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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호스티스 연쇄 자살사건
작가 : 민지민
작품등록일 : 2017.6.23

“난 자살하지 않았어. 절대...”, 지역 정치인의 비리를 수사 중 좌천된 강력계 형사 민혁수. 징계가 풀려 복귀하는 날,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영혼(아영)을 만나게 된다. 혁수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힘이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상처럼 외압이 열혈형사를 가로막고 수사는 난항에 봉착한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때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의 인권변호사 김무혁의 등장으로 수사는 탄력을 받고 거대한 힘의 꼬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삽화:JewelSaviorFREE>

 
【4화】 은아영 (3) √ 기약
작성일 : 17-06-29 13:05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6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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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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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일곱 어느 겨울.

 

 여린 소녀는 꽃봉오리가 눈꽃에 젖는 것에도 한없이 슬퍼했었다.

 

 열여덟 봄날.

 

 외롭던 소녀는 들길에 핀 이름 모를 꽃에도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이제, 열여덟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달빛이 바다를 맴돌던 어느 막에.

 

 소녀는 참으로 이상한 남자를 만났다.

 

 

 

 *

 

 

 

 볼에 난 칼자국과 커다란 덩치, 덥수룩한 수염에 험악한 인상.

 

 조개껍질처럼 거친 손등으로 낚싯대를 움켜쥔 남자였다.

 

 아영이 거리를 두고 싶었던 이유로는 충분했다.

 

 어쩌다 생긴 어쭙잖은 상황에 그와 말을 섞게 되었다.

 

 이상하다. 이끌리듯이.

 

 외모와는 달리 오히려 따뜻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된 후 부터로는 오히려 아영이 먼저 다가가는 식이 되어 있었다.

 

 

 “내가 안 불편하니?”

 

 

 남자는 어색함을 달랠 적마다 거친 손으로 뒷목을 쓰다듬는 버릇이 있었다.

 

 

 “아뇨. 하나도...”

 

 

 밤낚시를 하던 아빠와 함께 앉던 자리, 이상히도 그는 아빠의 분위기를

 무척 닮아 있었다.

 

 

 “아저씨는 가족 없어요?”

 

 

 숙연하게 입 매무새를 다듬던 남자가 단단히 입술을 다물고서 뜨거운 콧김을 뿜었다.

 

 기억을 되짚는 듯 눈매가 처량해졌다.

 

 아영이 생각 없이 꺼낸 대목에선 과거를 되새기는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 묻지 말아야 했다.

 

 아영은 애꿎게도 남자의 상처를 건드리고만 것 같다.

 

 

 “있었지.”

 

 

 한숨이 섞여 있었다.

 

 단말마의 짧은 비명처럼 들리는 이유는 몰랐지만 아영은 그의 상처에 왠지 동감할 수 있었다.

 

 가슴 안의 상처는 아픈 가슴을 가진 사람만 알아볼 수 있으니까.

 

 

 

 *

 

 

 

 아영은 학교가 끝나면 항상 바위 위로 갔다.

 

 그 곳에는 언제나 이상한 낚시꾼이 있었다.

 

 그는 멀리서부터 뻣뻣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아영에게 항상 손을 흔들어 주곤 했다.

 

 

 “왔어?”

 

 

 아영은 첫 날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인 채였지만 삼일 째부터 남자가 흔드는 손에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보였다.

 

 

 “네. 온 거 뻔히 봤으면서.”

 

 “그런가?”

 

 “오늘은 많이 놔줬어요?”

 

 “오늘은 그냥 그래. 근데 밥은 먹었고?”

 

 “아뇨. 아직.”

 

 “그럼 아저씨가 오늘은 특별히. 기막힌 매운탕 솜씨를 내볼까?”

 

 

 오랜만이었다.

 

 밤바다가 드리운 야경에 마음 놓고 빠져본 적이.

 

 

 “오늘은 남겨둔 놈이 하나 있지.”

 

 

 남자는 고기가 담긴 양동이에서 큰 물고기 하나를 꺼냈다.

 

 아영이 꼬리를 잡아 거꾸로 세운 물고기에게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이 근방에서 잡히지 않는 어종이었다.

 

 

 “아저씨 죄 씻으려고 낚시 한다면서요?”

 

 “어. 그런데 왜?”

 

 “그런데 잡아먹으려고요?”

