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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12. 여러분~ 버라이어티하고 크레이지한 밤이에요!
작성일 : 20-08-07 23:43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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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한 사람도 빠짐없이 <파라다이스>로 모십니다!"

 

 "실장님, 여기로 들어오세요. 계단 조심하시구요."

 

 변 과장이 유난을 떨며 지하에 자리 잡은 "파라다이스 노래방"으로 안내한다.

 

 입구에 설치된 유치 찬란한 네온사인 간판은 Paradise의 "i"가 꺼진 채 빠르게 깜박인다.

 

 "실장님 뒤에서 살살 꼬리 치는 변 과장 보면 시꺼먼 속이 다 보인다, 다 보여."

 

 유 대리는 노래방 입구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이수에게 속삭거린다.

 

 "시꺼먼 속이요?"

 

 "지금 실장님이 팀장까지 겸직하고 있잖아.

 

 물론 하 실장님이 능력 있고 일당 백이니까 이 상태로 계속 갈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팀장 자리를 넘겨줘야 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 자리를.."

 

 "그래, 변 과장이 팀장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실장님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붙어 다니는 거군요."

 

 "저 인간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너무 티 나서 가끔 헛웃음 나온다니까."

 

 "유 대리, 뭐해? 어서 들어와. 설마 땡땡이치려는 건 아니겠지?"

 

 입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던 변 과장이 손짓하며 채근한다.

 

 "땡땡이라뇨? 지금 들어갑니다! 이수 씨, 가자!"

 

 "네, 대리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갈수록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취객들이 부르는 시끌벅적한 온갖 노래들이 귀청을 때린다.

 

 변 과장은 앞장서더니 사장님에게 말을 건다.

 

 "오늘 불금이라 방들이 다 꽉 찼어. 사장님, 우리 몇 번 방이죠?"

 

 "아, 저기 복도 끝, 8번 방 가시면 됩니다."

 

 "오케이!"

 

 기분이 좋아진 변 과장은 특유의 팔자 걸음을 뽐내며 앞장서 걸어가고 그 뒤를 유 대리와 이수가 따라가는데...

 

 문을 벌컥 열자 의외로 넓은 실내가 나타나고, 인프라지원실 사람들이 "ㄷ"자형 소파에 앉아 음료수를 홀짝거린다.

 

 "좁을까 걱정했는데, 이건 뭐 운동장이네. 운동장."

 

 "변 과장님. 이 룸 예약하느라 힘들었어요. 근처 노래방 싹 뒤졌다니까요."

 

 "잘했어! 주 대리. 주 대리가 요즘 잘한다니깐."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헤헤거리는 주 대리.

 

 20명쯤 들어갈만한 밀폐된 룸의 불이 꺼지고 중앙의 대형 스크린이 누군가 첫 노래를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누가 첫 타자로 부를래?"

 

 하얀 천을 둘러쓴 마이크 끝을 잡고 좌중을 둘러보는 변 과장.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자 가까이 앉은 최 대리가 마이크를 잡더니 가요 리스트를 뒤적거린다.

 

 최 대리로 말할 것 같으면 입사 전에 홍대에서 인디락 밴드 생활을 3년 가까이 한 자칭 타칭 "락커"라네.

 

 "인프라지원실 넘버 완 록커가 오프닝 찢어줘라. 다음부턴 미리미리 선곡 좀 해라잉."

 

 오래지 않아 울려 퍼지는 브라스 반주.

 

 귀에 익숙한 멜로디... "빠라라 빠라라~ 밤~ 밤."

 

 최 대리가 껑충 앞으로 나가더니 마이크를 휘어잡고 첫 가사부터 열창을 한다.

 

 묵직하게 깔리는 허스키 보이스로 시작하더니,

 

 까랑까랑 매끄럽게 올라가는 고음 처리도 간지 터진다. 역시나 타고난 락커!

 

 미리 주문한 콜라며 환타에 노래방 사장님이 서비스로 넣어준 마른안주를 질겅거리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멋지다, 최 대리!"

 

 "자, 다음 타자 누구야?"

 

 자연스레 진행자로 나선 변 과장이 분위기 끊기지 않게 채근한다.

 

 "락커 다음은 래퍼가 나서야죠."

 

 하늘로 높이 쏘아 올려진 폭죽이 퍼엉하고 터지는 소리.

 

 평소엔 과묵한 진원 씨가 마이크와 입맞춤할 듯 밀착하곤 껑충껑충 뜀박질을 하며 박자를 맞추더니, 처음엔 그럴듯하게 랩을 따라 하더니 얼마 못 가 숨이 차올라 헉헉거린다.

 

 "어허, 명곡을 망치면 안 되지?"

 

 박자에 맞춰 탬버린을 신나게 흔들던 주 대리가 빠르게 흘러가는 랩을 능숙한 솜씨로 채워준다.

 

 둘이 번갈아 치고 빠지며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엇박자 랩을 읊어대니 얼추 합이 맞는데,

 

 점점 라임, 박자 무관하게 생목으로 악을 질러대는 그들의 라이브에 환호하는 청중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 온갖 히트곡들이 예약되고 불려진다.

