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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결단, 누가 곁에 남는가
작성일 : 17-07-27 20:11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15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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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낮게 , 조용하게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소리없이 마음또한- 무너지고 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둘째 아이는 이제 잠적한것처럼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보고 싶었다.

 

 

  아들이니까... 나이가 들 수록 내가 연약해졌음을 , 물러졌음을 예전의 그 독한 사람이 아님을

 

 나는 많이 깨닫는다..... 난 후회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그랬더라면.. 이런 생각을 길게 하지 않으려 애 쓰는 사람이었다.

 

 돌아보니 아쉬운 순간이 너무 많은게 늙었다 싶어진다.

 

 

 

 많은것을 후회하고 있다......

 

 

 질끈 눈을 감아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강비서는 장례식 이후, 문득 찾아와 사표를 내밀었다... 그게 아이의 뜻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강비서는 마지막에

 

 날 보러와서는 환하다 싶게 웃었다. 끝 맺음이 그 아이를 이제 어느새 닮아 있었다.

 

 내 아이를..

 

 

 

 

 "내가 , 회장님 말씀처럼- 정말로- 정말로 작가님 사람이 되었더군요- , 작가님 곁에서 모시기 위해서

 

 그냥 작가님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마음 먹고 왔습니다- "

 

 

 

 "..."

 

 

 

 강비서는 더는 벌벌 떨지도, 버벅거리지도- 어색하게 웃지도 않았다. 상쾌하다 싶게 웃으며

 

 방긋 방긋.. 말을 유창하게 계속 하였다.

 

 

 "작가님은 , 물론- 지금 평안하시진 못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잘 보필하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실제로도 애 쓰고 있구요

 

 저는 다른 사람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 모든 상처가 치유된다고 믿진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은 나아지겠지요...

 

 이제 이사님 문제와 다른 문제들은 모두, 회장님 몫이세요-

 

 

 작가님은 이제 뭐.든.지. 하실수 있습니다... 또 모든걸 관두실수도 있죠"

 

 

 강비서는 그 말을 끝내고 또 싱긋 웃었다..

 

 

 '뭐든지' 에 음절을 딱딱 실어서 은근히 나를 위협까지 한다.. 이 놈이 내 앞에서 발발 떨던

 

 그 강비서가 맞는건지 난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지혁이의 이런 힘이 늘 신기했다..

 

 사람을 금방- 제 사람으로 만든다.. 저 자신이 까칠하기가 이루 말로 할수 없는데.. 저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겠다 싶으면.. 그걸 실패한적이 없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말은 위협처럼 들리는군"

 

 

 

 그 말에 강비서는 , 다시 또 싱긋 웃었다...

 

 

 

 "작가님이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고 말 하시더군요

 

 그렇게 들렸다면 그렇게 여기라고 말 하셨습니다-"

 

 

 

 내가 머쓱하여 아무말이나 덧 붙여 보았다..

 

 

 

 "그 녀석이 월급 깨나 챙겨 준다해도 나에 비하진 못할텐데.."

 

 

 

 내가 농담조로 말을 던지자 계속해서 싱긋 웃었다.

 

 웃으며 따박 따박- 대답을 한다.

 

 

 

 "더 주신다고 하시던데요? 괘념치 마세요, 그렇게 안 하셔도 이젠 작가님곁에 있으려고 마음 먹은 참이었거든요-"

 

 

 강비서는 가장한것이든 아니든 여유가 넘쳤다. 아무리 그래도 내 앞에서 벌벌 떨던

 

 몇개월 전에 그놈은 더 이상 아니었다. 볼꼴 못 볼꼴 다 보고 나니 - 녀석은 능수능란해 져 있었다.

 

 

 

 "퇴직금은 받아주게 , 그대가 한 고생을 내가 알고 있으니 많이- , 내가 줄수 있는 한 많이 챙겨주겠네-"

 

 

 강비서는 안 받겠다 할줄 알았는데 그냥 싱긋 웃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깍듯한 인사-

 

 그 아이가 이랬다... 포기하고 돌아설려고 한게 사실 그 사이에 몇번이었는지 , 난 셀수도 없이 많았다.

 

 내 아내는 몰라도 난 안다.. 그 아이를 그 아이 원 대로 살게 해 주고 싶었을 떄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눈물짓는 아내와- 회사가 불안정 할때마다 나를 옥죄는 이사진- 그리고 지견이가 인성 논란을 일으킬 때 마다

 

 나는 이 아이가 간절할수 밖에 없었다.

 

 이 회사는 내가 일군 거였다 내가 키운거였다... 세번째 자식이었다.

 

 그저 지견이가 아니면... 지혁이라도 이 회사의 가치를 알아주길 바랬는데...

 

 

 돈이 아니라... 내 젊은날을 쏟아 부은.. '가치'를.....

 

 

 나는 강비서를 보면서 다시금 지혁이를 곰곰히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사람 만들어 놓고- 쓸만하게 만들어 놓으면 이렇게 가져가 버린다니까-

 

 

 

 

 나는 이제 둘째아이를 포기하고 싶었다.

