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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 방울에 백만원
작가 : 으른신
작품등록일 : 2020.8.30

이별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다들 울지 말라고 달래줘도 모자랄 판에, 더 울어달라고 애원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슈퍼스타의 어이없는 부탁에 나도 어이없게 말했다. "뭐야, 그럼 눈물 한 방울에 백만원씩 내놔요." 말도 안되는 부탁은 잘만 했으면서, 어느 새 내 앞에만 서면 대형견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이 남자. 울어줘? 말어?

 
3화: 잘했어, 캡틴!
작성일 : 20-09-02 22:50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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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안 해. 더 쉴 거야.

 그동안 나 열심히 살았잖아.

 나 진짜 너무 힘들고 피곤해.

 딱 일 년 채울 때까지 쉴 거야.”

 

 지호는 새로운 작품의 시나리오들을 들고 찾아온 민석에게 더 쉴 거라고 딱 잘라 말했다.

 

 “너 진짜 피곤해서야?

 아니면 연기가 싫어진거야?”

 

 “아 몰라.”

 

 “이지호. 자기애 뿜뿜 하던 그 이지호 어디 갔냐. 너 왜 이렇게 풀이 죽어있어!”

 

 “형.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

 

 “뭔데”

 

 “나 솔직히 연예인 되고 나서 요즘이 제일 우울하거든?

 그런데도 눈물이 안 나온다.”

 

 “아이고.. 이거 완전 눈물에 강박증 생겼네. ”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나 그냥 연기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뭐?!?!”

 

 “아니, 그 동안 반응 좋았던 것도 그냥 감독님이랑 작가님들 잘 만나서였던 것 같고..”

 

 “야, 이지호 이런 반응 낯설다.

 잘되면 네 덕이라고 숨 쉬듯이 말하던 놈이.”

 

 “하, 모르겠어. 요즘은 진짜 다 모르겠어.”

 

 “지호야. 네가 비록 눈물 즈... 아니 눈물 연기를 좀 어려워했지만,

 다른 부분은 다들 인정했잖아.

 

 너 연기 시작한지 5년도 안됐어. 아직 햇병아리야. 형이 봤을 때 10점 만점에 7점은 하니까 마음 다잡고 다시 시작해보자 응?”

 

 “.....형.....”

 

 “그래, 지호야. 너무 감동 먹지는 말고.”

 

 민석은 지호를 위로하듯 힘껏 안아주며 말했다.

 

 “...푸...푸하하하하하..크하하하하하!!”

 

 “아씨! 귀 아파!”

 

 순간 귀에 울린 지호의 웃음 소리에 민석은 깜짝 놀라 지호와 떨어졌다.

 

 “아 나, 아직도 이 형은 나를 모르네. 방금 연기한거야.”

 

 “뭐??”

 

 “힘없는 척. 슬픈 척 연기 좀 해봤어.

 아 이지호 역시 아직 안 죽었다니까.”

 

 “이런 미치이이인.....”

 

 “아 그래도 형 반응은 좀 감동이었다. 근데 7점이라니. 나는 그래도 8.5 이상은 되는 거 같은데.”

 

 “너는 진짜.. 한 번씩 패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 놈이야.”

 

 “아- 오랜만에 크게 웃은 것 같네.”

 

 “그래서 활동은 언제부터 할 거야?”

 

 “아, 근데 나 진짜 좀 쉬고 싶어.

 그건 진짜 진심이야.”

 

 “연기는?”

 

 “당연히 계속 하지.

 근데 일단 정말 제대로 좋은 작품으로 복귀하고 싶어.

 그냥 애매하게 예전이랑 똑같이 발전 없는 연기는 안하고 싶어.”

 

 “그래, 더 성장한 모습으로 복귀 하는 게 좋긴 하지. 근데 어쩌냐. 정 작가님은 지금 복귀 하시는 것 같던데.”

 

 “정 작가님? 잠깐만, 정지윤 작가님???”

 

 “응. 그 정지윤 작가님. 네가 아주 같이 작품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그 분. 친히 시나리오 까지 보내주셨는데.

 뭐 너 읽기 싫으면 다시 가져가고.”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고??? 진짜로? 동명이인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그 정 작가님이?”

 

 “그러게. 아이돌 출신은 전혀 쓰실 마음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시더니, 이번에 이렇게 보내 주셨더라.

 아무래도 오랜만에 나오는 작품이라 어느 정도 핫한 배우들이 나와서 홍보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 아닐까?”

 

 “미쳤어! 와 씨, 어떡하지.

 아.. 나 근데 아직 준비가 안 된 거 같은데.”

