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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호스티스 연쇄 자살사건
작가 : 민지민
작품등록일 : 2017.6.23

“난 자살하지 않았어. 절대...”, 지역 정치인의 비리를 수사 중 좌천된 강력계 형사 민혁수. 징계가 풀려 복귀하는 날,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영혼(아영)을 만나게 된다. 혁수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힘이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상처럼 외압이 열혈형사를 가로막고 수사는 난항에 봉착한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때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의 인권변호사 김무혁의 등장으로 수사는 탄력을 받고 거대한 힘의 꼬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삽화:JewelSaviorFREE>

 
【6화】 김무혁 (1) √ 직감
작성일 : 17-10-29 23:51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7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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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소설은 실화를 모티브하고 있으나, 픽션이 가미된 팩션 소설입니다.

 사건의 시간적 구성, 등장인물, 지명 등이 실제와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

 【6화】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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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5월 3일. AM 01:32.

 

 

 

 서울 중앙지검 특수 3부 김무혁 검사실.

 

 검은 바다에 별빛이 수놓인 듯하다.

 

 자정이 넘은 창 밖 도심의 풍경은 꾀나 아름답다.

 

 별을 닮은 인공의 빛들이 밤하늘의 웅장한 자태를 흉내 내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서류들 너머 창밖은 그 요란한 광채로 시끌벅적하기까지 했다.

 

 

 “아! 이거 돌아가시겠구만.”

 

 

 넥타이를 풀어헤친 검사는 피곤에 절어있었다.

 

 목청이 보일정도로 긴 하품을 크게 연거푸 내 보이고 있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어지럽게 펼쳐진 사건파일 밑에 숨겨놓았던 3G 폴더 폰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16화음 벨소리가 시작되고 있다.

 

 

 “네. 김무혁 검사입니다.”

 

 

 폴더를 열어 통화버튼을 누르고 여보세요 대신에 신분부터 밝히고 있다.

 

 

 ‘나 검사야. 내 밑이면 알아서 기어.’

 

 

 라는 뜻이었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출신 변호사 김무혁.

 

 지금은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몇 해 전 이맘때 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국가 공무원이었다.

 

 그것도 검찰 내에서도 요직이 모여 있다는 서울 중앙지검의 특수부 검사.

 

 

 -김무혁 검사님이십니까?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40대 후반? 아니면 그 이상? 어떻게 알았을까?’

 

 

 가족조차 모르는 번호를 알고 있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시냐니까요?”

 

 

 불쑥 까칠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전화를 했으면 응당 걸어온 출처나 목적을 밝히는 것이 예의일 것이었다.

 

 무혁보다 윗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상하관계 따지기가 버릇 된 그였다.

 

 간을 보는 말투가 영 거슬리고 있었다.

 

 대한민국 검사에게 있어서 검찰청 밖은 99% 이상은 자신의 아래라 생각했으니 거만해질 만도 했다.

 

 하물며 지방 소도시의 경찰 서장조차 그에게 존대를 꺾지 않았으니까.

 

 

 ‘이 번호를 알려면 내가 모를 수 없을 경로를 거쳤다는 말인데...’

 

 

 무혁의 직통 핸드폰번호를 알만 한 사람은 한 손에 꼽힐 정도다.

 

 부장검사, 지금 수사 중인 조폭사건의 프락치 둘, 그리고 사무실의 수사관 정도.

 

 그 중에서 내 번호를 저자에게 알려준 게 누굴까?

 

 

 -그건 묻지 말아주십시오.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분명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주저하고 떨면서도 더듬거리지 않는 것은 그가 본래부터 겁쟁이는 아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두려움은 일반인이 겪더라도 충분히 떨었을 만한 성질의 것일 터였다.

 

 

 “제 번호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건 알려드리죠. 지금 제 제보가 김 검사님의 인생에 획을 그을 한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혁의 사냥개 본능이 발동되고 있었다.

 

 분명 보통의 허접한 사건은 아닐 것이다.

 

 맡을 수 없을 정도로 구린 냄새가 진동하는 왕거니이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용트림이거나.

 

 

 “뭐요? 당신! 지금 대한민국 검사하고 거래하자는 거요? 진짜 당신 누구야?”

 

 -제발 묻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지금 목숨을 걸고 전화 드리는 겁니다.

 

 

 일반 사건이라면 112에 신고를 하면 될 것이다.

 

 경찰이 감당키 어려운 정치와 연류 된 사건이라면 검사보다는 국회의원을 택해야 맞을 것이었다.

 

 그런데 검사에게, 그것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지 두 해가 되지 않는

 초임이나 다름없는 평검사에게?

