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지훈은 뛰고 또 뛰면서 아름을 찾았다. 결국 횡단보도 앞에서 비를 맞고 있는 아름이 보였고 지훈은 씨-익 웃으며 아름에게 다가갔다.
“당신, 이름이 뭐야?”
“네?! 무슨……말씀이신지……”
“당신, 이름이 뭐냐고.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마.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깐.”
“아……김아름이요……근데 그건 왜……?”
“김아름 생긴 거랑 다른 이름이네. 번호”
“예??????”
“아 번호.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랬다.”
-톡-톡
“연락할게. 우산은 쓰고 가라. 간다!”
“예??????뭐 하자는 거에요?????”
지훈은 아름의 번호를 딴 후 급하게 회사로 갔다. 말 같지도 않은 스폰얘기를 잠잠히 시킬 방법을 얼른 멤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분명 멤버들도 이해하겠지? 우선 가서 형들한테 말해봐야겠다.’
“형들 나 왔어!”
“지훈아 어디 갔다 지금 온 거야!”
재민이 제일 먼저 지훈을 반겼다. 평소 지훈을 막내 동생 다루듯이 하는 재민이었기에 반항하고 나간 지훈을 걱정하고 있었다.
“형, 대표가 스폰얘기 계속 했었어???”
“어……그게……”
“야, 지훈아 재민인 벌써 한성그룹 둘째 딸이랑 다음주 월요일에 식사약속 잡혔단다.”
한별이 재민의 말을 가로채며 지훈의 말에 대답했다.
“뭐?????? 형 무슨 소리야? 벌써 승낙이라도 했다는거야?!”
“아니……그게 말이지……”
“지훈아 대표가 우리한테 물어본 게 아니라 그건 이미 통보였어. 우리 모두 요일마다 재벌 딸들이랑 식사하고 영화보고 해야 돼……”
이번엔 유성이 재민의 말을 가로채며 대답했다.
“아 진짜 다들 미쳤어? 그걸 듣고 그냥 가만히 있었냐고!”
“우리도 아니라고 했지. 그런데 어떡해. 대표가 이번 앨범 미룬다고 계속 협박하는데……”
“김대표 정말 나랑 해보자는 거지…… 형들 걱정 마! 내가 담판 짓고 올게.”
“야 지훈아! 어디가! 지훈아!”
지훈은 만류하는 멤버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자신이 잠깐 나간 사이에 벌써 이런 약속들이 생기다니 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이유는 대표가 자신을 떠본 점이었다.
이미 약속을 잡은 상태에서 통보를 하면 안 할게 뻔하고 지훈의 성격을 아는 한 절대 이 거래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안 김대표는 지훈을 흥분하게 해서 자리를 뛰쳐나가게 한 것이었다.
“대표님!!!!!!”
“누구야 노크도 없이.”
“대표님 지금 저희 가지고 거래를 하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세요?”
“안될 건 또 뭐야, 내가 너희들에게 잠자리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밥 먹고 영화 같이 봐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이 호들갑이야 넌.”
“대.표.님.”
“목소리 좀 낮추렴 귀 안 먹었다.”
“저 결혼할겁니다.”
“뭐?!”
“저 결혼할거라고요.”
“지훈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여자가 어딨는데 무턱대고 결혼을 한대.”
“저 사귀는 사람 있었고 그 사람 지금 제 아이를 가지고 있어요.”
“뭐?????????”
“그래서 전 스폰 같은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식은 최대한 미뤄서 할거고 헤븐스 계약기간 끝날 때 하겠습니다. 그전까진 ‘헤븐스’ 로 계속 활동할거에요. 그러니깐 대표님 손해 안 보실 거면 저희 빡!세게 굴리면서 앨범 내주셔야 할거에요.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야 오지훈!!!!!야!!!!!!”
지훈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정신이 없었다. 자신이 지금 뱉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안 날만큼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지훈 미쳤다. 정신 나갔어 정말……결혼이 웬 말이야……아이는 뭐고……’
사실 지훈의 원래 계획은 그냥 있지도 않은 여자친구를 밝히고 그 여자친구와 공개연애를 미끼로 대표에게 겁을 주려 했었다. 하지만 대표의 눈을 본 순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그만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내뱉게 된 것이다.
‘이제 어떡하냐……그 여자는 또 어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