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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착한 전사 콤플렉스
작가 : 나와비
작품등록일 : 2020.7.31

"전사님! 전사님 부디 제 아이 좀 봐주세요!"

눈물로 범벅된 여성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억센 힘에 그녀는 얼굴을 찌푸림과 동시에 여자의 품에 안긴 피투성이의 아이를 보고 입을 크게 벌렸다. 확장된 눈에는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로 가득 찬다. 그 눈 안 감출 수 없는 연민과 슬픔.

아이에게 몸을 확 돌리는 여자의 몸이 붕 들린다.

'?'

그리 작지도 않은 키인데도 그에게 들려 대롱대롱 매달린 여자는 물론,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도 벙찐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왼쪽 눈에 검은 안대를 찬 남자의 입매가 삐죽, 한쪽으로 올라간다. 얇은 눈매 가운데 형형히 빛나는 붉은 눈동자에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남자는 아무말 없이 압박하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치 할 말이 있지 않냐는 듯.

그녀는 아이 좀 보라는 눈빛으로 그에게 턱으로 아이를 필사적으로 가리켰지만 그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권태로운 목소리가 그들 사이 울렸다.

"더 빨리 죽여달라고?"

화들짝.

깜짝 놀란 그녀는 벌벌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이를 안은 여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앙 다문 입술은 마치 엄청난 고민 끝 내린 결정을 내뱉듯 결연했다.

"저,저는 E등급 전,전투원으로 치료가 불가능 흡, 하므로, 흡 어서 빨리 다른 치료계 전투원에게 흡, 여, 여기 호출하겠습니다"

마치 메뉴얼을 줄줄 읊는 상담원같았다. 그리고 이윽고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본,본씨 여기 4구역 3다시 2056구역이에요 빨리,빨리 치료 보내주세요"

전화를 끊고 발을 동동 구르는 여자의 머리통을 남자는 큰 손으로 쓸어내렸다.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 차있었다.

"옳지"

벌벌 떨리는 여자의 흔들리는 눈빛이 계속 그에게 닿았지만 그는 굳건했다. 그는 아예 그녀의 몸을 감싸고 놓지 않았다. 아이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여자와 다르게 그는 그녀의 목덜미를 바라보다 허리를 살살 쓸어내리고는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온 집중은 아이에게 닿아 있었다.

"아, 아니-"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그의 매서운 눈빛에 바로 들어갔다.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꽂힌 붉은 눈동자의 다이아몬드 동공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자신의 품 안 여자의 뒤통수에 입을 맞추는 동시에 치뜬 눈은 경고가 어렸있었다. 이윽고 한 5분 뒤 전사 한명이 날아왔다.

"준!"

"어라? 수라님? 어, 아 지,지문님-"

남자를 보고 얼어붙은 소년을 향해 그는 아이쪽으로 고개를 까닥였다. 그제서야 소년은 아 네넵! 하는 소리와 함께 허둥지둥 아이 앞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소년의 손바닥 위로 투명한 흰 빛이 뿜어져나왔다.

"이제 좀 진정이 돼?"

여자의 귀 바로 옆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말캉한 입술의 감촉에 그녀는 고개를 내뺐다.

"너, 너 정말. 만약이라도, 좀만 더 늦었으면..!"

"아니야 잘봐"

여자의 물기어린 목소리. 그는 그녀의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이 툭 툭 떨어지고 있는 눈가에 입맞추었다.

"왼 팔에 베인 상처. 피는 좀 났지만 감염의 흔적은 전혀 없어. 상처가 검은색도 아니고 마기가 전혀 남아있지 않잖아. 저 정도는 몇시간도 버틸 수 있어. 그러니까 너가 또 너가 미련하게 힘을 써 줄 필요는 없어. 그렇지?"

아이를 살살 달래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랑 약속했잖아, 너는 내꺼라고.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하기로"

"그런 약속한적 없어"

"아, 뭐. 살려줬으면 당연히 따라오는 명제잖아"

"전혀 당연하지 않거든?!?!"

삐죽 선 눈썹과 함께 뒤돈 그녀의 얼굴에 그는 피식 웃으며 뽀뽀를 퍼부었다. 씩씩 대던 그녀는 쏟아지는 뽀뽀세례에 눈을 감으며 소리를 빽 질렀다.


.
.
.
멸망하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강요당한 세계관 최강자 그녀.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 지옥에 뛰어들었던 남자는 그녀를 들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착한 전사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그녀와 함께 인류를 모조리 죽여버릴 계획을 세운다. 그에게 의지하는 그녀지만 그의 말도안되는 사상과 행동에 눈물이 난다.





