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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테일 오브 카르데쉬(A tale of kardes)
작가 : 톤토니
작품등록일 : 2016.9.1

세상을 움직이는 5명의 여제. 그리고 그녀들의 하나 뿐인 남동생 샤미안. 누나들의 과도한 사랑(?)을 참지 못한 샤미안은 결국 집을 나가버리고 마는데... "나 좀 내버려둬 !" 샤미안과 그의 누나들이 펼치는 유쾌하고,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

 
29화. 꿈속에서의 재회(1)
작성일 : 16-09-23 22:28     조회 : 727     추천 : 0     분량 : 7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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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

 

 샤미안의 납치 소식에 리리안이 비틀거렸다.

 

 

 "......미안하구나."

 

 바르티노가 그런 리리안의 앞에서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미안하오. 나의...... 잘못이오."

 

 이그실의 꼬리에 목이 졸리고, 온 몸에 상처를 입은 리우는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바르티노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리리안은 풀려버린 다리에 겨우겨우 힘을 주며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 잡으려 애썼다.

 

 

 "야야. 개안나?"

 

 아리나가 그런 리리안을 부축해 주었다.

 

 

 "괜찮아. 언니는 가서 미첼에게 연락해줘. 수도에서 조금만 가면 있는 크리온 요새에 있을 거야. 거기로 연락하면 되. 이제 용병에 대한 출입 금지령이 풀렸으니 수도로 출입 할 수 있을 거야."

 

 "개안켔나?"

 

 리리안의 말에 아리나는 걱정이 한가득한 눈빛으로 리리안을 바라보았다.

 

 리리안은 그런 아리나를 향해 괜찮다는 듯 살짝 미소지어주었다.

 

 

 "괜찮아. 저번처럼 그러지 않아."

 

 "......그래 알긋다. 카면 내 후딱 다녀오꾸마."

 

 "응."

 

 

 아리나가 방을 나서자 리리안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자신의 앞에서 죄인처럼 고개 숙인 세 남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고개 드세요."

 

 

 아리나의 말에도 세 남자는 쉬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영감님, 리우 황자님, 그리고 에드윈 모두 잘 해주었어요. 그렇게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계실 필요 없어요."

 

 

 아리나의 말에 그제야 세 남자의 고개가 천천히 제 자리를 찾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나. 진작에 처리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여유를 부렸어."

 

 바르티노는 항상 물고 있던 곰방대 조차 허리춤에 꽂아놓고는 리리안을 향해 말했다.

 

 

 "네. 그건 영감님이 잘못하신 게 맞네요."

 

 "윽."

 

 바르티노의 말을 듣던 리리안은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바르티노를 나무랐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 샤미안을 구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당연하지! 걱정말 거라. 꼬맹이는 내가 반드시 구해오마."

 

 호언장담하며 한층 밝아진 얼굴로 대답하는 바르티노의 모습에 리리안이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 리우 황자님."

 

 "......말하시오."

 

 "샤미안이 납치된 건 황자님의 잘못이 아니니 그리 죄책감 가지실 필요 없어요."

 

 "...... 내가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오. 아니, 애초에...... 내가 그 놈들을 끌어들이지만 않았어도......"

 

 

 리리안의 눈을 쳐다보지 못한 채 말하는 리우의 얼굴에는 미안함과 죄책감,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리우를 보는 리리안은 한숨을 포옥 내쉬며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

 

 "황자님. 결과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이유야 어찌되었든 악에 물든 자들과 손을 잡은 시점에서 황자님은 황제의 자격을 박탈당했고, 마르디온은 키메라에 의해 꽤나 큰 피해를 입었어요. 하지만."

 

 

 리리안은 잠시 말을 끊고, 천천히 리우 황제의 앞으로 다가갔다.

 

 "여기서 황자님이이 하고자 했던 일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황자님이 얼마나 이 나라를 사랑하고, 에드윈을 아끼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자책하지 마세요. 그것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일라티안 제국을 막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주세요."

 

 

 리리안의 말에 리우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얼굴을 숨겼다. 언뜻 그의 눈가에 물기가 어려 있는 것을 본 리리안은 리우의 옆에 풀죽어 있는 에드윈의 앞으로 갔다.

 

 "에드윈."

 

 "예, 예?"

