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투스 레즈넌스(Ventus Resonance)."
우웅--- 화아아악-
리리안은 바람의 정령으로 성벽위의 공기를 공명시켰다.
"아리나 언니. 이제 시작해."
"알긋다."
아리나가 자신의 양 팔을 들어 올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전지전능하신 우리의 아버지 쥬엘이시여."
공명의 힘으로 증폭된 아리나의 기도문이 성벽 위를 울려 퍼졌고, 성벽 곳곳에 위치한 신관들도 아리나를 따라 기도문을 외기 시작 했다.
"전지전능하신 우리의 아버지 쥬엘이시여."
아리나와 신관들의 주위로 은빛 오오라가 피어오르기 시작 했다.
"크워어어어!"
벨프리를 타고 성벽을 오른 키메라들은 성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괴로운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괴로움의 근원지인 신관들에게 달려들었다.
칼라일의 수하들과 기사들은 달려드는 키메라들을 막으며 신관들을 보호 했다.
"막아! 절대로 신관들에게 접근하게 두어선 안돼."
칼라일의 외침에 자객들은 몸으로 키메라들을 막아섰다. 재생력이 뛰어난 키메라들은 베고, 베고, 또 베어도 쓰러지지 않고 달려들었다.
콰직-
"끄르륵."
키메라들의 몸부림에 맞고 튕겨나간 칼라일의 수하들은 그대로 절명 했다.
어느새 성벽위에는 벨프리를 타고 올라온 키메라들이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병사들을 자신의 거대한 아가리에 그대로 밀어 넣어 씹어 먹는 놈들도 있었고, 키메라들이 잔뜩 모인 성벽아래로 집어 던지는 놈도 있었다.
"사, 살려줘!"
"으, 으아아악!"
그 끔찍한 모습에 일반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고, 저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기사들과 정령사들이 힘겹게 키메라를 막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성벽을 넘어 수도 안으로 난입할 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일반 백성들이 도륙당하는 것은 뻔 할 터.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성벽 위는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고, 전력에 공백이 생긴 틈으로 키메라들이 성벽을 넘어 안쪽으로 진입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기다리던 아리나의 기도문이 허공을 울려 퍼졌다.
"여기 당신의 종이 간절히 원하노니 자유로움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 자들의 움직임을 속박 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레이트 홀리 리스트릭션(Great Holy Restriction)!"
아리나를 필두로 신관들의 몸에서 눈부신 은빛이 터져 나왔고, 성벽과 그 주변 일대의 키메라들의 몸을 속박 했다.
"쿼우우우우!"
"키야아아악!"
"꾸아아아!"
몸이 속박당한 키메라들은 발버둥 치며 괴성을 질러댔고, 속박의 힘에서 흘러나온 성력은 카메라들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지금이야! 성벽에 올라온 키메라들을 전부 제거 해! 목을 베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칼라일은 자신의 주위에 있던 키메라의 목을 베어버리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칼라일의 수하들과, 기사들은 성력에 속박당한 키메라들에게 달려들어 목을 베었다.
쿵- 쿵- 쿠웅-
성벽위의 키메라들이 하나 둘 목을 잃고 쓰러 졌다.
아리나는 여전히 성스러운 기운을 내뿜으며 키메라들 틈을 달려가는 샤미안과 일행을 보며 말했다.
"오래는 몬 버틴다. 막내야 빨리 가레이!"
* * *
"역시 아리나 누나네. 다들 서두르죠."
샤미안은 괴로움에 발버둥치는 키메라들의 틈을 빠르게 이동하며 말했다.
쾅-쾅- 콰아아앙-
이동하는 그들의 양쪽에는 리리안이 만들어낸 폭탄이 이리저리 터지며 몬스터들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끼에에에엑!"
"쿠아아아아!"
폭발에 휩쓸린 키메라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개중에는 인간의 신체부위를 가진 키메라들도 많이 섞여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쯧쯧. 이 불쌍한 사람들을 어찌할꼬......"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샤미안을 따라가 던 바르티노가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최대한 빨리 안식을 주는 방법 뿐 입니다. 이미 키메라가 되어버린 몸을 원래대로 돌릴 수는 없어요.
"알고 있다 욘석아. 그냥 안타까워서 그런다."
샤미안의 말에 바르티노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 했다.
일행은 어느새 강력한 다크 소울이 뿜어져 나오는 장소에 도착 했다. 그곳에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여인이 키메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당장, 키메라들을 멈춰!"
샤미안이 후드를 쓴 여인에게 외쳤다.
"후후후. 순진한 녀석이네. 멈추라고 하면 멈춰줘야 하니?"