 

 지가 나에게서 달아나고 싶어 어쩔줄을 몰라하니... 그냥 달아난 채로 건강하게 있을수 있다면

 

 내가 포기해 주고 싶었다.

 

 

 솔직하게는 그랬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천륜은 끊을수 있는게 아니었다. 자식은 끊겠다고 하면 그럴수 있을지도..

 

 하지만 부모는... 그렇게 할수 없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고아원 앞에 버려두고도 평생을 후회하게끔 하는게

 

 피의 힘이다.. 본능적으로 피가 당기는 게...

 

 그게 천륜이란 것의 힘이다....

 

 

 

 

 아내는 그 장례식 이후- 집 밖으로 몇번 나오지도 않았다.. 아이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나선

 

 더 했다.. 사람들의 눈이 무섭다기 보다는 그녀 자신이 실의에 빠져 있어서 나는 아무런 말도 붙일수 없었다...

 

 

 

 내 아들이지만.. 아니.... 내 아이였건만 , 그 아이의 장례식에서 본 그 애는 이미 내 아이가 아니었다.

 

 죽은 그애의 아이였다.

 

 

 

 하민이.. 그애의 아이였다. 그냥... 그 애의 남자였다..

 

 

 

 넘어지고- 피를 흘리고... 피투성이 옷에도 아이는 혼이 꼭 나가버린 사람 같았다.

 

 눈에 촛점이 없었다... 충격을 넘어서 , 사람이 저렇게 되도 되나 싶게 겁나는 그 얼굴......

 

 

 더 그 사실이 끔찍한건... 그 모습은 내가 아는 모습이었다

 

 

 

 그때 사고 이후와 꼭 같았다. 아이는 심술궃게도 우리 내외가 아이가 실어증이 왔구나 싶어 발을 동동거리는 동안

 

 내가 눈물짓고 제 어미가 앞에서 대성 통곡을 하고... 제발 한마디만 해달라고 애원하는 동안에....

 

 

 그 집에 가서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민이 어머니에게는 휠체어를 타고 가서도 되려 애원도 하고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게도 아내에게도 , 독하고 박하게도.... 기다리는 대답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왠지... 이번에도 같은 것 같았다.

 

 

 그 사이, 얼마나 치밀한지- 인연이 좀 닿았나 싶었던 여자는 유학을 가 버렸다.. 아마 그것까지도

 

 둘째가 계획한 것이었을 것이다.... 욕심이 없는건지 멍청한건지......

 

 

 게다가 아마도 처남의 별장이었을 그곳으로 쌩하니 가 버렸다. 이제 아이를 묶어 둘 것이 없었다.

 

 

 어찌 이리도 아비 마음을 모른단 말인가...

 

 

 솔직히 정직하게... 지견이를 견제해주길 바랬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아도 되게 회사에도 조금은 신경을 써 주길 바랐다.

 

 내가 위협 하지 않아도 제 존재의 이유를 들고 흔들지 않아도

 

 꾸준히 그냥 , 어디에나 있는 형제들 처럼- 적당히 쥐고 ,적당한 긴장감을 주길 바랐을 뿐이다.

 

 

 

 내가 과오를 범했구나를 깨달은건 그 아이의 장례식 후에 지견이와 마주쳤을 때였다.

 

 

 지견이는 너무나도 잘 지낸 표정이었다.

 

 

 '상쾌한 표정- ' 이었다고 하는게 더 맞겠다....

 

 

 제 동생은 마른 나무가지처럼 마른걸 봤는데... 게다가 다리의 상태를 확인해야만 하는데 아이의 고집으로 아이는

 

 불구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와 있었다. 그렇게 수술을 하고 그렇게 재활을 해서 겨우 다리를 되찾았는데

 

 아이는 그 다릴 되찾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 부모로써 그게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인지....

 

 

 

 

  다 알텐데도, 사정을 빤히 다 들었을 텐데도.... 지견이는 활짝 웃었다. 나를 보고...

 

 

 그 아이의 미소는 정말 오랫만이었는데.. 얼굴이 뒤 틀려 있다고나 할까...

 

 

 아이는 웃는데... 벌써 정이 뚝 떨어질듯 사악함이 감돌아서 나는 소름이 쫙 돋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 있는걸 알면 , 바보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슬픈 척 하는게 나을텐데.... 그 미소는 날 도발하기 위한 것 같았다.

 

 

 못됬다 못해 똑똑하지도 못하구나 싶어 마음속이 시렸다...

 

 

 그랬다.. 나는 지혁이는 막내니까 하면서 봐 준게 너무나도 많았다...

 

 지견이가 어려 관심이 필요할때... 나는 내 아버지의 교육법을 그토록 크며 원망해놓고도

 

 지견이에게는 똑같이 했다. 그 과정은 혹독했지만 분명히 얻는 것들이 있었으니까.. 그리 하면 이 아이는 나같이 크겠지

 

 하는 기대감도 있었던거 있었던 것 같다. 그건 오산이었다..... 나는 다른 형제들이 없었으나...

 

 이 아이는 아니었다... 이 아이는....... 제 동생을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아이로 컸다.

 

 

 아내는 나를 많이 원망하였다.

