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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3. 흑색 그루터기 (7)
작성일 : 17-07-31 18:35     조회 : 74     추천 : 0     분량 : 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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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름만 번들거리는 사업가였다.

  처음의 시작은 계시와도 같은 아이디어와, 반짝이는 야망이었다.

  형용할 수 없는 확신은 그에게 자신감이 되었고,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성공의 가도를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발아래 돌멩이를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다 우연히 넘어져 돌부리에 무릎을 긁힌다.

  누가 이런 곳에 돌을 던졌는지 모르는 것처럼, 뭐가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했다.

  세상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뒤늦게 상처가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그는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었다.

  손 쓸 새도 없이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그중 그를 가장 아프게 한 건 믿었던 사람들의 뒷모습이었다. 원하는 것이 사라지자 미련 없이 떠나는 그들의 모습이 차가웠다.

  그는 끝까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업은 망하고 직원들은 떠났다. 그에게 남은 거라곤 빚과 무수한 원망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달렸던 길을 돌아보았다.

  거기엔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 실수로 흘린 돌멩이 하나를 보지 못했던 것뿐.

  단지 운이 없었던 것뿐.

  세상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그래서 이 세계에 당도했을 때, 생각이상의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고, 아무도 떠나지 않는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것은 그의 한이자 미련이었다. 죽어서도 남는 집착만이 이 세계에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건 대게 어긋나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을 모아 보살핀 건 가상하지만, 기억을 속이고 숲을 맹신하게 만들어 발목에 매듭지은 그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리더라는 사람은 흑색 그루터기 마을 사람들을 소중히 여겼다. 그래서 그는 주민들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분명 소심하고 약했지만 그의 이면에는 한때 사업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었던 노련함이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의 흑색 그루터기 주민들은 리더를 믿고 따랐다.

  그것을 보고 솔은 확신했다.

  그가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비틀어진 소망을 바로 잡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이 땅은 넓었고, 그에게는 한 마을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솔은 모든 것을 그에게 맡겼다.

  집도, 밭도, 검은 숲도 사라지고 넓은 초원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주민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곧 자신들의 리더를 찾았다. 리더는 바닥에 주저앉아, 한낱 재조차 남지 않은 자신의 꿈나라를 그렸다.

  “리더? 괜찮아요?”

  “숲이 사라졌어요, 어떻게 된 거죠?”

  주민들은 달려와 자신들의 리더를 부축하며 그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숲은.......”

  중립인 탑의 사자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제 모든 건 그들의 문제, 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더 이상의 참견은 숲의 주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건 이제 그의 이야기에 달렸다.

  솔은 그들의 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모든 일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솔의 곁을 스쳐 달려든 사람이 있었다.

  “그가 당신들을 속인 거예요!”

  희나리였다.

 

 

 

 

  희나리가 그렇게 외친 순간, 솔은 눈앞이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를 속였다고?”

  그 한마디는 리더를 믿어마지 않는 주민들의 마음에 의심의 불씨를 던졌다.

  “그가 최면을 걸어서 당신들을 가두었습니다.”

  뒤이어 다휜이 던진 것은 앞을 가리는 매캐한 연기였다.

  “안돼요, 그만해!”

  솔은 뒤늦게 소리쳤지만 이미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최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속였다뇨? 가뒀다뇨? 숲은요? 리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주민들의 눈빛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의심에서 불안으로, 불안에서 직감으로.

  그리고 검은 숲의 주인은 비로소 용기를 내었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의지보다 약했고, 두려움에 짓눌렸다.

  그는 무너져 내리며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파묻혀 솔도 그처럼 울고 싶어졌다.

  리더는 그렇게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폭로에 폭로가 이어졌다. 그들이 한때 살았던 마을에 적의를 품게 된 건 순식간이었다.

  그들은 화냈다. 비난했다. 분노했다.

  숲이 무너지면서 최면도 함께 풀리자 지워졌던 기억도 차츰 되돌아왔다. 처음 숲에 잡혀 들어왔을 때 사로잡혔던 공포가 생생하게 피어났고 그 기억은 뒤엎을 수 없는 확신과 격분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분개하며 저 파렴치한 자의 처분을 바랐다.

  적의로 끓는 시선이 솔에게 쏟아지자 그녀는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러나 이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희나리와 다휜의 폭로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말해야 할 건 리더지 그들이 아니었다.

  “당신들 리더에겐 다른 뜻이 있었어요. 당신들을 기만하고 싶어서 그런 건 한 게 아니에요. 잘못 된 부분이 있었지만 악의는 없어요. 들어주세요.”

  솔은 이 말이 분노에 사무친 자들의 마음에 닿길 바랐지만, 상황은 이미 손 쓸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흑색 그루터기 마을에 살던 한 남자는 쿵쾅 다가와 솔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사기꾼의 말을 들으라고?”

