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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16. 당신, 욕조에서 등 좀 밀어줄래?
작성일 : 20-08-12 13:39     조회 : 37     추천 : 0     분량 : 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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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취에서 깨어난 이수가 정신을 차리자 담당의가 박 여사에게 다가온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그럼 앞으로 회복되기만 하면..."

 

 "회복은 문제없을 겁니다. 재발 가능성도 많지 않고요..."

 

 시아를 껴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는 이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신기하게도 그 돌 아니 "구슬"이 사라지자 온 몸을 뒤틀리게 하던 끔찍한 고통이 사라져 버렸다.

 

 "수술하는데 많이 힘들었네요. 내시경으로 꺼내기엔 크기가 너무 커서..

 충격파는 어림도 없고요... 꺼내느라 애 좀 썼습니다."

 

 난이도 높은 수술이었는지 다소 지쳐 보이는 담당 의사의 표정...

 

 "... 그런데... 꺼내 보니까..."

 

 "... 뭐 문제라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 꺼내고 보니 흔한 결석이 아니라... 금속이더군요..."

 

 의사가 호주머니에서 원통형 플라스틱 용기를 꺼내 보여준다.

 

 "저희도 처음 보는 거라 의료 폐기물로 취급하지 않고 이렇게 따로 담았어요..."

 

 이수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그 용기를 건네 달라고 손짓한다. 의사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전해준다.

 요란스럽게 달그락거리는 소리...

 

 "얘, 너무 무리하지 마... 그냥 누워있지 않고..."

 

 "엑스레이에서도 유난히 하얗게 표시되더니..."

 

 이수는 불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가까이 가져가 내용물을 확인한다.

 

 (아까 화장실에서 내 입으로 들어간 "그게" 맞을까?)

 

 "최근에 수술받은 건 없으시죠?"

 

 고개를 가로젓는 이수...

 

 "없어요.."

 

 "이건 몸에서 자연스레 생성된 건 아니고... 외과 수술 중 실수도 아니라면..

 외부에서 들어왔다고 밖에는..."

 

 "그래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연구 자료로 삼았으면 하는데..."

 

 "제가 삼킨 거예요..."

 

 그녀는 플라스틱 용기를 힘껏 움켜쥔다.

 

 (...화장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죽을 고생 해서 꺼낸 건데 왜 당신에게 넘겨야 하지?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알량한 연구 자료로?? 웃기지 말라 그래~)

 

 "네??"

 

 "아니, 얘가... 삼킬 게 없어서 구슬을 삼켰다고? 요즘엔 어린애들도 그런 거 안 삼켜."

 

 "실수로... 컵에 든 물을 마시다가..."

 "그 안에 이게 담긴 줄 모르고.. 삼켰어요..."

 

 "그런가요? 하긴...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 보면 별의별 케이스가 많아서..."

 

 "그게 어쩌다 컵에 들어갔니?? 참 희한하네.."

 

 "뭐, 모르고 그랬나 보지..."

 

 설마 자신의 잘못인가 싶어 다시금 울먹이는 시아... 아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이실직고하듯 쿨하게 말한다.

 (넌 아무 잘못 없어.. 그러니 안심해...)

 

 "너 그러다 큰일 나.. 요즘 붕 떠서 지내는 거 같더니..."

 

 "암튼 이 정도로 끝나길 다행입니다. 입원 기간은 경과를 봐야 하는데..

 최대 사흘 정도 생각하면 되겠네요.."

 

 "에휴..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공손히 허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한다.

 

 "오늘 하루는 가능하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계세요... 나머진 간호사가 도와줄 겁니다."

 

 말을 마치고 뒤돌아 나가는 의사...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듯 이수를 바라보는데...

 

 "아참, 그 구슬... 겉표면에 뭔가 새겨져 있더군요."

 

 병실 문을 밀고 나가는 소리...

 

 이수는 말없이 플라스틱 용기를 쥐고 있다가 뚜껑을 열어 "그것"을 꺼내본다.

 

 아까처럼 맹렬히 회전하고, 이리저리 폭주할까 봐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은 쥐 죽은 듯이 침묵을 지키는 "핀볼"

 

 그녀는 구슬을 꺼내 빙그르 돌려보더니 "하아" 탄식을 내뱉는다.

