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을 감고 누워있는 얼굴 위로 분홍빛 머리칼이 쏟아져내린다. 반짝반짝-하고. 나의 뒷목을 감싸는 새하얗고 긴 손가락. 소중한 것을 받치듯 섬세한 손길. 눈 앞에 빛나는 융단이 펼쳐진다. 붉은색이라고 하기엔 옅고 은빛이라고 하기엔 따스한.
몸은 공중에서 비단에 휩싸이듯 온갖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들을 섞어 만들었을 것이 분명한 것들에 사로잡히고.
입이 벌어진다.
반짝이들이 흩뿌려져 눈을 흐리게 한다. 옅은 빛깔은 나를 옴싹달짝 못하게 한다.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연약한 빛깔들이 혀에 리본을 묶어냈다. 기다란 속눈썹이 열리고 이내 배경과 너무나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옅은 하늘색 두 눈이 드러난다. 하늘보다 투명한 두 눈이 눈앞에서 사르르 접히며 웃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이 그에게 사로잡힌 순간. 그 두 눈에 내가 담기는 순간.
그 애정 가득한 눈에 내가 담긴 순간.
ㅡ토기가 치솟았다.
몸을 덮고있던 가죽 비슷한 것들을 던졌다.
수렁으로 뒹굴어 나가떨어진다. 참을 수 없이 가슴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역겨운 것들에 정신없이 달빛이 쏟아져내리는 출구로 달려나갔다.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떨어진다.
거친 모래가 손바닥에 박힌다.
신 위액이 역류해 쏟아지고 숨은 쉴수가 없어 제발 모든 것들이 쏟아지고 목구멍이 열리기만을 빌었다.
계속해서 멈추지않는 메쓱거림은 정말 모든 것을 게워낸뒤에야 멈추었다. 가슴이 뻐근하다. 겨우 숨을 머금고 허리를 치켜들어 몸을 일으킨 순간, 연한 분홍빛 잔상이 머리를 화살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무릎이 꺾여 힘없이 바닥으로 다시 떨어진다.
두 손이 미친듯이 떨렸다.
심장이 쿵쾅이고 호흡이 가빠졌다. 남은 위액으로 인해 신맛이 감도는 입안에서 단어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음절만이 쏟아져내렸다. 신음과 같은 거친 뜻없는 소리들이 흘러떨어졌다.
허리가 꺾이고 모래가 이마를 짓눌렀다.
눈앞이 흐려지고 눈물들이 떨어졌다. 하염없이 고장난것처럼 쏟아져내렸다.
숨조차 쉬지못하고 눈물만이 흘렀다.
가슴통증에 한손으로 가슴을 쥐어짰지만 흔들리는 머릿속 파편의 조각들이 가슴내부를 갈갈이 찢으며 돌아다녔다.
머리가 깨질거같다. 머리의 뇌가 짓뭉게지고 있다.
아프다. 아파 죽을거같아.
누구의 것인지 알수없는 비명이 바로 옆에서 귀를 찌른다. 공기가 진동하고 쇠를 긁는듯한 끔찍한 소음들이 울려 머리를 아프게 한다.
죽이고 싶다.
너의 그 고운 머리칼을 모조리 잡아뜯어버리고 싶어. 너의 그 푸른 눈을 파버리고 싶어. 잊을만하면 나타나 내 머릿속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너를 죽여버리고 싶다. 죽이고 올걸 그랬다.
죽이고 올걸 그랬어.
그랬다면 이렇게 괴롭지않았을텐데. 머리가 아플정도로 눈물이 멈추지않는 일따위는 없었을거야.
너를 죽이고 왔다면 이렇게 너를 그리워할 일은 없을테니까. 만나고싶다는 알량한 소망따위는 품지않았을테니까.
보고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디어.
너를 보고싶다는 이 그리움은 절절한 아름다운 미련같은 것이 절대 아니다.
이것은 내 정신을 한거풀 한거풀씩 뜯어내고 있는 벌레다. 너가 밉다. 너가 미워. 너를 죽이고 오지않은것이 후회로 남아 미칠것같다.
너의 그 기다란 분홍색 머리칼을 한손으로 잡아 쥐고 다른 한손으로 너의 그 새하얀 목에 칼을 쑤셔넣었어야했는데. 붉은 피로 범벅이 된 너를 보고 왔어야했는데.
