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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18
작성일 : 20-09-21 08:47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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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큰 도로에서 비어져 나온 작은 도로를 지나 다시 그보다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몇 개의 카페와 식당이 비좁게 자리한 곳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이층에 자리한 프랜차이즈 생과일주스 전문점에서 민호는 창가 자리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본다. 건물 안 벽면이 온통 파스텔 색깔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졌다.

  눈꽃빙수, 눈사람빙수, 눈사태빙수. 손에 든 메뉴판에는 여름특선메뉴가 화사한 치장과 함께 보는 사람 눈에 바로 띌 수 있도록 상단에 자리한다. 그 이름을 훑고 있는 민호 앞엔 유리잔에 담긴 음료가 빨대가 꽂힌 채 놓였다. 할 일 없는 사람 마냥 메뉴판의 앞과 뒤를 번갈아 뒤집는 민호의 등 뒤로 조용히 다가온 은지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본다.

  “메뉴판 공부하세요?”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 앉는 은지에게 민호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한다.

  “오셨어요?”

  은지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작은 가방을 내려놓고 메뉴판을 들어 읽기 시작한다.

  “어디 얼마나 공부 많이 하셨나 볼까요? 메뉴 추천해 주실래요?”

  눈가에 장난기를 담뿍 담은 채 민호의 의견을 묻는다. 민호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인다.

  “하아, 그게 제가 여기 처음 와봐서요. 원래 공부에 취미도 없고.”

  “그럼 저 때문에 괜히 이리로 오신 건가? 다른 데 갈 수도 있었는데 죄송하네요.”

  민호는 입으로 가져가려던 유리잔을 들다 마시지도 않은 채 내려놓는다.

  “아뇨, 여기 좋은데요. 가게 분위기도 좋고 이거 바나나 망고 스무디인데 맛도 괜찮구요.”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다음엔 제가 민호 씨 의견 물어보고 정하도록 할게요.”

  “네, 다음에는요.”

  민호는 은지의 다음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은지는 메뉴판을 눈으로 훑는다. 앞과 뒤를 지나쳐 여름특선메뉴 위에서 멈춘다.

  “흠, 여기 2인용 메뉴가 몇 개 있는데요.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거 저랑 나눠 드실래요? 민호 씨 괜찮으면 제가 시킬게요.”

  민호는 당연히 괜찮다는 듯 긍정의 표시를 보이고 은지는 지갑을 들고 계산대로 가 주문을 하고 계산을 치른다. 민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아래쪽 골목을 쳐다보며 길게 심호흡을 한다. 어깨에서부터 힘을 풀어가며 한결 편안해진 자세가 되자 엉덩이를 의자에 느슨하게 기댄다. 그러다 여기 에어컨이 시원해서 좋네요라며 은지가 되돌아오자 엉덩이를 바짝 붙이며 정자세를 취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시차적응하고 짐정리 하느라 힘들었어요. 민호 씨는 고생 안 했어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일로 시작한 대화는 한국에 돌아와 환전하던 얘기로 이어지고 짐을 푸는 과정까지 언급했을 때 은지가 시킨 2인용 빙수가 나온다.

  “아, 시원해. 여름엔 이런 빙수나 냉면이 딱이죠.”

  “윽, 머리가.”

  민호는 입으로 들어간 냉기가 머리를 자극해 통증을 일으키자 이마를 부여잡고 신음소리를 낸다. 은지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어머, 어떡해라며 안쓰러운 모습으로 민호가 괜찮아지길 기다린다.

  “찬 거 급하게 먹으면 머리가 그렇게 아프더라구요.”

  잠깐 시간이 흐르고 상태가 괜찮아지자 민호는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앞에 놓인 유리잔을 들어 음료를 마신다. 은지는 같이 웃어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런저런 로마에서 있었던 일화가 풀려나오고 민호의 가족 얘기까지 잠깐 나왔을 즈음 민호 앞에 놓인 망고 바나나 스무디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둘이 나눠먹던 빙수 그릇 안에서는 녹아가는 얼음결정들이 둥둥 떠다닌다.

  “학교 다니는 학생이세요?”

  “…….”

  은지의 질문에 잠깐 사이를 두며 손에 든 숟가락으로 떠다니는 얼음 사이를 휘저어보던 민호는 낚시하는 사람처럼 그 안에서 하얀 빙수떡을 찾아내 입에 문다.

  “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 배웠거든요. 그러다 군대 갔다 오고 엄마가 성당 사무장 아줌마 소개로 알아봐줘서 로마 갔다 오게 됐어요. 요즘엔 대학 안 나오면 희귀동물 취급 받긴 하던데."

  “저도 대학교 안 갔어요.”

  후, 후. 은지는 얼음이 무슨 뜨거운 음식인 것 마냥 후후 불어가며 입에 넣는다. 묻어있던 시럽이 입술 밑으로 밀려나오자 손가락으로 훔치더니 다시 그 손을 휴지에 닦아낸다.

  “중, 고등학교 때는 음악 공부했었죠. 크면 피아노과나 작곡과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그게 다였죠. 실은…….”

  은지의 말은 거기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살짝 멈췄다 화제가 바뀌어져 나온다.

