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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당신을 밀어서라도
작성일 : 17-07-27 22:37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1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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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밤이 되자 나는 휠체어를 돌려 1층의 불을 끄고 마당에 있는 가로등의 버튼을 켰다.

 

 

 

 잠시 켤 필요가 있는가 고민했지만

 

 불빛이 없으면 여기는 너무나 깜깜하다- 도시의 불빛아래 살아온 나에게는 낮설만큼 그리하다- 그리곤 전동으로 휠체어를 올리는

 

 

 끼이익 소리가 나는 계단에 달린 승강기를 타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온다.

 

 

 

 도착하고 낮은 소리가 들리고 나는 방으로 가서 불을 킨다.

 

 

 

 

 

 조용하다- 이게 당연한 적막이었기에 , 오랫만에 편안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늘 이랬다.

 

 대답할 사람이 늘 없었다. 이게 당연해서 달리 나쁠것도 없었다.

 

 

 

 

 가지고 올라온 차 한잔이 훈김을 낸다- 창이 좀 열려 있다.

 

 

 

 

 쌀쌀한 바람- 여기는 창이 커서 좋다. 책상 뒤에 있는 창도 크지만-

 

 

 

 옆쪽으로 나 있는 야트막한 곳에서 시작하는 창은 정말 큰 편이다- 테라스를 달려다가 포기하셨다고- 지지할 내벽의 두께를

 

 더 늘일수가 없어서-, 내게 삼촌은 그때 그리 말씀하셨었다. 나는 이 집에 대해 나름대로는 속속들이 알고 있다..

 

 

 

 삼촌이 주고 , 돌아 가셨을때... 그 이후.. 나는 조금 혼자 있고 싶을때 마다 이곳에 와 있었다...

 

 이곳 곳곳의 사연을... 나름대로는 알고, 품고... 그리 가지고 있었다...

 

 

 

 

 

 나는 한손으로 들고 휠체어를 반대쪽 손으로 움직여

 

 그 창으로 다가선다. -

 

 

 주변은 적막하고 , 밤새 소리만 간간히 들리운다- 별이 가득 보인다..., 유리로 이어진 가느다란 연속되는

 

 프레임처럼, 유리 창들의 모습들은 그림처럼 내 방에 비치어 온다-

 

 

 

 

 

 

 나는 창에 살짝 비치우는 내 앉은 모습을 바라본다. 예전과는 또 다른 나는 여전히 머리는 지저분하게 길다,

 

 

 하임이 봤으면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싫어 했을까? 하임은 긴머리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유 세진도 머릴 기른 것인걸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웃고 만다.

 

 

 

 

 이런 생각을 할수 있게 된 내 자신을 .. 놀랍고 - 인간의 재생능력을 새삼 놀랍게 느낀다...

 

 질투를 아직도 품고 있다니......

 

 

 

 하민이가 정말 , 옅어지기는 옅어졌나보다 싶어져 미안해진다. 참 이상한게- 마음 먹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안아버리니 괜찮아졌다 싶어지는 일들이 많아졌다.

 

 

 글을 쓰면서는 하임을 그리워하고- 이렇게 바람을 쐴때는

 

 가끔 하민이에게 마음속으로만 말을 걸곤 한다, 그래도 충분하다..... 내가 어쩔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문제들이었지만... 최선을 다 했기에 , 내가 할수 있는건 그런것들 밖에 없었다... 그리 믿는다..

 

 

 

 나는 낮게 웃고는 차를 홀짝였다.... 나는 아래의 빛을 바라보았다.... 다시 글을 쓰고서 빨리 잠에 들 예정이었다.

 

 

 

 

 

 그때였다... 자갈이 깔려있는 주차장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

 

 

 

 

 

 

 차의 소리 같아서- 나는 결국 강비서가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자그르르 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이 시간엔 작은 소리도 너무나 크게 들린다.

 

 

 

 

 

 살짝 어차피 내다 볼수도 없는 쪽의 창이라 복도로 나서야 하나 싶어 한숨을 쉬었다.. 아주머니 이실지도-

 

 결국엔 내가 걱정이 되어 돌아 오신것일지도-

 

 

 

 

 천천히 휠체어를 움직이려고 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원래대로 보안을 해제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경보 비슷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리우다 이상스럽게 끊겼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천천히 올라오는 계단의 소리가 들렸다.

 

 

 

 

 

 

 여자소리였다.

 

 

 

 

 

 

 구두가 또각또각 들렸으니까.. 그러면서도 질척질척 뭐가 쏟아지는 소리도 들렸다... 이건 무슨 소리지?

 

 

 

 나는 불안해졌다... 무서워졌다..... 제기랄, 강비서의 촉이 맞았나보다......

 

 

 

 소름이 쫙 돋는다.

 

 

 

 

 

 

  뒤로 물러났다...

 

 

 

 

 ......

 

 

 

 나는 핸드폰을 끌어 당겼다.... 여기서 만약 이게 도둑이라면- .... 112를 부르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리 생각했다...

 

 

 

 

 그때 문이 열렸다... 다시 마주할 일 없다 다짐한 얼굴이 문 앞에 있었다.

 

 

 

 

 

 여자는 말끔한 코트를 입고 , 휘발유 통을 들고 있었다.