*
#입더러운 남주 #성격 더러운 남주 #여주처돌이 남주 #세계멸망이고뭐고 상관없고 여주에게 희생 강요한 인간들 모두죽여버리는게목표 남주 #집착 남주 #여주 따라지옥으로기어들어온 남주 #여주데리고올라가는남주
#다수 준남주들 후반등장

#멸망하는세상을구하기 위해희생을 강요당한 여주 #역사상 최강의 전사 여주 #세계관최강자여주 #트라우마있는여주 #몸도마음도다망가진 여주 #후에 돌아오는여주 #미인여주 #우리사이 안좋지 않았어...?남주 이해안되는여주 #지옥에 떨어진 여주 #고결 여주

 
6. 지하(5)
작성일 : 20-09-03 02:03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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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참담함을 지우지 못한 얼굴로 쓰러져있는 그녀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조심스레 그녀의 몸을 들어올리는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일반 사람보다는 미라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팔과 다리는 뼈만 남아 움직이는것이 가능할지가 의문이었으며 얼굴 또한 푹꺼진 볼과 눈이 마치 숨쉬는 시체같았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몸을 들자 느껴지는 비정상적으로 가벼운 무게에 그는 이를 갈았다. 어린아이도 이렇게 가볍지는 않을것이다.

 

 "크르르릉"

 

 옆에서 개같이 생긴 마물은 그녀를 들자마자 난리를 치며 경계심 가득한 소리로 그에게 으르렁댔다. 그러나 그가 눈길을 던진 다음순간 마물은 바로 꼬리를 말고는 엎드렸다. 부들부들 떠는 마물이 엎드린 바닥위로 오줌웅덩이가 만들어진다.

 

 그는 그런 마물로부터 조용히 시선을 돌리고 그녀의 몸을 망토 안으로 넣으며 꾹 안았다.

 

 새근새근하고 잠든 그녀의 숨소리만이 그가 겨우겨우 감정을 다스리게 했다. 현실이 아닌것같았다. 4년동안 찾아헤맨 그녀가 자신의 품 안에서 숨쉬고 있다.

 

 그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가를 스치듯 만지고 지나간다.

 

 "다시는...다시는 안놔"

 

 자신은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 무엇이든 그렇게 이루게 해주고싶었다. 그래서 묵묵히 그녀의 뒤에서 지켜만 보았다. 하지만 결국 그 이야기의 결말은 이런것이었다. 이런 모래바닥에 바짝 마른 미라같은 상태로 뒹굴고 있는 '너'.

 

 '어디로...'

 

 그의 내딛은 발이 멈추었다. 낑낑대는 소리가 뒤에서 작게 울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흠칫하며 더욱 더 꼬리를 말아 움츠리는 마물은 웃기게도 그 입안에 문 그의 망토자락은 놓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아주 살짝 감탄을 토했다.

 

 천천히 무릎꿇으며 개와 시선을 마주치자 그것은 더욱 더 세게 깽깽거린다. 하지만 망토자락은 놓지않았다.

 남자는 자신이 품속에 안은 그녀를 개에게 보였다.

 

 "야...넌 내가 얘를 해치려는 것처럼 보여? 잘봐"

 

 마물 개는 그녀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귀를 쫑긋세웠다. 말려있던 꼬리가 아주 살짝 들린다.

 

 묵묵히 앉아있는 그와 안겨있는 그녀를 번갈아 보던 개는 마침내 문 망토를 내려놓았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몸을 세웠다.

 

 마물을 길들이다니ㅡ

 

 그런것이 가능하다니. 정말 이 여자다운 일이다.

 

 그의 얼굴 위로 자조적인 미소가 올라간다. 평생을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살더니-

 

 이 지옥 속에선 이 작은 마물까지...

 

 웃음이 나오다가도 분노가 치솟기도 했다. 정말 끝까지 이 여자답게 살았구나 싶어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따라오라고?"

 

 낑낑 울어대던 모습은 어디갔는지, 언제 그의 앞까지 온 마물은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앞에서 걸어가며 계속 뒤를 돌았다.

 

 잿빛 털이 북슬북슬하게 난 아주 자그마한 마물. 정말 눈만 보지않는다면 평범한 강아지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어쩐지 앞서 걷는 모습이 위풍당당해보이기까지 하다.

 

 '하'

 

 저 작은 마물 개새끼가 그 역겨운 인간들보다 훨씬 낫구나.

 

 "그래 가봐"

 "왕!"

 

 

 *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유리장식 위로 서류더미를 들고있는 여자의 실루엣이 비쳐보였다.

 

 얇은 뼈대에 흰 피부. 헐렁한 반팔티. 허리 아래로 쏟아지는 밤의 장막처럼 길고 검은 생머리. 결코 통통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생기 있는 붉은 볼과 입술. 반쯤 감긴 금안 위 긴 검은 속눈썹. 깜빡이는 금안과 눈이 마주한 순간 느낀 기묘한 기분은 등 뒤로 뛰어오는 인영에 놀라 사라졌다.