  “지금은 교회에서 아는 목사님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피아노 칠 줄 알아서 예배 때 반주도 하구요, 어린이부 교사도 맡고 있지요. 아르바이트로 애들 가르치는 일도 하는데 은근히 가르치는 게 재밌어요. 애들 지도하기 싫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누구 가르치는 게 좋네요. 가르치면서 제 자신이 배울 때도 많아요. 내 부족한 부분도 더 잘 보이고 나쁜 버릇이 저렇게 드는구나 그런 것도 실감할 수 있어요.”

  은지의 얘기를 민호는 아, 네, 라고 응답하며 열심히 듣는다.

  “그럼 민호 씨는 지금 무슨 일 하세요? 아, 제가 곤란한 질문 한 거 아니죠? 군 제대하고 일 찾고 계시나요?”

  빙수가 담긴 그릇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얼음은 거의 다 녹았고 젤리와 팥뭉치, 빙수용 떡이 군데군데 흩어졌다. 민호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얕은 미소를 보인다.

  “곤란할 거 없는데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희 부모님이랑 친하게 지내던 이웃 아저씨가 계신데 그 분이 열쇠 다루는 일을 하시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빈둥거리다 한 날은 아저씨한테 놀러갔는데 ‘너 나한테 기술 배울래?’ 그러셨어요. 마침 아저씨 밑에서 조수 일 하면서 기술 배우던 형이 독립해서 나갔던 참이라 사람도 필요했었거든요.”

  “우와, 그럼 열쇠 만들고 그런 일 하시는 거예요? 신기해요.”

  “신기할 거 하나도 없어요. 그냥 열쇠 복사하는 일이랑 자물쇠 조립하고 금고 관리하고 그런 거죠. 저희 사장님이 은근히 장인 정신이 있으셔서…….”

  민호는 픽, 하고 가볍게 헛나가는 웃음소리를 낸다.

  “왜요?”

  “아니, 그게, 사장님이 되게 재미있으세요. 보통 열쇠 하는 가게는 열쇠 복사랑 주조하는 게 주된 일이고 때때로 출장 가서 잠긴 문 열어주기도 하는데, 우리 사장님은 세상 모든 열쇠의 잠금원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처럼 일일이 분해하고 조립해보고 전부 기록하세요. 무슨 전문가 되시려는 것 같다니까요. 거기다 금고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팔리지도 않는데 가게에다 물건 들여놓고 이리저리 뜯어보고 잠갔다 열었다 하시는데 심심하실 사이가 없으세요.”

  얘기를 듣는 은지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이 난다. 어느새 숟가락은 탁자 위에 놓여있고 양손은 앞으로 포개졌다.

  “상당히 전문적으로 들리는데요. 그럼 민호 씨는 옆에서 조수로 거들면서 기술 배우시는 중이에요?”

  민호의 어깨가 으쓱하는 아이들의 그것처럼 사뿐 올랐다 내려앉는다.

  “조수, 단계는 지났구요. 이제는 거의 동업자 정도.”

  흐흐. 사장이 옆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작게 소리 죽인 웃음을 짓는다.

  “이 말 들으시면 사장님 무지 화내실 텐데.”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민호와 더불어 은지는 조금 더 큰 웃음소리를 낸다. 민호의 직업에 대한 얘기가 지나가고 두 사람은 동시에 앞에 놓인 유리잔과 그릇에 시선을 뒀다가 뗀다. 은지를 향해 팔을 살짝 들어 올리며 민호가 묻는다.

  “은지 씨, 나갈까요? 밥 먹으러 갈래요?”

  “그래요.”

  입구 앞에서 보자며 민호가 카운터로 향하자 은지는 그런 민호를 만류하며 자신이 조금 전 빙수 주문할 때 스무디랑 빙수 값을 모두 치렀다고 알려준다. 왜 그랬냐며 비난하는 투로 말을 받은 민호는 자기가 로마에서 신세진 거 갚으려고 오늘 만난 건데 전부 자기가 내야했다며 억울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은지는 떼 쓰는 아이를 여럿 달래본 경험이 있는 듯 밥 거나하게 사시면 모두가 공평해져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가게를 나선다. 별 일 아니라는 그녀의 태도에 민호는 딱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며 앞서가는 은지를 뒤따르는데 갑자기 은지가 뒤돌아선다.

  “저기, 민호 씨. 아직 친한 사이도 아닌데 이런 부탁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지금 저희 교회 강당 입구 잠금장치가 영 시원찮아서 말썽이거든요. 혹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민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부탁은 얼마든지 괜찮아요.”

  은지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에 민호는 반색을 한다. 자신의 기술로 은지를 도울 수 있어 밝아진 민호의 얼굴은 그럼 오히려 사례로 제가 밥을 사야겠다는 은지의 말에 다시 굳어진다. 그건 경우가 아니라며 실랑이를 시작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며 자기가 밥을 사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의견의 폭이 좁혀지지 않자 그럼 뭐 먹을지 메뉴부터 정하자고 은지가 운을 떼고 민호가 전적으로 은지보고 고르라고 하자 또 실랑이를 한다. 너무 제 위주로 하실 필요 없는데요. 은지가 달래고 얼러도 민호가 꿋꿋이 뜻을 밀고 나가자 은지는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순식간에 무장해제된 민호를 데리고 냉면집으로 향한다. 은지를 따라 냉면집으로 들어서는 민호는 ‘어떻게 그런 말을’이라는 혼잣말과 함께 방금 들었던 그 세 글자를 되뇌며 자리에 앉는다.

  “쫌, 생, 이.”

  결국 음식값은 은지가 지불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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