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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생각 , 결정 그리고 위험한 시간
작성일 : 17-07-27 22:35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1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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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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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영은 집으로 돌아와서 ,

 

 

 

 

 회사에도 휴가를 내고 그저 멍하니 , 있었다.

 

 

 

 휴가는 모아뒀던 연차나 월차들을 모으기만 해도 상당했다. 그걸 지금 쓴다는 것만으로도 회사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이미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사와 내 사이가 틀어졌음을 눈치 채고 있는것이다...

 

 

 쉴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 앞에서.. 더 이상 표정관리를 할 자신도 없고- 그것보다 우선적으로는 열의가 싹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조금 슬프게 떠올린다- 내가 지금 회사에 없다는 걸, 지견이 알까? 알지도- 하지만 그게 신경 쓰였다면 내게 전활 했겠지만

 

 

 

 전화기는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는 알았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걸- 그래서 이제 나는

 

 그에게 버려지는 사람이 되었다.

 

 

 

 

 쓰고 버린 티슈를 다시 주워서 쓰는 사람은 없다. 나는 이미 그에게는 쓰레기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스스로를 그리 독하게 생각하고도 속이 쓰려서 , 나는 스스로를 견디기조차 힘들어 온다-

 

 

 

 

 사랑이 자신을 지켜주겠지- 내가 비밀에 대해서 결국 입을 다물겠지

 

 그리 생각할 것이다... 아니, 그는 그 정도로 순진하진 않다...

 

 

 아니면 이미 날 걷어내려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알수가 없다.

 

 

 하물며, 나 조차도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

 

 

 

 

 

 처음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마시고 마시고- 술만 마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술병을 안고 앉아서- 결국 내가 원한게 무엇이었나를 스스로 깨우치면서 , 지금 내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절망을 혼자 삼켰다... 삼킬수 없을때 뱉어서 그게 어떠한 절망인지도 확인하곤 했다.

 

 

 울기도 웃기도.... 쓸쓸해서 견딜수가 없어 지견의 전화번호를 누를뻔도 했다.

 

 하지만 누르지 못했다.

 

 

 

 미친 사람처럼, 손 닿고 사용한 것들을... 온집을 뒤지어 , 그의 물건들을 찾아보았다.

 

 

 

 

 

 그와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건만 , 이 집에 지견의 물건이라고 남은 것은 넥타이 두개와

 

 셔츠 한장, 술 한병이 다였다.

 

 

 

 나는 그에대해 모르는게 많았다.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도-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이 좋은지 따위 모른다.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것만 모르는게 아니다- 지나온 시간이나 그의 일상적인 생각의 방향도 모른다. 그의 첫사랑도

 

 그의 취미도- 그가 즐거워 하는거나 좋아하는 것들의 기억도.... 전혀 모른다..

 

 

 그러고 돌아보니 내가 그를 안다고, 그리 이야기 할수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사랑은 아주 쉽게

 

 내가 인정하자 마음에서 흐르듯 방을 가득 채웠다.

 

 

 그제야, 무게를 입어 내 가슴을 죽어라 짓눌렀다.

 

 

 

 

 

 누가 사랑엔 이유가 없다고 했던가... 지견은 차갑고 냉정하고- 못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불안을 그의 슬픔을 , 그냥 몰랐다면 좋았을 것들만 잔뜩 알고 말았다.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뭘 품고 살아왔는지는 하나도 모르는데...

 

 

 그 사람의 아픈 점만, 나는 그것만 알았다...

 

 

 

 

 내게 왜 그런 모습을 보였을까..

 

 

 

 

 그건 그의 말대로 '실수' 였을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니 다 사랑하고 말았다. 부분으로 마음을 나눌수 있다면 좋았을까..

 

 나는 원래도 혼자였고 , 심지어 이제는 독한 마음까지도- 날 지탱하던 그 마음까지도 가 버리고 말았다.

 

 

 

 

 

 두번째 날- 나는 숙취에 다 토해내버리고는 멍하니 화장실에 앉아 그 창으로 드는 좁은 빛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지나온 날 동안, 삶 동안... 나는 연애다운 연애를 해 본적도 없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지견과 나는 데이트도 한 적 없다.

 

 그는 자의로 내게 선물도 한적 없다, 성과에 대한 결과로 내게 고르라고 이야기했지

 

 자신이 나를 생각하면서 고른 선물... 단 한번도 준적이 없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해 봤자 소용없다. 난 알고 있었다.

 

 

 지견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쯤-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바랐다. 내가 그리 내 맘을 드러내면..