 

 

 

 그런 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만큼- 당장 어디에 참석이라도 해야 할 만큼 격식을 맞춘 옷차림...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의 눈에는 무서울 정도의 체념 같은것이 묻어 있었다.

 

 

 

 나는 벼락맞은 사람처럼 놀래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얼어붙었다.. 이 집에선 볼일 없다 생각한,

 

 

 

 감히 상상도 못한 얼굴이었다...

 

 

 

 

 

 내 앞에 , 선 여자는.... 김희영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여자의 목소리는 예전 같지 않은- 부드럽고 평온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잘?.... 의미조차 불분명하였다.. 나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를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알수가 없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나기도- 어이가 없기도 해서

 

 말을 할수가 없었다.

 

 

 

 

 여자는 초연했다.

 

 

 

 

 

 문을 열고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는걸 보더니

 

 여유가 넘치게 말했다. 김희영은 날 보고 싱긋 웃기까지 했다..

 

 

 ........

 

 

 

 

 "전화는 그만둬요- 어차피 , 지금은 늦은거 같으니까....."

 

 

 

 조롱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사실을 간단히 전하는 투였다... 뭐가 늦었다는 거지?

 

 

 대체.. 무슨 소리지?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때보다 더 무서웠다. 웃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표정에서

 

 나는 소름이 끼쳤다. 전화를 그럼에도 손에서 놓지 않자- 김희영은 다가와서 전화를 내 손에서 가볍게 뺏었다.

 

 

 전화 패드를 내려다 보더니 내게 말한다.. 마치 , 이럴줄은 알았다는 듯한 얼굴로..

 

 

 

 

 "112?..... 내가 들어오면서 경호회사 알람 건드렸어요.... 그쪽이 빨리 오겠죠- 그러니까...

 

 이건...-"

 

 

 

 

 전화를 가볍게 책상위에 올려두고는 , 내게 의자를 끌고 온다. 그녀와 내 사이는 약 1.5미터 정도의 사이의 거리다.

 

 낯은 충분히 보이고- 의도하는 바가 무서운 얼굴이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웃음에 평온이 깃들어 있다. 아주 일상적인 일이라는 듯-

 

 

 

 "묻고 싶은게 있어서- 왔어요-"

 

 

 

 

 그 여자는 단정하게 말했다. 눈앞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나 따위는 마치 보이지도 않는 다는 듯이

 

 

 오랜 친구를 대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꺼냈다.

 

 

 

 

 

 

 -

 

 

 

 

 

 남자는 그때보다도 더 창백해져 있었다. 머리는 많이, 길었다- 핏줄이 비치어 보이는 듯한 얼굴과

 

 너무 희어서 푸른빛까지 띄는 눈의 흰자, 붉은 입술... 나이가 드셨는데도 우아한 사모님과 너무나 닮았다.

 

 

 가느다란 손 끝과 길고 긴 눈꼬리와 , 얇은 입술까지도...눈끝이 짙어보이는게-

 

 나도 모르게 - 그때의 얼굴을 떠올리고 살짝 웃고 만다...

 

 

 사모님의 젊은 시절이라 해도 믿을수 있을만큼.. 이 남자는 사모님을 그대로 닮았다.

 

 

 

 

 마주한 얼굴에서 , 새삼 느낀다 , 지견과는 정말 하나도 닮질 않았다...

 

 

 

 사모님의 사랑도, 날 지적할 만큼 공평하지는 못하셨던 것이다. 자신을 닮은 이 사람을 더 , 노골적으로 아끼셨으니까..

 

 

 오늘날... 지견의 그런 점들을 만든 건-.... 사모님의 탓이기도 했다... 사모님은 막내 오빠를 죽어라 따랐다고 했다..

 

 이 집은 , 그 사람의 집이었다가.... 이 남자의 집이 되었지...

 

 

 사랑은 내림일지도 모른다, 평생을 지견은 그 차별에 목을 맸고-...

 

 

 자신은 , 차별에 다쳐 사랑을 아예 모르는 지견을 사랑해서- 이제는 아무것도 할수 있는 것도 없이

 

 돌아오는 표는 아예 없는 , 편도를 끊게끔 했다.

 

 

 

 

 

 내가 휘발유를 떠올린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지견을 위해서라면 우습지만.. 이 사람도 할퀴고는 싶었다.

 

 나라는 사람이 그냥 ,

 

 

 

 이유없이 당신을 공격한 것만은 아니라는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바다로, 차를 몰든 어쩌든 그냥 들어가서 죽어버릴 생각이었는데..... 집을 먼 발치서 지켜보고 나니..

 

 나만 죽을순 없다, 싶은 이기심이 고갤 처들었다... 그래 - 난 지은 죄가 있으니 지옥에 가겠지.. 이 남잘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냥, 좀 상처를 주고 싶을 뿐-

 

 잊지 못하는 악몽을 주고 싶을 뿐..

 

 

 

 

 악취미라고 해도 어쩔수 없다.. 목숨까지 내 놓은 상황에서- 이 남자를 데리고 가지 않는것만 해도..

 

 

 내겐, 나 나름의 자비였으니까...

 

 

 

 

 남자는 아주 바짝 얼어있다.. 나는 마음이 편안했다... 무서워야 하는데 기를 쓰고 얻어왔던 것들을 다 내려놓자..