 

 그 사이에 있었던 자세한 사정에 대해선 고집스레 입을 다물면서도.. 원망만은 잊지 않고 내게 토로했다.

 

 

 

 내 아내의 입을 다문 고집스런 옆모습은 둘째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아니 둘째가 아내를 닮은 것이었겠지만..

 

 아내는 내게 말했다. 자신의 죄는 방관한 것이고 나의 죄는 첫째를 몰아붙이면서 , 첫째를 몰아붙이는 채찍으로 둘째를 사용했다는 거였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이는 힘들어지면 부모한테 , 가족한테 먼저 기대지 않았겠느냐고 소리쳤다.

 

 

 

 "우린 가족이잖아요- 가족이 이렇게 서로를 미워할수가 있어요? 우리 오빠들도 이정돈 아니었어요

 

 이 정도로 서롤 미워하진 않았다구요! 아이는 우릴 피해 달아났어요.. 우리에게 이제 남은게 뭐죠?"

 

 

 

 맞는 말이였다. 나는 침묵하면서 천천히 고심하였다. 지금 지견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아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

 

 내 것을 나누어서 , 내가 죽고 나서 줄 양과 내가 지금 끌어당겨서 줄수 있는걸 생각하였다.

 

 

 지혁이를 버려둘 수 없었다... 아이는 날 원망할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도 날 이용하시나 할지도...

 

 하지만 오해였다.

 

  지견이의 야욕과 분노는 이미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 내가 말해도 닿지 않을것이 뻔한데

 

 이제 방어를 해 줄 때였다. 공평하게라도..... 아이는 내 재산따위 탐나지 않는다고 누차 이야기 하였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경영은 재능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게 맞다. 이 자리는 리더의 자리였다. 돈에만 휘둘리거나

 

 욕심이 있어도 그걸 내 보이지 않는 영리함은 꼭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설사 자애롭지 않더라도 자애로와 보여야 했다.

 

 

 

 지견이와 대화를 해 보아야 할까?..... 만약 얘기하지 않고 저지르면 어쩐 일이 일어날까.. 그것까지도 계산에 넣어야 했다...

 

 물론 다 줄수야 없지.. 하지만 지혁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게 너무 적었다... 이 상황에서 나나, 아내가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지견이가 얼마나 더 잔혹해 질까... 둘째를 그냥 놓아줄수 있을까-? 아니면... 아이가 방어를 벗어났으니..

 

 아이를 영원히 제 인생에서 내 기업에서 멀리 밀어 내 버릴까...

 

 

 

 한숨을 쉬었다... 이젠, 결단이 필요한 시기였다.

 

 

 

 

 -

 

 

 

 

 나는 어느새 경주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표를 낸건 내 생각이었지만-...

 

 

 작가님의 허락이 필요하긴 했었다. 작가님은 여전히 창 밖을 보고 계셨다. 작가님의 눈은 평화의 중심에 있었다.

 

 다만 다리는 전혀 다른걸 이야기하고 있었다.. 덜덜 떨리기도 경련이 난것처럼 뻣뻣해 보이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담요를 무릎에

 

 덮어드렸는데 작가님은 그럴때 마다 표정이 의아하면서도 살짝 소용없단 듯한 미소를 띄었다...

 

 

 내가 별나다는 듯이.. 이런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그렇게 놀라냐는 듯한 표정으로........

 

 

 작가님은 여전히 손 끝을 물어 뜯으신다. 피가 나야 멈추실 만큼- 여전히.. 이상한 버릇들은 작가님을 떠나지 않고서 꽉 잡고 있다.

 

 

 오죽했으면 내가 아예, 지금은 겨울이니 싶어서 가죽 장갑을 사 드렸다. 꽉 붙는 걸로

 

 그랬더니 이젠 입술을 물어 뜯으신다 불안이 조금만 스며도

 

 입술에도 피가 함께 스민다. 하지만 그걸 모르시는게 중요하다- 전혀-

 

 전혀 모르시는거 같다.... 어쩔때 보면 , 마치 껍데기만 여기 있는 사람처럼....

 

 

 

 한 밤에 주무셨다가도 깨어 나시는 일이 허다하다.

 

 

 소리에 예민하신건 알았지만- 자는 시간이 도무지 일정하시질 않다.

 

 그 마음에 뭘 품으셨는지 의중을 알수 없으니 선뜻 묻지도 못한다.

 

 

 어느날 밤엔가.. 나는 노트북으로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정리중이었는데...

 

 소리가 들렸다.

 

 옅은 울음소리 같았다.

 

 

 

 

 불 꺼진지 한참인 작가님의 방에서 낮게 우는 소리가 들렸던 밤 .. 차마 노크도 못하고 망설였다.

 

 초조해서 자는둥 마는둥 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뵌 작가님의 얼굴엔 그런적도 없다는 듯한

 

 무표정만이 묻어 있었다... 작가님도 이미 예전의 그분이 아니다-

 

 

 그때보다 더 허약해 지셨고- 더 애처로워 지셨고- 또 얼굴엔 더 이상 감정이 보이지 않는

 

 아주 아주 두터운 가면이 붙었다. 그러니 더 이상은 예측조차 쉽지 않았다....