 

 콧잔등을 찌푸리듯이 웃는 미소가 시야에 쏟아졌다. 빛이 쏟아지는 것 같은 착각에 눈을 깜빡였다.

 

 “수라님! 그 서류들은 또 뭐에요! 어휴 또 어디서 이렇게 받아온거에요!"

 

 경쾌한 목소리와 주황색 단발 머리. 불만을 감추지 못하는 눈썹이 삐죽 올라섰다.

 

 “주리-”

 

 나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오랜만이야"

 

 "어머 오늘 오전에도 봤잖아요?"

 

 찡긋, 웃는 미소가 조금 낯설다. 목이 매였다.

 

 "그랬나...?"

 

 "어머 왜 또 멍하시지. 자자, 저 반 줘요"

 

 잡아끄는 손길에 걸음을 걷기 시작하자 현실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왜 갑자기 멈춰 서 있었더라?

 

 "어휴 무거워. 난 드디어 그 무시무시한 서류 산들이 자아를 갖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것들 다 뭐에요?"

 

 "어... 음 몇개는 관찰실로 전달해야하는 서류고, 또 이번 전사들 하계 평가결과들이랑 아 그리고 몇십장은 나목이가 부탁한 싸인 받아야하는 구내식당 미체납 관련 경고문들이고 또,"

 

 "악! 됐어요! 아니 구내식당 미체납 경고문?! 수라님! 수라님이 잡일꾼이에요?! 왜 이런일까지 하고 계신거에요!"

 

 "나 오늘 근무일 아니라... 시간도 남고"

 

 주리는 뻔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집에 안들어간지 며칠 됐어요. 아니 몇주 됐어요"

 

 "....."

 

 주리는 자신의 가슴을 쾅쾅 내리쳤다.

 

 "하 내가 못살아 정말. 으으 비나목, 내가 진짜 죽여버려야지 그 새끼. 감히 비전투 행정 나부랭이 주제에 우리 수라님을 자꾸 부려먹어...?"

 

 "주리이. 안그래도 요즘 자꾸 그 비전투원 전투원 파벌문제가 심각하대. 장난으로라도 그러지마"

 

 "그 문제가 왜 그렇게 심각해졌는지 수라님 몰라요?! 누가 시작했는지?!"

 

 홱, 고개를 돌린 주리는 분하다는듯 이를 뿌득뿌득 갈고있었다. 귀여운 얼굴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험악한 기색에 수라는 어깨를 움츠렸다.

 

 "왜..왜, 왜인데..?"

 

 마치 답답해죽겠다는 얼굴로 입만 달싹이던 주리는 크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으으! 됐어요! 이건 우리들의 싸움이니까 수라님은 빠져있으세요!"

 

 "아니 왜... 나도 알려줘 주리이"

 

 "야! 민홍!"

 

 복도 건녀편에서 주리의 부름에 한 남성이 고개를 돌렸다. 씨익 웃으며 달려오던 그는 주리 옆에 선 그녀를 발견하곤 얼굴을 훅 붉히며 우뚝 섰다. 그는 삐그덕거리는 목각인형처럼 팔을 올렸다. 오른손바닥을 왼 어깨 위 활짝 펴 사뿐히 올리는 전사들의 경례 방식이다. 그는 그녀도 잘 알고있는 인물이었다.

 

 "수,수,수라님. 아,안녕하십니까 제 일,일구역 전투원 삼조 일공삼공이. 이,이민홍-"

 

 "어휴 지랄한다. 이거나 받아"

 

 그녀가 거의 내던지듯 건넨 서류더미들을 겨우겨우 받아내며 민홍은 주리에게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냈다.

 

 "끌끄쁘쁘흐르..."

 

 "너 지금 수라님 팔에 든 거는 안보여?"

 

 "헉!"

 

 민홍은 마치 대역죄인이라도 된 듯 시퍼래진 얼굴로 자신의 서류를 바닥에 재빨리 내려놓고는 그녀의 서류뭉치들을 뺏어가 들었다.

 

 "아니에요! 괜, 괜찮아요! 이건 제 일인데 민홍씨!"

 

 "아니요! 이 서류들이 대체 뭐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한갖 종이에 적을 수 있는 일들을 수라님이 관여하실 이유 전혀 없다는 것은 아주 명확 분명합니다!!! "

 

 "제, 제가 할 수 있는...힉!"

 

 수라의 우물쭈물하는 손가락이 서류에 살짝 닿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팔을 뺀다. 그의 행동에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

 

 "아닙니다! 부디 저의 이름만을 기억해주십시오!"