 

 (뜬금없던 그 핀볼 게임이... 날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빌어먹을 자식...)

 

 거친 조각칼로 새긴 듯한 기다란 타원형의 두 눈, 그 아래 큼지막한 반원으로 그려진 웃는 표정의 입매...

 

 루시드: [이 바닥에 의미 없는 게임은 없어!]

 

 [스마일~ 웃으라고... Smile!]

 

 (... 내게 고통을 선사한다는 그런 "의미"?? 역겨운 자식 같으니...!!)

 

 "스마일"이 그려진 핀볼 구슬을 감싸쥔 주먹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연이어 내려치는 이수..

 

 "얘, 왜 그러니? 실수로 삼킨 거 가지고 왜 그래.. 앞으로 조심하면 되지.."

 

 "엄마아, 진정해.."

 

 "하아아"

 

 이수는 긴 한숨을 내뱉고 침대에 털썩 눕는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가 묵직하게 아파오며 온 몸을 꼬이게 만든다...

 

 "아이고."

 

 잔뜩 몸을 오그리며 얼굴을 찡그리는데..

 

 "간호사가 아프면 이거 누르래..."

 

 박 여사가 줄넘기 손잡이처럼 생긴 스위치의 버튼을 누르자 거치대에 걸린 링거의 약제가 그녀의 몸으로 흘러들어 간다.

 

 잠시 후 안정을 되찾았는지 헐떡이던 가슴이 진정되고, 가쁜 숨이 가라앉는데...

 

 "시아는 이따 영감이 와서 우리 집으로 데려갈 거야.."

 

 "아빠가 온다고?"

 

 "응, 아까 너 수술실 들어갈 때 연락했어..

 영감탱이는 진즉 온다더니 왜 이리 안 오는 거야??"

 

 "... 엄마도 시아랑 같이 들어가... 늦게까지 여기 있지 말고..."

 

 "그 난리를 겪었는데 집에 가고 싶겠니...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 통 가라앉질 않아.."

 

 "... 난 괜찮으니까... 걱정 마... 괜히 밤새고 그러지 말라구..."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 네 몸이나 잘 돌봐... 시아를 봐서라도..."

 

 아이는 지친 듯 간이침대에 걸터앉아 침대맡에 머리를 뉘이고, 엄마를 바라보며 눈을 껌벅거린다.

 

 "많이 놀랐지... 엄마 이제 괜찮으니까 안심해..."

 

 입술을 한껏 오므리고 뽀뽀하듯 쪽쪽거리는 아이...

 

 "난생 처음 앰뷸런스 타보고... 스릴 넘친 하루였어...."

 

 휴우~ 아이는 한숨을 내쉰다는 게 쌔한 휘파람 소리가 터지고...

 

 "크큭, 웃긴다~"

 

 "시아야, 앰뷸런스 엄청 빠르더라. 안 그래?"

 

 "슈~ 슈우웅 부아앙! 로켓처럼 요리저리 날아다녔어."

 

 "우리 앰뷸런스 또 타볼까? 슈아앙하고.."

 

 "아니... 그건 절대 절대~ 싫어..."

 

 시아는 벌떡 일어나 도리도리 머리를 저어댄다.

 

 또다시 울음보가 터질 듯한 표정으로...

 

 "얘가 그리 고생을 하고도 속이 없네... 또 눈물바람 불면 알아서 해..."

 "시아야! 엄마 푹 쉬게 잠깐 나갔다 올까? 할아버지 언제 오나 기다릴 겸..."

 

 잠자코 일어나 할미의 손을 잡고 병실을 나서는 아이... 뒤돌아보며 엄마에게 손을 흔든다.

 

 "작별 인사 안 해도 돼... 엄마 곧 다시 볼 거야."

 

 흠뻑 젖은 여린 눈가에 살짝 어리는 미소...

 

 그들이 떠나자 병실이 휑하다. 옆 침대는 아직 환자가 입원하지 않았는지 차곡차곡 개인 얇은 이불만 놓여있다.

 

 창밖은 해가 떨어졌는지 어스름한 가운데...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는 링거액을 바라보는 그녀...

 

 ...한 방울... 똑! 두 방울... 또옥!

 다음 방울은 매달린 채 대롱대롱.. 천천히...