고통에 질식해가는 몸을 겨우겨우 일으켜세웠다. 고개를 들자 보인것은 가늠할 수도 없는 광할한 모래평야와 그 위의 피처럼 검붉은 하늘. 그리고 검붉은 해가 보였다.
입안에서 신음이 계속해서 쏟아져내렸다.
원을 보자마자 웃음이 실실 흘러내렸다. 그래 저 원처런 검붉은 색이 된 너를 보고 왔어야 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는, 너를ㅡ
ㅡ"왕!"
작은 검은개. 길고 풍성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팔에 머리를 부딪혀왔다.
"아. 이런"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그녀는 살갗을 벨것같은 시려운 냉기에 눈을 뜨고는 익숙한 돌천장을 맞이했다.
"......."
조금이라도 더 자고자 눈을 다시 감지만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난 뒤였다.
잠에서 깨자마자 몰려오는 극심한 통증과 허기가 그녀의 뇌에 아우성쳤다. 온 몸이 돌바닥에서 구르기라도 한것처럼 욱씬거린다. 결국 그녀는 삐그덕대는 허리를 겨우겨우 세우고는 이마를 짚었다.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몰려오는 온갖 고통에 어금니를 갈았다.
작게 열린 입 밖으로는 욕이라도 한바가지 내뱉고싶었지만 욕과는 먼 언어생활을 했던 탓인지 그 어떤 단어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어떤 단어를 내뱉어야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그런 자신 스스로가 한심하기 짝이없어 화가 치민다.
멍청하고 미련한 내 자신과 내 불쌍하기 짝이 없는 인생이.
'빠득'
배출되지 못하는 울분은 여자의 정수리까지 기어 오른다. 결국 신경이 폭발한 그녀는 오른손에 잡히는 무엇인지도 모를 물건을 집어 들었다.
돌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으로 떨어져내렸다.
"아아악ㅡ!!!!!"
오랜세월의 독 섭취로 망가질대로 망가진 성대가 내는 소리는 긴 손톱으로 쇠를 긁는듯 소름끼친다. 소리 지르는 내내 여자는 너무 뭉쳐 손가락 조차 잘들어가지 않는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는다. 여자는 머리를 감싼채 계속해서 비명만 질러댔다.
ㅡ"왕!"
그렇게 한참을 비명을 지르던 그녀의 비명은 예고도 없이 뚝 그친다.
여자의 멍한 눈빛이 앞 벽을 응시했다. 그녀의 초점이 맞지 않는 흐릿한 안구는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더니 산산조각나 부서진 그릇 조각들을 응시하였다.
"왕!"
그녀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자신의 옆까지 와 품에 달려드는 작은 강아지 하나를 안았다.
광기에 이리저리 요동치던 여자의 동공이 순식간에 착 가라앉았다. 희뿌옇게 요동치던 동공이 이성이라는 것이 돌아옴에 따라 안개를 거두고 선명한 빛을 되찾는다.
그녀의 입가에 올라가는 옅은 미소.
"왕왕아ㅡ"
"왕! 왕!"
꼬리를 마구 흔들어대며 신난듯 그녀의 주위를 폴짝폴짝 뛰어대는 놈의 등을 쓸어내리며 웃음을 흘렸다.
"응응 그래. 배고프구나. 밥찾으러 갈까?"
"왕!"
그녀는 돌바닥 한편 가득 쌓아두었던 나뭇잎 더미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돌바닥 위.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온갖 날붙이들 사이에서 긴 검을 하나 꺼내들고 그와 마찬가지로 앞에 널부러져 있는 낡은 담요를 꺼내들어 몸에 둘렀다. 담요를 꺼내들때 그 아래 우스스 떨어지는 깨진 그릇의 잔해에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응? 이거 왜 또 깨져있지?... 앗! 왕왕아 위험하니까 저리 비켜있어!"
헥헥대며 자꾸 그녀를 재촉해대는 검은 개의 몸을 그녀는 미루며 파편들을 한데 모아 한쪽으로 미뤘다.
"왕!왕!"