진득한 어둠이 묻어나는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후드를 젖히는 여인. 후드를 젖히자 드러나는 붉은 머리의 요염한 여인의 정체는 바로 이그실이였다. 칼슨과 쿠스타스를 죽이고 차지한 다크 소울의 힘을 흡수한 그녀는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이그실......이였던가? 당신, 역시 일라티안 제국의 끄나풀이었군."
"오호호호. 맞아. 제 발로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멍청하구나?"
샤미안의 말에 그녀는 사이한 웃음을 흘리며 샤미안과 일행을 비웃었다. 그녀가 조금씩 움직일 때 마다 다크 소울의 기운이 넘실넘실 거렸다.
"어떻게......된 거지? 예전에 봤을 때, 당신에게서는 이런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어."
"호호호. 그럴 수밖에. 그 땐, 이 힘이 없었으니까! 칼리고 나이프(Caligo Knife)!"
이그실이 다짜고짜 자리에서 튀어 올라 일행을 향해 어둠의 칼날을 뿌렸다.
샤미안과 바르티노는 좌측으로, 에드윈과 리우는 우측으로 이그실의 공격을 피하며 반격을 준비했다.
"이그니스 레이지(Ignis Rage)."
샤미안은 칼을 뽑아 불의 기운을 불어 넣었다.
"클클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보구나."
바르티노는 여전히 입에 곰방대를 물고서,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서서 말했다.
에드윈은 주먹을 말아 쥐고는 싸울 자세를 취했고, 리우도 칼을 뽑아들며 이그실을 노려보았다.
"흥! 공격해!"
이그실을 둘러싸고 있던 키메라들이 일행을 덮쳐왔다.
"쿼우우우!"
이 키메라들은 성벽을 공격하는 키메라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먹이 사슬의 상위권에 속하는 몬스터들의 신체부위를 하나 씩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예전 카를슈 산에서 마주 친 빅 마우스 웜의 몸을 가진 녀석도 있었다.
드드드드득-
빅 마우스 웜의 몸을 가진 키메라가 땅을 파고 들었다.
"모두들 조심해요! 땅에서도 옵니다."
그 모습을 본 샤미안이 모두에게 외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키메라를 상대 했다. 불의 기운을 머금은 샤미안의 칼이 휘둘러질 때 마다, 뜨거운 화기가 엄습했다.
"크르르르."
샤미안에게 달려든 건 블랙 울프의 몸에 북부지방에 거주 한다는 메티의 고동색 팔 다리,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심해의 괴물 오로 샤크의 머리를 가진 키메라였다.
샤미안이 휘두른 검을 막아내는 메티의 팔에서는 시린 냉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콰우!"
양팔을 벌리며 달려든 키메라는 거대한 주먹을 휘두르며 날카로운 이빨로 샤미안을 물어뜯으려 했다
"쳇. 테라 플랭크(Terra Plank)!"
샤미안의 앞으로 땅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판이 형성되었다.
아그작 아그작-
키메라는 강력한 이빨로 판을 씹으며 기세를 늦추지 않고, 계속 달려들었다.
"이그니스 볼케이노(ignis volcano)."
샤미안의 칼에서 더 높은 불길이 치솟았다.
화르르르- 키잉-
거기에, 샤미안은 파동기를 일으켜 불길을 덮어씌우는 푸른 막을 형성 했다.
이제 막, 땅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판을 모조리 씹어 부순 키메라의 이빨이 샤미안의 눈앞에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흐읍!"
샤미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칼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려, 키메라의 턱을 강타했다.
"쿼우!"
머리가 뒤로 꺾인 키메라가 휘청 거렸다. 샤미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키메라의 가슴을 베었다.
촤아악- 화르르륵-
파동기의 기운이 키메라의 두꺼운 가죽을 뚫었고, 불의 기운이 상처 부위를 불태웠다.
"그워어어어!"
키메라는 가슴팍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자신의 주먹을 가슴으로 내리쳤다.
퍽-퍽-퍽-
하지만 한 번 붙은 불은 쉬이 꺼지지 않았고, 샤미안은 정신이 팔린 키메라의 목을 베어버렸다.
푸슛-
상어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며 나뒹굴었다.
"꼬맹아. 제법이구나."
그 모습을 한적하게 보고 있던 바르티노가 말했다.
"아니, 영감님 좀 도와......?"
샤미안은 여유로운 바르티노의 목소리에 살짝 심기가 뒤틀려 바르티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눈에 비친 잔혹한 모습에 경악 하며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이미 바르티노에게 달려든 키메라들이 난도질 당한 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클클클. 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쩔쩔매서야, 어디 가서 싸움좀 한다고 하겠느냐?"
바르티노의 도발에 샤미안은 자존심이 상했다.
'영감탱이가 강하긴 강하네......'
"마르디온류 제비의 날개!"
"마르디온류 풍차 돌리기!"