 

 

 

 작가님은 창 밖을 보시다가 내가 머뭇대면서 근처에서 계속 기다리자 나를 흘긋 바라보셨다.

 

 할 말 있으면 하고 사라지라는 의미다- 그 얼굴에 그제야

 

 내가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저... 사표 낼까 합니다-"

 

 그 말에 작가님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말씀을 아주 오래- 아주 오래 안 하셨는데... 작가님은 3분쯤 뜸을 들이셨다...

 

 처음엔 문자로 말씀하시려는지 핸드폰을 드시다가 말이 길어질것 같으셨는지 결국 입을 여셨다.

 

 까끌거리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안경을 쓴 날카로워 보이는 얼굴과.. 그 밑의 가느다란 목에서 나오는 목소리..

 

 

 

 "안돼"

 

 

 

 "......"

 

 

 

 그 대답에서 나는 작가님이 어디에 사표를 내려고 하는지 말도 안했는데 알아차렸단 생각에

 

 작가님의 통찰력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으니 작가님은 어쩔수 없이 말을 이으셨다..

 

 

 "너희 부모님도 그렇고... 내 밑에 있어봤자- 넌 고생만 할거야.. 내가 예전에 니가 받던 만큼 월급은 충분히 줄수 있어-

 

 하지만, 이미 돈 문제가 아닌걸 너도 알고 있잖아....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아버지가 고용하신 거니까 그 밑에 있어- 그게 너한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꺼야...

 

 

 그래 니가 뭘 해주고 싶은지는 알겠고... 그 마음 고맙게 생각한다. 정말로-

 

 하지만 넌 젊어- 여기서 있을 이유가 없어.... 당장은 글도 안 쓸거고... 계약도 당장은 정리 된 상태이니까-

 

 

 니가 여기서 할 일은 없다고-..... "

 

 

 

 

 "작가님-"

 

 

 

 내 한숨섞인 목소리에 냉정한 대답이 되돌아 왔다.

 

 

 "나 이젠 작가도 아니야.. 글을 쓰지 않으니까-"

 

 

 작가님의 그 말이 왜 이렇게 맘이 아팠던지... - 작가님이 적어도 글에는 열정이 가득하시다고 믿었는데...

 

 이런 부분 까지 자신의 손으로 놓아 버리신단 말인가? 작가님을 지탱하는 크나 큰 것을 놓으신다고?

 

 글을 쓰기 위해 작가님은 때론 다른것들 모두를 포기 하셨으면서?

 

 

 그렇게 많은걸- 버리고 놓고 , 떠나셨으면서?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

 

 

 

 "너는 그냥, 서울로 돌아가.. 다 제자리로- 있을 곳으로- 돌아가는거야.... "

 

 

 

 작가님의 무심한 말에 나는 가슴이 찌릿거렸다...

 

 나는 생전 그런적이 없었던 불평과 섭섭한 마음이 작가님 앞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나도모르게-

 

 작가님과 나는 분명, 그저 일로 만난 사이였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작가님의 사랑을 , 작가님의 포기를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실의에 빠진 모습과 고통을 모두 목도한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수가 있단 말인지- 나는 섭섭함과 , 조금은 화가 났다...

 

 

 "작가님도 알고 계셨죠? 제가 순전히 작가님 전담 비서로 들어와 있는거.. 이제 제 자린 여기에요, 게다가..

 

 저 그 사이에 중간 중간에 말 전하는것도 다 알고 계셨잖아요-, 작가님이 직접 내게 말씀 하셨었잖아요..

 

 그런데 저 이제 그런것 하기 싫습니다.

 

 작가님의 마음 다 알면서, 그런거 다른 사람들에겐 전하고 싶지 않아요-

 

 작가님, 저 회장님 말씀 그대로에요- 작가님 사람이에요 이젠, 솔직히 처음엔 작가님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늘 트집을 잡고 작가님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날로 일상이 지옥이 되기가 너무도 쉬웠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제 그곳으론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작가님 도와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전엔 어쩔수 없어서 그랬지만 이제는 정말 작가님 사람이에요- 아시잖아요- 이런 일을 알면서 그냥 다른 일로 돌아갈순

 

 없습니다- 제가 별나서 그런것만은 아니란거 꼭 알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작가님이 얼마나 글에 공을 들이시고 정성을 들이셨는지 , 작가님 본인은 모르셔도 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안 쓰실수도 있죠 하지만, 곧 다시 쓰게 되실 거에요- 그렇게 될 겁니다- 전 작가님을 알고 있습니다.

 

 

 책 한권 한권이 어땠는지요-... 그 뒤로 이 집에 온 뒤로 작가님의 책을 다 읽었으니까요"

 

 

 

 그랬다.

 

 전엔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여기 와서 책을 한권씩 다 읽었다. 작가님이 방에만 계실때...