 

 

 적어도 , 자신도 내게 흔들렸다고 이야기 라도 해 주길- 그 남자가 내게 그랬다. 자신에게는 사랑이라는 게

 

 

 없다고..... 나는 그럴수 없다고 이젠 생각한다.. 나도 전엔 그랬는데 , 이제는 안되는구나...

 

 

 

 

 

 남의 사랑을 찢어놔서 그런 걸까....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굴었다고 내 것을 빼앗긴 거라면..

 

 

 

 대체 , 내 다른 것들을 빼앗아 간 이유들은 뭘까.. 비단 사랑만이 아니었잖아.. 나는 없는게 너무나 많았으니까..

 

 

 

 나는 눈을 감고 혼자서 생각한다. 내가 더 할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내가 그의 사랑을 못 받으면서 그냥 , 이렇게 살아갈수 있을까? 필요하다고 생각하자 그것이 없이

 

 

 살수 있을지 그것조차도 모르겠다....

 

 

 

 그를 신고할수도 없다. 그의 울음이 떠오른다.. 차라리 그 사람을 죽여 달라고 내게

 

 말하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 말에 너무나도 고민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래, 지견의 말 대로다

 

 

 '왜? 인간같지도 않다 그런 생각들어?' 그리 묻던 지견의 독기 서린 눈매를 떠올리고

 

 나는 속으로만 대답한다.. 부정한건- 그 독이 묻어 타는 것 같이 괴로운건 당신이 아니라.... 나인거 같아.

 

 

 

 

 나는 내가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아주 많은걸 버렸다. 친구들을 사귄 적도 제대로 없었다.

 

 그 당시엔 나도 소녀였다. 왜 그런 생각 안 했겠는가... 애들이 삶의 격차로 나를 깔보는게 싫었다. 공부로 눌러 준다고 생각하면서

 

 공부를 죽어라 했다. 그러면서 친구도 하나 없이 , 나는 대학에 들어왔다...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장학생으로 살아야 했다. 장학금은 선택이 아니라 내게는 필수였다..

 

 그랬기에 죽어라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니 그 흔한 멋 하나 못부리고 그리 , 생활이라는 것에잡혀 살았다..... 그러다 입사, 그리고 만난 지견.....

 

 

 

 

 

 지견을 도왔다.

 

 

 

 지견이 원하는 건 뭐든 해 줬다... 처음에 눈 마주치던 순간... 그때 그에게 반한건 아니었다.

 

 그의 눈은 차가웠다... 기본적으로 날 흥미로워 하는것 같았지... 나를 좋아하는 시선은 아니었음을 안다..

 

 

 알면서... 그건 호감이 아니었다는 것을 ,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는데...

 

 

 나는 내 가슴을 치면서 울었다..... 이런 문제에 당면한 적은 없었기에... 마음속의 가득하던 악이 , 불기가 사라졌음을

 

 알았다.

 

 

 

 

 나는 악에 씌워진 껍데기같이 살아왔기에 악이 날아가 버리자 텅빈 껍데기가 남았다..

 

 

 그냥 껍질에 불과했다... 나는 내 자신이 단단하다 믿어왔기에.. 이토록 절망하는 나를 구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전엔 이런 절망에서 독으로 기어나왔는데...

 

 

 독이 사라지고 나니...

 

 

 뭘로 나를 구제해야 할지 나조차 몰랐다.. 나는 멍하니 몇분씩 서 있고, 울고, 서 있다가 절망하고..

 

 서 있고..... 좀체 앉아 있을수 조차 없었다.....

 

 

 

 

 

 

 

 울음은 그치고 나자

 

 

 나는 그저 미련이 사라졌다.... 그를 위해 내가 해 줄수 있는건 뭔지....

 

 

 

 

 

 내가 남겨줄수 있는건 뭔지 혼자만 생각한다.... 그 남자? 그 남자를 미워해서 차라리 내가 없애 줄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남자의 눈이 기억난다 , 믿을수 없이 울던 그 모습...

 

 

 

 

 

 그것 때문에 내가 , 지견을 사랑하고 있음을 통감하게 된건 아닐까- 스스로를 되 짚었다....

 

 

 

 그 눈은 내게 정의 이상의 것을 물었다. 내 존재 이유와 내가 열의를 다해 살아온 이유를 물었다.

 

 

 

 그는 몰랐겠지만

 

 정말 복수다. 내게는 너무나도 충분한 복수...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나는 그것때문에 절망했다.... 그것때문에, 더 크게 알았다.

 

 

 내 안의 마음의 본질을....