에드윈과 리우도 각자 자신을 덮쳐오던 키메라를 쓰러뜨렸다.
"클클. 저 쪽도 끝난 모양이군. 응?"
"쿠와아아아아!"
"어이쿠!"
바르티노는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샤미안 쪽으로 훌쩍 뛰어 올랐다. 바르티노가 있던 자리에서 땅속에 숨어들었던 빅 마우스 웜의 몸체를 가진 키메라가 솟구쳐 올라 왔다. 거대한 아가리를 쩍 하니 벌린 채 바르티노가 쓰러뜨린 키메라의 시체를 입에 넣고 갈아 버렸다.
"이야...... 크긴 크네."
거의 8M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체를 가진 키메라. 안그래도 거대한 빅 마우스 웜의 몸에다 이것저것 발라 놓은 몬스터들의 사체.
샤미안과 바르티노, 그리고 에드윈과 리우는 다시 키메라와 살짝 거리를 벌리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저 녀석은 같이 처리하죠. 땅 속에 숨어버려서 상대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응. 내가 저 녀석을 유인할게."
"내가 에드윈과 함께 하지."
"클클클. 난 뭐 구경하다가 한 손 거들어 주마."
각자의 역할 분담이 끝나자, 에드윈과 리우가 키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야이 몸만 큰 지렁이 새끼야! 여기다!"
그러나 에드윈이 카메라의 지척까지 도달했음에도, 키메라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응? 뭔가 이상한데?"
"음?"
거대한 키메라의 몸체에 가려져 있던 이그실의 손에서 다크 소울이 뿜어져 나왔다.
"칼리고 익스텐드 바디(Caligo Extend Body)!"
다크 소울은 키메라의 몸에 정확히 적중 했다.
"응? 미쳤나? 왜 지편을 공격해?"
바르티노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하다는 듯 이그실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곧 이어 나타난 변화에 바르티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 어어 오잉......?"
키메라의 몸집이 다크 소울의 기운을 스멀스멀 뿜어내며 커지기 시작 한 것 이다.
"뭐, 뭐냐? 저거 왜 더 커져?"
"이런 젠장! 영감님 완전히 커지기 전에 공격 합시다."
샤미안이 곧 바로 키메라에게 달려들었다.
"흥! 방해하게 둘 수 없지. 스톰 오브 칼리고(Storm of Caligo)!"
이그실은 콧방귀를 끼며 샤미안 쪽으로 어둠의 폭풍을 일으켰다.
"큭!"
샤미안은 어둠의 폭풍에 가로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에드윈! 그 녀석이 완전히 커지기 전에 공격해!"
"어, 어어!"
샤미안의 말에 에드윈과 리우는 끝을 모르고 커지고 있는 키메라를 공격 했다.
"하아......! 마르디온류 폭풍의 난타!"
"마르디온류 거인의 춤사위!"
에드윈의 주먹에서 기의 폭발이 터져 나갔고, 리우의 화려한 동작과 함께 기의 칼날이 쏟아졌다.
쾅쾅쾅쾅-
그러나 다크 소울의 기운이 키메라를 보호하고 있었고, 다크 소울의 기운을 뚫고 적중한 공격도, 이미 10M가량 거대해진 키메라에겐 작은 흠집 정도 밖에 내지 못했다.
"쿠와아아아!"
마침내 12M정도의 크기로 거대해진 키메라가 에드윈과 리우를 덮쳤다.
"우아악!"
"읏!"
아가리의 크기만 해도 지름이 3M에 육박했기 때문에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크기에 비해 속도가 더럽게 빠르다.
쾅-드드득, 쾅-드드득.
키메라는 에드윈과 리우를 공격하며 땅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고, 깊은 크레이터를 형성 했다. 샤미안과 바르티노가 다가가려 했지만, 크레이터들이 합쳐지며 거대한 고리 모양의 구멍을 형성했고, 에드윈과 리우가 서있는 중앙을 제외하고는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제길. 어쩌지?"
점점 에드윈과 리우가 서 있을 공간을 줄여나가는 키메라를 보며 샤미안은 초조해졌다.
"어쩌긴, 저기 저년을 잡아야지."
바르티노의 말에 샤미안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달려 나갔다.
"영감님. 도와주세요."
"오냐."
바르티노가 샤미안을 따라 달려갔다.
"에드윈! 조금만 버텨!"
샤미안은 이그실에게로 달려가며 에드윈에게 소리쳤다.
"야! 무슨 수로 버텨?"
"몰라 알아서 버텨!"
"우아아악!"
샤미안의 외침에 에드윈은 좁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키메라의 공격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러는 사이 샤미안과 바르티노가 이그실의 지척까지 도착 했다.
"이그니스 레이지"
샤미안은 바로 이그실에게 달려들었다.