 

 이런 기분이 들 줄은 몰랐다... 쓸쓸하고, 적적했지만.... 이제껏 얼마나 악을 쓰고 살아왔는가를 알게된다....

 

 

 

 동생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제 아버지 볼수 있겠다고-... 어린애의 입에서 나오는 자신의 미래를 예측한 말은

 

 오래도록 내 가슴에 못으로 남았지만.... 나는 혼자 속으로 되뇌였다.

 

 

 

 이제, 동생을 보러 갈수 있겠다고......

 

 

 

 

 

 남자는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이다. 다리를 못 쓰니 나를 막을수도 없겠지... 이 남자가 다리만 자유로웠다면

 

 나 따위 막는건 일도 아니었으리라.. 그렇지만 이 남자는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만 했다..

 

 

 붙박이 장이나 다름 없는 신세..

 

 

 

 마지막 얼굴은 사실 지견이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리 생각한다.. 내가 이리 하는게 이 사람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으리라..

 

 하지만 그게, 미안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남잔, 아주 - 아주 오래

 

 트라우마로 남았으니까-

 

 

 

 스스로가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이 남자는 ...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그런 존재였다...

 

 

 

 이것도, 복수인셈 치고- 죗값 치를때 한꺼번에 치르지 뭐-

 

 나는 씩 웃었다....

 

 

 

 나는 가슴 끝까지 찬 공기를 조금 뱉어냈다... 눈 앞에 앉은 남자의 향내와 휘발유 냄새가 방안에 가득 찼다..

 

 그럼에도-

 

 

 이제는 자유로울수 있겠다는 , 말되 안되는 생각이 들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한게 이런거라고는

 

 어릴때 생각도 못했는데... 결국 나란 고루한 사람의 결과는 이따위 거라는걸..

 

 

 

 아니.. 내 노력의 결과가 , 이렇게 끝 날 거라고 ... 상상도 못했는데....

 

 

 

 

 이 남자는 , 이제는 말을 할줄 안다는 걸- 나는 최근에 알았다. 한동안은 실어증처럼 그랬지만 - 요즈음 찍힌 사진에서는

 

 입이 열려있는 사진을 봤으니까..

 

 

 

 대각선에 선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마 강비서 였겠지...

 

 나는 천천히 기다렸다. 남자는 내게 차갑게 물었다.

 

 

 

 

 "뭘 원해서 왔지?...."

 

 

 눈에는 예의따위 없었지만- 남자는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나는 씩 웃고 말았다... 발끈하는 성격을 보니 , 생각이 누군가에게 가 닿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정하게 말했다.

 

 

 

 ".....아무것도요- 원하는것 따위 없어요"

 

 

 내 대답에 남자는 나를 죽일듯이 노려본다. 아직 할 말은 시작도 안했는데...

 

 

 그런데, 이렇게 나오면 어쩐담.. 나는 살짝 다리를 꼬았다. 그러나 남자는 내 얼굴과 휘발유를 빤히 보더니

 

 이 갈듯이 한마디를 더 내뱉는다.

 

 

 

 "나가, 이 집에서..... 나가면 더 이상은 추궁하지 않을 테니까... 돌아가... 여기서 돌아가라고..."

 

 

 남자는 휠체어에 손을 대고서 나를 슬쩍 위협한다...., 여차하면 일어서려고?

 

 재수술도 안한 그 다리로, 마치 일어서기라도 할 것 처럼- 말도 안되는 위협-

 

 그는 일어서지 못한다, 일어나고 싶어도-

 

 

 

 

 

 "내가 이걸 왜 들고 왔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휘발유통을 슬쩍 들어보인다.. 남자의 눈매에 충격이 서린다.

 

 남자는 문까지를 눈으로 훑는다. 그리고는 경악하면서 묻는다....

 

 

 "부으면서 올라왔어?"

 

 

 

 

 남자의 말이 짧아진다.. 목소리는 소름이 쫙 돋을만큼 차갑고 무섭다.

 

 

 

 "그래... 그랬어"

 

 

 나도 반말로 대답한다... 남자는 나를 죽일듯이 노려본다 그리고 묻는다.

 

 

 

 

 

 "왜 , 형이 나를 죽여 달라고 하던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목소리...

 

 

 

 

 "........"

 

 

 알고 있군-

 

 이 사람도 나름대로는 피곤했으리라... 지견의 열등감은 때론 이유가 명확했지만... 모든 안되는 일은 동생 탓을 하기도 했다..

 

 만물의 나쁜 점은 동생 탓으로 미루곤했다. 안하무인- 그럴때 마다 이 사람도 답답했겠지만....

 

 

 

 아이에게,

 

 

 

 

 아이일때의 사랑은 하나하나가 평생을 지탱하는 지지대 같은 것이어서-

 

 그 부분이 무너지면 위에 쌓아 나간 것들도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는것이었다.

 

 

 내가 무너지듯이... 위에 사랑하나 얹었다 해서 붕괴되었듯이..

 

 

 

 

 

 

 지견도 그러했다. 위에 악감정을 얹기 시작하니 끝이 없었다..

 

 

 그 남자는 날 노려보았다. 세상 다시 없을 악마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난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고갤 아주 살짝만 저었다.

 

 

 

 

 "두사람은 참 닮질 않았어.... 알지?..... 형제인데도..... 전혀 닮질 않았지.."