 

 

 

 

 

 

 나는 끝내는 실 없이 웃다, 울다. 웅크린채 타일 바닥에 드러난 내 발을 보고 , 깡마른 발 위에 올라 앉은 추하게 벗겨진 페디큐어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 모습이 초라한 신세로 남은 나를 대변하는 듯 해서 나는 결국엔 시선을 돌린다.

 

 

 

 

 

 나는 세번째 날 내내 웅크리고 생각했다.

 

 

 

 

 빛이 드는지, 아니면 내 커튼이 너무 무거워 빛이 차마 나까지는 닿지 못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내가 품은 마음을 되 짚어 보았다. 혼자서 오래 생각해도 결론따위 나지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지낼수도 없었다.

 

 

 평생 피하면서?

 

 

 

 

 지견은 나를 잘라낼 시기를 고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에게 나를 너무나 많이 보였다. 그래선 안 됬는데

 

 그랬다... 나는 망설이고 망설였지만... 오히려 그 동생에게 가 보고 싶었다...

 

 

 

 우습게도,

 

 

 

 가장 순수하게 , 원하는 건 - 묻고싶다- 가장 기본적으로- 그 남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정의하는 사랑이란건 무엇이었기에 그리도 슬피 울었느냐고 물어 보고 싶었다...

 

 

 

 

 

 만약 내가 한 일을 알게되면 그가 뭐라고 할까..... 나는 궁금했다. 내가 예상한데로 내 목이라도 조를까..?

 

 그 남자는 아직도 못 걷고 있다.... 수술할수 있으면서 안 하는것이다. 그것은 포기일까?

 

 

 

 

 

 나같은? 그냥 자신에 대한 것들을 포기해버리는 걸까?

 

 

 

 

 

 여러가지 궁금증들이 일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순진하지는 못하구나 싶어

 

 마음이 씁쓸했다... 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도망이라도 쳐야 할 지도- 지견이라면

 

 

 

 

 내가 외국으로 다 그만 두고 가버린다면 부러 쫓아와서 나를 걷어내려곤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를 위협하지 않겠단 약속은 받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떠나고 싶지 않다.

 

 

 

 그저 그에게 평범한 스쳐간 , 그가 말한

 

 이용하기 좋은 여자가 아니라... 집어 뜯어... 할퀸 상처라도 좋으니 그에게 기억되고 싶을 뿐이다.

 

 

 

 

 

 좋은 기억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기억되는 존재이고 싶은 마음, 그 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생각이었다... 뭐라도 좋으니까..... 그에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

 

 

 나는 내 스스로가 싫어서 , 자꾸만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화장실에 세면대 앞에 주저 앉아서- 예전 방보다 훨씬 넓은데도 싸늘하기가 그지 없는 타일의 감촉에

 

 몸서리 친다. 이 집은 , 따뜻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가슴까지 다 시려온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묻고 싶었다.

 

 

 

 사랑이라는 게 대체 뭔지- 그를 그토록 바닥까지 치게 만드는 감정이

 

 사랑이라면... 그게 나의 사랑과는 얼마나 달라서 그토록 애절한지 그토록 아름다운지...

 

 내 사랑도 사랑은 사랑인데.. 뭐가 이렇게 악독하기만 한 감정으로 내게 남은건지... 그런 일들을 묻고 싶었다...

 

 

 

 넷째 날이 밝아오고...

 

 

 

 나는 아주 오랫만에 화장대에 앉아... 떨리어 오는 손으로 화장을 했다... 그리고

 

 장하민의 당일 cctv를 떼어 간 사람이 누군지 알아낸 사람과 통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그게

 

 강진환인걸 확인했다고 내게 말했다.....

 

 

 

 

  강진환-... 나는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그게 강비서임을

 

 알았다. 나는 많은것이 무뎌져 단순한것을 오래 생각해야 깨달을 만큼 어리석어져 있었다.

 

 

 나는 그 남자는 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 싶어 이빨을 까드득 물었다... 그렇다면 그를 제압해야 하면....

 

 

 좀 힘들어 질것 같다. 그는 사지가 멀쩡하니까... 그러면 또 누가 끼여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을 빼고-.. 나혼자? 뒤집어 써야 하는건가.....

 

 겁 안나,

 

 

 

 

 나는 그리 생각했다.

 

 

 

 

 

 

 정말- 그 남자도 변했다. 처음에는 실수 투성이에다 헐렁하기가 말도 못하는 남자였던걸 기억한다.

 

 회사에서 마주치길 몇번이었고 그때마다 , 남자는 나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저 봤을 뿐이다.

