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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4)
작성일 : 17-08-23 21:28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3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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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처음 이 세계에 도달하던 날, 그는 여느 사자들이 그렇듯 우연히 힘의 정체를 깨달았다. 소년은 습득한 힘으로 많은 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그것을 응용했다.

  그가 가장 먼저 만든 건 어렸을 적 자주 가리고 놀던 장난감들의 부품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차근차근 만들어낸 그는 부속이 다 모인 듯하자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완성한 건 회색 표면의 둥근 비행선이었다. 잘 만들어 졌나 살펴보던 소년의 머릿속에 한 가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평소라면 이런저런 공부부터 시작했겠지만 이 세계에선 그럴 필요 없었다.

  작은 비행선 안으로 사념을 밀어 넣자, 비행선은 곧 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몇 가지 명령을 담은 사념을 넣자 비행선은 그를 따라다니거나 주위를 뱅뱅 돌기도 했다.

  제아의 곁에 그가 만든 장난감이 나날이 늘어갔다. 그러다 추억의 물건들이 고갈되자 이번엔 늘 간직하기만 했던 상상을 펼쳤다.

  누군가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놀아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사념은 상상의 산물이 되었다.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그것은 그야말로 죽은 자들의 사념死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아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남자는 제아가 만든 장난감들을 호기심 있게 둘러보고는 전부 그의 작품인지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은 남자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남자는 제아에게 새로운 것을 만들자며 제안했다. 홀로 있던 제아는 마침 외로움을 느끼던 참이라 그를 따라 나섰다. 무엇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남자는 대답 대신 짙게 웃었다.

  남자를 따라 도착한 곳이 비취 성이었다.

  제아는 그곳에서 거대한 비행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장소는 야외였는데 바깥에서 비행선이 보이지 않도록 사념이 둘러싼 채였다. 그래서 바깥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일정 구역 들어가야만 제작소가 나타나는 숨겨진 장소였다.

  모든 작업을 제아 혼자서 한 건 아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 설계도와 두꺼운 책들을 갖고 와서는 그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가며 긴 시간동안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작은 장난감을 만들던 제아에게만 길게 느껴졌을 뿐 그의 조언자들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기간 안에 완성된 비행선에 놀라워했을 따름이다.

  대량의 수화물을 운반하도록 만들어진 비행선이 어디로 향하기에 이렇게 큰 것일까. 제아는 궁금했지만 그에게 제대로 된 답을 해준 이는 없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것이 익숙하다 여기며 제아는 고분고분 어른들의 말을 따랐다.

  비취 성의 생활은 편안했다. 성은 아름다웠고 군주들은 제아에게 호의적이었다.

  거대한 비행선을 만드는 것은 어려웠지만 그것이 도리어 그를 자극했다. 거기에 그를 도와줄 조언자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니 의문을 해소하지 않아도 그의 생활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나마 그 안에서 제아가 알고 있었던 건 제아의 조언자들이 비취 성에 머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비취 성의 군주들 중, 처음 만난 그 남자는 없었다는 것.

 

 

 

 

  비행선이 완성되고 나자 그에게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무수한 시야를 가득 채우는 빛무리를 바라보며 제아는 감탄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 옆의 옆에서 함꼐 황홀한 표정으로 있던 라라다 대꾸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탕이지요.

  다행히 그는 그것을 먹지 않았다.

  군주들은 그것으로 사람 형체의 인형을 만들어 달라 요구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어른들은 제아의 물음에 제대로 답해주지 않았다.

  인형을 만드는 과정을 조금 기묘했었다. 빛무리는 제아의 사념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사람의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인형의 모양이 제각각 달랐다.

  비행선을 만들면서 사념의 범위를 넓힌 것에 적응했던 제아는 명령이 주입되지 않은 껍데기뿐인 인형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제아는 그 작업을 몇 번인가 반복했는데 얼추 수를 짐작해본 그는 놀랐다.

  이 많은 걸 대체 뭐에 쓰려고 그러지?