 

 

 

 

 "......"

 

 

 남자는 그저 나를 노려볼 뿐이다... 남자에게 호출 벨이 따로- 있다고 해도 지금은 소용 없을 것이다.

 

 

 이 남자가 서울 집을 포기하고, 이 집으로 올때는 이런 위험성까진 계산에 못 넣은것이다.

 

 

 안 쪽이라- 신고가 아니라 뭘 해도 ...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은 시간정돈, 충분히 날 만큼...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는 것 까지 악독한게- 나 답다 싶어 나는 , 그야말로 초연해졌다.

 

 

 

 

 "나는 고백을 하러 왔어..... 하지만 , 나 혼자 손해 보는건 못참겠더라고... "

 

 

 

 

 "..."

 

 

 내 느릿느릿 꺼낸 말에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내가 심성이 그리 착하지를 못해서.....

 

 

 

 

 사모님이 내게 주셨던 상처를 생각하니까..... 원래는 그냥, 나만 사라질 생각이었는데... 열이 받지 뭐야..

 

 그래서 계획 변경이지..... 여기는 외진 곳이고.... 소방차가 들어오려면 한참이 걸리겠지..

 

 사모님이 , 막내 오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셨던거 같더라고... 당신도 그렇고... 그래서 여기라도 할퀼까 싶어서

 

 뿌리면서 올라왔어...... 불이라도 지를까 싶어서- "

 

 

 

 내 목소리가 너무나 초연하게 나와서 , 나도 놀란다. 물론 눈 앞의 남자도 놀란거 같다

 

 

 

 남자는 이를 악문다... 그 모습이 곧이라도 물어 뜯을듯 두렵다... 하지만 나는 그저 의자에서 응시했다.

 

 남자는 이제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수 없는 처지라는걸 .... 나는 알고서 왔다.

 

 

 " 뭘 원하지?"

 

 

 남자는 악에 받힌 목소리로 물었다... 눈에는 증오가 묻어있다... 나는 그 눈을보면서

 

 물었다.

 

 

 "원하는거 없어-.... 그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왔어..."

 

 

 

 

 남자의 매서운 목소리는 지견과는 다르지만, 힘이 느껴진다... 이런게 회장님이 지견에게 기대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목소리에서도 느껴지는 힘, 굳은 성격과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마음 사이의 간격을

 

 

 이 남자는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사랑이 무너지면 간격이 벌어지고

 

 

 그토록 무너질수가 있는 것이었겠지...

 

 

 

 

 

 

 

 "사람이 없다는건 어떻게 알았지?"

 

 

 "당신도 알잖아..돈만 있으면 모르는건 없어- 뭐든지 ... 알수 있지 , 알아내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남자는 나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움직이면 나를 부숴버리기라도 할 듯 나를 바라보면서...

 

 

 "재산 상속 문제면 , 이러는게 당신한테는 불리한거야.... 나는 쥐고 있다가 줘 버릴거야- 내가 살아 있어야 증여가 쉬워,..

 

 그럼 당신에게도 상관 없는 일 아닌가?

 

 고소는 하지 않을테니 , 가지고 나가...... 마지막 기회야...... "

 

 

 

 

 남자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낮디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휠체어를 꽉 움켜쥐고 있다.

 

 

 

 

 나는 걸터 앉아서 잠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나를 씩씩거리면서 노려본다...

 

 

 나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마주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 .... 나는 참 아둔했어..... 당신한테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

 

 

 

 

 

 "...."

 

 

 

 

 

 남자는 나를 쳐다본다... 악에 받힌 눈으로... 하지만 본질적으로 뭔가 지견과 다르다..

 

 이 사람의 눈은 뭔가 야생동물처럼, 한번도 보지 못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된 마당에, 말해주려고- ..... 장하민을 죽인건..... 나야......"

 

 

 

 남자가 얼었다. 눈이 크게 떠졌다... 나는 내 발치에 그러고서 휘발유를 뿌렸다.

 

 새틴으로 된 내 구두에도 다리에도- 휘발유가 튄다.... 나는 그러고서 준비한 라이터를 꺼냈다.

 

 

 

 

 

 나는 부드럽게 조언했다.

 

 

 

 "다가오지마- 어차피 다리를 못 쓰니 소용도 없겠지만.... 다가오면 이걸 던질거야......"

 

 

 남자는 그 말 부터, 울고 있었다.. 부릅뜬 눈에서는 믿지 못할만큼...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자는 전혀 흐느끼지 않았다..

 

 분노에 가득찬 눈물이란 이렇구나.... 남자는 눈을 내게서 떼어내지 않았지만 , 눈물은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여자를 진심으로 질투했다.... 저런 사랑을 받는 여자도 세상에 있는 법이구나...

 

 저 남자의 눈물은 ... 정말 마르지도 않나보다...

 

 

 

 

 한 사람을 위해... 저만큼 눈물 흘려주는 사람도 세상에는 있구나..... 나는 내 마음까지 메여옴에

 

 말을 천천히 이었다.

 

 

 

 

 ".... 물론 쉽진 않았어... 이제와 고백하는 이유는.... 강비서가 알아보고 있더라고?...

 

 

 아마 당신에게는 확신이 들면 말하려고 하는 거겠지..... 그 남자가 알아챘다는 것도, 그렇고...

