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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31화)
작성일 : 19-10-21 12:44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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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불과 몇 달 만에 연쇄적인 살인 사건이 세 건이나 일어났다.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서 어떤 단서조차 찾질 못하고 있던 차에 또 다른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현장으로 달려가면서 민 반장은 보통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경찰을 무시하다 못해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는 꼴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이전 두 건의 사건과는 달리 사람이 많이 살고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수지지구였다. 용인 수지지구는 분당, 죽전으로 이어지는 부촌 지역으로 많은 고급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비교적 치안이 잘된 지역이었다.

  민 반장이 현장에 도착하자 박 형사가 간단한 사건 브리핑을 했다.

  피해자는 광교산자락 밑에 있는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영철 변호사로 밝혀졌다. 박 변호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이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비싼 아파트 중 하나였다. 박 변호사는 밤늦게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에 피살된 것으로 보였다.

  박 변호사의 은색 렉서스는 인도에 접한 차선에 멈춰서있었다. 살해된 시각은 오늘 새벽 2시경으로 추정되었다. 박 변호사가 사무실을 나서면서 동료 변호사와 통화를 한 것이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고, 사건 신고가 접수 된 것이 2시 40분경이었다.

  인근의 아파트에 사는 한 시민이 귀가를 하던 중 어두운 도로가에 서있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이상하게 여겨 신고를 했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 뒤 신고를 하기까지 40여분의 시간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보면 박 변호사는 자정에서 2시 사이에 살해된 것으로 보였다.

  범행 장소만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이전의 사건과 모든 것이 똑같았다. 박 변호사도 이마와 가슴에 두 발의 총을 맞았다. 살해 현장을 증언해 줄 CCTV도 없었고, 차 안의 블랙박스 칩도 사라지고 없었다. 앞으로 수사를 해 보아야 하겠지만 민 반장은 이 사건에서도 살해 동기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현장 주변을 둘러 본 민 반장은 이번에도 범인이 치밀한 계획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범인은 마치 이곳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범행을 저지르기에 완벽한 장소를 골랐다.

  용인의 수지지역은 전형적인 계획도시의 구조였다. 도시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등으로 나누고, 각 구역을 왕복 8차선의 넓은 도로가 가로 지르고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 주변은 모두 고층 아파트와 번화한 시가지로 개발되어 있었지만 유독 살해된 현장만 텅 빈 나대지로 남아 있어 거의 방치된 느낌마저 주었다. 땅값이 비싼 이곳에 아직 개발이 되지 않고 방치 된 나대지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나대지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했고, 밤이 되면 인근 물류 창고의 대형 트럭들의 불법 주차장소로 변해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평소에도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조차도 가급적이면 이 곳을 피해 다녔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이 길을 주로 이용했다. 자신의 아파트 단지를 가려면 이곳을 지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또 차로 지나가는 것이기에 그런 점들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범인은 그런 점들을 고려해 이곳을 범행 현장으로 고르는 치밀함을 보인 것 같았다.

  차 안에 메시지를 남긴 것도 똑같았다.

  ‘오른손 포수단’

  국과수 감식 요원들이 현장을 샅샅이 흩고 있지만 민 반장은 별로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도로는 전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어 범인들이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 흔적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절로 한숨만 나왔다. 서장의 질책도 질책이지만 당장 내일 아침 조간신문에는 연쇄 살인 사건의 속보와 함께 경찰의 무능함이 또다시 도배질 될 것이 눈에 선했다. 현장 증거 수집을 마친 최 박사가 국과수 밴으로 걸어가기 전에 민 반장을 불렀다.

  “저번에 일산현장에서 나온 지문 말이야…….”

  “지문 검사 결과가 나왔어?”

  민 반장은 생각보다 빨리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많은 사건들을 처리해야 하는 터라 간단한 지문 검사일지라도 거의 한 두 달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응……. 지난달에 최신 지문 인식기가 새로 들어왔거든? 이놈이 기가 막혀……. 컴퓨터 스캔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는데 검사 속도가 아주 빠르고 희미한 지문도 아주 선명하게 그려내지 뭐야.”

  민 반장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최 박사를 쳐다보았다. 민 반장이 듣고자 하는 것은 지문인식기의 성능이 아니라 찾아낸 지문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래서?”

  “뭘 그래서야?...... 컴퓨터로 스캔해서 비교해 봤는데 정 의장 사건과는 다른 지문이야.”

  다르다고? 뭐야 그럼……. 두 사건의 범인이 다르다는 건가?

  “정 의장 사건에서 찾은 지문은 가운데 부분이 델타문양의 궁상문이었는데……. 이번 일산사건에서 건진 지문은 말굽 문양의 유태제형 와상문이야. 그리 흔하지 않은 지문형태라고 할 수 있지…….”

  말을 마친 최 박사가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인 뒤 밴에 올랐다.

  “지문 분석 보고서는 내일 쯤 작성 되는대로 보내줄게.”

  민 반장은 현장을 빠져 나가는 밴을 바라보며 지문에 대해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건의 범인이 다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공범인 두 범인들이 모두 지문을 남겨 놓았을 수도 있었다. 범인들이 범죄 경력이 없다면 지문 조회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문의 주인공을 찾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사건 주변을 둘러보던 민 반장이 도로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널찍한 도로는 사건 현장과 상가지역을 완벽하게 분리시켰다. 도로 건너편의 상가 지역이 간판과 네온사인 불빛으로 휘황찬란한 반면에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불빛도 하나 없는 어두운 나대지였다.

