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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지금, 여기, 우리!
작가 : 옥작가
작품등록일 : 2017.6.26

해랑도에서 만난 동원과 시인,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또 만났네요? 여기서 뭐합니까?”
찰나였다. 뒤돌아선 시인이 발이 삐끗했고 뒤로 몸이 기울었다. 슬로우비디오처럼 동원의 눈이 커지고 시인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시인은 버둥버둥 거렸지만 이미 몸의 중심은 발끝이 아니라 바다 위로 옮겨가고 있었다. 시인은 이제 틀렸다고 생각하며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아! 저 수영 못..”
풍덩!
동원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풍덩!

동원과 시인의 사랑 이야기
시인의 가족 이야기
그래서 결국 동원과 시인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제9화. 똥도
작성일 : 17-06-28 11:16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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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똥도? 진짜 우리가 말하는 그 똥? 풉!”

 시인은 웃음이 터졌다.

 한가한 주말, 경철이는 친구들과 야영을 간다며 짐을 싸고 있었다.

 어디로 가냐는 시인의 물음에 경철이 뚱한 표정으로 ‘똥도’라고 외쳤다.

 그런데 하필 이름이 똥도라니!

 

  “진짜 이름이야? 지도에 있는?”

 한 번 더 확인하는 시인이었다.

  “지도에 이름이 안 나와요. 그냥 해랑도 속에 들어 있는 섬이예요.”

  “근데 왜 똥도야? 똥 모양인가보다. 너무 가보고 싶어.”

  “산 모양이 꼭 똥모양처럼 생겼긴해요. 근데요...”

  “근데 뭐?.”

 경철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시인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를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쌤은 똥도에 가지 마세요.”

  “왜?”

  “우리는 똥도라고 부르지만.. 다른 이름이 있어요. 귀신섬. 어른들은 그 섬을 귀신섬이라고 불러요. 우리 마을 젊은 여자들은, 뭐 별로 없긴 하지만, 어쨋든 그 섬에 절대로 안가요.”

  “......?”

 경철은 똥도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아주 옛날에요. 우리 아부지도 없었을 때 어떤 아줌마, 아저씨가 좋아해서 결혼하려고 했었대요. 근데 어느 날 둘이서 똥도에 놀러 갔는데 아줌마 신발이 없어진 거예요. 그래서 찾다가 찾다가 맨발로 왔는데.... 몇 달 있다가 그 아저씨가 다른 아줌마랑 눈이 맞아서 도망갔대요.”

  "나쁜 놈, 잘 살았나 몰라.”

 시인이 짐짓 화난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 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구요."

  "어, 알았어. 알았어."

 

  “그러다가 또 시간이 지나서 어떤 여자랑 남자랑 또 좋아했는데, 그 여자가 조개 딴다고 똥도에 갔다가 잠시 쉬고 보니 방금까지 조개를 가득 담아 놨던 광주리가 없어진 거예요. 찾다가 찾다가 허탈하게 돌아왔는데.. 며칠 있다가 일본놈이 그 아저씨를 총으로 쐈대요.”

 때마침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일제 강점기 시대를 가르치고 있던 시인은 그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분노가 치솟았다.

 

  “최근에도 어떤 커플이 여름에 놀러 와서 똥도에서 놀았는데 여자가 자기 지갑이 없어졌다고 완전 짜증 내더라구요. 남자가 괜찮다면서 막 그 여자 위로해주고 그랬어요. 다행히 기분이 풀렸는지 집에 가서 해랑도 여행 후기를 우리 마을 사이트에 엄청 잘 적어 줬어요. 남자친구랑 찍은 사진들 완전 많이 올려서 풍경도 엄청 멋지게 나왔거든요. 근데 한 달쯤 지나서 그 글이 삭제 된 거예요. 그래서 윗집 삼촌이 홈피에서 계속 공개하면 안 되냐고 쪽지 보냈는데.. 그 여자가 왜 글을 삭제 했을 것 같아요?.”