 

 

 이 일은 그래... 굳이 내가 고백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건 내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내가 낸 생각이거든....

 

 

 

 

 다, 내가 한 일이라고- 각본부터 실행까지, 다 내꺼야... 다른 사람 탓 할거 없이.. 내가 벌인 일이야...

 

 장하민을 뇌사로 만들면.... 당신이 장하민 옆으로 돌아올거라고 ,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어.....

 

 

 결국 내 생각은 맞았지.... 당신은 그 여자를 멀리 보내버렸잖아?...... 당신은 그렇게 다 잃어버렸지..

 

 

 

  하지만 난 회장님 때문에 가질수 있었던걸

 

 잃었지... 당신을 처리하면..... 심지견이 날 좋아할줄 알았거든... "

 

 

 

 

 

 남자는 계속 노려보면서 울었다... 비명을 질렀다... 고함을 쳐 댔다.. 나는 라이터를 켰다 끄면서 남자에게 이르짚었다.

 

 

 

 "죽여버리겠어..."

 

 

 

 남자의 목소리에 묻은 살기는 소름이 돋을만큼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

 

 

 

 

 "내 말 끝까지 들어....

 

 

 소리치지 마- 소용 없으니까... 여기 당신을 도와 줄 사람은 없어..... "

 

 

 

 

 

 "찢어서 죽여버릴꺼야........ "

 

 

 

 남자는 사납게 소리쳤다... 나는 싱긋 웃었다.

 

 내 웃음에 나도 내가 싫었고, 눈앞의 남자는 이성을 완전 잃어있었다..

 

 

 

 

 

 "니가 안그래도 그렇게 될 거야....... 그 여자는 편안하게 갔어... 내가 신경을 무척 썼거든.......

 

 게다가 그 여자는 언제라도 죽을수 있는 상태였잖아?.... 그럼에도 그토록 미련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

 

 

 

 난 정말 믿기지가 않았어.. 어떻게 그렇게 믿지? "

 

 

 

 

 남자는 이를갈며 내게 토해냈다..

 

 

 

 "너 따위는 평생 이해못할 감정이야, 너는 미쳤어..... 내가 말했지? 너 따위 하나 어떻게 하는건 내게 일도 아니라고.."

 

 

 

 남자는 무서운 목소리로 나를 계속해서 위협했다.. 나는 그의 말 보다, 준비해 온 말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 내가 정말 실수한건.... 나는 그여자의 장례식에 갔었어...... 당신을 보고 말았지......

 

 당신이 우는 모습을 , 봤어...... 내가 뻔뻔해서 , 죄책감 따위 못 느끼는 인간인줄 알고- 그리 살았는데..

 

 

 당신 우는 모습에...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 혐오스러워 졌어..

 

 

 

 

 당신의 눈물을 보니... 내가 하고 있는건 사랑이 아니더라고.... 청부 살인따위가 사랑일수가 있겠어? 없지....

 

 

 

 당신이 사모님에게 그랬다면서? 내가 심지견을 사랑하고 있다고......

 

 

 솔직히 파티때만 해도 , 내가 그런걸 들켰으리라고는 나도 생각못했는데........

 

 그렇게 약은 척은 있는데로 다 했는데..... 내가 사랑에 발목이 잡혔다는 걸....

 

 내가 가장 늦게 알았지 뭐야....."

 

 

 

 

 

 남자는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렸다... 내가 조금만 부주의 해도 라이터를 떨어트릴것이란걸 알자 차마 내게 오진 못했지만

 

 닿았다면 ,

 

 

 

  아마 내 목이라도 졸랐을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내 목이라도 졸랐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더 없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 그래... 당신 생각 대로야.... 하지만 이 일은 내 생각이었어.... 심지견은 그저- 동조했을 뿐이야....

 

 아무것도 , 그저 내가 하는 일을 알긴 알았을 뿐이지... 다 내가 했어-

 

 

 내가 했어- 주사도 내가 놨고...... 약도 내가 구했어.... 이건 자백이지...... 내가 몰랐던 건, 내가 원한건

 

 

 그냥 자리와 권력 뿐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몰랐던 건... 당신 형을 내가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내가 원한건 그저 사모님 자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가 당신 형을 사랑하고 있더라고?......

 

 

 하지만 더 어이가 없는건.... 당신 형은 사랑이란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야..... 내 마음을 간단하게

 

 찢어 버렸지.. 티슈 찢듯이-..... 그러곤 뭉쳐서 휴지통으로 던졌지.. 그러고 나니까....... 나는 더 이상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아마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한테 죽임까지 당하는 치욕을 안겠지...

 

 내가 아무리 바닥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날 죽일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그걸 초조해 하면서

 

 

 

 목숨을 구걸할 정도로... 바닥을 치지는 않았어서...."

 

 

 

 

 

 "죽어버려... 형이 안 죽여도 , 내가 해서라도 널 부숴서 갈기 갈기 찢어버릴꺼니까..... 꺼져...

 

 

 이 집에서 당장 꺼져..... "

 

 

 

 

 

 

 남자는 욕을 낮게 읊조리며 나를 그저 노려보았다...