 

 중간 중간 문을 열어 작가님이 아직도 그 자리에 계신지 보고 , 티비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작가님의 책을 읽었다. 글의 대목대목이 슬펐다. 이런 감성을 가지셨단걸 좀 더 내가 일찍 알았더라면

 

 아니... 애초에 작가님을 나의 적으로 돌리고 회장님한테 미주알 고주알 전하는게 아니라 , 좀 더 도와드릴려고 생각을 했다면

 

 

 그리고 하민양과의 관계를 그저 , 지지부진한 인연의 끝으로 보지 않고 좀더 마음을 썼으면..

 

 하임씨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실수 있게, 마음을 더 썼으면....

 

 

 나는 하나 마나한 생각들을 했다..

 

 

 그러면서 맘을 정리했다. 부모님에게 상의도 했다. 지금 모시고 계신 분을 도와드리려면 불안하실거 알지만

 

 아무래도 회사에선 나와야 될 것 같다고, 부모님은 그래도 된다고- 마음을 따라가라고 말씀 해 주셨다.

 

 

 그 말이 감사했다. 아버지의 말씀은 한마디 뿐이셨다. ' 상사로 모실려면 , 인품, 성품-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사람인질 알아보고- 떠나지 말아야 겠단 생각이 들면 그쪽으로 매달리라고- 그런 사람이 인생의 귀인이라고-'

 

 

 물론 작가님의 인품과 성품은.... 본디 좀 까칠하셨지만... , 지금은 나에게 더할나위 없이 잘 해 주시니까.....

 

 

 또 겪어보니 이 분이 본래 매정한 분이 아니심을 알수 있었다. 투덜거리시면서 내게 마음을 좀 여신 후로는

 

 내 편의를 항상 생각해 주셨으니까..... 이런 배려는 원래 작가님처럼 귀하게 자란 사람에겐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이사를 보면 알수 있듯이... 작가님은 자신의 사람이다 싶은 사람에게는 언제나- 얼마간은 더 잘하려고

 

 애를 쓰시는 분이셨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나라고 승진을- 성공을 , 꿈꾸지 않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근 1년 사이에 겪었던 일 들로 나는 그런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음을.. 살아가면서 손에 쥐는 것 중에 그게 최고는 아님을 알았다.

 

 

 작가님은 다시 글을 쓰셔야 했다.

 

 

 그런 감동을 주는 작가가 난 이 세상에 몇명 없음을 믿으니까.. 작가들은 천성적으로

 

 가상의 세계를 세우는 편이지만- 작가님의 글은 너무나도 경험에서 나온게 많아 수필에 가까웠다..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작가님의 경험과 글은, 상상력이 적디 적은 나에게도 쉬이 다가오도록 배경이 아주 세세하게

 

 전해졌다. 정말로 작가님이 생각한 그대로 , 다른 독자들도 똑같은 환경에서 생각할수 있도록 세세한 설명이

 

 곁들어져 있었으니까... 그건 강압적인 설명이 아니라- 자연스레 스미는 , 말하자면 세트장처럼 그대로

 

 작가님 생각 그대로 , 그대로 창조한- 그 환경에서 이야기를 들을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은 언제나 두꺼웠지만-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읽는 내내..... 마음은 찌릿 찌릿 저렸다.

 

 

 아무도 , 남자인지 여자인지- 몇살인지도 모른다는 그 피오니를 아는 나는 알수 있었다.

 

 이건 완전한 픽션이 아니구나..

 

 

 그 정도쯤은 알수 있었다.

 

 

 작가님은 내 말에 잠시 가만히 다른곳을 보면서 말을 멈추었다가- 말을 이으셨다. 차분한 말투다

 

 목소린 예전같지 않지만- 말투는 여전하다. 간결하고 정 없이 들리는 , 깔끔한 어투...

 

 

 

 " 난 지금 , 걷지도 못하고-, 걷고 싶지도 않아- 솔직하게

 

 

  말도 하고싶지 않아-..... 말하자면 간병인이 필요한거지 다른게 아니라고-

 

 넌 비서잖아- 사무직이고- , 너 쓸데없이 고생안할 기횔 주는데, 왜 쓸데없이 고집을 부려-

 

 

 여긴 경주에서도 벗어난 곳이야- 너 왔다 갔다 하는거 피곤해 하는거 알고 있어- "

 

 

 

 

 "그러니까 왔다 갔다 하지 않도록 - 여기에서 작가님 모시게 해 주세요-"

 

 

 작가님이 그 말에 어이 없다는 듯 숨을 흘렸다.

 

 

 

 

 "너 진짜 왜 이러는 건데... 니가 무슨 소릴 하는건진, 알고 있는 거냐? "

 

 

 

 

 나는 그 말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cs그룹 비서로는 뭐 변변찮은 비서로 일하다 죽을 확률이 높지만 , 작가님 비서로 있으면 더 높은 직급에 더 많은 연봉받고 일할수 있을거 같아서요"

 

 

 그 말에 작가님이 날 안경 너머로 무슨 소리하냐는 듯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신다.

 

 

 

 

 "작가님은 지금은 아니셔도 또 글을 쓰실거에요-... 분명 계약이나 인세나, 모든 과정에서 제가 필요한건 아시잖아요?