 

 "이미 아는-"

 

 "이민홍 전사. 그래서 방금까지 수라님께서 들고계시던 것 중 하나가 뭐였는지 알아?"

 

 주리는 진지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고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엄숙하게. 민홍의 눈이 놀란듯 동그래졌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지...?"

 

 진지해진 두 사람 사이 수라만이 안절부절못하며 주위를 맴돌았다. 소외된 기분이었다. 얘들아 나 아직 말 다 안했는데-

 

 주리는 마치 전투의 승패 결과를 말하는 장군처럼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신전 구내 식당 미체납 경고문...!“

 

 "비나모오오오옥!!!!"

 

 사자후같이 우렁찬 목소리가 손살같이 지나쳤다. 벌써 점이 된 그의 등 뒤로 흰 서류들이 팔랑팔랑 날리고 있었다. 마치 깃털이 공중에 떠도는 것 같았다.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수라는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멀리서부터 즈엔장 이 안경잽이 비전투원 나부랭이들-!! 하고 외치는 두꺼운 목소리가 울려온다.

 

 내 서류들...

 

 울고싶어진 그녀 앞에 검은 구두 하나가 들어왔다.

 

 고개를 들었다. 마치 검은 벽이 그녀의 앞에 선 것 같았다.

 

 ㅡ“이수라”

 

 여자 둘의 걸음이 멈추었다. 이수라는 고개를 들었다.

 

 마치 커다란 검은 벽이 가로막은 듯하다.

 

 “지문-”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기묘한 제 반응에 바로 의문이 든다. 심장에 손을 올려보았다. 평온했다.

 

 뭐였지?

 

 담담한 말투와 표정. 피곤함이 엿보이는 깊은 다크서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얇은 은테 안경 아래 날카로운 눈매가 그 모든 것을 날카롭게 보이게 했다. 그래도 그 아래 작게 올리는 입꼬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묘한 기대감을 갖고 다가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마치 이것처럼.

 

 “아이어님-! 어쩐 일이에요? 밥은 드셨어요? 아직 안드셨으면 이번 올림픽로 사거리에 기가막힌 송어집 레스토랑이 생겼다는데-”

 

 “네 먹었어요 주리 고마워요”

 

 “아잉 아쉬워라~”

 

 주리를 향해 웃은 훈남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고 딱딱해졌다. 어쩐지 그의 깔끔한 짧은 머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곧 그는 머리를 한번도 기른 적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뭐지?

 

 “이수라, 할 말 있으니까 잠깐만 시간 내”

 

 “으응? 나, 나 바쁜-”

 

 마치 아이를 혼내듯 엄숙한 저 눈빛에 자존심이 상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또 기가 죽었다. 내가 또 뭘 잘못했더라...

 

 “으응...”

 

 도망가려는 생각도 없는데 그는 내 어깨를 감싸듯 부여잡았다. 부드럽게 올라간 팔과 달리 나는 그 묘한 압박감에 긴장이 됐다. 대체 또 어떤 잔소리를 하려고...!

 

 하지문은 또 쓸데없는 고민,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여자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가려린 어깨 위 흘러내리는 매끄러운 검은 머리칼을 만져보았다. 그 눈 안에서 기묘한 감정이 넘실댄다. 머리칼을 비비던 손가락은 아주 느리게 떨어졌다.

 

 “아까 김민홍씨 목소리가 울리던데”

 

 “아- 그냥...아! 나 이 서류들 모아야하는데!”

 

 그는 눈 앞에 널부러져 있는 수많은 서류들을 보며 깜빡였다.

 

 “이것들...? 너꺼야?”

 

 “응 부탁받은 것들인데- 아 어떡해 잠깐만 이것만 하고 이야기하면 안돼?”

 

 “.....”

 

 그는 이수라의 절박한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종일 걸리겠는데”

 

 “가, 같이하면 금방 할 수 있을거야!”

 

 “내가 도와주길 바라?”

 

 수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그를 불쌍하게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알겠다는 그의 말에 안심이 됐다. 이걸 나 혼자 어떻게 해. 그녀는 활짝 웃었다. 그러나 자신의 미소에 딱딱해진 남자의 얼굴. 그녀는 자신이 눈치 없없구나 라는 생각에 겁먹고 바로 쭈그려 앉아 서류를 묵묵히 주웠다. 그 모습을 그는 물끄러미 내려보다 자신도 허리를 숙였다.

 

 “끝나고 밥먹자. 무슨 일이었는지 말해줘. 주리씨, 민홍씨랑 무슨 얘기했는지, 자세하게”

 

 팔락, 종이를 들어올리는 소리와 함께 나직하게 목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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