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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42화)
작성일 : 19-10-21 15:16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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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여주인이 나가자 방안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선호는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았는데 막상 입을 열려하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 돌보다 더 큰 무거움이 담겨 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선호는 속으로 혼자만의 생각을 하면서 여주인이 따라 놓은 술을 단 숨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독한 액체가 목젖을 타고 흘러내렸고, 짜릿한 느낌이 온 몸으로 전류처럼 번졌다. 필수가 선호의 빈 잔에 다시 술을 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고 잔에 술이 채워지기 무섭게 단숨에 잔을 비웠다. 알싸하게 잘 익은 쌀 주정의 잔잔한 향이 코를 타고 뇌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여주인이 코발트 빛깔의 푸른색 접시에 얇게 썬 생선회를 들고 들어 올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셨다.

  “어머! 두 남자가 이렇게 멋없이 술만 마실까?”

  말없이 술만 마시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여주인이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리고 필수의 곁에 바짝 붙어 앉아 나무젓가락으로 회를 한 점 집어 필수의 입에 넣어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홀에는 손님이 별로 없는지 조용했다. 그렇게 셋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셨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술기운이 오르지 않는 것 같았다. 그건 필수도 마찬가지인지 여주인이 따라주는 술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 마셨다. 한참이 지난 뒤 취한 것은 오히려 여주인이었다.

 

  밤 11시가 넘어서 두 사람은 이도를 나섰다. 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스치고 지났다. 필수가 갈지자걸음으로 선호 뒤를 따라왔다. 선호는 저런 상태로 양평까지 갔다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갈 수 있겠어? 힘들면 그냥 들어가.”

  선호가 묻자 필수가 손짓으로 회사를 가리켰다. 경비원 박씨가 밤늦게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얼른 문을 열었다. 이 층 사무실로 들어 간 선호는 커피메이커를 올리고 진하게 커피를 내렸다. 쌉쌀하고 짙은 커피향이 코를 자극했다.

  “야!!! 김선호!? 너 바리스타해도 되겠다……. 커피 잘 내렸는데.”

  필수가 취한 와중에도 환한 표정을 지으며 커피 잔에 입을 댔다. 선호는 그런 필수를 보며 잠시 마음을 무겁게 했던 생각들을 내려놓았다. 커피를 다 마시도록 아무 말이 없던 필수가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두 눈이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야! 선호야……. 난 아무래도 너무 취한 것 같아 힘들 것 같은데……. 내일 가자.”

  “아니야. 하루라도 빨리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내가 갔다 올 테니까 넌 집에 가 좀 쉬어. 오늘 많이 힘들어 보인다.”

  선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필수가 사무실 소파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선호는 말없이 자기 점퍼를 벗어 덮어 주었다. 그런 뒤 사무실을 둘러보고 스위치를 내렸다. 순식간에 어둠이 사무실을 덮어버렸다. 선호는 필수가 깨지 않도록 사무실 문을 살짝 닫았다.

 

  사무실 문을 닫던 선호는 문득 필수가 ‘미안하다’라고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사무실 문에 귀를 대고 안의 기척을 살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잘못 들은 것 같았다.

  선호는 천천히 사무실 건물을 나와 관리동 뒤쪽에 있는 창고로 갔다. 창고 앞 주차장에는 화물용 탑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선호는 탑차에 올랐다. 차안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추웠다. 선호는 선바이저에서 차 키를 꺼내 서둘러 시동을 걸었다. 차체가 부르르 떨리며 기침을 하듯 몇 번 그르렁 거리는 엔진 소음을 뱉어냈다. 이어 머플러에서 배기가스를 내뿜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호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차의 엔진이 안정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실내로 밀려 들어왔다. 깊게 내뿜는 담배 연기 사이로 지난날들의 기억들이 소리 없이 흘렀다.

  원하지 않는 전역을 한 뒤 이곳으로 와 필수와 술을 마시며 울분을 토하던 때가 벌써 2년이 지났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다고 했지만 선호는 요즘 들어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본래부터 돈이나 행복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한 번도 자신의 삶에 후회나 애착이 없었지만, 지금의 자신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선호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선호는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다음 차에서 내려 창고로 걸어갔다. 주머니에서 철문의 열쇠를 꺼내 열었다. 삐걱거리는 묵직하고 자극적인 쇠 긁는 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벽면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리자 메탈 그레이 색의 날렵하고 멋진 오토바이 2대가 눈에 들어왔다.

  광폭의 검은 타이어는 마치 고양잇과의 동물 발처럼 두툼하면서도 탄력 있어 보였고, 뛰어오르는 표범을 연상시키는 몸체와 최소한의 크기로 바람만 막게 만든 검은색 스크린은 보는 사람에게 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선호가 시동을 걸고 스로틀 그립을 가볍게 돌리자 금방이라도 내달릴 것처럼 엔진이 거칠게 그르렁거렸다. 꽁지를 위로 치솟은 머플러의 끝에서 퉁퉁거리는 엔진 소음이 들렸다.