  리더였던 남자는 이제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남자의 두 눈은 분노로 타올랐고 솔은 그에게 들려 뒤꿈치까지 떴다. 그럼에도 솔은 어떻게든 설득하려 했다.

  “제 3자의 말만 듣고는 모르는 거잖아요. 리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걸 말해줘요, 나한테 말했던 것처럼!”

  하지만 정작 리더는 몰매를 맞은 것처럼 웅크렸다. 용기를 잃은 그는 입을 닫은 채 매서운 화살을 받아냈다. 그렇게 그는 죄인이 되어 부서져갔다.

  “정신 차려요, 제발!”

  솔은 남자의 팔에 매달리며 절망했고, 분개한 남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멱살을 쥔 두 손에 더욱 힘을 줬다.

  “네 년이 탑의 사자라면 당장 저 놈의 목을 쳐! 당장 지하에 처박으라고!”

  “지하에 처박힐 건 저쪽이 아니라 이쪽 같군.”

  그때 차가운 손이 멱살을 쥔 남자의 손을 덮었다.

  “속아서 기분이 상했다는 건 알겠지만, 상황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함부로 처벌을 내릴 순 없지.”

  냉랭하게 깔린 저음은 차일의 것이었다.

  “그보다 탑의 사자를 집어 던지려는 그쪽의 처분이 우선이고.”

  그의 싸늘한 경고에 남자는 이가 부서질 듯 악물다가 솔은 내팽개쳤다. 그리고는 악에 받쳐 외쳤다.

  “그럼 우리는! 우리를 속이고 가둔 저 새끼를 가만 두라는 거냐!”

  “검은 숲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알 바 없다.”

  “하, 그럼 이 손 더럽히고 함께 지하에 떨어지지!”

  이성을 잃은 남자는 팔을 걷어붙이고 위협적으로 리더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 걸음은 차일이 묵묵히 뻗은 팔에 가로 막혔다.

  “그대더러 손을 더럽히라고 한 적 없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 단순한 동작 하나만으로도 위압감이 남자를 지배했다. 설핏 굳어진 남자에게 차일은 냉정하게 답을 내렸다.

  “탑으로 데려가라.”

 

 

 

 

  “왜 그랬어, 대체.”

  솔은 희나리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끼어들지 말아야 했어. 그들이 판단해야 할 기회를 빼앗았어.”

  희나리는 낯선 표정의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진실이었잖아.”

  그녀가 그들에게 토로한 말은 모두 진실이었다. 그래, 거짓이라고는 한 치도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진실이었을까? 진실은 정녕 그것 하나였을까?

  그럼 주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보호하고자 한 리더의 마음은 거짓말이었을까?

  그의 진심이 그들에게 닿았다면 어땠을까?

  리더는 분명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에 대가를 치루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용서와 화해의 기회를 앗아간 건 제3자의 침범이었다.

  어쩌면 싸우고 상처 입었을지언정 화회의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일말을 가능성을 위해서 숲이 사라진 이후는 그들에게 맡겼어야 했다.

  “뭐가 나빠?”

  그러나 희나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쁜 게 아니야.”

  다만 섣불리 나선 그녀가 조금 원망스러웠다.

  희나리는 숲에 잡아먹히면서도 도움이 되지 못한 자신을 한탄했다. 그리고 그것을 무마하고자, 보탬이 되고자 택한 것이 하필이면 성급한 고발이었다.

  “나쁘지 않아.......”

  지금 탓해봐야 무엇이 바뀔까. 그래서 솔은 많은 것을 삼킨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탑은 리더를 거부하지 않았다. 정원에 내던져진 그는 지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모두를 아우르고 싶었던 그 남자는 풀밭에 홀로 내팽겨 쳐졌고, 그 뒤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

  더 이상 그를 심판할 수도 그렇다고 농락한 그자를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리더는, 아니 검은 숲의 주인이었던 그 남자는 온새미로의 쓰지 않는 창고에 갇혔다. 그루터기의 주민들이 원했고, 그 역시 그것을 바랐다.

  이제는 정말 그들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그리고 탑의 사자는 물러갔다.

  침대에 철퍼덕 엎어진 솔은 어쩐지 한바탕 울고 싶었다. 근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게 희나리 때문인지, 너무나도 쉽게 돌아선 사람들의 매정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솔은 대신 꿈에서 울었다.

  그것은 지독한 악몽이었다.

  아니, 악몽이길 바라는 잔인한 기억이었다.

  그 아이가 울 때, 나는 웃고 있었다.

  내가 울 때, 그 아이는 웃고 있었다.

  그렇게 숨어 울던 어느 날 한 소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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