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을 지핀 방바닥은 살이 델 정도로 뜨거웠지만 한지를 바른 창살문 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외풍 때문에 코끝이 시렸다.
"할매예!"
손자는 캐시미어 담요 밖으로 눈만 드러낸 채 가랑이가 찢어진 자신의 바지를 깁고 있는 할머니를 불렀다.
"와?"
"있잖아예, 우리 아버지는 왜 죽었어예?"
"심장병으로 안 죽었나. 심장이 안 좋아서."
할머니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엄마는예?"
"……"
“우리 엄마도 죽었어예?”
“돈 벌러 갔다!”
'찢어죽일 년!'
"그라모, 엄마가 돈 벌어오면 내 데리고 가는 거 맞아예?"
“시끄럽다! 잠이나 쳐 자빠 자라!”
할머니의 역정에 손자는 캐시미어 담요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손자는 다시 할머니를 불렀다.
"할매예!"
"와 안자고 지랄이고?"
"그거 알아예?"
"머?"
"아침에는 네 발, 점심때는 세 발, 아참! 아이다. 점심때는 두 발, 저녁때는 세 발로 걷는 것은?"
"……"
"이거 숙젠데."
"……"
"할매도 몰라예?"
"인간이지 머꼬?"
"어? 우찌 알았어예? 선생님이 수수께끼 냈는데 우리 반 아들은 아무도 몰랐는데. 그라모 와 아침에 네 발이고 점심 때 두 발이고 저녁 때 세 발인지 알아예?"
"……"
"이거는 진~짜 숙젠데!"
"……"
"헤헤! 이거는 모르겠지예? 선생님이 애기 때는 손으로 기어 다니니까 네 발이고, 젊을 때는 걸어 다니니까 두 발이고 늙으면 지팡이 짚고 다니니까 세 발이라 했어예."
"……"
"할매는 와 늙었는데 세발로 안 걸어예? 할매가 되면 허리가 아파서 지팡이 짚고 다닌다 카던데."
"니 밥 해서 쳐묵일라꼬 못 죽어서 이라고 안 댕기나! 그만 씨부리고 빨리 안자나?"
시골에서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된 이후로 손자는 할머니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늘 손자에게 무뚝뚝했고 손자는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손자는 담요 속에 머리를 파묻었다. 빨간색 캐시미어 담요의 보드라운 올이 얼굴에 닿았다. 손자는 손을 들어 담요를 살짝 밀어 올렸다. 형광등 불빛의 잔상이 담요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손자는 잠을 자지 못하고 한참을 말똥말똥 뜬 눈으로 누워 있었다. 내일 드디어 로보트 태권 브이가 출동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