 

 꿉꿉한 냄새가 술술 피어오른다.

 

 

 “그래. 그렇다고 치고... 뭡니까? 들어나 봅시다.”

 

 

 특수부 소속이었지만 아직까지 큰 사건 하나 잡지 못한 초임검사였다.

 

 무혁은 지금까지의 갈증을 한꺼번에 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검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큰 사건 하나를 해결하고서 『정의로운 검사』 타이틀을 쥐고 국회에 입성하는 모습.

 

 그가 꿈꾸는 장래였다.

 

 

 “하나만 물읍시다.”

 

 “뭘 말이요?”

 

 “당신. 감당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렇다고 정의 따위를 주창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유명한 정의의 아이콘이 되고픈 욕심이었다.

 

 그 정도 이름표를 들고 정계에 진출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는 상상이 스쳐간다.

 

 

 -전관 검사출신 정치인의 비리에 관해서 제보드릴 것이 있습니다.

 

 “전관? 나한테 내 조직의 등에 칼을 먹이라는 거요?”

 

 -뭐... 딱 짚어 말씀드리자면...

 

 "드리자면?"

 

 -네.

 

 “우선 묻겠습니다. 왜 굳이 힘없는 초임검사를 선택한 겁니까? 또 이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서 꾀나 수고를 했을 텐데, 그런 수고까지 하면서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당신만 믿어줄 걸 알기에 전화 드린 겁니다.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한 부장에겐 비밀로 하시고 수사해 주십시오.

 

 

 무혁에게 약점을 잡힌 프락치들일까?

 

 아니다.

 

 아무리 급하고 위급한 상황이라도 그의 번호를 풀었을 리 없다.

 

 무혁이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깜빵에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쳐 넣을 수 있을 죄목을 가진 녀석들이다.

 

 

 ‘목줄을 쥔 주인의 정강이를 물어뜯을 만큼 녀석들은 멍청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한솥밥을 먹는 부장검사?

 

 그럴 리도 없다.

 

 부장은 큰 사건을 선사할 정도로 무혁을 신용하지 않는다.

 

 

 

 *

 

 

 

 “원칙? 소신? 웃기고 자빠졌네. 개나 줘 그 딴 건. 세상은 힘 있는 놈이 먹고 힘없는 놈은 먹히는 거야. 약.육.강.식. 오케이 신삥?”

 

 

 중앙지검으로 발령을 받던 첫 날 원칙과 소신이라는 말에 헛웃음을 짓던 선배 평검사 하나가 해주었던 조언이다.

 

 지금 그 평검사는 늦게 사시를 패스한 무혁과 불과 두 살 차이에 큼지막한 사건을 한 해에 하나씩 터트리고 있다.

 

 그의 능력은 힘을 가진 자가 던져 준 한 끼 식사였었다.

 

 

 ‘약육강식이라...’

 

 

 그의 말이 올곧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약육강식의 승자였으니까.

 

 무혁은 시험대 앞에 놓이게 되었다.

 

 지금은 무력한 패배자에 가까웠다.

 

 그도 이기기 위해 연수원시절 품었던 정의나 공정 따위의 신파는 접어야 할 것인가 고민 중이었다.

 

 

 ‘그렇다면 한 부장?’

 

 

 수하에게 기회주의를 가르치던 한 부장이 계획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사건을 초임검사에게 할당할 부장이 아니었다.

 

 챙길 거리가 있다면 벌써 챙기고도 남았을 그는 기회주의자다.

 

 

 ‘그렇다면 김 수사관?’

 

 

 그도 아닐 것이다.

 

 검찰 동일체 원칙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검찰만의 원칙에 절어있는 인물이었다.

 

 

 ‘그럼... 내 직통 번호를 알 만한 사람이라면...’

 

 

 아마 검찰 내부의 부장검사보다 윗선 중 그 누구일 것일 가능성이 크다.

 

 

 -믿지 않을 테니까요. 그 누구도... 아무도...

 

 “한 부장은 왜 믿지 않는다는 겁니까? 그리고... 오히려...”

 

 

 한 부장검사를 아는 자?

 

 그럼 누구지?

 

 장난전화가 아니라면...

 

 한 부장과 나의 관계를 알만한 인물이라면...

 

 

 ‘관계자가 아니고서는 무혁이 한 부장의 조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만한 위인은 없을 것인데...“

 

 

 그렇다면 내부자인가?

 

 

 “이 사건이 한 부장과 관련되어 있습니까?”

 

 -아직 그건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직이라...”

 

 

 그의 이야기는 십여 분 정도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 기회가 된다면 볼 날이 있을 거라는 맺음말을 끝으로 통화는 끝났다.

