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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19화)
작성일 : 19-10-12 23:13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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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주변의 호텔은 전부 확인 했습니다. 그날 정 의장이 있었던 호텔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호텔은 제외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고급 음식점이다.

  정 의장의 신분과 시간대를 감안하면 쉽게 눈에 띄는 일반 음식점보다는 신분 노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고급 음식점일 가능성이 컸다. 여의도에서 그런 곳이 어디일까? 그런 곳을 가 본적이 없는 민 반장이나 강력계 형사들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식으로 모든 음식점을 다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민 반장은 문득 국제신문의 김수빈 기자를 떠올렸다. 그라면 어쩌면 그런 곳을 잘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직업 특성상 일반인이 모르는 특이한 정보까지 아는 것이 기자들이었다. 민 반장이 김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형……. 나랑 고급지게 저녁이나 할까?”

  민 반장의 장난스런 말투에 김 기자가 가볍게 웃음을 보였다.

  “좋지. 그러려면 돈이 꽤 나올 텐데…….”

  “그렇지? 그럼 안 되겠네. 다음에 활동비 나오면 그때 사기로 하고, 뭐 좀 물어볼게……. 혹시 새벽 2시경에 여의도에 갈 만한 고급 음식점이 어딜까? 주로 고급 정치인들이 가는…….”

  민 반장이 핸드폰을 턱에 끼고 한 손에 볼펜을 쥐고 형사수첩을 펼쳤다. 김 기자가 무슨 커다란 뉴스거리가 있냐고 물었다. 김 기자의 말투에 기자 특유의 감각이 담겨져 있는 것을 느낀 민 반장은 서둘러 부인했다.

  “아냐, 아냐……. 기사거리가 있으면 내가 김 기자에게 말하지. 그런 것이 아니라 뭐 좀 검토하고 있는 중인데……. 솔직히 우리 가난한 경찰들이 그런 곳을 가봤어야지.”

  민 반장이 수첩에 김 기자가 가르쳐 주는 것을 받아 적었다.

  “어디? 묵향? 여의도 호텔 앞에 있다고?”

 

  다음날 민 반장은 묵향을 찾았다.

  묵향은 입구에서부터 민 반장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여의도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이라는 의사당역 출구와 있는 제법 큰 이층짜리 단독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다. 민 반장이 다가서자 입구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문을 들어서자 바로 넓은 로비가 이어졌다. 로비는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아주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적당한 볼륨으로 들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묘하게 기분을 가볍게 만들었다.

  식당이라기보다 마치 조용한 갤러리에 온 것 같았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민 반장은 지레 몸이 움츠려질 것 같았다. 민 반장이 로비에 들어 선지 꽤 되었는데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여의도에서 이 정도 넓은 식당은 임대료만도 만만찮겠는데…….’

  민 반장은 그냥 서 있기도 뭐해 로비 벽에 걸린 그림들을 둘러보았다. 진품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눈에 봐도 제법 값나갈 것 같은 작품들이었다. 이거야 원. 밥 먹으러 오는 거야. 미술관에 온 거야.

  점심시간이 꽤 지난 뒤라 그런지 매장 안은 다소 한산했다. 아마도 저녁 영업을 위한 준비시간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아무리 기다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민 반장은 안내 데스크 위에 놓여 있는 작은 금색 종을 흔들었다.

  경쾌하고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잠시 뒤 나비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정장 차림의 남자 종업원이 다가왔다. 민 반장은 경찰배지를 보여주며 주인을 찾았다. 종업원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간 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민 반장은 은근히 짜증이 났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사람 무시하는 건가. 민 반장이 다시 종을 치려고 데스크로 다가 갔을 때 안쪽에서 젊은 여자가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민 반장은 짜증이 난 마음에도 여자가 젊고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서 나오셨다고요?”

  여자의 목소리가 인물만큼이나 고왔다. 민 반장이 경찰 배지를 보여주려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자 여주인이 손을 들어보였다. 여자의 길고 흰 손가락에 세련된 다이야반지가 불빛에 반짝였다. 민 반장은 배지를 도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예……. 강남경찰서 강력반장 민태용입니다. 수사를 하다 확인할 일이 있어 왔습니다.”

  여주인은 민 반장의 말에 가타부타 대꾸도 않고 팔짱을 낀 체 민 반장을 쳐다보기만 했다. 여자의 얼굴에는 이곳이 당신 같은 점퍼 나부랭이가 수사를 한다고 마음대로 들락날락해도 괜찮은 곳 인줄 아느냐는 질책과 설령 수사와 관련된 정보가 있어도 이 가게에서는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을 것이란 단호한 거부가 드러나 있었다.

  민 반장은 만만찮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젊은 여자가 이런 고급 식당을 운영할 정도라면 보통내기는 아닐 것 같았다. 아마 여자는 나이에 비해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도 있을 것이고, 뒤를 봐주는 거물급 인사도 있을 것이다.