 

 떨어지네... 그 다음은... 또 그 다음은...!@#!!#~!@

 

 ***

 

 또옥.. 또오옥~ 한 방울씩 자신의 얼굴에 떨어지는 욕실 천장에 동글동글 맺힌 수증기를 바라본다.

 

 욕조에 누운 채 너무 더운지 연신 땀을 훔치는 아이... 밖을 향해 크게 소리치는데...

 

 "할머니, 나가도 돼??"

 

 "아니, 기다려.."

 

 "너무 더워! 이제 목욕 그만 할래..."

 

 욕실 문이 벌컥 열리고 외할머니가 들어온다.

 

 "아이고.. 뜨거운 물을 얼마나 틀었는지 숨이 막히네.. 문 좀 열어놓자!"

 

 "응... 거울도 뿌얘~"

 

 욕조에서 나와 희뿌연 거울로 다가가더니 손그림을 그리는 아이...

 

 주먹을 쥐고 콩... 손가락으로 점점점~ 찍으면 짠... 애기 발가락이야~

 

 "자, 이리 와 앉아라~~"

 

 가운데 구멍이 뚫린 새빨간 목욕의자를 톡톡 두드리는 할머니...

 

 새침하게 앉아 구부정하게 구부린 등어리를 내민 이수...

 

 (젊어 보이는 외할머니... 박 여사와 인상이 비슷하네.. 닮았네... 닮았어.)

 

 (내가 8살 아니 9살 때였을까? 지금의 시아 또래일 거야... 아마도..)

 

 "다음엔 할머니 따라서 목욕탕 가는 거다. 오늘따라 집에서 목욕한다 그러니..."

 

 때수건의 물기를 꼬옥 짜내더니 손에 끼고 탁탁 등을 두드린다.

 

 [...고개 너머 님이 가시네~ 정든 님 훨훨 날아가~]

 

 알아듣지 못할 뽕짝 가락을 흥얼거리며 박자에 맞춰 신나게 손녀의 등을 미는 할머니...

 

 "어이구, 얼마나 드러우면 때가 칼국수처럼 쫙쫙 밀리니.. "

 

 "아파! 아프다고.. 살살 좀 해.. 등에 피나는 거 아냐?"

 

 "얘가 엄살은.."

 

 구석구석 마무리하며 이수의 등을 찰싹 두드리는 아릿한 할미의 손바닥..

 

 비누칠을 하고 욕조의 물을 가득 떠다가 아이의 작은 몸에 연신 끼얹어준다.

 

 "자, 끝!! 어때? 시원하지?"

 

 "응, 다른 사람이 밀어주면 이런 맛이 안 나더라. 역시 할머니가 최고야!"

 

 "할미가 오래도록 너랑 목간도 하고, 서로 등도 밀어주고 그럼 좋으련만..."

 

 "저도 나중에 키 크고, 힘 세지고 그러면 할머니 등도 밀어주고 그럴게요."

 

 "그래~ 그래.. 우리 이수... 말만으로도 이 할미 맘이 기쁘다. 호호홍"

 

 [하지만, 내가 훌쩍 커서도... 그럴 기회는 오지 않았어..]

 

 [어릴적 그 일을 희미하게 떠올릴 즈음엔 그녀는 이미 내 곁에 없었지...]

 

 아이의 등을 맨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할미의 손길...

 

 "... 저 세상 가서도... 가끔씩 네 맨등이 떠오르는 건 왜인지..."

 

 "네?"

 

 "이 할미가 네 등만 밀어주고 가면 서운하니..."

 

 뒤돌아 앉은 그녀의 어깨 위로 내미는 무언가...

 

 "... 이걸 꼭 몸에 지니고 다녀라. 횡액을 막아주고, 복을 불러올 테니..."

 

 두 손으로 받아 들고 보니 가죽끈으로 질끈 동여맨 목걸이다.

 

 "할머니, 이건 뭐...?"

 

 잔뜩 수증기가 맺힌 천장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물벼락...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노란 때수건만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

 

 "할머니..."

 

 이수는 손 안의 목걸이를 살펴본다. (... 이것은...!!)

 

 가죽끈 중간에 매달린 금속 장식은 놀랍게도...

 

 그녀의 몸속에서 나온 그... 스마일이 새겨진 "핀볼"이었다!!