 

 

 

 

 

 "난, 많이 고민을 했어..... 당신도 나를 다 모르잖아? ..... 내가 묻고 싶은건 ... 어떻게 한 사람을

 

 

 그렇게 이익따위 따지지 않고 사랑할수가 있냐는 거야.... 나는 당신의 울음을 봤어...

 

 당신은....... 그냥 절망 그 자체였지...... 그걸 보고 나니까.....

 

 

 

 나는 , 자꾸만 .. 죄책감이 들었어.... 당시에는 그 여자는 어차피 식물인간이고 깨어날 일 따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괜찮았는데...... 이상하지?

 

 

 당신한테 미안해지더라고....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해서 , 부러워지기도 했지.....

 

 

 그런 사랑을 받는 ,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싶어지면서.... 내가 벌인 일들이 더 없이 부끄러워졌지..

 

 당신 형은... 그걸 즐겼어... 당신도 알겠지만....."

 

 

 

 

 

 남자는 이를 너무 악물어서 나를 두렵게 했다... 나는 물었다.

 

 

 

 "대체... 그정도로 사랑한다는건 .... 어떤 마음이야...?

 

 얼마나 사랑해야..... 그렇게 울수가 있어?.....

 

 

 

 

 더 웃긴건 뭔지 알아?.... 당신 형은 내가 이제는 무섭다고 하더라고... 귀찮은 존재래....

 

 

 그러고 나니까 내가 뭘 잘못했는지 ... 슬슬 느낌이 오더라고.....

 

 그 사람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해선 안됬을 일들이 있는데...... 내가 그 여자를 죽여서

 

 당신을 무너뜨리면 ..... 그가 날 사랑할줄 알았어... "

 

 

 

 

 

 

 남자는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중얼거렸다...

 

 

 

 

 "차라리 나를 죽이지 그랬어........ 하민이는 아무런 죄가 없었잖아? 대체 왜 그런거야.........

 

 대체 왜!!!... 하민이는 아무런 죄가 없었어! 형이 미워한건 나였잖아? 나를 죽이면 다 가질수 있는 것들인데

 

 왜 하민이를 죽였지? 왜? "

 

 

 

 

 "그래야 당신이 망가질걸 알았으니까.....당신같은 사람은 그걸 더 겁냈잖아... 자신의 죽음보다도.... 사랑을 잃는걸

 

 더 겁냈잖아.... 아니야? "

 

 

 

 

 내 대답은 내 귀에도 힘없이 들렸다...

 

 

 

 "그래서 당신이 염려스러웠어........ 당신이 더 위험하다고 느꼈어... 사랑 앞에선 두려울게 없는 당신은...

 

 죄책감에 차마 죽지도 못하겠다 싶어졌지.."

 

 

 

 

 

 "그래? 정확하네....."

 

 

 

 

 

 남자는 내 대답에 주변에 있던 걸 집어 던졌다. 내 발치에 와서 물건은 떨어졌다.

 

 장식품인듯 한 조각은 박살이 났다.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부서진 파편이, 내 마음같다. 마치-

 

 

 

 

 "신은 너무도 불공평하지?....... 당신은 형이 밉겠지만.... 형은 당신을 당신 이상으로 미워해...

 

 모든 , 결핍을 당신 탓이라 생각하거든.... 당신은 형이 이해가 안가고 미친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사람.. 참 외로운 사람이야......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둘수가 없었어...... 당신도 알아야 해-

 

 당신도 잘못이 있다는 걸........ 그래서 굳이- 그냥 사라져버리면 될걸 당신을 만나러 온 거야.....

 

 창문 밑을 확인했어... 어차피 당신은 걸어서 나갈수도 없고...

 

 내가 내보내 준다고 해도 원치 않을거잖아.... 아니야?"

 

 

 

 

 "죽어"

 

 

 

 

 남자는 증오로 가득찬 한마디를 내게 뱉었다....

 

 

 

 

 "차라리... 창문으로 떨어져..... 밑에 풀이 깔려 있어서 죽진 않을거야....

 

 이 집이 타면 좋겠다고 생각한건... 정말 홧김이었지만 말이야.....

 

 

 사모님이 내게 몇번이나 상처를 주셨거든...... 그냥 , 이렇게 하고 싶었어..."

 

 

 남자는 나를 살리려고 하는거 같았다... 당장의 분노보다, 차라리 감옥에를 보내겠다 싶어졌을지도...

 

 남자는 내게 말했다.. 차갑게, 이성을 간신히 잡고서..

 

 

 "이 집은 니 마지막을 장식할 집이 아니야... 지금이라도 고쳐먹고 , 나를 풀어줘...

 

 여기서 나가-"

 

 

 

 남자는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내게 말했다. 마치 내가 말하면 들을 것 처럼..

 

 나는 싱긋 웃었다.

 

 

 

 "나갈 생각 없어

 

 

 

 지옥에 가서 , 댓가를 치를거야..... 치르지 뭐- , 어차피 현실도 지옥이기는 마찬가지니까- ...

 

 사모님은 내게 그러더라... 자신은 아들을 안다고.. 결코 사랑을 받지 못할거라는 식으로 말하셨어

 

 

 

 당시에는 그리 생각 안했지 뭐야... 나도 사랑 안 받아도 상관없다.. 그리 생각했다고..

 

 그런데 돌아보니까...