 

  여자가 노골적으로 민 반장이 알아서 적당이 하고 돌아가라는 표정을 지었다. 민 반장은 씁쓸했지만 이런 경우에는 정공법으로 찌르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달 20일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경까지 이곳에서 식사를 한 손님들 명단이 필요한데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이쯤에서 돌아가리라 생각했던 여자는 예기치 않은 민 반장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어이없었는지 가벼운 코웃음을 쳤다.

  “호호호……. 강남경찰서 강력반장이라 하셨나요? 그럼 이호철 서장님도 우리 집 단골이라는 것은 아시겠네요. 수사 중이라 하시니 도와야겠지만, 나를 믿고 오시는 분들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는 것쯤은 반장님도 잘 아시겠죠?”

  말은 부드러웠지만 속뜻은 단호했다. 까불지 말고 빨리 이곳에서 나가란 완곡한 표현이었다. 한편으로는 자기를 건드려봐야 민 반장만 피곤해 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여자의 건방진 태도에도 불구하고 민 반장은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 패인 두 볼의 보조개와 희고 선이 가는 코 옆의 작은 점은 여자의 매력을 더해주었다. 아마도 이런 매력이 이 여자의 가장 강력한 자산일지도 모른다. 민 반장은 자기 아내도 이 여자처럼 매력적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난 지금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꼭 필요하다면 수색 영장을 받아서 다시 오죠……. 그때는 제가 아니라 형사들이 올 겁니다.”

  “...... 지금 협박하시는 건가요?”

  반쯤 협박조인 민 반장의 말에도 여자는 전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속으로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아닙니다. 아무리 급해도 숙녀 분에게 협박은 안 되죠.”

  여자가 잠시 민 반장을 쳐다보더니 팔짱을 풀었다.

  “기왕 오셨으니까 차라도 한 잔 하시고 가시죠.”

 

  민 반장은 여주인의 뒤를 따라 안채로 향했다. 여주인이 민 반장을 데리고 들어간 방은 꽤 넓은 방이었는데도 가운데 식탁에는 네 개의 의자만이 놓여 있었다. 넉넉하다 못해 여유로울 정도의 공간이었다. 아마도 손님들의 만족감을 최대한 느끼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이렇게 넓은데 4인실 이라니. 민 반장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한쪽 벽에 세로로 걸린 오래된 고풍스런 서예액자가 눈에 띄었다. 문외한인 민 반장이 봐도 유려하면서도 힘찬 필체가 당당해 보였다.

  “안평의 글입니다. 가을의 고독과 친구를 그리는 마음을 그렸다고 하네요. 아마 이 차가 안평의 마음과 같은지도 모릅니다. 보성에서 올라온 우전 작설차인데……. 입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차는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정말 마시기 딱 좋았다. 신경 써서 차를 우려낸 것 같았다. 한 모금 입에 머금자 그윽한 차 향기가 금세 몸 전체로 퍼졌다. 묻지 않아도 고급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민 반장이 차를 마시는 동안 가만히 민 반장을 바라보던 여주인이 물었다.

  “반장님이 물어 보시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민 반장이 찻잔을 내려놓고 여주인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물었다.

  “그날 여기에서 식사를 한 모임의 멤버들이 누구였는지가 궁금합니다.”

  “호호호호…….”

  여주인이 갑자기 비음이 살짝 밴 웃음을 지었다.

  “반장님 참 순진하시다. 강력반 반장님이시라 해서 난 무서운 분 인줄 알았는데…….”

  민 반장이 뒤통수 맞은 표정을 짓자 여주인이 민 반장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두 손을 깍지를 꼈다. 희고 가는 손가락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지에 낀 콩알보다 큰 우윳빛 진주반지가 영롱했다.

  “반장님이 이 가게 주인이라면...... 제게 그 답을 말해주시겠어요? 호호호호……. 우리 순진한 반장님에게 한수 가르쳐 드려야겠네. 정 의장님 사건 때문에 오신 거 맞죠?”

  민 반장이 대답 대신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를 꺼내 물자 여주인이 긴 손가락을 내밀었다. 민 반장이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담배를 문 여자의 입술에 칠한 붉은색 루주가 매혹적이었다. 민 반장이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었다.

  “이미 가신 분이 입을 열까요?”

  민 반장이 무슨 뜻인지 몰라 여주인을 쳐다보자 여주인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여자가 웃음을 짓자 볼에 작은 보조개가 생겼다. 민 반장은 자기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나왔다. 아무래도 쉽게 입을 열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에 내가 가게 문을 닫는 일이 생긴다면……. 이미 가고 없는 분 때문은 아니겠죠? 그런데 내가 왜 죽은 분을 위해 말을 할까요? 내 말이 틀렸나요? 호호호호......”

  여주인의 웃음을 뒤로 하고 민 반장은 별 소득도 없이 묵향을 나왔다. 그러나 꼭 빈손은 아니었다. 여주인의 말 속에서 그날 묵향에서 정 의장이 참석한 모임이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이지만 확인한 셈이다. 일단은 그 정도의 정보만이라도 고마울 뿐이었다. 민 반장이 곧바로 전화로 김수빈 기자를 찾았다.

  민 반장의 말을 들은 김 기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천하의 우리 민 반장도 여자 앞에서는 맹탕이구먼……. 알았어. 내가 한 번 알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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