 

 찬물을 끼얹는 잔잔한 노래들은 1절만 듣고 바로바로 취소 직행이로다.

 

 30분쯤 지났을까? 한숨 돌리는 타이밍에 누군가 한마디 한다.

 

 "이쯤 해서 신입 노래 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의 시선이 '정이수'에게 꽂힌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변 과장과 진지한 얘기를 나누던 실장님도 그녀를 바라본다.

 

 이수는 눈치를 보며 노래 리스트를 뒤적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무대로 나가는데..

 

 "6093번 눌러주세요!"

 

 스크린에 야자수가 늘어선 해변에 누워있는 늘씬한 여자들을 배경으로 곡명이 표시된다.

 

 "이야, 저 노래를 부른단 말이야?" 하며 환호하는 사람들.

 

 그녀는 무대 앞으로 뛰어나와 머리 위로 박수를 치며 굵은 음성으로 "헤이, 헤이"를 외친다.

 

 "오오, 최 대리 라이벌 나타났네! 여성 락커 출현이야."

 

 "이젠 강으로 떠날 거에요~ 너는 낭만 강아지~"

 

 무대를 휘저으며 으르렁 포효하는 이수와 가만히 앉아 콜라를 마시는 최 대리를 번갈아 바라보는 사람들.

 

 "캬아, 시원하게 목청 올라가는 거 보소."

 

 "방금 닭살 돋은 거 있지. 소름 돋아!"

 

 "목소리 긁는 거 예술이네."

 

 열광하는 사람들 아니 관중들... 그녀의 노래 실력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까닥이며 호응하는 최 대리.

 

 박자에 맞춰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듯 마이크를 두드리며, 저 먼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

 

 그에 화답하듯 실장님은 소파에 기댄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한다.

 

 떠들썩하게 박수를 치며 허리를 뒤로 젖히고 박장대소하는 열성팬들.

 

 사실 상 무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클라이맥스는 바로 신입 사원 '이수'의 몫이었다.

 

 나머지는 노래방 시간을 채우는 들러리였을 뿐.

 

 열창을 하고 자리로 돌아온 이수의 주위로 회사 동료들의 선망 어린 칭찬이 쏟아진다.

 

 "이수 씨, 마이크 잡으니까 완전 끼 폭발인데.."

 

 "그러게, 눈빛이 변해버리네, 딴 사람처럼 말이야."

 

 "연말에 한번 나가보지 그래?"

 

 자리에 앉아 침묵을 지키던 실장님의 한마디.

 

 "오, 좋은 생각입니다요. 실장님. 송년회 할 때 우리 실 대표로 나가면 되겠어, 이수 씨?"

 

 눈치 빠르게 맞장구치는 변 과장.

 

 "제가 뭘요. 회사에 잘 나가는 락커들, 다 은퇴한 것도 아닐 텐데.."

 

 양볼에 홍조를 띤 그녀가 약간의 겸손을 떨자 다시 한번 폭소가 터진다.

 

 어이없어 코웃음 치는 최 대리.

 

 "1등 상품이 최신형 티비던가 여행 상품권이던가? 상품 빠빵하니까 경험 삼아서 도전해 봐."

 

 옆에 앉은 유 대리가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출전을 독려한다.

 

 "네, 그 때 가서 한번 생각해 볼게요."

 "작년에 최 대리가 대표로 나가서 준우승이었지?"

 

 싱긋 웃는 최 대리가 콜라캔을 따서 그녀에게 건네준다.

 

 "자, 시간 얼마 안 남았다고! 이 기세를 쭈욱 이어서."

 

 변 과장이 주 대리의 등에 덥썩 올라타더니 "히히힝, 히야!" 소리를 내며 무대로 나가는데..

 

 졸지에 말 신세가 된 주 대리의 "끙차" 하는 신음소리.

 

 사람들이 일제히 스탠드업, 점잖게 앉아있는 실장님도 예외 없어.

 

 모두들 무대 위로 뛰어들고, 소파 위로 올라가고, 광란의 라이브가 펼쳐진다.

 

 서로서로 등에 올라타서는 머리채를 휘어잡고, 목을 조르고, 버티다 못해 자빠지고, 한바탕 난리부르스가 폭발하는데..

 

 "아니 왜 날 쳐다보고 그래? 발음 좀 제대로 하라고! 야이, 야이, "색마" 라구.. 색마, 색마..."

 

 졸지에 희대의 '색마'로 찍힌 변 과장의 항변이 시끄러운 소음에 묻힌다.

 

 

 "저기 바람 좀 쐴까?"

 

 "네, 대리님."

 

 유 대리와 이수는 노래방을 빠져나와 불야성을 이룬 밤 골목을 마주한다.

 

 그들은 입구 계단에 질펀하게 걸터앉고는 오가는 행인들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버라이어티한 밤이다. 그치?"

