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8대 대선특집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파라다이스TV 김준입니다.”
김준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더벅머리에 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른 그의 얼굴에서 비장함 같은 게 느껴졌다. 10년 전, 반지하 단칸방에 본부를 차린 그는 사회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개인 인터넷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의 방송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나마 소수의 마니아층 덕분에 버티는 중이었다.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그의 방송이 유명해지기 시작한건 5년 전부터였다. 그는 당시 북한핵잠수함이 남한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했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자료들이 나타남에 따라 그의 방송은 점점 더 유명해졌다.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기자 주진실입니다.”
김준의 옆에 앉아 있던 진실도 김준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에서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올해 45세인 김준보다 정확하게 5살이 어린 그는 김준과 함께 북한핵잠수함 사건을 함께 취재한 동지였다. 김준이 반항하는 꼴통이라면 그는 반듯한 꼴통이었다. 그만큼 생긴 건 멀쩡했다.
“오늘 대박입니다.”
김준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엄청난 선물을 준비한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네, 정말 대박입니다.”
김준의 말에 진실도 맞장구를 쳤다. 평소 호들갑을 떨지 않는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방송내용을 기대하는 마음을 표출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대선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준이 예고도 없이 폭탄을 터뜨렸다. 그다웠다.
“네. 이건 어디까지나 저희 생각입니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진실이 김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설명을 덧붙였다. 오랫동안 법원에 불러 다니며 생긴 습관 중 하나였다. 그들의 예상대로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저희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일단 그 근거를 말씀 드릴게요.”
김준이 말을 하면서 판넬을 하나 꺼내 들었다. 판넬에는 대통령 선거 득표율이 정리되어 있었다.
“잠깐, 이것 좀 들고 있어 봐요.”
김준이 판넬을 진실에게 건넸다.
“자, 여기 보시면 분류와 미분류가 있는데, 분류가 뭐냐면 투표기계가 투표용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정상적인 표로 분류한 거고요, 미분류는 쉽게 말해서 무효표 처리된 겁니다.”
김준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미분류 비율이 3.8퍼센트에요. 좀 높죠. 전문가들은 이게 보통 1퍼센트 정도가 정상이라고 하거든요. 투표기계가 무효표로 처리한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거죠.”
김준이 진실에게 눈빛으로 바통을 넘겼다.
“네. 그것만으로도 이상한데요. 취재하면서 더 이상했던 것은 전국 251개 개표구에서 집계한 무효표의 비율이 모두 일정하게 높다는 겁니다.”
“그리고 진짜 이상한 거는 무효표를 다시 사람이 확인을 해서 정상적인 투표용지로 인정할 수 있는 건 다시 해당후보의 득표로 인정을 해주는데, 그 비율이 또 말이 안돼요.”
진실의 말을 받은 김준이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어나갔다. 오늘따라 호흡이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네. 이게 진짜 수상한 건데요. 무효표 중에 정상적인 투표로 인정된 비율을 보면 이승박 후보와 문재구 후보의 비율이 2대1이에요. 그런데 이게 한두 군데가 아니고 1300개의 투표기계에서 나온 모든 미분류표가 같은 비율이라는 겁니다. 이건 누군가가 일부러 조작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인 거죠.”
말을 마친 김준은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였다. 시청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주기자, 이상한 게 또 있죠?”
김준의 말에 진실은 들고 있던 판넬을 내리고 다른 판넬을 화면에 비추었다. 개표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표였다.
“네, 여기 표시된 106개의 선거구를 보시면, 이곳에서 집계한 투표결과를 입력한 시간보다 방송을 한 시간이 더 빠른 걸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집계를 하기 전에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말인 거죠?”
“그렇습니다.”
김준과 진실은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시청자 수는 이미 최고치 경신을 하고서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