 

 리리안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화들짝 놀란 에드윈은 살짝 뒷걸음질 치며 대답했다.

 

 

 "왜 그렇게 놀라니?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니?"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죄송해 할 것 없다니까. 너도 최선을 다했지?"

 

 

 눈웃음을 그리며 부드럽게 말하는 리리안을 보며 에드윈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크, 크흑! 누님! 제가 반드시 샤미안을 구해올게요."

 

 "그래. 그거면 돼."

 

 

 달칵-

 

 리리안이 세 명의 남자를 격려 해주던 그 때, 방문이 열리고 칼라일이 들어왔다.

 

 

 "뭐야? 리리안 이 두 사람 왜 울어? 늙은이는 왜 저러고 있고?"

 

 칼라일은 리리안의 앞에서 눈물을 훔치는 마르디온 형제와 애꿎은 바닥을 툭툭 치며 투덜거리는 바르티노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왔어? 어떻게 됐어?"

 

 리리안은 칼라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본론부터 물었다.

 

 

 "아아, 세르비에 언니에게는 연락해뒀고 이그실인가 뭔가 하는 그 개같은년은 수도에서 벗어나 북쪽에 위치한 주디안쪽으로 갔어. 아마 국경을 넘어 발룬왕국쪽으로 갈모양인데, 그렇게 놔둘 수 없지."

 

 

 이그실의 이름을 말하는 칼라일의 목소리에는 지독한 살기가 묻어났다. 평소와 달라 보이지 않는 칼라일의 마음속에도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렇구나. 그 여자도 분명 큰 부상을 당했어. 한동안은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야. 그녀가 몸을 회복하기 전에 샤미안을 구해야 해."

 

 "응. 걱정하지 마. 세르비에 언니가 카시야스 공작, 아아 이젠 공작이 아니지? 카시야스 황제에게 협조문을 요청해서 발룬으로 넘어가는 국경지대의 검문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어. 쉽게 넘어가지 못할 거야."

 

 "잘했어 언니. 우리도 바로 움직이자. 주디안은 대도시니까 찾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거야. 나는 아리나 언니와 미첼을 데리고 주디안으로 갈게. 에드윈, 그리고 영감님 칼라일 언니를 따라서 먼저 주디안으로 가주세요."

 

 "네!"

 

 "오냐."

 

 "나도 함께 가겠소!"

 

 리우가 함께 가겠다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리우 황자님은 안 돼요. 치료가 먼저 입니다."

 

 "난 괜찮소! 신관에게 치료를 받으면 금세 나을 것 이오!"

 

 "신관의 치료가 상처를 완치해 주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전에 칼라일 언니에게 당한 상처도 채 아물지 않은 상태였잖아요? 칼라일 언니의 공격은 암(暗)속성을 띠고있어서 성력으로도 치료가 잘 안 된다는 것,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 형은 조금 쉬도록 해! 형 몫까지 내가 할 테니까. 반드시 샤미안을 구해올게."

 

 무언가 대꾸하려던 리우는 에드윈의 말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에드윈."

 

 "마르디온놈아. 지금 그 몸 상태로는 따라가도 짐만 될게다. 또 따라가서 인질이라도 되려는 게냐?"

 

 "영감님!"

 

 

 답답하다는 듯 리우를 쳐다보던 바르티노가 심장을 후벼 파는 말을 툭 뱉었다. 리리안이 나무라듯 바르티노의 이름을 불렀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했다.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지금 저 상태로 가면 죽거나 인질이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게 뻔한데, 지 죄책감 줄이겠다고 고집부리고 있는거 아니냐. 네 입으로 한 번 말해보아라. 마르디온놈아."

 

 

 모욕적이지만 정확한 사실을 말하고 있는 바르티노의 말에 리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리우는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영감 말이 맞소. 나는 치료에 전념하겠소."

 

 

 리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혀, 형!"

 

 "어딜 가는 게야? 리리안의 말 못 들었냐? 우린 바로 출발해야지."

 

 리우를 쫒아가려던 에드윈은 바르티노의 의해 제지당했다.

 

 

 "하, 하지만......"

 

 "샤미안을 구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 있게 둬라. 혼자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할 게다."

 

 바르티노의 말에 에드윈은 하는 수 없이 방에 머물렀다.