"그래그래 잡아당기지마. 가자 응응"
빛이 들어오는 출구쪽으로 나간 그녀는 침침한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세상을 보았다. 굴밖으로 펼쳐진 광활한 모래 평야와 그 위 붉은 장막처럼 널려있는 검붉은 하늘. 그녀가 처음 이곳으로 떨어진 이후의 몇년간 단 하나도 변하지 않은 풍경.
"으음"
바람에 날리는 따가운 모래에 그녀는 어깨에 두른 담요를 더 끌어앉았다. 그녀가 왕왕이라고 지칭한 개는 신난듯 모래 이리저리를 뛰어다니며 그녀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눈을 반쯤 뜬채 그녀는 곧 앞서 나아가기 시작하는 검은 개를 조용히 따라갔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지않는 모래만이 그들을 맞이한다. 그래도 그녀는 걸었다. 그렇게 꽤 오랜시간을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찌릿한 고통이 그녀의 다리부터 머리끝까지 관통했다.
그녀는 너털웃음을 흘렸다.
'얼마 남지 않았어'
만족스런 미소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드디어 얼마 남지 않은거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그녀는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고 바닥을 짚고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의 머리맡에서 개는 낑낑댔다. 가뿐 숨을 내뱉으며 모래를 긁었다. 이미 깨지고 갈라진 손톱들 사이로 딱딱한 모래알들이 들어가고 그 사이로 시뻘건 핏줄기가 흘러나왔다. 괴로운 듯 바닥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계속 밭은 숨을 겨우겨우 내뱉었다.
작은 동물은 쓰러져있는 그녀의 볼을 연신 핥는다.
"끅"
그녀는 몸에 힘을 넣고 일어서려 했지만 감각은 둔해지고 움직임은 멎어갔다.
웃긴 일이다.
그녀는 한평생 몸을 단련하고 힘을 키웠다. 그러나 이 지옥에 떨어진 지 ㅡ년 정도가 지난 오늘 걷는 것조차,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뜨겁고 작은 혀.
왕왕이. 라고 부르는 강아지를 닮은 작은 마물.
그를 증명하듯 그녀를 보고있는 검은 눈의 빨간 색의 다이아몬드 동공은 꽤나 낯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녀는 이 마물 덕에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누가 알았을까. 이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한갖 작은 마물을 위해서라는 날이 올 줄.
"으응..."
애원하듯 낑낑대는 소리에 힘을 내며 겨우겨우 몸을 일으키고 그녀는 숨을 들이마쉬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작은 동물의 북실북실한 털을 쓸어내렸다.
갈 길이 멀다.
걷는다기 보다는 다리를 끈다는 것이 맞는 표현. 그렇게 그녀는 다리를 끌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드디어 모래가 끝나고 어느새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사각거리는 거친 풀들이 종아리를 얕게 베고 지나간다. 핏방울이 맺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가 처음부터 이렇게 미련하게 다닌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나름 마물의 가죽으로 온 몸을 두르는 식으로 이것저것 하고다녔지만 이제 와선 그런 행위들의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마물의 가죽은 무거워서 그녀의 이동을 느리게했으며 그녀의 둔해진 감각들은 베이는 것과같은 작은 상처들은 잘 느껴지지도 않게 했다.
나타난 꽤 큰 규모의 호수.
왕왕이가 허겁지겁 물을 마시는 것을 바라보며 그녀는 덫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미리 만들어두었던 덫은 구덩이를 파고 밑엔 꼬챙이들을 세워놓았다. 그리고 위는 낙엽과 흙들로 가려놓았다. 무척이나 원시적인 덫이다. 하지만 현재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또한 마물은 지능이 낮기때문에 이 원시적인 덫은 그들의 많은 저녁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어라?"
선명한 붉은 피가 덫 주변에 흩뿌려져 있다.
게다가 그 옆엔 그녀가 이중으로 설치해놓았던, 밟으면 돌과 꼬챙이들이 날아가게 만든 잔해들이 피를 묻힌 채 나뒹굴고 있다. 그런데 덫 안은 텅 비어있었다.
"왕!"
"핏자국이 이어져있긴 한데 중간부터 끊어졌네. 아무래도 도망갔나봐...어떡하지 왕왕아? 오늘은 허탕이다..."