 

 하지만 남자는 많이 달라졌다... 나는 조심스레 생각했다.. 강진환이 알았을까? -

 

 

 cctv의 중앙 전원을 내렸기에 화면 변동 없이 2분- 딱 2분이 비었을 것이다. 전문가가 확언해주지 않아도 2분은 어떻게 설명이 안된다는걸

 

 희영도 알고 있었다.... 그 사이를 채울려면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부러 그러지 않은것은...

 

 

 

 

 .... 설마 그런걸 확인할 거라고는 생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식물인간'이고- 죽을날 받아 놓은 사람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그리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 마른 입술을 쓸었다... 그때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린 동생들이 있다고 했다.

 

 아픈 어머니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떠올랐다. 내 동생.... 내 마지막 가족..... 동생이 떠올랐다.... 요즘처럼 동생 생각을 자주 한적이 있었던가..

 

 

 

 동생의 열에 달뜬 손의 온도가 생각난다. 무섭도록 따뜻했다. 그 온도는 그 아이가 죽고 나서도 한참을 기억하게 할 만큼

 

 무서운 온도였다.

 

 

 

 동생이 죽었을때,

 

 

 나는 잠시나마 기대했다... 이야기가 돌아 듣고 ,듣고서라도 엄마가 오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

 

 당연히 죽었다는 것도 몰랐을 텐데... 그따위 기대를 한 자신도 환멸스러워 졌었지만...

 

 동생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기다렸다.

 

 

 그 남자도 나같은 상황인 것이다. 지견은 아마 이 사실이 밝혀 지는 순간 어쨌든 간에 회장님의 도움을 받을 테고

 

 

 기껏해야 보석금이나 내고 말 확률이 높았다.

 

 

 

 왜냐하면 실력 있는 변호사들은 주로 약한 사람들의 탓으로 돌릴 것이니까...

 

 그렇다면 우선 순위는 죄의 순대로 나일테고- 다음 순위는 그 남자일 것이다.

 

 

 

 

  다 잃을 것이다. 아픈 어머니도 잃고

 

 동생 둘도 잃고- 감옥엔 무조건 갈 테고- 그대로 몇년을 거기서 살 수도 있겠지... 장하민의 집이라고 가만히 두겠는가?

 

 

 그쪽의 개인적인 복수도 무시할수 없을 것이다......

 

 

 

 

 

 

 예전 , 어리던 동생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그 애는 내 손을 지독하게도 따뜻하게... 매번 잡았다.

 

 그럴만큼 사랑받고 크지도 않았는데.. 그 애는 나와 달라 참으로 구김살이란게 없었다.

 

 

 

 매번 '누나' '누나' 하며 투정한번 부리지 않고 나를 사랑해 주었다. 그 사람도 그게 두려워 거기에 발길을 끊으랬던 내 말을

 

 안 들은 것이겠지.. 가족을 생각하니까 조마조마 했을 것이다.... 제 앞의 위험보다도 , 가진 행복이 너무 중해서

 

 잃고 싶지 않아졌을 것이다.

 

 

 

 내가 동생이랑 내 입에 풀칠 시키겠다고 알바를 몇개나 하고- 중고등학생이면서

 

 가리는 거 없이- 닥치는 대로 , 할수 있는 건 다 했듯이... 아마... 앞뒤를 가릴만큼 뒷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겠지....

 

 

 

 희영은 처음으로 '남의 상황' 을 생각했다. 동생처럼- 약하디 약하고 순하디 순해-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했던 아버지나 동생처럼- 남을 생각했다..... 내가 다 책임지고

 

 

 내가 다 , 짊어지면-.... 그리고 나만 사라지면...... 다른 사람들은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숨이 얕아져 답답해 견딜수가 없다..

 

 

 

 

 

 

 

 그럴려면 , 일단 지견의 말이 필요했다. 내게도 용기가 필요했다.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따뜻한 말 한마디면 좋다- 그정도면 나는 그의 죄도 , 내가 그 남자의 죄가

 

 내것과 닮아 다 짊어질 결심을 했듯이-

 

 

 그가 그리만 이야기 한다면 나는 이 사람의 증거를 바로 바스러뜨리고

 

 컴퓨터 안 에서도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딱 한번이라도- 그것이 거짓이라도 좋으니까.... 그렇게 말 해줬으면 했다.....

 

 사랑앞에 무서울게 없다는 , 그런 용기라도 필요했다... 만나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생에 다시 없을 사랑, 한번도 안했던 신파였다... 말도 안된다 생각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지견이 해달라고만 하면... 할 텐데... usb따위 다 버리고 내 죄라고 말하고

 

 

 

 나는 그대로 내가 다 책임지고 ..... 그리 당신의 죄를 내가 다 가지고 갈 텐데-

 

 

 

 

 

 

 정말 마지막이야.. 이게 마지막이야... 이게 정말 내가 주는 나에대한 마지막이야....