 

 

 "쯧쯧쯧, 황제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놈이 저리 사리분별을 못해서야......"

 

 바르티노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곰방대를 입에 물고는 담배 연기를 피워 올렸다.

 

 

 "에드윈. 출발 전에 볼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떠날 준비를 서둘러줘."

 

 "예......"

 

 리리안의 말에 에드윈은 풀이 죽은 채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영감님은 준비 안하셔도 되나요?"

 

 

 리리안의 말에 바르티노는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를 까딱거리며 대답했다.

 

 "난 이 녀석만 있으면 된다."

 

 "좋아요. 칼라일 언니, 에드윈이 준비되는 데로 바로 출발해줘."

 

 "오케이. 가죠 영감님."

 

 "오냐."

 

 

 칼라일과 바르티노마저 방에서 나가자 홀로 남겨진 리리안은 차분히 의자에 앉아 창문으로 보이는 북쪽편의 하늘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렴. 샤미안."

 

 

 

 

 

 

 

 

 

 * * *

 

 

 

 

 

 

 

 

 '...... 여긴 어디지?'

 

 샤미안은 나무가 우거진 숲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이름을 알 수없는 색색의 새들이 끊임없이 지저귀고 있었고, 울창하게 자란 나무줄기와 나뭇잎 사이로 따스한 햇빛이 스며들어 샤미안을 비추고 있었다.

 

 

 '따뜻하다.'

 

 샤미안은 자신을 내리쬐는 햇볕의 따스함을 느끼며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포근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샤미안을 감싸 안았고,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는 샤미안의 마음을 더 없이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샤미안 프라시오."

 

 샤미안은 자신을 부르는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자신과 꼭닮은, 그러나 훨씬 더 세월이 묻어나는 남자가 샤미안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자신과 꼭닮은 사내를 보는 샤미안의 마음에서 파문이 일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 했다.

 

 

 "내 이름은 규토 프라시오."

 

 나직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남자. 흔들림 없이 정직한 일직선을 만들고 있던 입술의 양끝이 미미하게 올라갔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미미한 변화였지만 샤미안의 눈에는 또렷하게 보였다.

 

 아마도 그건, 자신을 향해 그가 지을 수 있는 최선의 미소이리라.

 

 

 "너의 아버지다."

 

 

 

 * * *

 

 

 

 샤미안은 자신의 아버지인 규토 프라시오와 나란히 서 숲을 거닐었다.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샤미안은 아버지라는 사람의 옆모습을 지그시 쳐다 보았다.

 

 

 "왜 그렇게 보느냐?"

 

 규토는 여전히 정면을 주시한 채 무심한 듯 샤미안을 향해 물었다.

 

 

 "......그냥 신기해서 그럽니다. 어딘지도 모를 숲속 한가운데서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과 함께 걷고 있으니 참 꿈같네요."

 

 "꿈 맞다."

 

 "예?"

 

 "여기는 네게 형성된 무의식 공간이다. 네가 어릴 적, 네 어머니가 너에게 심어놓은 일종의 휴식처다."

 

 규토의 말을 들은 샤미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건 또 무슨소리야? 이해가 되지 않은 샤미안은 규토에게 다시 되물었다.

 

 

 "제 무의식 공간인데 어떻게 당신과......음...... 아, 아버지와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는 거죠?"

 

 아버지라는 말에 규토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라도 되는 듯, 금새 입꼬리를 내리고 무표정하게 돌아왔다.

 

 

 '이거...... 웃은 거 맞지?'

 

 샤미안은 그런 자신의 아버지 규토 프라시오가 제법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흠. 네 어머니 아리엘은 사람의 의식 속에 다른 사람의 의식을 집어 넣을 수 있다. 집어 넣는 다기 보단 네가 어린 시절 무의식적으로 담고있던 우리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지."

 

 "......그게 말이 됩니까? 저는 그 당시 갓 난 아이였을텐데요. 제가 당신......아니, 아버지의 지금 이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본디 인간의 의식은 12개월에서 36개월 정도 된 유아기시기에 형성되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그 시기야말로, 인간이 평생 갖게 될 성격, 성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받쳐줄 의식이 형성 되지. 아리엘은 훗날, 네가 우리의 모습을 투영 할 수 있도록 20개월이 된 너에게 나와 그녀 자신의 의식을 일부 떼어 주입 시켰다."