  일부러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상가 지역에서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 십여 미터의 거리도 거리였지만 이곳은 마치 도심 속의 폐허 같은 곳이었다.

  그때 민 반장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상가 구역의 도로 중간쯤에 설치된 방범용 CCTV가 보였다. 워낙 거리가 너무 멀어 이곳까지 찍힐 리 없어 보였지만, 민 반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까지 걸어갔다.

  사건 현장까지의 거리는 적어도 백 미터는 족히 될 것 같았다. 다행이라면 카메라가 고정식이 아니라 회전식이고, 비교적 최신 기종이라 운이 좋으면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화면을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 반장은 곧장 관할 경찰서인 용인 동부경찰서 방범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사건 당일의 녹화 파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방범용CCTV라 화질은 상당히 높고 화면이 선명했지만, 상가 주변을 위주로 촬영이 되어 있어 모니터를 지켜보는 내내 속만 탔다.

  카메라는 이따금씩 사건 현장 방향을 비추기도 했지만 워낙 거리가 멀고 어두웠던 탓에 거의 검은 화면으로만 보였다. 민 반장은 사건이 발생한 당일 새벽 1시 반부터 3시 사이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러나 수차례 반복해 화면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담당 경찰관이 답답한 표정을 지었지만 민 반장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 CCTV 녹화 파일이 유일한 단서일지도 모른다.

  “김 순경……. 미안해. 한 번만 더 돌려봐.”

  “반장님. 더 이상은 아무것도 안 나올 것 같은데요…….”

  김 순경이 다시 한 번 돌려보자는 민 반장의 말에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알았어. 알았어. 이번 한 번만 더 돌려 봐줘…….”

  김 순경이 다시 처음부터 화면을 천천히 되돌려 틀었다. 민 반장은 김 순경의 뒤에 바짝 붙어 서서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몇 번을 보았던 화면이었다.

  사건 현장을 비추던 카메라가 천천히 상가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그저 어둠만이 가득했다. 그때 민 반장은 화면에서 아주 짧게 희끗한 것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순간이었다. 불과 1초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짧은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분명히 무엇인가 희끗한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모니터 화면에 반사된 빛을 잘못 본 것일지도 몰랐다.

  “엇! 잠깐만!! 김 순경! 지금 그 화면 다시 한 번 최대한으로 천천히 돌려봐.”

  김 순경이 한 숨을 한 번 내쉰 뒤 녹화 파일을 되돌렸다. 화면 상단 오른쪽에 찍힌 디지털 시간표시가 02:05:23을 가리키고 있었다.

  “엇! 정지!”

  김 순경이 화면을 정지시켰다. 화면에 희미하지만 짧고 희끗한 섬광이 이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처음으로 범인의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비록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단순한 CCTV 녹화 파일일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범행 현장을 찍은 최초이자 유일한 화면이었다.

  그러나 지방 경찰서의 장비로는 더 이상의 확대나 디테일한 장면을 재생시키기는 어려웠다. 민 반장은 용인 경찰서 방범과장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한 뒤 파일을 국과수로 이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용인 경찰서를 나온 민 반장은 국과수로 달려갔다. 국과수의 디지털 분석관이 정밀 판독기에 전송된 파일을 올렸다. 그러나 담당 분석관은 화면의 상태를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아이구……. 반장님. 이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민 반장은 담당 분석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도 찾아봅시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우리를 살려줄 유일한 단서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까.”

  그러나 분석관의 말처럼 파일에서 살릴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희끗한 섬광이 총알이 총구를 빠져나올 때 차가운 공기와의 마찰에 의한 열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섬광 흔적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불과 3초 정도의 분량에서 더 많은 정보를 찾고자 한다는 것은 민 반장의 간절함일 뿐이었다.

  “분석관님……. 이 화면을 좀 더 밝게 확대할 수는 없습니까?”

  박 형사가 분석관을 재촉했다.

  “그거야 가능하지만……. 이렇게 흐린 화면은 확대하면 오히려 초점이 흐려져 더 보기 어렵습니다. 밝기는 조금 더 키울 수 있지만…….”

  분석관의 말처럼 영상 화면은 조금은 더 밝아졌지만, 화면을 확대시키자 화상이 흐려지면서 그나마 희미하게 보이던 형체마저 사라졌다.

  “어째든 한 번 선명도를 최대한 높여 볼 게요.”

  분석관이 조이셔틀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화면의 픽셀을 조정해 조금씩 크기와 선명도를 높여갔다. 화면은 미세하나마 선명해져 갔다. 민 반장은 숨을 죽이고 분석관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잠깐!!! 그 장면…….”

  민 반장이 정지시킨 화면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분석관도 유심히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화면 속에서 그저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만 줄 정도로 희미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러나 민 반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범인은 박 변호사를 쏜 뒤에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물류창고로 이어지는 옆길로 달아난 것이다. 민 반장은 검은 화면에서 본 것은 범인들의 뒷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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