 

 나에게,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 그런게 세상에 존재 한다는 것 조차 나는 우스웠지만..

 

 

 

 떨리는 손으로 전화길 집어 들었다..

 

 

 

 

 

 희영은 몇번이나 망설이다가 ,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처음엔 음성 메세지로 넘어갔다.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제는 내 전화도 받지 않는구나 싶어서 슬퍼졌지만

 

 전화를 또 걸었다. 알고 싶었다. 아니- 목소릴 듣고 싶었다.

 

 

 낮은 신호음 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는 심장을 조여온다... 꽈악- 누군가의 손에 쥐여지기라도 하는듯이..

 

 

 

 그리웠다.

 

 

 

 사랑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렇게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은 처음이라서

 

 정말 처음이라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저 ... 듣고 싶었다...

 

 

 그의 목소리가...

 

 

 

 

 그때 전화를 누군가 받았다. 희영은 입을 떼려고 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

 

 

 

 

 젊고 발랄하게 들리우는 목소리였다.

 

 

 사고가 멎었다,

 

 

 

 

 

 

 

 누구야? 라고 묻는 듯한 지견의 목소리가 너머에서 들렸다. 여자가 대답했다. "김희영? 이네- 전화에 그렇게 뜨는데?"

 

 

 그러자 지견의 목소리가 말했다.

 

 

 "끊어"

 

 

 

 심지어는 , 그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전화는 이내 끊어졌다.....

 

 

 .........

 

 

 

 

 서서 , 그 자리에 서서 얼마나 전화를 들고 있었을까..... 마음속에 끓고 있는건 , 질투 라기보다

 

 속상함에 가까웠다...

 

 내 인생에 단 한번의 일탈이었다- 목표가 사람이었던 적은 없다. 자리였고

 

 능력이었고- 언제나 돈이나 물질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게- 누군가와 , 이 남자의 동생이 품었던거 같은

 

 사랑을 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게 부럽고 그게 갖고 싶었는데... 가질수 없다는걸 알고서야

 

 

 

 그러고서야 ,

 

 

 

 

 희영은 자신이 울고 있음을 깨닫고는 눈물을 훔쳤다. 지금 당장 내가 만약 사표라도 내면-

 

 지견은 그야말로 이제 의심하겠지- .. 이제는 어떤 의미에서 돌이킬수 없다....

 

 

 

 

 어쩌면 벌써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지견은 의외의 곳에서

 

 겁이 없는 남자였다... 나는 연고따위 없는 사람이니까- 나를 없애서라도 불씨를 걷어버리고자 할수도 있다.

 

 

 

 

 만약 , 회장님이 그날 - 그가 예상한데로 그저 다 넘겨주셨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

 

 

 

 

 아니 달랐을까?.....

 

 

 

 적어도 그의 옆자리에 '있을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사랑해주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늘 질투에 사로잡혀 이성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요행이 일어나 그의 부인이 되었더라도

 

 똑같았을 것이다. 그는 줄곧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 내게 하나도 미안해 하지도 않았겠지...

 

 사랑은 결국, 가질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짝사랑이었을 것이다.

 

 결국 외사랑으로 남았을 것이다.

 

 

 

 

 신은 나를 , 아주 여러번 버렸지만- 내가 인간으로써 마지막 신의를 버리는 순간- 정말 나를 버렸구나 싶어서

 

 나는 허탈감에 웃음이 났다.

 

 

 

 뜨거워졌던 머리가 식었다... 마음이 절절 끓어오르자- 머리는 식었다. 직접-, 처리해 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 안고 가 버리자- 내 인생 마지막 일탈- , 마지막 배신이었다... 희영은 예전의 자신이 너무나 그리웠다.

 

 

 

 

 예전의 자신

 

 

 

 

 

 

 냉정하던- 이성적이던-,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던- 갖고 싶던건 가지던 그런 자신이....그리워졌다.

 

 

 

 포기다.

 

 

 지견이 자신을 걷어내기 전에-영원히 자신을 잊지 못하게 스스로 물러나기로 자신은 결심을 굳혔다.

 

 

 어떻게든 잘 살고 싶었다.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서 보니 이게 뭐가 잘 산단 건지 모르겠다.

 

 자신의 손에 잡히는 사랑은 하나도 없다. 사랑을 구축하고 살아야 할 시간에 아무것도 자신은 하지 않았다.

 

 남은건 하나의 마음 뿐,

 

 

 나쁜 놈,

 

 

 여자없이 단 하루도 못 버티는 건가?