  "뭐야, 설마.. 헤어졌어?"

  "남자 친구가 갑자기 유학 간다고 떠나 버렸대요. 나쁜 새끼라면서 막 욕하면서 그 글 혹시나 해랑도 관련해서 어딘가에 떠 있음 꼭 지워 달라고 부탁하더래요."

 

  "으.. 쫌 무섭다."

  “뭐.. 그런 이야기들이 잔뜩 있어요. 젊은 여자가 똥도에 뭘 잃어버리고 오면 그 때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반드시 헤어진대요. 우리 누나도..”

 갑자기 경철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우리 누나도.. 누나도 놀러 갔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왔어요. 진짜 가방에서 한 번도 꺼낸 적 없었는데 없더래요. 그래서 동원이 형이랑 사랑을 못 이룬 거라고.. 누나 사고가 난 게 그거 때문이라고 어른들이 수군거리는 거 들었어요.”

 시인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똥도 가기 싫은데 새끼들이.. 남잔데 왜 안가냐면서 자꾸 쓸데없이 귀찮게 해서 가는 거예요.”

 대충 싸던 짐가방의 지퍼를 채우고 경철이는 얼른 일어섰다.

  “그니까 쌤은 믿네 안믿네 그러지 말고 그냥 가지마요. 알았죠?”

  “응. 절대 안 갈게. 약속해.”

 시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믿고 안 믿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누나를 잃은 경철의 안타까운 마음에 굳이 걱정거리를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

  “갈게요. 엄마, 아부지한테는 이런 말 하시면 안돼요. 알겠죠?”

  “어. 비밀!”

 경철은 대문을 열고 터벅터벅 선착장으로 걸어 내려갔다.

 뒷모습이 쓸쓸해보였다.

 

 오랜 마을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아마 똥도도 척박한 섬 생활에, 어려운 시절을 지내오며 많은 이야기들이 생긴 것 같았다.

 하필 경철의 누나도 그 섬 이야기에 얽힐 게 뭐람..

 

 며칠 전 딸의 기일이라며 시인의 손을 잡고 눈물짓던 사모님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시인도 잘 기억나지도 않는 친부모님 때문에 가슴이 아렸었다.

 친부모님과 길러준 엄마를 떠나보내며 시인은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 경험했다.

 기억나지도 않는 친부모님 생각만 해도 이렇게 가슴이 시린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잃은 이장님과 사모님, 누나를 잃은 경철은 얼마나 가슴에 멍이 들었을까..?

 

 그리고 그 날, 시인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이장님과 술을 주고받던 동원도 보았다.

 시인은 연수가 누구인지 알았다.

 문득 동원이 쓴 드라마 속의 이별 장면이 떠올랐다.

  ‘아마 작가님은 연수씨를 생각하며 이런 글을 적나보다. 그래서 이렇게 아프게 잘 적나 보다.’

 시인도 분위기에 취해 하루 종일 가슴이 아팠던 날이다.

 마루 끝에 걸터앉아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는데 끼이익하며 대문이 열렸다.

 동원이었다.

 

  “시인씨, 뭐합니까? 다들 어디 갔습니까?”

  “아, 작가님. 이장님이랑 사모님은 일 나가셨고, 경철이는 캠핑간다고 놀러 나갔어요.”

  “시인씨는요?”

  “저는.. 뭐 할지 고민중이었죠. 호호호.”

  “그럼, 이것 읽어 보겠습니까?”

 동원은 글이 잔뜩 인쇄된 종이를 내밀었다.

 

  “완전! 완전 좋아요. 아마 제대로 된 평가는 못 내리겠지만.. 저는 작가님 글 너무 좋거든요. 호호호. 완전 진하게 보고 감상문 써 낼게요.”

 동원은 신기한 생명체를 보듯 시인을 쳐다보았다.

 글을 보여주기만 하면 흥분하며 좋아하는 시인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럼 감상문은 A4 3장 분량으로 적어내기 바랍니다. 폰트 10, 줄간 160, 자간은..”