 

 

 

 

 

 ***

 

 

 

 

 

 무혁은 제보를 우선 믿어보기로 했다.

 

 생면부지의 남자가 일러준 대로 검찰출신의 전관변호사 리스트를 조사하고 단서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수사를 진행해갔다.

 

 

 “검사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리는 수사관의 뒷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상명하복을 목숨처럼 여기는 검사가 해야 될 일이 아니다.’ 겠지.

 

 

 검사 동일체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혁에게 제보하는 조건의 첫 번 째를 윗 선의 보고누락을 걸었었다.

 

 한부장이 알지 못하도록 일을 처리해야 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도박을 감행해야 한다.

 

 상명하복의 체계가 확실한 검찰청 안에서 규율을 곧 생명이며, 항명은 곧 응징으로 돌아올 것이다.

 

 

 “괜찮아요. 알면 뭐 징계 좀 먹으면 되지 뭐. 수사관님은 저만 따라 오십시오.”

 

 “아... 그래도... 이건 아닌가... 싶습니다.”

 

 

 꺼림칙해하는 수사관을 설득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

 

 그는 그저 함구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가 어두운 세계의 밑으로 둔 첩자들이면 족하다.

 

 범죄자들, 웬만한 검찰 수사력보다 어두운 세계의 정보를 누구보다 깊이 캐내올 수 있는 프락치들이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수사관님은 빠지십시오. 제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걸로 해두겠습니다.”

 

 

 물론 제보자와 했던 약속은 지켰다.

 

 상부에는 보고 없이 독자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였다.

 

 겁에 질려있던 남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수집된 증거를 따라가다 보니 정계(政界)와 검찰 내부자가 연결된 커넥션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무혁은 냄새가 나는 방향대로 더 깊이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전체적 윤곽을 그릴 정도의 증거를 모아갈 때쯤이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미제사건으로 추리 노선의 맥이 끊겨 버리게 된다.

 

 

 “뺑소니사건의 범인이라...”

 

 

 한 공당의 전 대표의 아들의 범행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수집된 자료에 의하면 사건에 박 의원 이외에 유명 정치인 몇과 사회 저명인사 몇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대형정당이 문패를 내려야 될지도 모를 중대사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심적은 의문이 가로막고 있다.

 

 대충 훑어보면 가려졌겠지만 깊이 들어가니 내막을 바로 드러나는 사건이었다.

 

 분명 사고의 고의성은 분명했다.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살인이었다.

 

 

 “그런데 왜? 왜 그랬을까? 왜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말도 안되는 허술한 방법으로 묻어버린 걸까?”

 

 

 무혁의 방, 검사실 현황판 앞에서 빨간색 보드 펜으로 박 의원의 이름 ‘박진태’에 동그라미를 그리던 무혁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유럽의 일류 명문대 출신의 재원, 검사출신에 불패선거의 신화라 불리던 50대 초반의 젊은 유력정치인이 살인까지 저지르면서 막아야할 것이 무엇이 었을까?”

 

 

 조금 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단순한 뺑소니 사건만은 아닐 것이라는 강력한 의구심이 자리잡았다.

 

 그럴만한 건덕지가 있을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껏 쌓아왔던 정치적 생명을 전부 걸고서라도 사건을 묻었던 이유가 뭘까?

 

 그저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 작은 통통배를 가진 어부를?

 

 피해자와 박 의원이 연결된 고리가 있다면 동향(同鄕)이라는 것뿐이다.

 

 

 ‘피해자는 박의원과 나이도, 학력도, 옷깃을 마주칠 인연조차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가장 의심되는 한 가지.

 

 경찰 선에서 수사기록이 덮였다.

 

 일선의 경찰이 이 정도의 사건을 푼다면 못 적어도 2계급 특진은 보장될 것이었다.

 

 헌데 어떤 형사도 관심을 두지 않는 부분이 의아했다.

 

 검사청도 이상하다.

 

 무혁이 만든 보고서 초안을 본다면 이 건물 안의 검사라면 누구나 이상하다 여길 정도로 경찰의 증거수집도 허술했다.

 

 상해를 입지도 않은 사람이 죽어버린 사망사건이다.

 

 타살이라는 증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경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늦어도 한 달 안로 밝혀낼 수 있었을 미제사건이다.

 

 동일한 부류의 사건에 비해 너무 이르게 수사종결을 내린 것도 수상쩍다.

 

 

 ‘모든 정황이 의심을 증폭하기에 충분하다.’

 

 

 거기에다 지금 박 의원은 현역이 아니다.

 

 경찰이 수사에 있어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는 대선출마를 위해 저번 총선 출마를 포기했었다.