 

 그러니 여기에 있고 싶어요- 작가님 인생에 이제 비서는 저 하나라는 말씀만 해 주시면 되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면접은 취직을 못해 며칠 밤을 새며 공부할떄도 겪어본적이 없는데... 나는 지금 창피할 정도로

 

 자기 어필을 하고 있었다- 내가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건 아시잖아요? 내가 뱉어놓고도 부끄러운 대사다.

 

 

 하지만 작가님은 별 다른 말을 하시지 않고

 

 나를 그저 쳐다보실 뿐이었다. 이해가 안간단 얼굴이었다...

 

 

 "너 진짜 사람 보는 눈 없다."

 

 

 

 매정하고 건조하고, 감정이라곤 안 묻은 목소리로 한마디 툭, 고집스런 얼굴로 날 외면하실 뿐이셨다.

 

 매정하게 돌리는 고개- 옆선은 어이 없을만큼 연약해 보인다.

 

 

 

 "글쎄요- 저는 이 선택이 , 나중에 인생을 돌아볼떄 후회하지 않을 선택 같은데요-"

 

 

 작가님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셨다... 아주 오래 , 아주 빤히-

 

 

 숨막히는 침묵이 우리 사이에 공백을 만들고- 나는 숨을 삼키고 한참을-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더니 툭 허락같은 말을 던지셨다.

 

 

 

 

 "......... 우선, 월급이야- 다른 인센티브는 인세 들어올때마다 쳐 줄게, 여기에 있어도 상관은 없어, 하지만 서울에 가도 상관 없어-

 

 여기 있을거면.... 말은 시키지 마- 이렇게 오래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내 목소리가 귀에 들리면 기분이 별로니까"

 

 

 작가님의 말은 가슴이 아리는 말이었다.. 왜 자신의 목소린데 그게 싫단 말씀이시지..?

 

 

 "쓸데없는 간섭- 그리고 간병인처럼 굴면 바로 cs로 돌아가는 거야... "

 

 

 냉정한 말이다- 내가 내심 간병인처럼 구는게 그 동안 불편하셨던 모양이다-

 

 그럴때마다 미간을 찌푸리시더니...... 사실 안 그럴려고 애 많이 썼는데도..

 

 

 

 "너 하나 자리 만드는건 나도 할수 있어 부탁도 드릴수 있고-..."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경영진에서도 작가님을 좋게 보는 사람이 꽤 있었으니까-

 

 게다가 앉아있는 다른 중역들 중에는 어린시절 삼촌처럼 여기고 큰 분들도 있는걸 나도 완전히 모르진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좀 쫄고 말았다.

 

 

 

 "그냥 너는 너 오고 싶을떄 여기있고 가고 싶을떈 가면 돼- 쉬는 날 만들어 일주일에 이틀- 매일 같은 요일로-

 

 그리고 우선 부모님한테 한번 다녀와- 너 오래 못간거 알고 있으니까- 간 김에 일주일쯤....있다 와- 오래 뵙고 오라고

 

 갈때 보너스 챙겨 줄 테니까 "

 

 

 

 자신은 효자가 아니면서... 이상하게도 그런걸 신경쓰고 계셨다 싶어 나는 작가님을 쳐다보았다..

 

 안경 너머의 눈에 뭔가가 돌아왔다가- 다시 허무하게 빠져나간다- 눈은 다시 공허해 져 있다... 그래도 이건 어쨌든 허락이다....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어차피 당장은 자리 비울수도 없는데 휴가라... 이미 지금이 휴가다 , 전처럼 바쁘게 일하지 않으니까..

 

 다른 일을 도와 주시는 분이 두분이나 계시니 다르게 바쁠 일도 없는데........

 

 

 작가님은 엉뚱한 말씀을 덧 붙이셨다. 전혀 웃지 않고 계시니 농담으로도 여기기 쉽지 않은 말을-

 

 전혀 농담이 아닌거 같다... 진심이신거 같다.

 

 

 

 "아버지한테 퇴직금 두둑히 받아서 나와- , 너 그만큼은 일 했으니까-

 

 꼭 다 받고 나와- 고생한 만큼- ...

 

 사표 내면서 다시 한번 내 쪽 건드리면 그때는 영원히 안 뵙는다는 내 의지도

 

 좀 얼마간 전해드려- 알아서 잘- "

 

 

 

 

 말이 끝났다는 듯- 작가님은 휠체어를 움직이신다. 자연스럽게 그리곤 뒤를 돌아 가시면서 내게 한마딜 남기신게 다였다.

 

 

 "잘 부탁한다. "

 

 

 그 말이 끝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 작가님에게 말을 전했다. 벌써 한참을 망설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이었다. 안할순 없는 말- 하고 싶지 않은데도, 전해야만 하는 말이었다.

 

 당일에 알았지만 알리지 않았던건... 작가님이 뛰어 갈수도 없는데 괜히 괴롭게 해 드리는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닿는다면 마음이 있다면 , 다르게 전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게 내 생각이었다..