"하압!"
"칼리고 쉴드!"
깡-
샤미안의 칼이 실드에 막히며 튕겨 나왔다.
"비켜라 꼬맹아."
바르티노의 목소리에 샤미안이 뒤로 살짝 물러났다. 어느새 다가온 바르티노가 곰방대를 휘둘렀다.
쨍그랑-
칼리고 실드가 산산조각 나며 이그실이 그대로 노출 되었다. 실드의 파편사이로 이그실이 날린 채찍이 날아왔다.
바르티노는 살짝 몸을 틀어 채찍을 피하고는 이그실에게 달려들었다.
"영감님! 뒤!"
"응?"
샤미안의 외침에 바르티노는 고개만 살짝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채찍이 살아 있는 뱀 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다.
"오호?"
바르티노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몸을 돌려 채찍을 향해 곰방대를 휘둘렀다. 그의 곰방대에서는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고 있었다.
촤르르륵-
그러나 바르티노의 곰방대는 채찍을 가르지 못했고, 채찍은 곰방대를 휘감았다.
"뭣? 이게 뭐냐?"
자신의 곰방대를 휘감은 채찍을 보며 바르티노가 살짝 당황했다.
'아무리 가볍게 휘둘렀다지만, 분명히 베어버릴 생각 이였거늘......'
바르티노는 곰방대를 이리 저리 휘저으며 채찍을 떨쳐내려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채찍은 곰방대에 더욱 달라붙었다.
"호호호. 소용없어. 우로보로스의 채찍이거든! 칼리고 디지즈(Caligo disease)!"
채찍을 타고 질병을 한 가득 품은 다크 소울의 기운이 흘러갔다.
"전지전능하신 쥬엘이시여! 악의 기운이 가득한 질병으로 부터 우리를 보호하소서! 홀리 프로텍트(Holy Protect)!"
질병의 기운이 바르티노를 덮치기 전, 샤미안이 성력으로 바르티노를 보호했다.
"오호라! 꼬맹아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아 좀, 그냥 고맙다하면 어디가 덧 납니까?"
"푸하하하. 덧나지! 덧나고말고!"
바르티노는 웃으며 자신의 곰방대를 잡아 당겼다.
"읏?"
바르티노의 힘에 이그실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풀리지 않으면, 끌어당기면 되지."
바르티노는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있는 힘껏 뒤로 젖혔다.
"크흣!"
순간적으로 당기는 힘에 이그실이 바르티노의 앞까지 끌려왔다.
스륵-
샤미안은 이그실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키메라를 멈춰."
"......호호호. 어림없는 소리! 포이즌 칼리고 스모크(Poison Caligo Smoke)!"
푸쉬쉬쉬-
이그실의 몸에서 극독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윽!"
샤미안은 칼을 거둬들이고, 급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빠르게 물러나서 독에는 중독되지 않았지만, 이그실에게 틈을 주고 말았다.
이그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채찍을 회수한 후 샤미안과 바르티노에게서 멀리 떨어 졌다.
"샤미안!"
그러는 사이, 에드윈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윈과 리우는 서로 등을 맞댄 채 딱 달라붙어 겨우 서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크레이터가 만들어낸 깊은 구덩이 뿐이였고, 그들에게는 더 이상 발 디딜 공간이 없었다. 한번 더 키메라가 공격해 들어온다면 정말로 위험했다.
"오호호호호. 이걸 어쩌나? 마르디온의 씨가 마르게 생겼네."
한결 여유로워진 이그실이 자신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과장되게 웃어 보였다.
"이런......"
"이제 어쩌냐?"
바르티노의 물음에 샤미안이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어떻게 하지?'
생각에 잠긴 샤미안을 향해 이그실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마르디온 황가의 핏줄이 끊기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그만두는게 좋을텐데?"
이그실의 말에 샤미안의 등으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제길...... 방법이 없나?'
"샤미안!"
그 때, 에드윈이 샤미안을 불렀다. 샤미안은 고개를 돌려 에드윈과 리우를 바라보았다.
"방법이 있어! 그냥 이그실을 공격해!"
샤미안과 에드윈의 눈이 마주쳤다. 에드윈은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샤미안도 그 모습을 보고 생각을 정리 했다.
'에드윈을 믿는다!'
샤미안은 고개를 돌려 바르티노를 보았다.
"영감님 들었죠? 갑시다."
"클클클. 그래."
샤미안과 바르티노가 다시 자세를 취하며 이그실에게 접근했다.
"흥! 씹어 먹어!"
이그실은 그런 샤미안과 바르티노를 보며 키메라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쿠와아아아아!"
키메라가 에드윈과 리우를 덮쳐갔고, 동시에 샤미안과 바르티노가 이그실을 향해 튀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