그녀는 자신의 다리에 머리를 비벼대는 마물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풀만 좀 뽑아가야겠네"
호숫가로 돌아온 그녀는 챙겨온 옷가지들부터 빨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물에 몇번 헹구는 정도이지만. 그리고 물가에 피어있는 풀들도 채집했다.
"빨간열매 달려있는 거랑.... 파란 돌기달린 거...음 그리고 뭐였더라?"
둥근 연잎같이 생긴 낮게 피어있는 풀과 하트모양 잎을 가진 풀. 둘 중 하나 먹고 죽을 뻔했던 거 같은데, 그게 뭐였더라? 생각해보자. 음. 그러니까. 분명 저 둘 중 하나는 마력이 약해 먹기 괜찮아 자주 먹었고 다른 하나는 비슷하게 생겨 착각해 먹었다가 일주일 내내 구토하고 현기증 나고 난리였지?
"그래서 내가 무슨...아! 하트는 나빠! 맞아맞아 그랬지"
맞아맞아.
그녀는 구토하는 내내 기억하기 위해 스스로 되뇌었었다. 하트는 나빠. 하트는 나빠.
"그으럼 이쪽. 이쪽"
컥. 작게 리듬을 흥얼이던 목이 꽉 막힌다. 그녀는 뽑던 풀을 놓고 목을 부여잡았다. 쌕쌕거리는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공기가 나왔다 들어간다.
목이 마르다. 물을 마신지 얼마나 됐더라.
...이틀?
자각하기 시작하자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목에 모래가 가득 찬것같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목 안에서 나는 것 같다.
손이 떨려왔다. 허겁지겁 호숫가로 몸을 돌려 물을 한모금 떠마신다. 몸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청량함이 그녀의 목을 식히고 지나간다. 시원함이 가득 퍼진다. 무쇠같이 무거운 그녀의 몸이 날아갈 듯 시원하다. 뇌까지 냉수로 씻어내는 듯.
그렇게 느끼던 것도 잠시.
목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의 격통. 꿀렁하고 검붉은 피가 입밖으로 흘러내렸다.
"컥....어악..."
검붉은 피가 줄줄 새어나오는 입 사이로 쇳소리같은 소음이 튀어나왔다. 시야가 앞으로 고꾸라진다. 볼에 끈적한 진흙이 달라붙는다.
삐이이-
귓가에 이명이 울리기 시작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이 방법 뿐이에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살려주세요 전사님. 제발! 전사님]
[B-3 지하 벙커 지역에 또...! 이제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
분명 보이는 것은 푸른 호수 물인데 낯선 음성들이 계속해서 귀에 울린다. 낯선 음성? 아니지.
과거의 음성?
그녀는 소리를 신경쓰지 않고 시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음성들을 따라가면 설 수 있을 정도로 돌아오는데 더 한참 걸린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아 그것은 물론 지금 죽지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얼마 남지 않은 그 끝이 지금이 될지 아니면-
'...푸른...물결...붉은 하늘....'
[실종자 60명 발생! 모두 빨려들어간것으로 추정합니다!]
윗세계에서 그녀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곤했다.
신의 전사라고 불리던 자신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신앙심이라는 것이 없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하늘을 보며 신을 찾곤 했다. 아무것도 없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기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가 있곤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신에게 가장 사랑받는 인간'이라 불렀다.
[F 거주지역 바로 옆에 또 발생했습니다! 어서 수용가능한 대피소를 알려주세요!]
[뭐? 없어! 며칠전 B,C모두 박살난거 알잖아! 더 이상 무리야!]
[끝이야...끝이라고! 이제 모두 가족들에게나 돌아가! 이건 모두 부질없는 짓거리야!]
과연 정말 그럴까? 정말 신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녀의 삶과 최후는 신의 계획인가 아닌가. 그녀를 위한 신의 완벽한 계획에 그녀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인가? 아니면 흔히 그들이 말했듯 '고결한 정답'을 택한 것일까? 모든 것들이 그녀를 고결한 정답쪽을 택하도록 밀어냈었다. 그것은 신의 계획인가?
그때마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보던 하늘의 푸른색은 현재 이 세계에선 호숫가의 물을 제외하곤 찾아낼 수 없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라, 내 공주님, 눈 좀 떠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