 

 

 

 어디서나 그러듯 공항에 뛰어가 잡는... 우선 뛴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 그런 고루한 방법을

 

 

 작가님이 택하실리도 없거니와.. 둘의 이별에서 장애물이었던 것들은 아직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대로인데...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했다.. 차라리 아무런 연락도 없고 그대로 가 버려야

 

 마음이라도- 서로-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당일에 몰랐으니... 뛰어가지 않은.. 잡지 않은

 

 핑계라도 대기 수월해 질것 같았다고... 할까...

 

 나는 , 이젠 변명도 한발 앞서 생각하는 버릇이 붙어버렸다.

 

 

 

 

 "하임씨.... 일주일쯤 전에... 이탈리아로 떠나셨습니다-"

 

 

 손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던 휠체어가 딱 멈췄다. 작가님은 고개하나 까딱이지 않으셨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 멈추었다.

 

 

 길다 싶은 시간을 멈추었다, 우린 침묵을 지켰다....

 

 아무런 말도 , 대답도 없었다.....

 

 작가님은 한참 뒤에야... , 곧 다시 손을 움직이셔서 문 너머로 사라지셨다..

 

 그리곤 가볍게 문이 닫긴다.... 문 너머에선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금 작가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제 손으로 놓으셨으니.. 잘 되었다고 생각하실까?... 유난히 살이 빠져있던 하임씨의 슬픈 눈이 떠오른다.

 

 하임씨는 작가님을 잊으실수 있을까?

 

 작가님은 그러시지 못할것 같다... 하민씨 때 처럼- 심지어 이젠

 

 살아 숨쉬는 사람을 , 언제나 누군갈 기다렸듯- 그리 기다리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님의 끝 자락을 아직 꼭 잡고있는 하민양을 알기에

 

 나도 작가님을 이해할수 있다... 좋은 사람이고- 멋진 사람이니까..... 행복할 자격이 있다 생각 하신 것이겠지.....

 

 

 모를수가 없었다... 하지만 작가님이 그런 생각을 하신데는 분명히 계기가 있었다.. 하임씨한테 말 했을때 처럼

 

 작가님이 예민하셔서 알아 챈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임씨가 방심하고 계실때 뭔가 진실을 아신 것이다... ,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테라스일지도-

 

 집은 방음이 완벽했으니.... 어쩌면.. 그쪽으로 소리가 샜을까? 아니면... 우셔서 충혈된 눈 때문?

 

 

 작가님은 알아도 알아도 헷갈리는 분이니.... 나는 한숨을 내 쉬었다... 하임씨의 공항에서 찍힌

 

 흐릿한 , 핸드폰으로 전송된 사진을 보니.. 하임씨는 그떄 마지막으로 봤을 떄 보다 더 마르셨다...

 

 대체 이렇게 헤어지는게... 둘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지...

 

 

 작가님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하임씨에게는 가혹한 일임이 분명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사랑에는 명분이 많이 필요했다.......

 

 

 

 

 둘이 좋다고 해서 다 좋을수는 없었다. 작가님의 마음에 내려 앉은 미안함과 죄책감은

 

 평생, 어디론가 사라질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작가님은 아직도-

 

 

 납골당으로 흐드러지게 핀 작약을 매번 보내신다.... 그 꽃이 시들기도 전에 작가님은 또 꽃을 보내신다...

 

 

 아마 평생을 그러실것이다... 고집스럽게- 언제나 그랬듯이...

 

 

 

 

 -

 

 

 

 

 희영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이 지났지만 지견과의 사이는 다를바가 없었다.

 

 인격적으로도 , 스스로도 자신이 인간같지 않다는 생각만 짙어져 힘들었다.

 

 그러다 들려온 소식은 드디어- 좀 제대로 된 이야기였다.... 파티라면 지금 상황이 엉망이니

 

 우습고- 정찬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점잖은... 모임이랄까-, 회장님은 주기적으로 이런 걸 원래도 집에서 여셨다.

 

 예전에는 아들들의 생일마다.. 혹은 사모님의 생신이나 혹은 사업적인 성공을 거 둘때 마다 그런걸 하길 즐기신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그냥 자신의 생신도 건너 뛰고- 벌써 몇개월이나 지났기에 희영은 조급해 졌다... 하지만 사업 흑자가 나기 쉽지 않은

 

 이 시기에 - 그 장하민이란 여자의 집과도 원만한 해결이 그럭저럭 이루어 지고 , 신제품 개발에도 훌륭한 성과가 나자

 

 더는 미루기 쉽지 않아졌다... 그래서 희영은 결국- 이번엔 지견과 갈수 있게 되었다....

 

 

 

 

 "....."

 

 

 

 

 "니가 원한데로 결국엔 되는군- "

 

 

 

 싸늘한 한마디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웃음이 스스로도 비굴하고 비루하게 느껴졌다.... 난 죄책감과 슬픔, 자존심에 난 상처를

 

 요즈음의 지견과 있으면 언제나 한꺼번에 느끼곤 했다.

 

 

 

 

 지견은 지견 나름데로 심통이 나 있었다. 회장은 의중을 드러내지 않으며 주식을 조금씩 정리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뚝 떼어줄듯 말이다. 사모님 쪽의 동태도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건 아직도 주질 않았다는 거였다. 회장님의 은퇴 시기에 대해선

 

 말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전혀 지견쪽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가 없었다.