 

 “배고픈 소녀를 굶기는 것보다 더 한 죄가 없지 않겠니? 하하하.”

 

 “그런데... 이 물고기는 여기서 잡히는 게 아닌데?”

 

 

 사실은 남자가 소녀가 오기 전에 시장을 들러 사온 생선이었다.

 

 

 “하하하... 걸렸네...”

 

 

 나이 든 남자와 어린 소녀는 늘 같은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물고기를 담는 양동이를 사이에 두고 낚싯대가 향한 바다를 보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아저씨도 딸 있어요?”

 

 “있었지.”

 

 “지금은요?”

 

 “음... 지금도 있어. 마음속에는”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들은 가슴 속에 담아둔 속말까지 내보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부모를 삼켜버린 바다가 밉다며 울먹거릴 때마다 남자는 소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바다가 밉다며 원망하는 소녀를 대신해 거친 욕설을 퍼부어주기도 했다.

 

 

 “오늘 학교에서는 별 일 없었니?”

 

 “네. 뭐... 유경이 지지배가 좀 짜증나게 한 거 말고는 없었어요.”

 

 “무슨 일이었는데?”

 

 “뭐... 그냥 별 일 아니었어요. 있잖아요. 지가 무슨 공주라고...”

 

 

 아영이 눈물을 보일 때마다 남자는 화두를 급히 돌리곤 했었다.

 

 앞으로의 삶을 걱정하는 소녀에게 서울에서 겪을 수 있을 재미난 일이라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눈앞에 펼쳐진 백사장보다 수십 배는 큰 놀이동산에서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놀이기구라던가, 한강 고수부지 위에서 통닭에 맥주를 마시던 남녀들의 데이트며, 10층이 넘는 고층 빌딩 전체에서 갖가지 옷을 파는 동대문이라는 곳, 자기 일을 당당히 맡아하는 커리어 우먼이야기까지.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영에겐 마냥 신기하면서도 희망스런 이야기였다.

 

 그의 어른스럽고 다정한 말투에 외로웠던 소녀의 마음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저씨.”

 

 “왜?”

 

 “그런데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나? 음... 나는 글쟁이랄까?”

 

 

 글을 쓰는 소설가라고 말했지만 아영은 그가 써 놓은 글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술술 쏟아내는 말을 듣다보면 마치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렇게 소녀가 중년 남자와 이 것 저 것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를 이어간 지 한 달이 가까워가고 있었다.

 

 

 

 *

 

 

 

 “아영아.”

 

 

 다른 날과는 달리 진지한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남자의 눈초리가 조금은 매서워보였다.

 

 

 “네?”

 

 

 아영을 바라보던 눈가 주름이 깊어졌다.

 

 측은한 표정으로 소녀를 내내 바라보기만 할 뿐 그는 뜸을 들이고 있었다.

 

 뭔가 꺼내려다 다시 접어 넣고, 하려다 멈칫하며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아저씨는 곧 가야 할 거야.”

 

 “간다고요? 어디로요?”

 

 “조금 멀리 가야할 것 같아.”

 

 

 지금처럼 남자의 진지한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떠난다는 아저씨.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상황에 아영은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떤 말로 대꾸해야 할지 적당한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재미있는 얘기를 좀 해줄까?”

 

 

 어색한 분위기가 민망한지 뒷목을 두툼한 손으로 훔치는 남자였다.

 

 

 “무슨 얘기인데요?”

 

 

 모순이다.

 

 재미있을 거라던 남자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런데 그 전과 너무 다른 하나.

 

 흘리지 않을 정도까지만 눈가에 눈물이 모여 있었다.

 

 

 “무슨 얘기인데 그렇게 뜸을 들인담? 아저씨 오늘 무슨 일 있구나?”

 

 

 남자를 닮은 털털한 말투를 따라하지만 마음이 불안하다.

 

 움직임 없는 남자의 표정을 지켜보자니 다음 나올 말에 궁금함 보다는

 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나한테 할 말 안하면 안 돼요?”

 

 

 남자와 이야기를 하면 그냥 좋았었다.

 

 아빠 같은 이 남자와 바다를 보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이러다 갑자기 사라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었다.

 

 그리고 지금, 걱정이 현실로 다가오기 직전이었다.

 

 

 “오늘은 해야 해.”