 

 물론 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그를 수장으로 모시는 그의 계보를 가진 의원들이 국회에 다수 포진되어 있긴 했다.

 

 하지만 필드에 올라와 뛰는 신출내기 선수가 경기 중엔 끝 발이 센 것이지 않겠는가.

 

 벤취에 앉은 베테랑 후보는 그저 대체선수일 뿐이니까.

 

 아무리 계보 의원이라 하더라도 선거를 2년 남짓 남겨둔 시점이다.

 

 

 ‘이정도의 어마어마한 사건에 위험을 각오할 신복이 박진태에게는 없다.’

 

 

 무혁의 조사에 따르면 박진태 전의원의 조직계보는 그저 이익을 담합하기 위해 뭉쳐진 이합집산의 조직일 뿐이었다.

 

 

 “하지만... 보자... 여기가 가장 수상쩍단 말이야.”

 

 

 보드 판, 기자라는 글자 주위로 빨간 색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이 정도 기사거리라면 기자들이 개미떼처럼 꼬여야 했다.

 

 하지만 뉴스도 신문도, 정보가 새어 들어갔을 정치판까지 이 사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아니면 발설되지 않도록 누군가 밀봉한 건가?”

 

 

 이 정도의 큰 사안을 묻을 정도라면 분명 국회의원을 네 번 이상 해먹고도 남을 만큼의 거물급이어야 한다.

 

 

 ‘그런 거물 중의 거물인 박 의원의 힘으로? 아냐. 지금 박 의원의 정당에서는 그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때문에 일까? 혹은 그 밑의 누군가가의 소행일까?’

 

 

 하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그런 권력자들이 왜 구태여 평범한 지방 어촌의 소시민을 살해한 것일까?

 

 살인사건보다 더 큰 무엇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직감이 뇌리에 꽂혀 들었다.

 

 

 

 

 

 ***

 

 

 

 

 

 “수사관님 그거 뭡니까?”

 

 “별 거 아닙니다.”

 

 “어디서 온 건데요?”

 

 “법원에서 온 거 같은데 신경 쓰지 마십시오. 형식도 안 맞고, 아마 어린애가 쓴 거 같네요.”

 

 “법원이요? 법원 어디요?”

 

 “대법원에서 올라온 거긴 한데, 사건 가해자 측에서 쓴 거라. 뭐... 내용 빤하지 않겠습니까?”

 

 “대법원이요?”

 

 

 지방법원에서 전달되어 올라오는 탄원서는 간혹 있었다.

 

 하지만 대법관의 낙인이 찍혀 온 피고 측의 탄원서가 검사실로 바로 전달되는 경우는 매우 드믄 일이었다.

 

 

 "어디 좀 봅시다."

 

 

 무혁은 수사관이 대충 읽고 던져놓은 종이를 집어 들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엄마를 위해 쓴 일곱 살 소년의 글이었다.

 

 삐뚤게 쓴 글자로 어머니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참을 읽어내려 가던 중이었다.

 

 무혁은 마지막 문단의 끄트머리의 한 문장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차 번호판을 기억해요. 서울 4XXX』

 

 

 분명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몰고 다니던 페라리의 차량번호가 확실했다.

 

 이로서 증거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일곱 살 소년이 중앙지검 검사가 취재한 수사일지를 훔쳐봤을 리는 없을 것이다.

 

 

 ‘대법원에 올려 졌다는 건... 그들도 알게 될 수 있다는 것. 그들이 알아차릴 수 없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

 

 

 조금 방향을 틀긴 해야 한다.

 

 범인의 향한 초점을 옮겨야 했다.

 

 박 의원의 아들까지 용의 선상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럼 이제 수순에 따라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부족분의 증거를 모은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기소를 하면 될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지...’

 

 

 공권력이 기를 쓰고 뒤지면 사라진 증거도 부활하지 않던가.

 

 감춰놓은 꼬리는 언젠간 잡히길 마련이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사건만은 성공시켜야 한다.

 

 그럼 이제 무혁은 스타 검사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야당의 공천은 식은 죽 먹기가 되는 것이다.

 

 

 “Game is over.”

 

 

 만약 제보가 사실이며,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아 인력만 보충 된다면.

 

 살인사건의 전말이 밝혀져 감당키 어려운 진실이 곧 드러날 것이다.

 

 검사의 직감.

 

 사냥개의 후각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반대편 정파나 정당에서의 러브콜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의로운 검사의 타이틀을 달고 국회로의 입성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게임 오버다.”

 

 

 무혁은 창밖의 야경에 심취해 있다.

 

 그리고 상념에 젖어든다.

 

 금배지를 단 5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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