 

 

 나는 그 사람을 많이 사랑하더라고...... 그런데... 사랑이란걸 해 본적이 없다 보니까... 그게 사랑인줄도

 

 몰랐던거야....."

 

 

 

 

 

 내 중얼거림에 남자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증오의 눈은 여전했지만

 

 눈 한켠에는 연민이 보였다....아주, 아주아주 조그마한 연민....

 

 

 

 나는 싱긋 웃고 말았다....

 

 

 

 

 

 -

 

 

 

 

 

 김희영의 얼굴은 슬쩍 일그러졌다. 그게 웃는거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형이 벌인 짓일거라고는 .... 나는 꿈에도 맹세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강비서... 그 녀석은

 

 이런 일을 알아낼 거면 말을 했어야지... 그냥 알아만 보면 어떻게 하라고......

 

 

 

 

 내가 받을 충격에 불안했을 것이다.... 나는 하민이를 떠올렸다..결국에 하민이가 죽은것 까지도 내 탓이었다.

 

 모든건

 

 

 모든건 나였구나.......

 

 

 

 하민이를 죽였다는 것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내 심장을 찢어놓는 사실이었지만....더 충격적인건... 이 여자가 내 앞에서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이였다...

 

 

 

 그것도 이 집을 양분으로 삼아서....

 

 

 왜 굳이 내게.., 마지막으로 나를 부숴서라도 이루고픈 게.... 당신의 대체 무엇이기에...

 

 

 

 

 "형이 사랑에 응답해주지 않아서 죽겠다는 건가? 당신이 그랬지... 하민이는 언제라도 죽을수 있는 상태였다고?

 

 하민이는..... 언제라도 살아 돌아올수 있는 상태이기도 했어...그걸 당신이 죽였다고!!!"

 

 

 

 

 그 여자는 허탈하게 웃었다...

 

 

 "내가 스스로 하지 않아도 심지견은 나를 고려 사항에 두고 있을거야..

 

 당시에는 달랬지만, 그런걸 달랜다고 할수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지만...

 

 

 

 내가 멍청하게도 고백을 했거든..

 

 

 

 

 사랑때문에 설마 내가 자신을 밀고할거라고는 생각치도 않더군- , 자백은 여기에 있는데.."

 

 

 

 

 

 

 여자는 코트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녹취했지......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나는 이런짓을 했어... 그 와중에도 나중에 이 사람이 나를 죽일수도 있겠구나 싶었거든...

 

 그런데... 쓰기 싫어지더라고..... 누구나 원하는 게 있잖아?....

 

 

 

 나는 가질수 없단 걸 알았어.... 사랑에 응답이 없다는게...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자각하지 않을때는

 

 솔직히 상관없었는데...... 앞으로 그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을 품은 마음에..... 응답없이 그렇게 살걸 생각하니까...

 

 

 도무지 자신이 없더라고....

 

 그거에 앞서- 니 형은 그래봤자 교사 혐의 정도 입을테고 , 회장님을 결국 니 형을 뺴내 주실거야..

 

 나 혼자 감옥살이를 한다고 해도.. 내가 살아남을 확률이 너무 적어- 문제는 없애는게 심지견의 방식이지..."

 

 

 

 

 

 여자의 목소리는 모든 수를 생각했다는 듯이- 평화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를 갈며 외쳤다.

 

 

 

 

 "죗값을 치러! 지옥가서 치를 생각 하지 말고 , 지금.... 내 눈앞에서 죽을 생각 말고...

 

 현실에서.. 치러....

 

  내가 어떻게든 형도 잡아 넣을 테니까.... 감히 이 집을 양분으로 삼아 죽을 생각도 하지마..

 

 죽음으로 도망칠 생각도 하지마.... 당신이 앗아간건 내 모든 것이었어..... 알겠어? 내 마지막 숨까지도 당신이 앗았으면

 

 

 값을 치러...... 당장 여기서 나가.... 아니... 경찰 올때까지 기다려...."

 

 

 

 

 

 여자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내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건지...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왜 너만 모든걸 빼앗겼다고 생각해?...... 니 형도 마찬가지야.... 사랑없이 컸고, 그는 사랑이 뭔지도 몰라...

 

 

 사랑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된 것에는 니 탓도 있잖아?"

 

 

 

 

 

 

 내탓?..... 참... 마지막까지도 이 여자는 뻔뻔스럽기도 하다 싶어 어이가 없었다.

 

 그래 내 탓일수도 있지.. 하지만 모두가 그런 환경에서 인간 답지 않게 자라는 건 아닌데......

 

 

 그건 형이 , 유별나기도 한 것이었는데.....

 

 

 

 

 "그럼 그 죗값으로.... 하민이를 건드렸다는 거야?... 나를 죽였어야지- 내가 문제면 나를 죽였어야지!"

 

 

 

 나는 죽어라 소리쳤다... 눈에서는 뭐가 떨어지는지 눈을 뜰수 조차 없었다....

 

 여자는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목소리가 단정해서 더 무섭다...

 

 여자는 결심을 하고 온 것이다.. 마음을 먹고....

 

 

 그러고서......

 

 

 

 

 "그래야 니가 더 아플걸 알았으니까... 말 했잖아.. 너를 죽이는 것 보다 장하민을 죽이는게 더 너를 아프게 할 걸....