 

 “그럼 그냥 쉬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그냥 쉬어.

 뭐 평생 정 작가님 작품은 출연 못하고 살면 되지.

 뭐 그렇다고 죽기라도 하겠냐.

 그냥 편히 쉬어. 쭈~욱!!”

 

 민석이 시나리오를 흔들며 놀리듯이 말하자 지호는 재빠르게 낚아챘다.

 그리고는 초조하다는 듯이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정지윤 작가.

 지호가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작가 1순위였다.

 

 로맨스 물을 기반으로 쓴 정 작가의 시나리오들은 항상 예상치 못한 스토리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스타 작가의 작품인 만큼 캐스팅 된 배우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에 출연하려는 경쟁도 치열했다.

 

 신인들은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는 기회였고, 이미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배우들도 주연 자리를 탐내며 기회를

 엿봤다.

 

 지호도 몇 번 그녀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으나, 정 작가는 ‘아이돌 출신 배우는 원하지 않는다.’ 라는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었다.

 

 정 작가의 반응에 더더욱 오기가 생겼던 지호는 기필코 그녀와 함께 작품을 할 거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땐 지호가 눈물즙 논란이 생기기 전이어서 가질 수 있었던 자신감이었다.

 

 정통 멜로를 기반으로 한 로맨스 물을 주로 쓰는 정 작가의 작품에서도 눈물 연기를 필요로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있었다.

 

 만약 정 작가가 이전 작품들에 지호를 바로 캐스팅했더라면, 지호는 아마 더 빨리 좌절을 맛 봤을지도 모른다.

 

 분명 정 작가도 지호의 연기에 대한 논란은 알고 있을 텐데, 그런 그에게 먼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지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시나리오의 첫 장을 넘겼다.

 

 [ 가장 사랑했던 그대에게(가제) ]

 

 집중해서 시나리오를 몇 장 읽던 지호는 점점 얼굴이 굳어져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민석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첫 장면부터 주인공들의 이별 장면이 나왔다.

 

 모든 이별에 눈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감정은 표현해야 했다.

 

 그 다음 장면도, 그리고 그 다음 장면도.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지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

 

 “아니 뭐, 그다지 재밌을 거 같진 않던데. 뭐 정중히 거절하고 다음 작품 기다려 볼래?”

 

 지호의 눈치를 살짝 보던 민석이 먼저 지호에게 거절을 제안했다.

 

 괜히 무리해서 출연을 결정하게 했다가 자기애가 강한 지호가 제대로 슬럼프에 빠질까 걱정이 됐다.

 

 “다음 작품이라는 기회가 안 오면..?”

 

 “아나.. 야, 이지호 너 이지호야.

 정 작가님 말고 다른 작가님들도 많잖아?!

 다들 너 언제 작품 시작하나 기다리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으아-”

 

 민석의 위로에도 지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꽤 오래 매달렸던 작가가 준 기회였는데, 그걸 거절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첫 신부터 시작되는 눈물 연기가 작품의 흐름을 깨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지호는 한 참을 더 고민하다 말했다.

 

 “형. 나 결정했어.”

 

 “어 그래. 어떻게 거절할까.

 최대한 예쁜 말로 포장해보자.”

 

 “아니, 나 일단 작가님 만나보고 결정 해야겠어.

 어차피 바로 캐스팅 되는 거 아니잖아.

 일단 왜 나한테 기회를 준 건지부터 물어볼래.

 아이돌 출신은 싫다 하셔놓고,

 이제 나 눈물연기 발 연기인 것 까지 다 아실 텐데 왜 나를..?”

 

 “네가 네 입으로 ‘눈물연기 발 연기’라 하니까 좀 웃기네.

 그럼 일단 작가님께 연락 드려봐서 날 잡을게.

 

 지호야 대신 그 때까지 연기 연습 열심히 하자. 혹시 모르잖아.

 네가 진짜 마음에 들어서 바로 연락주실 수도 있으니까.”

 

 “... 최선을 다해볼게.”

 

 정 작가의 작품으로 복귀함과 동시에 자신의 연기력 논란도 잠재운다면 그야 말로 성공이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자신의 마음 한 편에 남아있는 ‘눈물즙’이라는 짐도 완전히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며칠 뒤, 지호는 정 작가와 잠깐의 만남을 가졌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공백기가 생각보다 기네요.

 지호씨 부르는 곳이 많을 텐데.”

 

 “어쩐지 푹 쉬고 싶더라니,

 이렇게 작가님 작품 만나려고 그동안 쉬었나 봐요.”