 

 

 소녀의 옅은 행복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그의 침울한 표정으로 보아 뒷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아. 어차피 오래 지속될 거란 기대 따위는 없었으니까.’

 

 

 낙담을 거두어야 했다.

 

 인정해야 했다.

 

 어차피 남자는 낚시를 위해 이곳을 찾은 뜨내기 여행객이었고, 아영은 여행객과 잠시 마주쳤을 뿐이었다.

 

 그 둘은 그저 가벼운 사이였으니까.

 

 

 “사실 아저씨하고 아영이는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란다.”

 

 

 무슨 얘기지?

 

 아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는지 당혹스러웠다.

 

 남자의 말이 거짓말 같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믿기엔 너무 뜬금없지 않는가.

 

 진심을 담은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을 보니 나름의 아련한 추억에 심취해 있는 것 같긴 했다.

 

 그러나 역시 믿을 수는 없다.

 

 초면의 남자였다.

 

 이 곳 바닷가 말고는 이 남자를 본 기억이 없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를 원래부터 알고 계셨다고요?”

 

 “그래. 아주 오래되었단다. 너와 난.”

 

 

 혹시나 아영의 부모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간난 아이였을 적 내가 기억하지 못할 어린 시절에 나를 본 적 있다는 말인가?’

 

 

 혹시나 하는 기대도 선다.

 

 내가 모를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요행 같은 기대였다.

 

 

 “아영아 잘 들어야 해. 그동안도 힘들었겠지만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을지 몰라.”

 

 “힘든 일?”

 

 

 남자의 자상한 눈빛이 좋았다.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의 아팠던 기억들이 모조리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지금의 진한 눈빛과 말투도 나쁘진 않다.

 

 알 수 없는 포근함을 대신해 흔들리는 소녀를 잡아줄 수 있을 안정감도 괜찮았다.

 

 남자의 따뜻한 눈빛은 소녀의 설움 모두를 껴안아 줄 것만 같았다.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또다시 갑작스런 화두전환을 하려는 걸까?

 

 

 ‘왜 이러지? 왜 이렇게 가슴이 뜨거울까? 그런데...’

 

 

 뜨거워진 가슴보다 더 난감한 것이 있었다.

 

 얼마 길지 않은 시간을 함께했을 뿐인데 남자의 말 한마디에 소녀의 감성이 활화산처럼 터져 오른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 때가 되면 널 지켜 줄 사람이 있을 거야.”

 

 

 아영은 저 큼지막한 가슴에 안겨 한껏 울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터지는 대로 울고싶다.

 

 그의 품에서 칭얼거리며 담아두었던 갈증을 모두 풀고만 싶었다.

 

 하지만 숨겨야만 한다.

 

 그는 내 부모도, 가족도, 친구도 아닌 그저 남이니까.

 

 그렇게 마음을 다잡지만 참아지지 않았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마음을 준 사람이 아닌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무 자르듯 허무하게 인연을 끊는다니 마음 여린 아영은 남자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을 떨구어야 했다.

 

 

 “누가요? 아저씨가요?”

 

 “나 일수도 있고, 내가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난 언제나 널 지켜보고 있을 거야.”

 

 “언제요? 언제 올 건데요?”

 

 “음...”

 

 

 남자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지 않았다.

 

 빈말을 할 남자는 아니었지만 뿌옇게 흐린 기약을 믿기엔 그동안 너무 많이 속아왔다.

 

 아영이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곁에 있어 준다던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떠나지 않았었나.

 

 아빠도, 엄마도, 할머니도 약속을 지켜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상하다.

 

 별 인연이 아니기에 쉽게 떠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사이였다.

 

 

 ‘나를 지켜주겠다고... 저 사람... 술에 취한 것도 아닐 텐데...’

 

 

 구태여 이별 앞에 남겨줄 말은 아니었다.

 

 지키지 않아도 될 대상에게 책임을 갖겠다는 그 말을 믿어야하나?

 

 

 ‘빈말이라도 굳이 미련을 남길 건 뭐람...’

 

 

 믿지 말아야 한다.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클 테니까.

 

 하지만 애석히도 남자의 눈빛은 진실했다.

 

 

 “이제 시간이 된 거 같네. 아저씨는 그만 돌아가야 될 시간이야.”

 

 “어디로 가시는데요?”

 

 “저기로.”