 

 

 유치한 생각을 하고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하물며, 심지어 지견은 자신과 사귄적도 없다. 자신과 만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여잘 갈아치우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 마음에 질투조차 쉬이 할수 없었던 입장이 자신이다.... 희영은 늦게 깨달은게 오히려 후회스럽다.

 

 

 처음부터 사랑이었으면- 처음부터 욕심이 아니라 사랑이었으면 , 차라리.... 이렇게 미워하면서

 

 내가 나를 정리하는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복수심보다는 , 참회가 하고 싶었다... 세상따위 미련 없지만..... 돈으로 그 일을 할수밖에 없었던... 그 동생을 지키고파 하는 사람을 논 외로 치고-

 

 희영의 마음속의 의중은 스스로만 알고 있다. 세면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희영은 한참을 편지를 썼다. 몇장 쯤- 봉투에 넣어서 봉하고는 화장대 서랍에 넣는다-

 

 

 편지가 발견될 그 순간이 , 막연히 두려워졌다.. 그 마지막 편지 조차도

 

 거짓인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담겨 있기에...

 

 

 

 

 

 시간을 들여 한참을 화장한다. 하다가 울어 다시 고쳐낸다. 거울앞의 내 모습을 새기듯

 

 꼼꼼하게 얼굴을 덮어 내 본다.

 

 

 

 가장 좋아하는 립스틱을 바르고-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귀걸이와

 

 목걸이를 건다. 가장 비싼 구두를 신고-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는다- 한참을 머리를 공들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usb를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전활 건다. 어떤 남자가 받는다.

 

 

 

 

 

 

 "생각보다 빠르네요- ... 내일입니다. "

 

 

 

 "......"

 

 

 

 "하루 정도인거 같네요- 그런 일이 사고 후엔 없었다는데.... "

 

 

 하늘도 날 도울 모양이다... 이런 일에서만 나를 돕는구나 싶어 나는 씩 웃었다.

 

 

 

 

 

 "돈은 바로 보낼께요.."

 

 

 

 

 

 희영은 전화를 끊고 집을 정돈한다. 그리곤 나선다. 나서기 전에 집을 돌아본다.

 

 

 적막한 집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희영은 집을 돌아본다... 여기로 늘 돌아왔지만

 

 여기는 집이 아니었다.... 가족 하나 없는- , 언제나 적막한 .....

 

 소리하나 없는 .... 그런 곳이었다...

 

 

 

 

 

 나는 집 없는 애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희영은 문을 닫았다.

 

 

 적막만이 집에 남았다.

 

 

 

 

 

 

 

 -

 

 

 

 

 "괜찮아, 다녀 와- "

 

 

 

 

 "정말요?...."

 

 

 

 

 강비서는 마지막 까지도 실갱이를 했다.. 그는 오늘이라도 가지 않아야 되는거 아니냐고 물었다.

 

 

 

 

 왜냐하면 아주머니와 아저씨도 집을 비우시는걸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조카의 결혼식이라 경주에 간다고 하셨다.

 

 그래봤자 차로 30분 거리인데- 아주머니는 걱정하셨다.. 미안해 하시는 듯한 모습에 나는 맘이 콱 아렸다..

 

 

 

 왜 여기에 잡혀 게셔야 된단 말인가... 나 때문에? , 또 아무래도 아저씨가 술을 한잔 하실거 같은데

 

 이곳까지 오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 그래서 술을 한잔 하고 운전하기엔 좀 위험한 길이기도 했다.

 

 

 그러면 주무시고 오시라고- 나는 그리 말씀 드렸다. 그걸 알자 강비서는 부모님한테 그날 가겠다고 연락까지 해 놓고도

 

 취소하려고 했다.. 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나는 2살이나 1살짜리 애가 아닌데... 내 곁에서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 고마우면서도- 내 자신은 무척이나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일상적으로 대답했다.. 높낮이를 신경쓰면서.... 아무리 화가 나도.... 강비서가 얼마만에 가는 집인데

 

 이 두분이 얼마만에 하는 외출인데... 더 이상은 견딜수가 없었다...

 

 

 나는 , 그를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됐어- 정말로- .... 비는 날 딱 하루야- 너 부모님한테 간다고 했잖아? 음식 준비해서 너 언제오나 기다리실 텐데...

 

 아주머니 아저씨 내외도 오늘 딱 그럴줄은 모르셨다잖아..... 날이 맞물리는거 확인 못했지만.. 하루야- 하루...

 

 아무런 일도 안 벌일테니까 다녀 와-, 아무 일도 없을거야..."

 

 

 

 

 

 "그치만 작가님... 요즘 이 동네에 펜션 지어본답시고- 거의 다 사유지인 이 땅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도 있고...

