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이게 신소은 효과라 이거지?
이지호가 너한테 집착했던 이유가 있었네ㅋㅋ]
“얜 또 뭐라는 거야.”
퇴근 후 이제 막 씻고 나온 소은은 링크주소와 함께 와있는
세은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최근 소개팅 후 새로운 썸남이 생겼다는 세은과
예전보다 만남의 횟수가 줄긴 했지만,
이렇게 매일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사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주고받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세은의 뜬금없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소은은 일단 세은이 보낸 링크주소를 눌렀다.
‘/우리가 사랑했을 때(Teaser)/
우는 것도 멋있으면
어쩌자는 거죠?(지호.ver)’
링크가 열리자 조금 오글거리는 제목의 영상이 나왔고,
재생을 누르니 곧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첫 방송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호의 드라마 티저 영상이었다.
소은은 지호의 얼굴이 나오자 좀 더 집중하며 볼륨을 높였다.
주로 밝은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를 찍던 지호였지만,
이번 드라마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멜로와 새드 그 사이쯤으로 보였다.
영상이 끝나갈 때 쯤.
화면을 응시한 채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 지호의 얼굴이 영상이 클로즈업 되었다
그리고 곧 이어 들려오는 지호의 목소리.
‘우리가 사랑했을 때’
“오-”
며칠 전 한강에서 소은과 같이 산책을 하며 떠들던 지호였는데,
이렇게 화면 속에서 보니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낯설다기보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런 색다름이었다.
평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던 지호였지만
화면 속 지호는 메이크업은 물론 의상까지 완벽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영상의 분위기가 제법 무거워서인지
소은은 평소의 지호보다 화면 속 지호에게서
뭔가 더 성숙한 어른남자의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보니까 더 잘생겼네.”
딱히 드라마를 챙겨본 적은 없었지만,
소은은 지호가 나온다는 이유로
이 드라마는 꼭 챙겨보리라 다짐했다.
세은에게 답장을 하기 위해 영상을 나가려는 순간
소은의 눈에 댓글창이 보였다.
예전 지호의 기사에서 봤던 악플들이 생각나
이번에는 어떤 댓글이 달려있을지 괜히 소은이 다 찜찜했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나아진 지호의 눈물에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 소은은 천천히 창을 살펴보았다.
-이지호 진짜 이 갈고 나왔네.
보는 나도 같이 따라 울 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가 알던 이지호의 눈물즙이 아닌데.
-대박! 겁나 슬프게 울어ㅠ
-편집을 잘 한 듯ㅋ
방송으로 보면 또 즙 짜고 있겠지ㅋ
-와씨ㅠ 남자가 우는 게 왜 저렇게 청순하지?
지호야 계속 울어줘...
좋은 말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다행히 대부분 지호의 눈물에 대한 호평이 가득했다.
아직 방송 전 이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달라진 댓글의 반응에
소은은 괜히 자신이 다 웃음이 나왔다.
[와- 야 이지호 진짜 나한테 잘해야겠네!
내가 살렸다ㅋㅋㅋ
댓글 반응 장난 아님ㅋㅋㅋ]
왜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진 소은은
세은에게 답장을 보내고 그대로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지난 날들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배우인 지호가 소은의 우는 모습을 봐야
눈물이 나온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였을 때,
지호를 미친놈 또는 또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은도 곧 알게 되었다.
지호가 왜 자신을 찾아와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했었는지.
지호의 연기 논란이 나왔을 때에는
별 관심 없었지만,
소은에게 찾아와 울어달라는 부탁을 한 이후
도대체 얼마나 눈물이 안 나오면 이러나 싶어
일부러 지호가 눈물 흘리는 장면들을 찾아보았었다.
검색 창에 ‘이지호 눈물’이라고만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이지호 눈물즙’, ‘눈물 발연기’ 등 읽기만 해도 민망한 내용들이 나왔고,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몇 개의 영상을 보고 난 뒤
소은은 손발이 오글거린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보는 사람이 더 민망해지는 그런 어색함이었다.