  “잠.. 잠깐만요! 작가님, 왜 이러실까요? 호호호.”

  “작가가 꿈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며 감상문을 쓰는 것도 좋은 연습입니다.”

  “그.. 그래도! 그냥 읽기만 하면 안될까요?”

  “안됩니다. 그럼 그냥 주십시오.”

  “쓸!쓸게요! 쓸게요! 다시 주세요.”

 대본을 뺏은 동원에게 시인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시인이 닿을 수 없게 동원은 손을 높이 들어 대본을 올렸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는 것까지 쓸게요. 좋죠? 이만하면 조수 되겠죠? 네?”

 마음이 급했는지, 시인은 동원의 팔을 붙잡고 동원에게 달라 붙어 있었다.

 동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손을 들고 있자 시인은 동원의 팔에 거의 매달렸다.

  "완전 비판적으로 읽을게요. 평론가도 그렇게 못 쓸만큼 막 독설 날려 줄게요."

 

 동원은 못이기는 척 대본을 건넸다.

  “근데.. 드라마 보면 되는데.. 이거 빨리 보는 게 뭐가 그리 좋습니까?”

 시인은 다시 뺏길까봐 걱정이 되는지 얼른 등 뒤에 숨겼다.

  “아무도 보지 못한 이야기를 보는 게 너무 설레요. 좋아하는 친구에게서 답장 오는 것 같은 기분이예요.”

 

 편지 같다.

 좋은 표현이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편지도 될 수가 있구나..

 동원은 시인의 말이 고마웠다.

 

 동원이 마루 끝에 걸터 앉자 시인도 나란히 따라 앉았다.

  "참, 작가님도 똥도 아세요?"

  "똥도요? 그럼 알죠."

  "그럼, 똥도 이야기도 아세요?"

  "물건 잃어 버리면 헤어 진다는 이야기요?"

  "진짜 다들 아나봐요. 좀 전에 경철이가 똥도 간다면서 이야기 해주고 갔어요."

  "자식들. 또 보물찾기 하러 갔나 보네요."

  "네? 보물찾기요?"

 

  "똥도는 또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 있어요."

  "귀신섬이요? 그거 들었어요."

  "아, 그렇게도 부르는군요. 아이들은 보물섬이라고 부릅니다."

  "무슨 이름이.. 그렇게 다 다르죠?"

 

  "물건 잃어 버리는 거랑 내용이 연결됩니다. 모양은 똥 모양인데 귀신처럼 사람들의 물건을 가져가죠. 그런데 막상 가 보면 그 잃어버린 물건들이 아무곳에도 없어요. 해랑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데도 쓰레기 하나 없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 물건들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다. 그런데 물건만 숨어 있을까? 하는 의문을 느낍니다."

  "그건 그렇네요. 너무 흥미진진해요."

  "뭐, 그게 끝입니다."

  "네?"

  "그래서 어딘가에 보물 같은 게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면서 아이들이 해 마다 저렇게 가서 똥도를 파헤친답니다."

  "우리도 가 봐요. 저 보물 찾고 부자 되고 싶어요."

 시인은 갑자기 결연한 표정이 되었다.

 동원은 한심한 듯 시인을 쳐다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니다. 그럼 감상문 적어서 봅시다.”

  “작가님, 저도 똥도 데리고 가 줘요. 네?"

 

 동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시인은 뒤에서 계속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가 보자며 계속 소리 치고 있었다.

 시인의 머리 속에 귀신섬은 어느 새 사라지고, 보물섬만 남은 것 같았다.

 동원은 계속 등을 보인채로 손을 한 번 흔들었다.

 곧 조용해졌고 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곧 동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며, 동원은 연수가 휴대폰을 잃어 버렸다며 울먹거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시인은..

 시인은 그런 소문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정상에 오른 동원은 해송 아래에 털썩 주저 앉았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한 참을 있었다.

 

 동원이 폰을 꺼내 들었다.

  "시인씨, 우리 다음 주말에 똥도 놀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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