 

 지견도 조급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희영은 동생이 그렇게 되고 나서, 회사에서조차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지견 탓이라 생각했다..... 서운하지 않아도

 

 애처롭지 않아도- 그 모습을 보고 나니 희영은 한동안 악몽에 시달릴 만큼... 쉽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떨쳐내기가..

 

 눈을 감고 한잠이 들면 , 꼭 그 눈동자가 꿈에 스쳐 한밤중에 깨어난게 몇번인지...

 

 

  그 눈동자를 잊을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허망한 , 짙어서 무섭도록 깊은 눈동자와-... 그 눈에서 흘러내리는 여러줄기의 눈물...

 

 눈에서 그만큼의 눈물이 흐른단걸 믿기 힘들만큼 .. 눈에서는 정말 눈물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 얼굴에 잠이 꺠면 가슴이 짓눌리는듯 괴로웠다..... 그 남자를 조심스레 쫓는건 지견의 지시 떄문이 아니었다.

 

 자신의 죗값에 대한 ... 어떠한 보상심리였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족이나 다름없던 비서는

 

 

 그룹에 사표를 내 버리곤 그 밑으로 가 버렸다.

 

 뭘 하고 있는지는 알수 없었다... 사모님이 찾아가서 몇번의 애원 끝에

 

 다리 검사를 진행했다는 것과 재 수술 소견이 나왔는데.. 수술하지 않겠다고 한게 전부였다. 수술하지 않겠다니....

 

 불구여도 상관 없다는 듯한 , 그 태도... 사모님은 그 사이 마음 고생이 심해 자주 아프셨다.

 

 

 

 지견만 멀쩡했다

 

 그 많은 일들 중- 지견은 멀쩡하고도 독하게 자신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희영은 오늘은 빨간 옷을 입지 않았다. 얌전한 흰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 화장도 그렇게 했다. 우습지만

 

 사모님의 인정이 간절했으니까..... 조금이라도 유하게 보일수 있다면야... 뭐든 할 의지가 있었다.

 

 이번엔 사모님도- 참석하실 예정이었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말하자면 정찬에 가까웠다.

 

 

 중역들도- 특별한 성과를 낸 사원들도- 또, 중요한 계약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접이기도 했다.

 

 

 파티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것이야 그 남자 때문이리라..... 사모님이 한번만 더 찾아오시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 없는 이 상황에서 아무리 즐거우려고 해도 즐거울 수 없는게 사실이었다.

 

 

 남자는 침몰했다.

 

  그걸 벌인건 지견과 자신이란걸 희영은 모르지 않았고 하는 내내보다 지금이 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마음이 무겁디 무거워서 견딜수가 없어졌는데...... 지견은 점점 더 모자라는것 처럼 보였다.

 

 그가 원한데로 된건데.. 동생은 다신 행복하지 못할거 같았다.... 그걸 원했잖아.....

 

 

 돈만은 아니라고 당신도- 인정한거나 마찬가지였잖아... 파멸에서 더 원하는게 대체 뭐야?

 

 

 

 희영은 겉으론 전혀 티를 내지 않고 더 없이 냉정한 척 했지만- 지견을 볼 때마다 이젠 좀 무서웠다..

 

 한가지 정말 말도 안되는게... 아직도 자신은 지견을 사랑한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같은 처지, 뭔가 부족한

 

 사랑에 대한 어떤 약간의 동료애였을지도 몰랐지만.... 그 일을 겪으며 자신이 지견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를

 

 알았고.. 지금은 정말 그랬다.....

 

 

  막을수 있었으면 막아 줬어야 한다는 후회가 일어났다... 사모님의 말이 맞았다.

 

 그에겐..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였다. 나같이 그 일을 완벽히 도와 줄 사람이 아니라...

 

 하지만 벌써 지나 온 일,... 벌써 해 버린 일이었다... 그러니.... 이 사람 옆에서 이렇게 살수 있으면...

 

 이제 괜찮은거 아닐까........

 

 

 

 

 희영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지견의 본가에 가는건 처음이었다. 마음을 굳게 먹으려 애 썼다.

 

 

 

 사모님은 표독한 그 어떤 사람보다 무서웠다. 그건 우아함이 흐르는 자연스러운 기품 때문일지도

 

 아니면 정말 말씀대로 모든걸 다 가진 사람에게서 오는 약간의 피해의식 때문에 괜시리 내가 밀리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걸지도 몰랐지만.... 이제 모든게 평화다.... 혼자 중얼 중얼 스스로에게 세뇌할 뿐이다..

 

 그 평화가....... 누군가의 잔혹한 핏방울 위에 쓰여졌지... 라고 맘 속의 남은 조그마한 양심이 속삭였다....

 

 마음이 불편했다.... 하얀 옷을 차려 입었지만- 그 옷위에 피가 치덕치덕 발려 그 옷은

 

 빨간 옷처럼- 스스로에게 느껴졌다... 침을 꿀꺽 삼키고- 작은 양심의 소리를

 

 애써- 짙은 향수로 덮어버린다. 그 양심이

 

 자신을 쫓아오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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