 

 

 샤미안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도...... 뵐 수 있습니까?"

 

 "물론이다. 지금 그리 가고 있는 중 이다."

 

 규토는 고개를 한 번 끄덕거리고는 샤미안의 말에 대답했다. 규토의 대답을 들은 샤미안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를 만났다. 거기다, 어머니. 어머니를 볼 수 있다.

 

 

 "다 왔다."

 

 기쁨과 걱정, 슬픔과 희열이 공존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걷던 샤미안은 규토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곳에는 언젠가 자신이 살았으리라 짐작되는 작은 나무집과, 규토가 쌓아놓은 듯 한 장작더미, 그리고 만개한 벚꽃잎이 가득채워진 벚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나무집의 굴뚝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한 겨울 소복이 쌓인 눈더미를 덮어쓴 듯한 새하얀 강아지가 규토와 샤미안을 보고는 앙증맞은 꼬리를 힘차게 흔들고 있었다.

 

 세상과는 단절 된 듯, 평온하기 그지없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곳. 샤미안은 문득 훗날, 자신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우리의 집이다."

 

 규토의 한 마디에 샤미안은 울컥하고 치솟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막을 수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이 한데 어우러져 어느새 샤미안의 눈에는 눈물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들어가지."

 

 규토는 그런 샤미안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앞서 걸어가기 시작 했다. 쑥쓰러운듯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걸어가는 규토를 보며 샤미안은 무뚝뚝함 속에 숨겨진 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가......나의 집.'

 

 샤미안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규토를 따라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 * *

 

 

 

 집안으로 들어서자 앞치마를 두른 채, 4인용 식탁에 이것저것 음식을 차리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여인이 보였다.

 

 

 "어서 와요. 어서 오렴. 내 아들 샤미안."

 

 그녀는 작은 화로에 올려진 제법 큰 무쇠 솥 앞에서 그에 걸맞는 국자로 수프를 휘저으며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이제 막, 식사 준비가 끝났어요. 둘 다 자리에 앉도록 해요."

 

 그녀는 둥그런 그릇에 먹음직스러운 수프를 뜨며 규토와 샤미안에게 말했다.

 

 아리엘의 말을 들은 규토는 군말 없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잠시 벙찐 표정으로 서 있던 샤미안도 식탁으로 가서 규토의 맞은편에 앉았다.

 

 

 "자. 샤미안 수프좀 받아 주겠니?"

 

 "네? 네!"

 

 아리엘의 부탁에 샤미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가 건네주는 그릇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호호.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러니?"

 

 아리엘은 자신의 수프가 든 그릇을 들고서 규토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

 

 샤미안은 규토의 옆자리에 앉은 금발 머리의 여인을 보았다. 자신과 같은 호수같이 깊고 푸른 눈, 가지런히 땋은 머리는 왼쪽 어깨 앞으로 곱게 모아져 있었고, 입가에 그려진 부드러운 미소는 저절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어, 어머니......"

 

 샤미안은 그런 그녀를 보며 생전 처음으로 어머니라는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래. 내 아들 샤미안. 아주 잘 자라 주었구나. 아빠를 닮아서 잘생겼네."

 

 샤미안을 보며 따뜻하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라고 어찌 자신의 아들을 보고 싶지 않았겠는가!

 

 

 "크흠. 식사부터 하도록 하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던 규토가 살짝 기분이 상한 듯 먼저 수프를 떠먹기 시작 했다.

 

 

 "어머, 당신. 질투하는거에요?"

 

 아리엘은 그런 규토의 옆에 딱 달라붙어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 질투는 무슨! 그런 거 아니야! 밥 먹어! 샤미안. 너도 어서 먹어라. 네 어머니가 애써 만들어준 음식 다 식는다."

 

 아리엘의 애교에 얼굴이 붉어진 규토가 괜히 가만히 있던 샤미안을 물고 늘어졌다.

 

 

 "쿡, 쿠쿡......하하하하."

 

 그 모습에 샤미안은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행복했다. 얼마나 꿈꿔왔던 장면인가. 얼마나 그리워했던 나의 부모님인가.

 

 한바탕 큰 웃음을 터뜨린 샤미안이 처음으로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입에 넣으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꿈인 걸 알지만...... 깨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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