만약 소은이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예전의 지호처럼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와중에 누군가의 눈물이 해결책으로 보였다면,
그 때의 지호처럼 그 누군가를 찾아가 똑같은 부탁을 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화를 냈었지만 결국에 지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만약 지호가 정말 자신의 우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눈물을 흘리게 된 거라면..
지호가 자신에게 베푸는 친절은 가식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 친절을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아닐까
착각한 자신이 조금 민망해졌다.
민망함을 씻어내고자 얼른 잠이나 자려는 생각으로
핸드폰의 알람을 맞추던 소은은 아직 없애지 않은
영상 창을 발견했다.
창을 끄려는 찰나 지호의 티저와 관련된 몇 개의 영상을 더 발견했다.
소은이 아까 본 건 남자주인공을 맡은 지호의 단독 버전 이었나보다.
관련 영상에는 여자주인공의 단독 티저 하나,
그리고 두 주인공이 함께 나오는 티저 하나가 더 있었다.
소은은 자려던 것도 잊고 자신도 모르게 관련 영상들을 재생시켰다.
“와- 정예진. 진짜 여신.”
이번 드라마의 여자주인공인 예진의 영상을 보던 소은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같은 여자가 봐도 흠잡을 곳 없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연기 또한 보는 사람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집중하다 보니 어느 새 예진 버전의 티저 영상도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버전이었다.
소은은 자연스럽게 재생시켰다.
“오...”
비록 영상 속 두 사람의 분위기가 즐거워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비쥬얼 남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소은 또한 두 사람의 케미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도 같이 밀려왔다.
괜히 끝까지 보기 싫어진 소은이 완벽하게 창을 꺼버렸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드라마 내용에 대해 지호에게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아직 방송 전이라 예민한 부분일까 싶어 소은도 세세히 묻지는 않았었다.
단지, 촬영은 잘 되가는지 정도만 물었고,
지호는 말이라도 소은 덕분에 잘 하고 있다는 답변을 주고받은 정도였다.
딱히 드라마를 검색을 해보지도 않았고,
사실 엄청나게 관심을 가지면서 기다리지도 않았었다.
‘때가 되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있었는데,
최근 들어 여러 방송에 자주 나오는 지호를 보며 지호의 말대로
‘곧 첫 방송이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티저 영상을 보니 뭔가 지호에게
‘저 지호씨 드라마에 관심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어찌됐든 결국 지금 이 드라마 때문에
지호와 소은의 인연이 시작된 거라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에서 아직 보지도 못한 드라마에 대해 애정도 생기려 했다.
지호의 이번 연기에 대한 호평에
소은은 나름 어느 정도 자신의 지분도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지호의 연기가
어떤 상황에서도 인정받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지호씨 촬영은 잘 하고 있죠?
저 방금 이번 드라마 티저 봤어요.
사람들 반응도 완전 좋네요.
동아줄은 뿌듯하게 잠들 것 같습니다^^]
한창 바쁜 지호를 알기에 소은은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잠을 청했다.
-
“아-”
“이지호 괜찮아.
너 피곤해서 그래. 감독님도 이해하시잖아.
요즘 무리했지. 암.”
“아니야-
이거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닌 거 같아.
피곤한 거랑은 별개야.”
“음.. 그럼 그 여자 약발이 떨어 진걸까?”
“형- 오늘 촬영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 그건 지호 네가 우는 거에 따라...”
“하아- 미치겠네!”
촬영 중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지호는
차 속에서 끝없는 한 숨을 내 쉬고 있었다.
소은의 얼굴이 흐릿하지는 않은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자꾸 흐릿해졌다.
우는 얼굴이 아닌 웃는 얼굴이 더 생각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호의 감정도 슬픔이 묻어 나오질 않았다.
