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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3. 흑색 그루터기 (4)
작성일 : 17-07-30 13:26     조회 : 49     추천 : 0     분량 : 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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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숲을 베어내려면 우선 숲부터 찾아야 했다. 멀리 갈 필요는 없었다.

  숲을 찾기 위해 전령을 타고 날아오른 순간 검은 숲이 저 멀리 보였다.

  마을에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그러나 언제든 다가올 수 있을 정도로.

  계산된 거리였다.

  저 정도의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저 숲의 주인은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 있을 거다. 이성을 잃어버렸던 희나리와는 다른 케이스였다.

  검은 숲 가까이 내려오고 나서 솔은 희나리를 돌아보며 당부했다.

  “멀리 있어.”

  “나도 도울 수 있을 만큼 도울게.”

  희나리는 도저히 솔을 혼자 보낼 수 없었다. 그녀 역시 한때 검은 숲을 이룬 적이 있었다. 스스로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만큼의 힘은 가지고 있다. 비록 제대로 활용할 엄두는 못 내고 있지만,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사념이라면 어떻게든 쓸 수 있으리라.

  “고마워.”

  희나리의 용기에 솔은 싱긋 웃었다.

  솔이 팔을 뻗자 검은 사념이 휘몰아쳤다. 뻗은 팔을 따라 훑던 사념은 이윽고 어떤 형상을 만들어냈다. 검은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건 솔의 키 보다 큰 은빛의 거대한 낫이었다.

  탑의 사자에게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 솔의 무기는 처음 세계에 왔을 때 도현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평소엔 총이 가볍고 편해서 사용하지만 사실 필요하다면 지체 없이 꺼내든다.

  그리고 오늘이 그날이다.

 

 

 

 

  “우리가 찾은 건 아주 일부였어. 이미 운반을 끝낸 상태였던 거지.”

  “사람의 영혼이라.......”

  “녀석들은 집중적으로 움직였어. 들통 나도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선물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이난과 도현의 시선이 차일에게 향했다.

  “탑에 뭔가를 주고 싶은 모양이더군.”

  “이런, 큰일 났군요. 하필 탑이 이렇게나 조용할 때.”

  도현은 근심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 얼굴은 언제나처럼 느긋했다.

  “그나저나 영혼을 추출하는 물건이라니, 인간들의 발상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군요.”

  “넌 꼭 인간이 아닌 것처럼 말한다?”

  이난이 비아냥거리자 도현은 소파에 몸을 깊게 파묻고 웃었다.

  “아니오, 저도 한낱 인간입니다. 다만 좀 많은 걸 알고 있을 뿐이죠.”

  그는 항상 같은 식으로 말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걸 알고 있다.

  이난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참새만큼 작은 전령이 창가에 서성이고 있었다. 이난은 창문을 열어 손가락으로 새를 거둬들였다.

  “어찌됐든 마음에 안 들어. 특히 하늘 성 놈들에게 붙은 뒤로 위세가 더 더러워졌어.”

  “하늘 성 성주들의 생각은 저 역시 잘 알 수가 없더군요.”

  “‘좀 많이 알고 있는’ 네가 그럴 정도면 정말 꽁꽁 숨겼나보네.”

  이난의 비아냥에 도현은 속 모르게 웃을 뿐이었다.

  “그런 모양입니다. 언제 한 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건방진 쥐새끼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하늘 성의 성주들. 그들을 떠올리고 이난은 차갑게 웃었다.

  “이번 일이 그들과 관계가 있을까요?”

  “글쎄.”

  이난은 새를 어깨에 올려놓으며 덧붙였다.

  “넌 기다리고 싶은 모양이군.”

  그들이 보내준다는 선물, 위험한 정보가 흘러왔음에도 도현은 지시 한 마디 없다. 그런 그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본 이난을 향해 도현은 나긋하게 대답했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치 그게 무엇인지 이미 아는 것처럼. 도현은 때로 아직 흐르지 않은 시간의 영역까지도 읽어 들였다. 그래놓고선 저렇게 시침 떼며 웃는다.

  그 시커먼 속은 감출대로 감추는 주제에 남의 속은 부스러기마저 탈탈 털다 못 해 박박 긁는다. 진득한 진흙처럼 기분 나쁜 녀석이다. 그는 처음 만날 때부터 아주, 무척, 상당히 나쁜 녀석이었다.

  어쩐지 속을 들킨 기분에 이난은 더러운 기분으로 싱긋 웃었다. 그 역시 속을 감추는 건 도현 못 지 않았다.

  “그것 참 기대 되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도현은 선물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인내의 끝은 늘 참혹하다.

  그 간극에 질려하며 이난은 작은 새의 은밀한 속삭임에 귀 기울였다. 그 짧은 수신이 끝나고는 잘했다는 뜻으로 손가락으로 동그란 머리를 툭툭 쳤다. 새는 기분이 좋은 듯 울다가 날아올라 이난의 정수리 위에 내려앉았다.

  “저건 유난히 이난을 따르는군요.”

  “여기 와서 제일 처음 만난 녀석이거든. 내가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튼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저 새가 오고나면 당신은 항상 어디론가 가버리시잖습니까?”

