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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슈퍼비틀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8.31

슈퍼비틀이라는 사슴벌레에서 발견한 당뇨병 완치제(GLP-K2 유사체)를 강탈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보기관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제17화 - 산행
작성일 : 19-09-30 08:08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2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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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다닐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흰색,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의 종이꽃들로 수놓인 상여를 맨 상여꾼들은 노잣돈이 없어서 상여가 안 움직인다며 산소로 향하던 길 곳곳에 서서 농성(?)을 했다. 집안의 먼 친척들은 '너무하네 이거! 고마 가자!'라고 말하며 재촉하기도 했고, 상여에 매인 새끼줄에 지폐를 끼워 넣기도 했다. 창정은 선소리꾼이 '이제 가면 언제 오나'라는 동네 아이들끼리 장난으로 부르는 노래를 하면서 돈을 더 내놓으라고 버티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웃음을 머금거나 '상여 못 간다. 노잣돈 좀 더 꽂아라!'라고 말하는 구경꾼들을 보며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창정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도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30년 전에 할머니를 잃고 절망했던 소년이 성인이 되어 TV연예 프로그램을 보며 눈물 나게 웃고 자지러지는 것 또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죽음과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슬픔은 순간적인 것이며 충분히 시간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 이었다.

 세상엔 같은 시간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임종을 맞이하는 복 받은 죽음도 있을 것이고, 적이 날린 포탄에 '죽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허무한 죽음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마땅히 죽어야 할 사람이 제 때에 죽으면 호상이라고들 하는데 무능력하고, 가족들의 삶을 힘들게 한 남자가 죽으면 사람들은 뭐라고 말할까? 지구상에 있는 80억 인구 중에 그 죽음을 애도할 사람은 채 100명도 안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연예인들을 보며 눈물 나게 웃고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살아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지', '그게 다 지 복이고 타고난 운명이다.' 라는 말들로 창정의 죽음을 지울 것이다.

 소주 냄새가 차 안에서 진동을 하는데도 아무도 창정의 질주를 막지 않았다. 이렇게 정처 없이 달리다가 어딘가에 다다르면 그곳에서 창정은 돈 때문에 괴롭지 않은 세상으로 사라질 것이다. 운전 중에 조수석의 넥타이를 쥐어 보았다. 무척 부드러웠다. 집에서 들고 나올 때는 미처 몰랐는데 붉은 색 체크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넥타이는 신혼 때 하고 다녔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창정에게도 신혼이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신혼을 떠올리면 제일 많이 생각나는 건 빚과 IMF였다. 신혼 생활을 할 아파트를 3,000만원 전세로 구했는데 어쩌면 거기서 부터 창정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 때 만든 마이너스 통장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갖고 있으니……. 결혼을 하자마자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 20%가 넘는 은행이자를 갚느라 어떨 때는 7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고스란히 이자로 낸 적도 있었다. 그 당시 창정과 아내는 맞벌이를 시작할 시기였는데 둘은 IMF가 왜 자신들의 일상에 나타났는지 영문도 모른 채 열심히 벌어서 은행 빚을 갚았다. 둘이 번 돈의 대부분은 대출이자로 빠져나갔다. 경제가 무엇이고 재테크가 무엇인지 둘에게 가르쳐 줄 사람은 없었다. 둘은 직장에서 해야 할 일만으로도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냈다.

 새벽이 밝아 왔다. 길가에 보이는 캄캄한 아파트에도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제 곧 출근과 등교 준비로 가족들의 바쁜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 자신도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세상에 태어났을 텐데 창정은 시골 할머니 집에 언제, 왜 맡겨졌는지는 기억조차 없엇다. 부모가 없었고, 갈 곳이라고는 고아원 아니면 시골 할머니집 밖이라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 초등학교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창정은 '생활보호대상자', '소년가장'이라는 타이틀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한 달에 한 번씩 리어카를 끌고 면사무소에서 쌀이며 연탄 배급을 받았고 나라에서 통장에 꽂아주는 돈으로 과자도 사먹고 전자오락도 했다.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지만 공부 머리는 있어 시골에서 몇 안 되는 4년제 대학생이 되었다. 주변에서 하도 공무원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9급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로 20년이 흘렀다. 할머니가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

 "덜덜덜……."

 작은 공단지역을 지나 시골길로 접어든 후 갑자기 엔진이 꺼졌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오일게이지에는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휘발유가 바닥난 것 같았다. 창정은 있는 힘껏 핸들을 우측으로 꺾어서 차를 갓길에 세우려고 했지만 이미 동력을 잃어버린 차는 도로에 반쯤 걸친 채 멈추고 말았다. 기어를 풀고 어떻게든 차를 움직여 보려 했으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그냥 관두자. 다 끝난 마당에.'

 창정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통행이 불편하게 주차를 해 놓은 차를 보면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아주 이기적이고 매너 없는 인간이라며 한마디씩 했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자신도 법 좀 어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부조리와 반칙에 분노하며 살아봤자 돈 없고 백 없는 놈은 이렇게 살다 죽을 수밖에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에 취해서 든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 같았다.

 넥타이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왼쪽엔 시내가 흐르고 오른쪽엔 낮은 산등성이들이 펼쳐진 풍경이 어릴 적 살던 시골과 닮아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산으로 올라가는 진입로에는 작은 무덤이 하나 있었다.

 '뉘신지 모르겠지만 자손들 편하라고 좋은데 자리 잡으셨네요. 벌초하기 얼마나 좋아요. 찻길 바로 옆이니…….'

 창정은 무덤 뒤로 난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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