다행히 최근 무리한 스케줄이 계속 되고 있다는 걸 감독도 알고 있었고,
스텝들도 지호의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지
연기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전까지 모든 연기가 완벽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지호 자신은
1분1초가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제일 답답한 것은 소은에게 부탁을 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다.
촬영이라도 빨리 끝난다면 소은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시간이라도 내서 보러 갈 텐데,
하루하루 꽉 차있는 스케줄 때문에 도무지 시간을 낼 틈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이라도 당장 소은에게 S.O.S를 치고 싶었지만,
벌써 밤 11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다.
하필 오늘 남은 촬영은 대부분
지호가 감정을 잡아야 하는 장면들로 가득했다.
자신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다른 배우들과 스텝들
모두 고생시키는 것 밖에 안됐다.
지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다시 한 번 깊게 한 숨을 내쉬었다.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어떻게 해서든 당장 소은의 눈물을 떠올려야 했다.
처음 편의점 앞에서 흘렸던
한 방울의 눈물부터 생각해보았다.
뒤이어 율의 레스토랑에서 다시 마주친 날에
눈물 가득했던 눈동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차 안에서 온 몸이 떨리도록
눈물을 참았음에도 결국 엉엉 울던 모습까지.
생각이 여기까지 갔으나 뒤이어 떠오르는 건
소은의 당황스러움을 담은 표정,
장난치던 모습, 환한 웃음 그 모든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라면 먹고 갈래?’ 라고 말하는 소은의 모습까지.
(물론 소은은 저렇게 말한 적이 없지만,
그날 지호의 기억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었다.)
“악!”
“아 놀래라! 미친놈아!”
이대로 가다가는 답이 나오질 않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꾹 누르던 지호는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뭔가 결심한 듯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나야.
정말 미안한데 다시 돌아 와줘.”
누가 보면 헤어진 연인에게 하는 대사 같았기에
민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모양으로 ‘누.구.야.’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런 민석의 조용한 외침을 지호는 모르는 척 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 지호를 보며 민석은 여전히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만
살짝 욕을 날려줬다.
욕은 날렸으나 눈을 감고 있어도
‘나 너무 힘들어요’라는 표정이 가득한 지호를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크긴 했다.
요즘 정말 무리한 스케줄에도 투정한 번 한 적 없는 지호였지만
오늘은 그동안의 피로가 다 몰려온 듯 한 표정이었다.
민석은 그런 지호를 위해 달달하게
마실 거라도 가져올 심산으로 차에서 내렸다.
사실 지호가 전화를 건 사람은 예진이었다.
오늘 예진의 촬영은 모두 끝났다.
지호에게 먼저 간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 하고
떠난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지호와 거의 모든 스케줄을 같이 하고 있는 예진이라
얼마나 피곤할지 알고 있었기에 연락을 할지 말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안이 없었다.
사실 별 도움이 안 될 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진의 우는 모습 위로 소은의 얼굴을 상상하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어서 결국 예진에게 부탁을 했다.
‘응? 너 지금 헛소리 하는 거 같은데? 다시 오라고?’
“나 진짜 한 번만 부탁 좀 할게.
나 앞에서 감정 좀 같이 잡아줘.
진짜 미안-
나 지금 눈물이 한 방울도 안 나와 누나. 이러다가 밤 새게 생겼어.”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잘 했잖아. 이지호.’
“한 번만 부탁 좀 할게.
오늘만 좀 봐줘 누나.”
평소와 다르게 축 처지다 못해 곧 쓰러질 것 같은 목소리로
부탁하는 지호에게 예진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너- 기브 앤 테이크다.’
“응. 뭐든지-”
‘뭐 말할지 듣지도 않고?’
순간 예진과의 대화에서 문득 소은과 했던 말들이 생각 나
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호 앞에서 울어주기만 하면 뭐든지 다 해주겠다고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힘들어 죽겠는데 웃음이 나온다니.