  선호는 그런 오토바이가 토해내는 소리들이 좋았다.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는 것 같았다. 이대로 오토바이를 몰고 텅 빈 밤 도로를 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이 밤이 하얗게 질 때까지 아무도 없는, 거칠 것도 없는 그런 도로를 질주하고 나면 조금은 이 답답한 마음이 걷힐 것 같았다.

  선호는 머릿속의 잡념을 털어 버리고 천천히 오토바이를 창고 입구에 세워 둔 탑차의 적재함에 실었다. 두 대를 모두 싣자 밤 12시가 넘었다. 선호는 오토바이가 쓰러지지 않도록 바닥과 적재함 벽에 턴버클로 단단히 고정을 시키고 차문을 닫았다.

  늦었지만 서둘러 다녀오면 새벽까지는 돌아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힘들었던 오늘 하루가 마무리 될 것 같았다. 선호는 창고의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을 한 뒤 양평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선호가 창고에서 오토바이를 차에 싣고 떠나는 것을 불이 꺼진 사무실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필수가 누군가에게로 핸드폰을 걸었다.

  “지금 떠났습니다.”

  그 한마디로 통화가 끝났다. 통화를 마치고 한참동안을 아무 말 없이 선호가 떠난 밤거리를 바라보던 필수가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에이!!! 시팔 놈의 세상…….”

  필수가 크림색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입 안이 썼다.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위스키를 꺼낸 필수가 병을 입에 대고 물을 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금세 뱃속과 식도가 불에 덴 것처럼 화끈 거렸다. 그래도 답답한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 들고 버튼을 눌렀다. 액정이 밝게 빛났다. 필수는 선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한참동안 핸드폰만 바라보다 결국 핸드폰을 껐다.

  ‘선호야……. 미안하다.’

 

  이렇게 늦은 시각까지 차가 다닌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자유로는 양방향 모두 질주하는 자동차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출퇴근 때와는 달리 차는 막힘없이 잘 빠졌다. 이 속도로 달린다면 1시간 반쯤이면 양평에 도착할 것 같았다.

  운전을 하면서 선호는 필수의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 온 터라 정말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서로를 잘 알았고, 형제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믿는 친구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필수와 같이 담배 한 대 나눠 피웠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거북함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문제라는 것을 선호도 잘 안다. 경찰에 자수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필수의 결백을 증명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것은 오히려 필수에게 불리할 것만 같았다.

  아마 필수의 결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중형을 면한다 해도 필수의 인생은 그것으로 끝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필수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고통조차 무심히 넘어가지 못하는 필수였다. 아무리 아내와의 이혼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렇게 쉽게 도박에 빠져 조직 폭력배의 협박을 받을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

  물론 모든 것을 이겨낼 만큼 마음이 강하지도 못했다. 선호는 순진한 필수가 누군가의 모함에 빠져든 것 같다는 의혹이 강하게 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을 밝힐 방법이 없었다.

 

  강북도로를 타고 달린 차는 금방 팔당대교를 지나 서울을 빠져 나왔다. 차가 경춘 도로로 접어들자 주변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 많던 자동차 불빛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라져 버렸고, 가로등조차 없는 도로는 완전히 어둠속에 묻혀 버렸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선호가 몰고 가는 탑차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전부였다.

  이대로라면 생각보다 더 빨리 양평에 도착할 것 같았다. 선호는 뻐근한 목덜미를 한 손으로 문지르며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어두운 도로를 향해 상향등을 켜고 액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급가속으로 차가 잠시 쿨럭 거리다가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선호는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에 몰두했다. 불빛에 비친 이정표에 남양주와 이패가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덕소가 된다.

  덕소를 지나 팔당까지 가면 목적지까지 거의 다 간 셈이었다. 선호는 이패IC에서 강을 끼고 달리는 6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왼쪽으로 남한강 줄기가 어둠속에 검은 띠처럼 보였다. 이따금 불빛에 비친 수면이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물고기 비늘처럼 희끗희끗 빛을 냈다.

  선호는 몸을 숙여 창문 너머로 하늘을 보았다. 별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날이 흐렸는지 선명하지 않았다. 아직 달은 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주위가 칠흑처럼 어두웠다. 강동대교를 지나서부터는 어둠이 더 짙었다. 강 건너 미사리에 건설 중인 아파트 골조의 형체가 무거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한참을 더 달리자 저 멀리로 팔당댐이 보였다. 댐 위에 환하게 켜 놓은 조명들로 콘크리트 댐이 마치 거대한 성벽같이 보였다. 일산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던 터라 잠시 내려서 시원한 밤공기라도 쐬고 싶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 마음 편히 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을 떼지 않았다.

  팔당대교를 지나자 곧바로 양평대교가 보였다.

  선호는 양평대교를 지나서 잠시 차를 길가에 세웠다.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거리는 이제 6킬로미터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지도상으로는 양평군청으로 가기 전에 있는 오빈 교차로에서 덕평리 방향으로 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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