 

 

 영 찝찝해요.."

 

 

 

 

 

 최근엔 이 주변까지고 간혹 사람들이 들어오는 일이 꽤 잦아졌다... 왜인지는 알수 없었다. 개 중에는 문을 두드리는 이도

 

 이 집이 무슨 용도인지 알고파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주기적으로 식재료를 배달하는 트럭이나 소포를 가져다 주는

 

 사람말곤 찾는 이도 없을 만큼 그리 외 진곳이었는데... 가끔은 왔다. 그런 사람들이..

 

 

 

 

 

 "여기 니 말대로 사유지니까-.. 그럴 일 없어- 그 사람이 강도도 아니고-... 원래 그런 사람들은 경주에 많았어.."

 

 

 나는 그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작가님-!"

 

 

 

 

 강비서는 최근 들어서 조금 이상했다. 필요 이상으로 내 옆을 떠나지 않으려 애를 쓰고

 

 긴장한 티가 좀 났다. 왜 그런지 알수가 없었다.

 

 

 

  오히려 내 상태는 더 괜찮아 졌는데... 그는 최근 , 해제없이 현관문을 열면 , 알람이 울리는

 

 경보업체까지 고용했다. 어차피 먼 곳이라 출동이든 뭐든 해도 한참이 걸릴 텐데.. 강비서는 집 안에 미술품이 많아

 

 그렇다고 했지만 , 그런 이유라고 하기엔 좀 이상했다..... 가치를 모르는 자는 훔쳐보았자 가져다 팔기도 어려운데...

 

 

 

 

 어쨌든 , 뭐, 내게는 상관 없는 일이긴 했다.

 

 

 

 

 "괜찮다고 몇번을 말해...... 아저씨 아주머니한테 티나 내지 마- 저분들 나만 여기 없었으면 한없이 편하셨을 분들이야, 알잖아?

 

 매일,벌써 2년 가까이야.. 아침 저녁으로 나때문에 고생하셨잖아.... "

 

 

 

 내가 안경을 쓰면서 대답하자 강비서는 그제야 좀 미적거리며 생각을 다시 해 보는거 같다..

 

 

 

 "사실 서울 가긴 가야 하는데...."

 

 

 

 그는 혼자 중얼거린다. 나는 왠지 이상해서 물었다.

 

 

 

 "왜?"

 

 

 

 내 물음에 그는 별일 아니란 듯이 싱긋 웃었다.

 

 "...아... 뭐 부탁해 놓은게 있어서요..."

 

 

 강비서는 좀 뭔갈 숨기는거 같다... 나는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묻는다

 

 

 

 "왜? 어머니가 또 뭐 부탁하셔?"

 

 

 "아뇨- 아뇨- 그런거 아니에요 , 그냥 제 일이요-"

 

 

 

 

 "........"

 

 

 나는 잠시 그를 지켜보다가 시선을 내린다. 그 라고 왜 개인적이 일이 없겠는가.. 자신만 알고 싶은 일이

 

 있을수도 있지.. 뭐..

 

 

 

 

 

 "어서 갔다 와- 아저씨 아주머니 딱 하루셔- 너야 니가 부득부득 우겨서 한 4박 5일 하면 되겠구만 2박 3일로 줄였잖아...

 

 

 

 괜찮으니까 나가- 한번 더 이야기하게 하면 인내심 바닥이야... 그만 말시켜-"

 

 

 

 

 

 내가 톡 얄밉게 말을 쏘자 그제야 그는 나를 기죽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제야 가겠지 싶어 나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

 

 

 강비서는 불안했다... 아무리 경호회사가 있다지만- 여기는 그런 사람들 출동해도 한참이 걸리는 그런 곳이었다.

 

 나는 이 불안감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설사 하민씨를 이사가 해코지 한게 확실하다고 해도 이제와서 작가님을

 

 건드릴 이유는 없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재산을 자신 명의로 돌리려면 적어도... 작가님은

 

 살아 계셔야 쉬워지니까... , 잔인한 일이지만 그게 사실이니까 ..

 

 

 

 

 그럼에도 마음의 불안감은 왠지 , 이게 위험한 일임을 뜨끔 뜨끔 신호를 주었다.

 

 

 

 날짜를 제대로 잡을걸.... 설마 이때 조카 결혼식이 있으시리라곤 생각 못했다. 확인 해 보고 부모님한테 전활 드렸어야 하는건데..

 

 

 부모님은 너무 좋아하셨다.. 그도 그런것이... 정말, 정말로 오랫만에 집에 가는거였다.. 어머니는 뭐 먹고 싶으냐 먼저 물으셨고

 

 아버지는 옆에서 물으시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 마중나가 있어야 되는거 아니냐고- 며칠 있다가 가냐고..