이 아이러니함에 지호는 다시 눈을 떴다.
예진을 보고도 다시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르길 바라는 마음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호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할 유일한 사람이
더 이상 소은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 말도 안됐지만
지호는 또 그렇게 되는 건 뭔가 싫을 것 같았다.
소은에게만 특별하게 의미를 두고 싶은 건지,
그런 거라면 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안고 지호는 예진에게 말했다.
“장기만 달라고 하지마.”
지호의 말을 듣고 호탕하게 웃은 예진이
‘조금 있다 봐’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지호는 여전히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쌓여있던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많은 사람들의 연락 중 소은의 문자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지호씨 촬영은 잘 하고 있죠?
저 방금 이번 드라마 티저 봤어요.
사람들 반응도 완전 좋네요.
동아줄은 뿌듯하게 잠들 것 같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보고 지호는 조금 전과 다르게
입 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소은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왔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소은의 다양한 모습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이제 소은이 보낸 문자만 봐도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투로 말할지 상상이 갔다.
‘똑똑’
“네”
“지호씨 곧 촬영 들어 가실게요.
지금 준비해주세요.”
“아 네-”
소은에게 답장을 쓰던 지호는
그대로 핸드폰을 놔두고 차 문을 열었다.
“아악!!!”
“야잇!!!”
문을 열자마자 바로 코앞에 있던 민석 덕에
두 사람은 서로 깜짝 놀랐다.
“문을 갑자기 열면 어떻게 해 임마!”
“왜 차 문 앞에 그렇게 가까이 서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놀라 한 마디 씩 했다.
“야! 나는 너 줄라고 라떼!
바닐라 라떼 사 왔지!!”
“오? 고마워 형. 근데 나 지금 촬영 시작한데.
놔두면 끝나고 마실게.
형은 좀 더 쉬다가 와.”
“어? 야- 이지호! 야!”
민석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촬영장으로 향해 가는 지호를 보고
민석은 아직 손에 들고 있는 라떼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일단 차에 놓고 가기 위해 지호의 자리에 라떼를 올려 놓았다.
그리고 뒤를 도는 순간 아직 화면이 밝은 지호의 핸드폰을 발견했다.
“꼭 잠가놓으라니까는-”
[지금도 촬영중.
그런데 소은씨가 필ㅇ..]
또 핸드폰 화면을 안 잠그고 갔다고 나중에 한 소리 해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지호의 핸드폰 화면을 잠그려던 민석은 메세지 창에 아직 쓰다 만
지호의 문자를 발견했다.
“소은씨?”
소은이라면 지호의 눈물에 아주 크나 큰 도움을 주는 그 여자였다.
“소은씨가 필? 뭐라 쓰려던 거야.
흠.. 필이라.. 필.. 필요..? 필요해요?!”
민석은 자신의 허벅지를 탁 치며 말했다.
“소은씨가 필요 하구나. 이지호. 그래.
눈물 흘리게 하는데 이 여자가 직빵이지.
그런데 지금?”
민석은 손목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곧 자정이 다 되가는 시간이었다.
“이 자식 이거이거,
이 야심한 시각에 이런 부탁을 하려고.”
민석은 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급했으면 이랬을까 싶어 지호가 안타깝기도 했다.
평소 남에게 부탁 자체를 잘 안하는 지호를 알았기에
민석은 지금 지호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이라도 알 것 같았다.
그렇게 한 참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던 민석은
뭔가 결심한 듯 눈을 감았다.
“그래- 나는 이지호 매니저다.
이지호가 잘 되는 게 내가 잘되는 거다.”
그리고는 주저하는 손으로 소은의 번호 옆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저.... 지호 매니저인데-
이런 말씀 드리는 거 정말 실례인 거 알지만...
혹시... 지금 시간 괜.. 찮으세요?”
민석은 지호 대신 자신이 조금 뻔뻔해지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