 

 심지견은 몰랐지만.... 나는 알았거든......., 그래서 그렇게 했다니까?...

 

 

 

 그래서 당신에게 미안해........ 정말로.... 정말......... 미안해........ 미안해, 이말은 하고 싶었어......

 

 

 정말... 미안해..... 당신을 내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이용해서.......... 그래서 벌 받나봐- 결국 응답은 못 받았으니까...

 

 

 

 

 내가 가진게 워낙에 없었으니까..... 이 집정도는.... 나한테 주라......."

 

 

 

 

 

 

 여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악을 썼다.... 앞의 사람을 나중에 내가 목 졸라 죽이더라도..

 

 이 집에서 죽게 할수는 없었다.... 이 집은....

 

 

 이 곳은.....

 

 

 

 

 

 

 "도망치지마... 죽음으로 가는게 속죄라고 생각하나?.... 그것도 도망이야...마지막 기회야.. 인간 답게

 

 살 기회!!! , 그냥 죗값 치러- 목숨을 버려? 그렇다고.. 그렇게 다 포기해? 말도 안되... 그냥 죗값을

 

 치르라고! 형도 죗값 치르게 할 거니까..... 그렇게 해!!!! 감히 그거 내려 놓기만 해봐....

 

 진짜 후회할거야.. 정신차려! 감히.... 그거 손가락 까딱만 해봐!"

 

 

 

 

 

 

 여자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 내가 다 치를테니까...... 형은 용서해 주라..... 당신 형... 불쌍한 사람이야.."

 

 

 

 

 

 "멍청하긴, 형은 당신을 그냥 이용한 거라고"

 

 

 나는 그 여자가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더 독하게 밀어 붙였지만

 

 여자는 꼼짝도 않았다.

 

 

 

 

 

 "그럼 나를 가엾게 여겨서라도.... 형을 이제는 내버려둬"

 

 

 

 

 

 "날 내버려 두지 않은 건 형이야!"

 

 

 

 

 

 

 "..... 미안해...... 내가 대신 사과할게........... "

 

 

 

 

 

 

 여자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 여자가 울거라고도 생각 못했고 여자는 내게 몇번이나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죽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낼수 있는 가장 큰 고함을 치며 이 사람을 말리고자 했다...

 

 

 

 

 

 

 "그만둬- 이러지 마- 이러지 말라고-, "

 

 

 

 

 

 "..그 사랑이 정말 부러웠어... 죽음조차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랑........ 평생 그런 사랑따위는 난 못받았지만.....

 

 지금 가진 사랑도..... 결국엔 날 죽이지만....

 

 

 나는 당신 형을 정말 .... 사랑했어..."

 

 

 

 

 

 "이러지마-, 정말 미안하다면-이러지..."

 

 

 

 

 "미안해..."

 

 

 여자는 내게 다가왔다... 내가 힘 있게 그녀에게 악착같이 메달렸다...

 

 꽉 잡았지만 , 다리가 꼼짝도 하지 않으니... 여자는 내 손을 떼어내면서

 

 

 

 나를 손쉽게 뿌리쳤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여자를 붙잡을수가 없었다.. 여자는 나를 창 앞에 두고는

 

 제 몸에도 휘발유를 뿌렸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뭐라고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말려야 겠다 싶었다...., 이게.... 이걸 어떻게.....

 

 

 

 

 

 

 

 입구부터 뿌리고 온 , 휘발유의 종착역이 자신이 되 도록... 아니 출발점이 자신이 되도록....

 

 

 여자는 내게 그러고서 다가왔다... 그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이야기 했다..

 

 일단은 살아야 말을 할수 있으니까... 형의 죄가 무엇이든.... 이 여자의 죽음이.....

 

 

 내 눈앞에서 , 또 일어나는 죽음이게 할수가 없어서- 나는 소리쳤다....

 

 

 

 

 

 "그만둬!!!"

 

 

 

 

 

 여자는 아무런 저항도 제대로 못하는 내 손을 자신의 옷깃에서 떄어내며 창 앞의 얕은 턱에서 , 내 귀에 속삭였다...

 

 

 

 

 

 

 "내가... 가서 다 치를게...... 100배 1000배로 치를게.......... 그러니까...... 용서해 줘........

 

 용서, 그래 하지마.... 나는 용서 안 해도 돼 ,

 

 

 

  형만이라도.... 용서해...... 사실 , 이걸 주려고 ... 넣어왔는데... 그냥.....

 

 

 줄수 없겠어.... 그를 사랑하거든.............

 

 

 

 다 내 죄야.... 내 잘못이야............

 

 

 미안해"

 

 

 

 

 

 

 

 

 

 여자는 울면서... 내 손을 다시 떼어냈다....

 

 

 

 

 우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여자의 우는 얼굴은 내가 늘 알던 김희영이라는 여자가 아닌것 같았다.

 

 너무나 처절해서, 눈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여자는 그 말과 함께 내 휠체어를 밖으로 밀었다... 나는 , 바로 밑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며 유리 파편이 눈에 튀어

 

 나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뜨거운 피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내가 들은건 큰 폭팔음과

 

 

 

 

 깨지는 창문의 소리...그리고 무엇 때문인지 무너지는 큰 마찰음들과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선명한 불길이 이는 것을 희미하게 보고서 나는 정신을 그대로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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