  도현이 웃으며 지적하자 이난은 부러 삐딱하게 웃었다.

  “이런 험한 일하는데 조용하고 충성스러운 요원 하나쯤 둬야하지 않겠냐?”

  작은 전령은 이난의 머리 위에서 꼭 맞는 둥지를 찾은 마냥 웅크렸다. 이난은 손가락으로 새를 가리키며 이죽댔다.

  “부럽냐?”

  이난의 도발에 도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제 삶쯤 되면 절 모르는 생물은 없다고 봐야죠. 그들에게 제 한 마디가 명령이자 법입니다.”

  그렇게 지기 싫어 잘난척하는 두 사람의 시선이 이윽고 차일에게 모였다. 유치한 싸움에 차일은 눈썹을 찌푸리며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난 없다.”

  “이런.”

  “저런.”

  두 사람이 혀를 끌끌 차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차일이 눈썹을 찌푸렸다.

  “뭐가 중요하지?”

  “그렇게 눈만 부라리지 마시고 주위에 있는 것들과 두루두루 지내십시오, 차일.”

  “전령이 내 명령을 듣는 데에는 하등 문제가 없다.”

  “넌 친구도 나 하나밖에 없잖아.”

  “너 같은 게 친구라면 없는 게 나아.”

  “사람이 어렵다면 동물부터 시작하십시오. 적어도 그들은 사람처럼 싫은 소린 안 하지요. 이래서 마치 세상을 왕따 시키는 모습이군요.”

  “사회부적응자.”

  “외톨이죠.”

  “허세 있고.”

  “까칠하시고.”

  “인기 없고.”

  “이난, 창문은 열어 놓으십쇼.”

  두 사람이 차례차례 까대자 차일이 한계에 오르고 있는데 도현이 뜬금없이 말했다.

  “응?”

  머리 위에 앉은 새를 날려 보내고 창문을 막 닫은 이난이 돌아보았다.

  도현의 말은 늘 바로바로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종종 시간이 흐르지 않는 영역까지 읽어 들이곤 하니까. 그래서 이난은 뒤늦게 깨닫고 다시 창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뜻을 본능처럼 여기지 않는 대가는 이미 치러졌다.

  “둔하군.”

  소파에 앉아 아까부터 창밖을 주시하고 있던 차일이 분노를 가라앉히고 조롱했다.

  도현은 창문을 열어 놓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창문을 연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창문으로 쇄도한 거대한 새가 창과 벽을 부수고 이난을 덮쳤다.

  한 명은 알고 있었고, 한 명은 보고 있었고, 한 명은 몰랐다.

  도일은 엉망이 된 집무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참, 내 집무실 창문이 봉입니까? 그만 좀 깨십시오.”

  본래의 모습으로 작아진 흰 새, 전령은 명령자의 조종에 본인도 놀랐는지 요란을 피우며 뻥 뚫린 바깥으로 날아갔다. 자욱한 먼지가 걷힌 그곳엔 이난의 위에 엎어진 희나리가 있었다.

  구멍을 뚫은 당사자가 희나리라는 것을 알고 도현은 염려스럽게 말했다.

  “희나리 양, 당신만은 얌전한 줄 알았더니.”

  여기 있는 두 남자는 툭하면 싸우고, 희나리의 친구는 사고를 물어다 오고, 희나리의 시종은 도도하고 까칠하다 못해 사납다.

  그래서 그녀만은 조용한 줄 알았더니 희나리의 배신에 도현은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이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다루지?

  하지만 도현은 희나리를 나무랄 수 없었다. 엎어진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희나리?”

  이난은 자신의 위에 엎어져 있는 희나리를 당혹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으아아앙.”

  희나리는 이난의 가슴에 이마를 묻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주먹으로 이난의 가슴을 내리쳤다.

  “대체 어디 있었어요!”

  “계속 여기 있었을 걸?”

  “으항, 계속 찾았는데!”

  “여기 있었다니까.”

  이난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희나리를 밀어 앉히고 상체를 일으켰다. 주저앉은 희나리는 어깨를 떨며 숨을 헐떡였다.

  “도와주세요, 도와줘요. 으허어엉.”

  그녀는 놀란 아이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제야 낌새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이난이 얼굴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일이야?”

  희나리의 곁에는 늘 엘리자베스가 함께였다. 그런데 그 인형은 온데간데없고,

  “솔 양은 어디 있습니까?”

  친구도 없다.

  그것을 깨닫고 이난은 설마하며 진저리쳤다. 또 그 녀석이야? 그 녀석이 있는 곳은 늘 시끄럽다.

  오늘 솔에겐 도현으로부터 별다른 지시가 떨어지지 않았다. 휴식을 즐기고 있어야 할 시간에 솔은 또 어디론가 튀어나갔다.

  도현이 다가와 희나리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솔이, 끄흑, 끅, 솔이.”

  “천천히 말하십쇼. 함께 그루잠에 갔던 것 아닙니까?”

  희나리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고하기 위해 끊임없이 울음을 삼켰다. 하지만 친구가 사라지던 그 모습이 너무나 선명해서, 자꾸만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한참 억누르던 희나리가 마침내 말했다.

  “검은 숲이 솔을 잡아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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