 

 “어우, 립 서비스가 장난 아니시네요.”

 

 긴장한 와중에도 능글맞게 말한 지호를 보며 정 작가가 피식 웃었다.

 

 “자, 이제 본론을 말해볼까요?

 지호씨. 저 아이돌 출신 배우 안 쓰 는 거 아시죠?

 시나리오 받고 아마 놀라셨을 거 같은데.”

 

 “아, 안 그래도 궁금해서 여쭤보려고 했어요. 분명 저에게 그렇게 딱 잘라 거절하셨는데, 갑자기 연락 주셔서 궁금했던 건 사실입니다.”

 

 “사실 그 생각은 여전해요.

 아,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싫다는 건 아니예요. 오해하지는 마세요.

 

 요즘엔 워낙 다재다능한 친구들이 많아요. 생각보다 다들 열심히 준비해서 나오니까 연기력 논란도 예전보단 덜 하기도 하고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장점도 있구요.”

 

 “아.”

 

 “그렇지만 시청률 올리려고 지호씨한테 연락드린 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저도 뭐 그렇게 능력 없는 사람은 아니라.”

 

 정 작가의 말에 지호는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혹시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사실 다른 배우들에게도 시나리오는 보냈어요.

 

 이 말은 지호씨를 남자주인공 자리에 확실히 캐스팅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오디션을 통해서 정할 겁니다.”

 

 “뭐, 예상했습니다.”

 

 “지호씨를 제외하면 다들 꾸준히 연기만 해 오신 분 들이라, 연기력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크게 논란 있는 분들도 아닙니다.

 

 이 말은 오디션 준비를 대충 하면 안 된다는 거겠죠?

 인지도만 보고 캐스팅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 당연하죠. 정말 열심히 준비해보겠습니다.”

 

 정 작가의 ‘논란’이라는 말은 지호의 ‘눈물즙’ 연기를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머쓱해진 지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사실 제가 지호씨에게도 시나리오를 보낸 이유는 제가 정말 신뢰하고 아끼는 사람이 지호씨를 추천해서입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제가 지호씨에게 연락을 드릴 이유는 없었을 거 에요.”

 

 “와, 되게 직설적이시네요.”

 

 “돌려서 말 잘 못합니다.

 혹시 기분 상했다면 사과하죠.”

 

 “아닙니다. 오히려 뒷말 나오는 것 보다 직설적인 걸 더 좋아해서요.

 그런데 절 추천하신 분이 누구신가요? 예상이 전혀 안되는데..”

 

 “그건 말씀 드리기 곤란하네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말씀드리죠. 오디션은 일주일 뒤에 현장에서 보는 걸로 하죠.

 

 제가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한 거라 그런지 지호씨가 그 분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시간 내서 오시느라 고생했어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꼭! 그 고마운 분의 기대에 부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오디션 날 뵐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지호가 의자를 정리하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한가지 부탁을 하자면..”

 

 “?”

 

 “가능한 눈물 흘리는 신으로 준비해주세요. 가능하다면 말이죠.”

 

 정 작가의 말에 지호는 입 꼬리를 올려 미소로 답하며 목례 후 밖으로 나왔다.

 

 -

 

 'Rrrrrr- Rrrrrr-'

 

 "어 형.“

 

 - 작가님이랑 이야기 잘 했어? 뭐래?

 

 “이야기는 잘했어. 근데 나한테 시나리오 보낸 이유가 누가 나를 추천해서라는데.

 그게 누군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네.

  박 감독님인가?”

 

 - 오 누가 그렇게 고마운 일을?!

 인생 헛살지 않았다. 이지호.

 

 “뭐 그건 나중에 알아봐도 늦지 않고. 아무튼 일주일 뒤에 현장 오디션으로 주인공 정할거래.

 그리고 나한테 가능하면 눈물 보이는 연기를 부탁하는데.. 지금 바로 연습 가능하나?

 

 - 당연. 미리 다 준비해놨지.

 바로 회사로 와. 오늘부터 특훈이다!

 

 “오케이- 지금 바로 갈게.

 

 그 날 이후 지호는 진짜 미친 듯이 연기에만 몰두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호의 연기는 좋았다. 완벽한 대사 암기는 물론 캐릭터와 대사의 이해도도 높았다.

 

 배우는 외모가 중요하다며 외모 관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비쥬얼은 이미 남자주인공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문제였다.

 

 다행히 예전처럼 즙을 짜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라면 정 작가에게 ‘네가 그럼 그렇지’라고 비웃음만 사고 끝날 것 같았다.