 

 ***

 

 

 "ㅎ, 하, 할, 할머니!!"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솟구치듯 일어나는 이수...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던 박 여사가 깨어나 그녀를 바라본다.

 

 "얘, 왜 그러니? 안 좋은 꿈이라도 꾼 거야?"

 

 주위를 둘러보며 꿈이었음을 깨닫는데...

 

 "엄마, 나 물 좀..."

 

 "그래..."

 

 서랍장 위에 놓인 시원한 물을 종이컵에 따라주고...

 

 벌컥벌컥 한숨에 들이켠다.

 

 "뭔... 소갈 들린 것처럼 마시네.."

 

 정신이 돌아오는 듯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어둑한 병실 천장을 쳐다본다.

 

 "지금 몇 시야?"

 

 "... 새벽 3시 지났어.. 곤히 자다가 이게 뭐니? 좀 더 자둬..."

 

 "으응..."

 

 다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수납장 위에 놓인 플라스틱 통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용기 바닥에 놓인 납빛 쇠구슬도 그녀를 응시한다.

 

 (스마일... Smile.. 그래, 웃으면서 살자!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워도... 어떻게든 웃는 자가 결국엔 살아남으니까...)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며 억지로 미소 짓는 이수...

 

 얄팍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한다.

 

 ***

 

 <3일 후... 구로동 철공소 거리...>

 

 짙은 선글라스에 타이트하게 떨어지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서성거린다.

 

 "무슨 일로 왔수??"

 

 보호 마스크를 쓰고 용접을 하던 머리 벗어진 사내가 일을 멈추고 말을 건다.

 

 "저기... 아까 연락드렸는데..."

 

 핸드백에서 조그만 쇠구슬을 꺼내는 이수...

 

 "이거 구멍 좀 뚫을 수 있을까요?"

 

 사내가 그 구슬을 건네받아 이리저리 살피더니...

 

 "크기가 작아서 좀 힘들 거 같은데... 이걸로 뭐하려고요?"

 

 "죽은 남편이 아끼던 거라... 목걸이로 만들어서 납골함에 같이 넣으려구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게슴츠레한 눈빛..

 

 "쯧쯧... 젊은 나이에 안 됐소..."

 

 "하나 부탁드릴 게 있는데.. 그 "웃는 얼굴" 상하지 않도록 양 옆으로 뚫어주시면..."

 

 "웃는 얼굴?? 남편 취향이 특이했나 보네.. 음...

 

 비열 처리된 듯 하니.. 단단히 고정하고... 마이크로 드릴로 뚫으면 가능할지도..."

 

 "비용은 원하는 대로 드릴게요.."

 

 "이런 일은 처음이긴 한데.. 딱한 사정 봐서 해 드리지.."

 

 "네... 시간은 얼마나.."

 

 "20분은 걸릴 듯한데... 해봐야 알지."

 

 "여기서 기다릴게요."

 

 녹슨 철문 가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는 이수...

 붉은 원피스 자락이 말려 올라가고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난다.

 

 (오전부터 야시시한 여자 맨다리도 보고.. 마수떼기 희한하게 하네... 하기 싫다 내칠 수도 없고...)

 

 사내는 길게 뻗은 허연 다리를 천천히 꼬는 여자를 넋 놓고 바라보다,

 쇠구슬을 만지작거리더니 공구를 잡고 작업에 들어간다.

 

 <잠시 후..>

 

 "자, 여기 있소..."

 

 말끔하게 구멍이 뚫린 핀볼을 살펴보며 방긋 미소를 짓는 이수...

 

 "얼마 드리면 되죠?"

 

 멋쩍게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이는 사내...

 

 "쇠질 맡길 거 있음 자주 들리슈... 큭큭"

 

 걸걸하게 웃어젖히는 사내를 뒤로 하고 또각또각 내딛는 발걸음.

 

 백을 열어 진갈색 가죽끈을 꺼내 "핀볼"을 꿰더니 목에 걸치고 뒤에서 여문 매듭으로 묶는다.

 

 그녀는 "스마일!~",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그걸 집어 입맞춤하더니...

 

 "앞으로 까불면 녹여서 벌건 쇳물로 만들 줄 알아!!"

 

 밉도록 내내 웃던 핀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져 보인 건 기분 탓일까?

 

 

 

 

 - 16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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