 

 

 남자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를 가리켰다.

 

 무슨 뜻이지?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간다는데... 설마... 이 남자 곧 죽는다는 말인가?

 죽어서 하늘나라로 간다는 건가? 급하게 뒤로 숨기던 수건. 묻었던 빨간 핏물은 물고기들의 것이 아니라 남자의 것이었나.’

 

 

 그러고 보니 처음 보았을 때부터 남자는 기침을 연거푸 했었다.

 

 언제나 그의 옆자리 가방에는 피 묻은 수건이 걸려 있었다.

 

 

 “아영아. 우리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 때가 되면 아영이가 못 알아보더라도 아저씨는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저를... 저를요? 또 언제요? 언제인데요? 그게 언제에요...”

 

 

 아영의 독촉에 눈매를 구부리던 남자는 시선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너무 늦지 않게. 너무 늦지 않도록...”

 

 

 마주치려던 시선을 감지한 남자는 고개를 돌려 아영의 눈동자를 피했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는 지그시 소녀를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기도해 주겠니? 그 날이 가깝도록.”

 

 

 그 부탁이 남자의 마지막 이별 인사를 대신했다.

 

 남자는 미리 싸두었던 낚시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서 바위 아래로

 풀쩍 뛰어내렸다.

 

 그는 파도가 밀려드는 해안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소녀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애처로이 바라보며 제도 모르게

 살짝 다물었던 입술을 떼었다.

 

 

 “아저씨!”

 

 

 밤바다 파도소리에 묻혀버려서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 걸까?

 

 남자는 돌아봐주지 않고 해안선 끝을 향해 걷고만 있었다.

 

 

 “아... 저... 씨...”

 

 

 닭이 밝았다.

 

 태양이 있어야 할 자리에 뜬 둥그런 달이 낼 수 있는 밝음을 모두 발산하고 있었다.

 

 그 곁으로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던 별들이 밤바다에 반사되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쳐대고 있었다.

 

 하늘, 달, 그리고 별빛.

 

 그리고 눈부신 태양보다 감당할 수 없을 연약한 소녀였다.

 

 아영이 어두운 바다의 곁에서 떨고 있었다.

 

 

 “아... 아저씨...”

 

 

 야경에 취해 돌려버린 시선을 전의 위치로 돌려놓았을 때, 그는 없었다.

 

 놓쳐 버렸다.

 

 없었다.

 

 어둠 안으로 숨어버렸는지 어둠이 삼킨 것인 지.

 

 남자의 자취는 찾을 수 없었다.

 

 아른거린다.

 

 사라진 후에도 한 번 돌아봐 주지 않던 남자의 뒷모습이 잔상처럼 남는다.

 

 그리고 그 흐린 기약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너무 늦지 않게. 너무 늦지 않도록...기도해 주겠니? 그 날이 가깝도록.’

 

 

 언젠간 말날 수 있으리라는 그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귓전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아영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아본다.

 

 그리고 믿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믿어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

 

 

 

 

 

 꽃봉오리 눈꽃에 젖어 한없이 울더라

 

  -민지민-

 

 

 하늘 위를 날던 새

 나도 저 새처럼 날아오르고 싶던 아이

 

 어느 깃 새로 울리던 아이의 울음이

 어느 겨울 막 노래 소리로 들리더이다

 

 내가 아이에게 이르되

 너의 노래는 언덕과 나무들을 달래주니

 그 울음 멈추지 말라 하였다.

 

 꽃이고 싶다던 아이

 향기를 품던 아이는

 달빛이 강가를 맴돌던 어느 막

 다시 울고 있었다

 

 

 여름 날

 한 낮 태양에 옥죄이던 꽃 잎사귀는

 가을빛에 숨을 거두고

 

 꽃을 내리니 아이가 또 슬피 운다

 저 하얀 대지 가운데 계절에 순응치 못한

 한 송이 꽃을 보라

 꽃봉오리 눈꽃에 젖어

 한없이 울고 있지 않은가

 

 향기도 눈 소리에 지워져

 맥없이 흩어진다

 

 나는 아이에게 이르되

 

 너는 내게로 날아라

 내 안에서 향기를 품고

 내 안에서 날아올라라

 

 

 그리고

 

 나는 이 겨울 막에

 너를 잃고 싶지 않으니

 너는 내 가슴 안에서 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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