 

 “자, 다들 잠깐 10분만 쉬자”

 

 민석의 말에 지호도 대본을 내려놓고 민석이 가져다 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제 3일 남았다. 어때, 괜찮겠어?”

 

 “아씨, 미치겠네. 아 어떻게 해야 슬픔이 표정으로 나오지?”

 

 “아 당연히 슬픈 생각을 하면...

 아, 너는 인생의 굴곡이 없어서 그런 기억이 없지.”

 

 잠시 슬픈 생각을 한다고 하며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본 지호는 이내 한 숨을 내쉬었다.

 

 “하.. 내가 봐도 심각하다.

 아 진짜 미치겠네.”

 

 “그래도 다른 부분은 완벽하니까 일단 밀어 붙여보자.

 정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아, 안되겠다. 형 나 오늘은 이만 들어가 볼게.

 머리 좀 식히고 내일 일찍 나올게.”

 

 “그래. 고생했다.

 딴 길로 새지 말고 집으로 가라.”

 

 “내가 언제 헛짓거리 하고 다니는 거 봤어? 그동안 캡틴 산책을 못 시켜서 산책이나 좀 시켜주려고.

 머리도 식힐 겸.”

 

 -

 

 오랜만의 산책에 지호는 캡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구- 우리 캡틴. 형이 그동안 너무 바빴다. 그치? 대신 오늘 신나게 걷고 집가서 간식도 빵빵하게 먹자"

 

 '멍-'

 

 지호와 그의 반려견 캡틴은 평소보다 좀 더 오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새 옆 동네까지 넘어왔다.

 캡틴은 지치지도 않는지 처음과 같은 에너지로 지호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캡틴, 오늘 너무 강행군 아니야?

 형 피곤한데 이제 그만 들어갈까?”

 

 달래듯 이 말했지만 캡틴은 안 들린다는 듯이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짜식, 또 안 들리는 척 하네.

 그럼 물 하나만 마시자. 형 목마르다. 너도 목이 마를 때가 된 거 같은데.”

 

 마스크를 끼고 걸어서인지 평소보다 자꾸 목이 말랐던 지호는 마침 편의점이 보이자 잠시 캡틴을 편의점 밖 기둥에 묶어놓고 물을 사왔다.

 

 사이좋게 물을 나눠 마시고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 캡틴의 줄을 기둥에서 푸는 순간 캡틴의 눈 앞으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갔다.

 

 “왈-”

 

 “어!”

 

 지호가 말릴 새도 없이 캡틴은 길고양이를 따라 가려 지호의 손을 벗어났고, 지호가 아차 하는 순간 이미

 캡틴은 신나게 고양이를 쫓아갔다.

 

 고양이는 자기보다 훨씬 큰 덩치의 캡틴을 보고 놀랐는지 편의점 앞 테이블 사이로 들어갔고,

 자기의 덩치를 생각 못한 캡틴은 고양이를 따라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려했다.

 

 당연히 캡틴이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는 건 실패했고,

 대신,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던 죄 없는 여자의 손을 쳐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것에 성공했다.

 

 당황한 지호가 정신을 차리고 캡틴을 쫓아와 간신히 줄을 잡고 여자의 핸드폰을 주워주며 사과했다.

 

 “아 어떡해.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오랜만에 나온 산책이라 많이 흥분해서.. 아 너무 죄송합니다.”

 

 여자의 핸드폰 액정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사방팔방으로 금도 쫙쫙 가있었다.

 

 화가 많이 난 건지 지호의 거듭된 사과에도 고개도 안 들고 중얼거리던 여자는 액정 위로 눈물을 떨어뜨렸다.

 

 “어어, 울지 마세요. 제가 이거 배상해 드릴게요. 아 어떡하지. 지금은 문 연 곳이 없을 텐데.

 

 캡틴 빨리 사과드려. 네가 그랬잖아. 어떻게 할 거야 이거. 아 일단 진정하세요. 정말 죄송해요.”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고 이렇게 울 일인가 싶어 당황한 지호는 어쩔 줄 몰랐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데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말했다.

 

 “배상은 됐어요. 그냥 가세요.”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을 하고서는 괜찮다고 말하던 여자와 눈이 마주친 지호는 순간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을 보자 마음 한 쪽이 이상했다.

 

 뭔가 가슴이 아린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남이 우는 걸 보고 이렇게 슬픈 적이 있었나 싶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자 조금 뒤 지호는 자기도 모르게 여자를 따라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습을 했어도 나오지 않았던 자연스러운 눈물이었다.

 

 지호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미안함이 사라지고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들었다.

 

 ‘됐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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