 

 "맞아요. 대리님. Variety Night."

 

 "노래 장난 아니던데? 다시 봤어, 이수 씨."

 

 "첫날부터 마이크 잡을 줄은 몰랐네요."

 

 "뭐 그 정도면 좋은 "첫날"인 셈이야."

 

 "좋은 첫날이라."

 

 "100미터 달리기 할 때 스타트가 중요하다 하잖아?"

 

 "네."

 

 "당신은 남들보다 한 걸음 먼저 내디뎠다고 해야 되나?"

 

 "하, 한 걸음 먼저요?"

 

 "응, 뭐 암튼 그런 게 있어. 그렇게 쭈욱 달려보라구. 넘어져도 포기하지 말고.

 

 단, 회사 생활은 100미터는 아니고 100키로미터 울트라 마라톤쯤은 될 거야."

 

 "네에."

 

 "그런 의미에서 우리 퐈이팅 좀 해볼까?"

 

 유 대리는 주먹을 쥐고 그녀에게 들이민다.

 

 이수는 심호흡을 하고는 꿍~ 주먹 박치기를 한다.

 

 마치 하이파이브하듯이.

 

 "파이팅!"

 

 멀리 경광등이 돌아가는 경찰차가 다가온다.

 

 어디선가 취객이 진상을 부리는지 고성이 오가고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북적이는 인파를 헤아리는 이수의 시야에 누군가 익숙한 실루엣이 그려지고..

 

 (설마...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저기요, 대리님."

 

 "노래방으로 돌아가면 안 될까요?"

 

 "바람 좀 더 쐬자. 목도 아프고, 지금 제정신으로 들어가면 적응 안 된다."

 

 "그런 게 아니라.."

 

 급작스레 당황해하는 이수의 표정을 살피고 그녀의 불안한 시선을 따라가는 유 대리.

 

 "그놈이야? 스토커 남친?"

 

 "그런 거 같아요. 저기 경찰차 지나서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참나, 재수 똥이네. 괜히 마주쳐서 좋을 거 없잖아, 안 그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수.

 

 "뭐해, 빨리 들어가지 않고. 드러운 똥, 일단 피하고 보자."

 

 서둘러 지하 계단을 내려가 숨어들 듯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수 씨, 설마 여기까지 찾아오진 않겠지?"

 

 "네, 보는 눈도 많은데 저 끌어낼 위인은 못 돼요. 그냥 소심하고, 예민하고, 걱정 많은 그런 친구죠."

 

 "에휴, 쫌팽이 같은 놈. 알아서 잘 처리해."

 

 "그래야죠. 이따 집에 돌아가서 전화하려구요. 안심하라고, 집에 잘 들어왔다고."

 

 8번 룸에 다가가자 피날레가 다가왔는지 기합이 잔뜩 들어간 떼창이 울려 퍼진다.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가는 유 대리와 이수.

 

 대폭발 이전 잠깐 응축되는 과정을 거치는 룸 안의 열기.

 

 "말 달려라아, 말 달려라아~"

 

 악명 높은 후렴구를 반복 떼창하다가 얼굴이 벌게지고, 목청이 걸걸하게 쉬어 한 명씩 차례대로 소파에 널브러지는 가운데..

 

 마침내 버라이어티하고 크레이지했던 신입 사원 환영 회식이 막을 내린다.

 

 

 "주 대리, 하 실장님 좀 챙겨라!"

 

 "저기, 변 과장님, 실장님 뻗었는데 어떡하죠?"

 

 "뭘 어떡해? 대리 불러서 집까지 보내드려야지."

 

 "2차만 가면 젊은 분이 뻗으시네."

 

 "잘 보살펴 드려. 여러모로 힘드신 분이야."

 

 "네엥."

 

 

 

 ***

 <현재, 아람초 운동장.>

 

 입사 첫날, 핸드폰을 꺼버리고 잠수한 자신을 찾아 회식자리까지 찾아온 남친과는 끝이 좋지 못했다.

 

 한 달 넘도록 연락해라, 자주 좀 해라, 왜 답장 없냐, 어쩌다 만나면 싸우고 또 싸우다가 제 풀에 지쳤는지

 

 연락이 갈수록 뜸해졌는데.

 

 결국은 가느다란 연이 끊어지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갔다.

 

 (Y군, 잘 살고 있겠지? 그때는 어리고 잘 몰랐으니까 그렇게 매달렸다는 거 알아.

 설마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끊어질 연에 그리 집착하진 않겠지?

 이제는 너무 피곤하게 살지 말고 해피하게, 편하게 좀 살자.

 누구나 첫날, 처음은 힘든 법이니까.)

 

 바싹 마른 운동장의 모래흙을 구두로 헤쳐가며 먼지를 일으키는 이수의 발등이 희뿌옇다.

 

 "엄마, 이제 집에 가자아!"

 

 달려오는 시아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시아야, 넌 그래도 '첫날'치고는 출발이 좋은 편이야. 안 그래?)

 

 

 

 

 

 - 12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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