  제아가 그 많은 인형들에 명령을 뒤집어씌우고 나자 줄곧 가만히 있던 군주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제아의 명령 위에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주입했는데, 그게 뭐였는지 그때의 제아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당시 미약하게 짐작했던 건, 이 많은 인형들이 마치 군대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싸울 수 있을 정도의 껍데기가 아니라서 간단히 짐작하고 넘어갔었지만, 그 모든 것을 알았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많은 인형을 비행선에 태우자 드디어 길고 길었던 작업이 끝났다.

  제아는 비행선에 올랐다. 그런데 혼자였다.

  비행선을 조종하는 데는 제작자인 소년 혼자여도 충분했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조종 명령을 넣은 인형도 몇 두었다. 그러니 조종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제아는 이 비행선을 타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그런데 그것을 안내해줘야 할 사람들이 하나도 타지 않았다.

  그들은 제아가 비행선에 오르기 전 딱 한마디만 했다. 태양이 뜨는 방향으로 가라고. 설명은 그뿐이었다.

  제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비행선을 가동시켰을 때, 군주 중 한 명이 손을 흔들며 무어라 말했다. 제아에게 들릴 리 없었는 거리였으나 그의 입은 이렇게 움직인 듯했다.

  -구하러 갈 테니까.

  군주들이 말한 방향으로 설정된 비행선은 느릿느릿 날았다. 초원, 하늘, 숲, 구름. 늘 보는 지루한 풍경에 한참을 심심해하던 제아는 마침내 파란 하늘을 가르는 흰 탑을 발견했다.

  탑이 가까워질수록 소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백색의 탑과 그 주위를 맴도는 흰 새 떼들, 그 광경은 마치 탑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끊임없이 탑을 휘감는 것처럼 보였다.

  제아가 탑의 위용에 홀린 사이 비행선은 탑으로 향했다. 비행선이 탑의 중앙에 도달했을 때 인형들의 움직임이 분란해졌다. 인형이 한 짓을 깨닫고 제아는 깜짝 놀랐다. 인형들은 멋대로 사출구를 개방했다.

  물론 제아는 그런 명령을 인형에게 내린 기억이 없다. 군주들의 명령이었다.

  제아는 아득해지는 기분으로 탑으로 쏟아지는 인형들을 바라보았다.

  인형들의 몸에서 검은 힘이 쏟아져 사자들을 공격했다. 마찬가지로 그는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인형을 만든 적이 없다. 그렇다면 군주들의 명령인 걸까? 아니, 인형들이 사용하는 건 명백한 사념이다. 그리고 저렇게 많은 사념은 제아조차 다룰 수 없다.

  깨진 인형에서 올라온 빛 무리들은 비행선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다시 인형으로 만들어져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 제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런 기능을 만든 기억이 없다. 제아가 의문을 죽이고 그들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어른들이 몰래 손을 쓴 것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유리를 부수고 날아온 여자가 그를 끌고 가려했을 때 제아는 미련으로 인형을 붙잡았다. 그가 만든 것이라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비행선은 부서지고 있었고 비록 원치 않게 싸우고 있지만 무력하게 부서지고만 있게 둘 순 없었다.

  -저 껍데기가 부서져야 영혼이 해방될 거 아니야!

  소녀의 외침에 무지했던 소년은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상한 빛 무리로 만들어진 인형.

  그것을 담는 비행선.

  사념을 쓰는 인형.

  그리고 습격.

  희미했던 무언가가 선명해지려는 순간 소년은 비행선 밖으로 던져졌다.

  그 다음의 일이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깨어났을 때 끊어진 깨달음이 밀어닥쳤다.

  영혼이라고?

  그걸 이용한 이유가, 그저 싸우기 위해서?

  믿고 싶지 않았는데 그 하나의 단서로 모든 게 들어맞았다.

  싸우기 위해서, 그들은 이 거대한 일을 벌였다. 수많은 영혼들을 희생시켰다.

  싸우기 위해, 싸우기 위해.

  무엇 때문에?

  살았을 때조차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했는데, 그것은 죽어서도 그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제아는 메스꺼워하며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각기 모양이 달랐던 인형들이, 사실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소리 없는 비명인 것을 알았다면 손도 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의문을 죽이고 익숙한 삶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독이 되어 소년의 목을 죄였다.

  제아는 그제야 자신이 어른들의 욕망에 놀아난 것을 깨달았다.

  살았을 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마치 자신이 만든 인형처럼,

  그 역시 하나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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