니 이제 내 마지막 양식까지 빼앗아 먹으려고 하시는 군요, 공주님. 당신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합니까.”

 

 그녀의 이마에 살짝 실핏줄이 드러났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삐뚤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알려주지도 않겠지만 그의 과거사를 알게 돼서 우울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그러니까 정중하게 부탁했잖아요. 그리고 누가 공짜로 달라고 했나요? 사람 말은 좀 끝까지 들어보시고 대답을 하세요, 잘 나가는 마법사 씨.”

 

 “이, 이게… 하아.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계속 말씀해보시죠, 그 나이에 가출이나 하는 공주님.”

 

 저승사자의 노골적으로 비꼬는 말투에 그녀는 울컥해서 참을성이고 뭐고 그에게 식기를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지만 인내심 있게 가까스로 화를 참아내었다. 그녀는 다시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제가 먹은 것하고 바꿔 먹자는 거예요.”

 

 “먹던 것이라. 누구를 개 취급 하나. 그리고 내가 분명히 아까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휴우. 우선 스테이크는 나중에 딱 반으로 나눴고요. 애초에 제가 기미(氣味) 먼저 했고요. 당신이 독 먹고 죽을 일은 없어요. 만약 독이 있으면 내가 먼저 죽을 테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저승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식기를 확인했다. 대부분이 비어 있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스테이크만큼은 어느 정도 나뉘어져 있었다. 저승사자는 살짝 갈등했다. 그는 식욕이 강한 편이었다.

 

 과거에 아사할 뻔해서 눈에 보이는 모든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입 안에 집어넣은 이후로 식욕이 강해졌다. 그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는 비록 그가 엄선한 재료로만 만들었지만 저 스테이크 한 덩어리만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 놈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제가 부탁하는 거니까 당신은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맞춰주려는 듯 그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자신이 부탁한다고까지 말했다. 더 이상 그가 거절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었다. 시크릿은 한숨을 내쉰 뒤 앉아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샌드위치를 건넸고 그녀는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저승사자는 그 순간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는 별 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그녀가 남긴 스테이크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그녀가 그의 손등을 쳐냈다.

 

 “뭐야? 지금 사람 약 올리는 거야? 먹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아깝냐?”

 

 “…”

 

 시크릿의 말에 세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그의 말을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아직 입 안에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승사자는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녀가 입 안의 음식을 삼킬 때까지 기다렸다. 거의 30초 걸렸다.

 

 “그게 아니라 식기 써서 드세요.”

 

 “식기가 어디 있다고.”

 

 “거기 있잖아요. 포크하고 나이프.”

 

 “어?”

 

 그녀의 말을 들은 저승사자는 순간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 분명히 포크와 나이프는 있었다. 그게 그녀가 사용하던 것이라는 것이 문제지. 저승사자는 그녀가 지금 제정신인가 싶어 다시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다시 입에 샌드위치를 넣은 상태였다.

 

 저 상태에서 다시 말을 하려면 또 30초 가까이 기다려야만 했다. 기다리면서 울화통 터지느니 부끄러움 참고 그냥 먹는 것이 더 나았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사용하던 포크로 스테이크를 찍은 뒤 한 입에 집어넣었다.

 

 “흐음. 생각보다 훨씬 맛있네요.”

 

 “그, 그러냐.”

 

 “아. 꼭꼭 씹어 먹어야 탈 안 나요!”

 

 “…”

 

 오늘 정신적으로 몹시 지쳐버린 저승사자는 그녀에게 대꾸할 힘도 잃어버렸다. 그녀는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후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바꿔먹어요. 그리고 그렇게 사람을 좀 믿으시고요. 당신도 사람이잖아요. 그렇게 살면 피곤해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저승사자는 대꾸도 없이 문 앞에 놓인 의자를 다시 원래 있던 곳에 가져온 뒤 그곳에 앉았다. 그리고 곧장 눈을 감았다. 그러나… 평상시와 달리 잠은 오지 않았다. 충격적인 일이 좀 있었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사람인가…’

 

 그녀가 자신을 사람 취급 해준다는 것이었다.

 

 ‘내 정체를 알게 되면 그렇게 말할 리가 없겠지.’

 

 아주 잠깐이었지만 마음을 따스함을 느꼈던 그는 곧 현실을 직시했고 다시 그의 마음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그는 다시 서서히 잠의 늪에 빠져 들어갔다. 잠을 잘 때만큼은 괴로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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