 

 

 

 아버지는 늘 무뚝뚝하신 분이었는데... 옆에서 그런 소리까지 들리는게 날 좀 찡하게 했다.. 작가님은 필요 없다고

 

 거듭 말씀 드렸는데도 언제 준비하신 건지 선물세트들을 가득 주문하셔서는 차에 싣고 가라고

 

 말까지 따로 언질해 주셨다.

 

 

 어머니 용으로 준비하신 화장품 세트를 보고서 나는 좀 웃었다. 어머니는 스킨 로션만 바르시는데..

 

 작가님은 그런 것 까진 예상 못하신건지 비싼 5종 세트를 포장해서 주셨으니까..... 그런 다정함이 내 맘을 찡하게 했다...

 

 그리고 , 그 사이엔 연락 자주 하지 말고 가족들에게 집중하라고 잔소리까지 곁들이셨다..

 

 

 

 

 

 서울은 문제의 2분 때문에 가는 거였다.

 

 

 

 그 사람이 이상한 이 끊김의 원인을 알거 같다고 했다. 그래서 가 볼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향집으로-갔다가 서울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여기로.

 

 운전만 해도 꼬박 하루씩 걸릴 터였다.-이 집에 작가님만 있는 시간은- 작가님 말대로 딱 하루였다... 작가님은 성가셔 하시는 표정이다.

 

 지금의 작가님은 많이 안정되셨다.. 여전히 수술은 안 하셨지만- 예전 보다야... 확실히 안정을 찾으셨음을

 

 

 나도 느낀다... 마지못해 하는 식사도 요즘은 전보단 거절의 빈도가 줄었으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서 작가님께 마지막으로 당부를 드릴 뿐이다.

 

 

 

 

 "여기 현관문 허술한거 아시죠? 잠가놓고- 경호 셋팅 해 놓고 갈게요- 산책이라도 하실거 같으시면..."

 

 

 

 "안해"

 

 

 

 

 아예 신경쓸 정도면 안하시겠다는 단호한 태도에 나는 어쩔수 없이 고갤 살짝 저었다.

 

 

 

 

 "...그러시면 하루만 계세요- 아셨죠? 아주머니가 아침 점심 저녁 다 간식까지 냉장고에 넣어 두신다고 했으니까

 

 돌려서 꼭 드세요! 여기는 멀잖아요- 저 날라 올수도 없어요... 아시죠? 아침 저녁으로 제가 꼭 전화 드릴.."

 

 

 작가님은 마침내 짜증을 내셨다.

 

 

 

 "제발 그냥 좀 가라- 그렇게 길지도 않아 .... 제발-"

 

 

 

 작가님의 짜증이 미간에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님은 이제 되었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나는 마지못해 챙겨뒀던 가방을 들었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밀어 닫고 아주머니 아저씨를 뵈러 갈려고 했더니-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벌써 1층으로 와 계셨다.

 

 

 

 내가 내려오는걸 보시고서도 아주머니는 2층으로 다시 올라가셨다.

 

 아마 식사 당부를 하실려고 올라가시는 듯 했다.. 작가님은 나한테는 짜증을 내셔도 차마 아주머니에게는 싫은 소릴 못하신다.

 

 아주머니는 10분 쯤 뒤에 내려오시고 나는 싱긋 웃었다. 작가님에게는 참으로 , 참으로 오랫만의 혼자있는 시간이다....

 

 

 

 

 사고 후에는 더- 그랬다. 한시도 혼자 계시지를 못하게 했으니까.. 그건 나의 노파심이기도..

 

 사모님의 걱정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 아주머니께 결혼식 마치시면 되도록 빨리 오시라고- 부탁드린다- 아주머니는 알았다고 고갤 끄덕이신다.

 

 하루다 , 딱 하루- 작가님은 원래는 내내 혼자 사셨는데.... 뭐 괜찮겠지..

 

 

 

 

 나는 마음속의 불안감을 애써, 밀어 넣어본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여전히 - 정적만이 있다.

 

 

 

 

 

 

 차 두대가 미끄럽게 길을 빠져나가다가 아저씨가 경주쪽 길로 빠져나가신다. 나는 뒤로 손을 흔들었다.

 

 원치않는 휴가도 , 그래도 휴가다... 강비서는 오랫만에 차의 음악을 튼다-

 

 늘 오갔던 길인데 마음이 왠지 산뜻했다.. 한켠의 걱정을 애써 밀어 누르며-

 

 강비서는 고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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